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3)
52화 – 캠프장에서의 하루, 이상한 상인을 만나다.(2)
52화 – 캠프장에서의 하루, 이상한 상인을 만나다.(2)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0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지하층, 캠프장
현자의 조언 : 3]
사지 2개를 대가로 무기를 얻는 거래. 정말 이런 미친 거래를 할 생각인가?
바로 내가 입을 열었다.
“너.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르겠는데, 우리가 여기서 나가려면 10시간도 넘게 남았다는 사실을 잊지 마. 팔다리를 뜯어내고 그 긴 시간을 여기 있으면 무슨 105호로 가서 의사를 부르고 말고 하기도 전에 죽어.”
“…”
“아리야. 여기 온 후로, 네 뜻을 막은 적이 없다만. 이번에는 나도 걱정스럽구나. 그렇게 고생하면서까지 무기를 얻어야겠느냐?”
이상하다.
묵성 어르신의 말의 뉘앙스가 나랑 다르다. ‘죽음이 아니라, 고생 정도로 끝난다는 분위기’.
“우리, 여기 와서 제대로 된 무기를 가져본 적이 없죠. 송이가 강력한 유산을 얻긴 했지만, 단순 무식한 싸움에는 적절하지 않은 물건. 이제 무기를 하나쯤 얻어볼 때가 됐네요.”
모두가 말문을 잃었다. 다들 눈만 크게 뜬 채로 아리를 바라봤다.
“그래도 아픈 건 좀 겁나긴 하는데. 송이야. 도와줄 거지?”
“으, 으응. 그런데 다른 사람 몸을 상대로 한 감각차단은 완벽하진 않아. 또 10분 정도 후엔 다시 아플 거야.”
오랜만에 보는 송이의 더듬거리는 내성적인 말투. ‘목장’에서 나온 후로는 너무나 다른 사람처럼 바뀌어서 냉소적이고 날카로운 아가씨로 변했던 송이가, 다시금 첫날처럼 소심한 여고생처럼 변했다.
“그거면 충분해.”
아리는 태연하게 왼팔과 왼 다리를 정체불명의 힘으로 ‘뜯어냈다’
피는,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는다. 마치 인형의 팔이라도 떼어낸 것처럼.
소름이 끼치는 광경에 다들 말문을 잃은 사이.
쾌활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 오늘, 제 일진이 마냥 사납지는 않았군요? 고객님을 한 분 모시게 되어 기쁩니다. 그렇다면, ‘보급형 무기 상자’ 여기 있습니다. 상자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는 저도 모릅니다! 참고로, 상자는 105호에 가서 열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가끔 ‘난폭한 무기’가 있곤 하거든요.”
곧바로 송이가 달려가서 팔찌의 힘을 썼고, 바로 묵성 어르신의 부축을 받으며 아리는 상자를 챙겨서 다시 앉았다. 얼마 되지 않아 아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기절했다.
모두가 어찌할 바 모르는 시간이 흘렀다. 이런 순간조차도 광기 어린 상인의 ‘제시’는 멈추지 않았다.
“다음 물건입니다! 다들 ‘저렴한 물건’만 찾으시니, 이게 마지막 물건입죠. 아쉽습니다!
두 번째 상품! ‘호텔의 비밀’입니다. 어떤 비밀일까? 저도 모릅니다. 다만 이 비밀들이 여러분의 생존과 탈출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만큼은 장담하죠!
대가는 정말 저렴합니다. 손가락 다섯 개로 충분합니다!”
저렴하게 손가락 다섯 개.
말문이 막혔지만, ‘비싼 물건’의 대가가 사람의 목숨이나 사지 두 개인 걸 고려하면, 손가락 다섯 개는 저렴하긴 하지.
진철 형의 덜덜 떠는 목소리가 들린다.
“돼…. 됐다. 너 그냥 가라. 꺼지라고!”
“흐으음…. 다른 분들 생각도 그렇습니까?”
“손가락. 한 사람이 다 잘라야 해?”
“누님!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조용히 해봐. 한사람이 다 잘라야 해?”
“하하!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물론 고객분들 입장에선 다섯 사람이 손가락을 하나씩 나눠서 자르는 쪽이 위험을 줄이실 수 있겠지요.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도 생각해보시지요. 그렇게 되면 제가 다섯 분 모두에게 비밀을 알려드려야 하는 법 아닙니까? 비밀은 나눌수록 가치가 줄어든답니다.”
“의미 있나? 어차피 호텔의 비밀정보는 우리끼리 다 같이 나눌 텐데?”
“그건 일단 들어보신 다음에 고객님이 결정하시면 됩니다. 안타깝게도, 제 제안은 확고합니다. 단 한 사람이 손가락 다섯 개를 전부 베어 주십시오.”
…
“내가 할게.”
“누님!”
“아가씨는 앉으시게. 흉한 일은 늙은이가 하는 게 맞을 것 같군.”
“어르신은 또 왜 이러십니까?”
“그냥 좀 들어봐. 손가락 자르기. 고통이 문제일 뿐이지, 어차피 105호 가면 손가락 정도는 붙여줄 거야. 호텔의 비밀. 우리가 호텔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아?
희생을 무서워하면 얻을 수 있는 게 없지. 목숨이야 지급할 수 없는 대가지만, 손가락 정도야…. 어차피 도로 붙여줄 텐데 문제 있어?”
“물론입니다! 제가 고객님의 손가락을 가져간다 해도, 사실 고객분들의 손가락 따위야 그냥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붙는 살덩어리 아닙니까. 이래서 제가 장사하면서 원가도 안 남는다는 거죠.”
“너는 제발 조용히 좀 해라.”
“나도 은솔 양의 의견에는 동의하네. 고통을 인내해서라도 비밀은 얻을 가치가 있겠지. 그런데, 굳이 아가씨가 벨 필요 있겠는가? 말했듯이 흉한 일은 내가 하는 게 맞는 듯한데.”
“괜한 정의감에 행동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 손가락을 자르는 건 딱히 대단한 희생정신이 아니니까요.
합리적으로 보세요. 이 ‘거래’를 마친 후에 오늘이 끝날 때까지 위험이 없으리라 장담할 수 있나요? 또 무슨 괴물이 나타날지 압니까?
팔다리야 그런 걸 자르고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아리뿐이니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었지만, 손가락을 베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가장 ‘가치가 낮은’ 사람이 해야 맞아요.
진철이나 어르신은 우리 중 가장 잘 싸우시는 분. 송이는 팔찌가 있고, 아리는 이미 누웠고, 엘레나도 정의의 축복으로 싸울 수 있고, 가인이는 최후의 카드.
내 손가락이 가장 가치가 낮아요.”
“그, 그러면 누나. 저도 사실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제가-”
“미안한데, 어린애는 조용히 있자. 승엽이는 거기 앉아.”
장내에 침묵이 감돌았다.
새삼스럽게 또 느꼈다. 이 누나는 정말이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재벌 집안의 딸이니 뭐니 그런 출생이 문제가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태어났어도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갔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지혈 정도는 잘해주실 수 있죠?”
“…나는 살면서 전장을 수없이 거쳐 온 사람일세….”
“야! 그래서, 그 비밀이라는 건 어떻게 줄 거냐? 뭐 귓속말이라도 해줄 거야?”
“하하하! 이 자리에 청력이 심상찮은 분도 있으실 텐데, 그런 방식으로 비밀을 지킬 수가 있겠습니까?”
“난 딱히 숨길 생각 없다니까?”
“아 글쎄, 그건 일단 비밀을 들어보시고 나서 고객님이 알아서 결정하시면 될 문제입니다. 보안은 걱정하지 마시길. 오직 본인만 알 수 있게끔 적절하게 드릴 겁니다.”
“가인아. 단검 항상 가지고 있지? 가져와.”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단검을 줘야 하는 걸까?
내가 어찌할 바 모르는 사이에 누나는 성큼성큼 걸어와서 단검을 챙겼다.
“내가 직접 베는 건 좀 자신 없네. 어르신?”
“…”
“그리고, 송이야. 나한테도 부탁해. 10분의 진통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
……
이후의 장면은, 떠올리고 싶지 않다. 그저 잊는 쪽이 모두에게 좋으리라.
*
거래를 마친 후 불쾌한 상인은 다음에도 좋은 거래가 있길 바란다며 주절거리다가 진철 형이 내던지자, 그대로 사라졌다.
그리고 불가에는 한 명의 팔다리가 잘린 소녀와 한 명의 손가락이 사라진 아가씨가 남았다.
그야말로 전쟁터 한복판에서조차 보기 힘들 흉흉한 분위기.
아무도 고기 따위는 손댈 생각도 못 한 채 신음을 내뱉는 두 여성의 주변을 맴돌며, 어떻게든 물수건이라도 갈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부디 호텔의 ‘대수리’가 끝나고 105호 돌아갈 수 있기를.
천만다행히도 끔찍한 하루가 끝나고, 문이 다시 생겨날 때까지 더 이상의 위험은 없었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3]
아침 식사 시간이 되자마자 서둘러 식당으로 향했다.
다들 나와 똑같은 생각이었을까? 정말 10초도 안 돼서 전원 식당으로 모였다. 모이자마자 서로 얼굴을 살폈다. 은솔 누나는? 아리는?
놀랍게도, 둘 다 있었다!
“누나! 괜찮으신 거예요?”
“하하~ 다들 걱정 많았지? 이거 봐.”
누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양손을 내밀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열 손가락 모두 멀쩡했다.
자연스럽게 모두의 고개가 아리로 향했다.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붙어있는 4개의 팔다리.
“저는 굳이 안 흔들어도 되죠?”
긴장이 풀렸다.
정말이지, 내 손가락, 내 팔, 내 다리가 떨어진 것도 아닌데 어제는 한숨도 못 잤다.
다른 사람도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엘레나는 은솔 누나 손을 붙잡고 눈시울이 붉어졌고, 송이는 아리 팔만 말없이 만지작거리더니 갑자기 껴안았다.
“엇! 언니, 이러면 나 팔이 아플지도?”
“장난치지 마!”
남자들이라고 딱히 다른 상태도 아니다.
새삼 뭐 껴안기가 그래서 구경하고 있을 뿐이다. 나만 해도 마음이 탁 풀리면서 설명하기 힘들 정도의 기쁨이 솟아났고, 다들 표정 보면 마찬가지니까.
약간의 의문.
대체 사람이 어떻게 팔다리를 뜯어냈는데 피 한 방울이 흐르지 않을 수가 있는가.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 말을 꺼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파티가 쓸 무기를 구하기 위해 팔다리를 잘라낸 사람 앞에서 ‘너 아직도 숨긴 능력 있어?’ 하고 따질 사람은 이제는 없다.
모두가 어제의 고통으로 인한 심신의 시름을 걷어낸 후.
즐겁게 식사를 즐기며 ‘상품’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
“그런데, 두 사람 다 하루 만에 나왔네요? 전 제가 예전에 하루가 통으로 삭제된 기억이 나서 오늘 하루 정도는 만나기 힘들 줄 알았거든요. 특히 아리는.”
“나야 뭐 ‘겨우 손가락’이니까. 내장이 다 으깨진 것도 하루 만에 고치는 의술의 신쯤 되는 양반이면 손가락 정도는 10분이면 붙이지 않을까? 사실 몰라. 난 너와 달리 의사와 그 어떤 대화도 하지 않았어.”
“내 팔다리는 보통 사람하고 달라. 아마 붙이기가 상대적으로 쉬웠을 걸? 물론 나도 가인이처럼 의사랑 무슨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하루 만에 조금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리는 별일 아니라는 분위기로 내 몸이 보통 사람과 다르다고 말하고, 우리는 그 사실에 더 이상 추궁하지 않는다. 가장 날카롭던 송이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로 하자.
어차피 이 호텔에서 모든 걸 다 알아낼 수는 없다. 필요한 만큼만 알아내면 되는 것. 동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 비밀이 뭡니까? 아 물론 밝히기 싫으시다면-”
“아 제발! 너 무슨 상인 흉내 내냐? 내가 너네 괜히 이상한 생각 할까 봐 편지 그대로 들고 왔어.”
“편지요?”
“황당하게도 자고 일어나니까 편지가 위에서 툭 떨어지면서 날 깨웠어. 거기에 비밀이 적혀있더라고. 그냥 읽어봐”
누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편지를 툭 던졌다. 편지라기 보다는 작은 쪽지에 가까운 종이엔 문장 두 개만 적혀있다.
1. 탈출 루트 2는 정문에서 ‘윙 부츠’를 신고 뛰어내리는 것이다.
2. ‘윙 부츠’는 계층 2의 어딘가에 숨겨진 신비한 장인의 의뢰를 해결하면 얻을 수 있다.
“탈출 루트. 우리 예전에 봤던 정문이 진짜 탈출 루트가 맞긴 했네요.”
“솔직히, 첫 문장은 아무 의미도 없어. 애초에 그 문 옆에 누가 적어놨었잖아. 그래도, 두 번째 문장은 좀 의미가 있지. 2층 어딘가의 ‘신비한 장인’이 ‘윙 부츠’라는 신발을 만들어주면 그걸 신고 나갈 수 있다는 말일 테니까.”
“윙 부츠. 이름만 들어도 느낌은 가네요. 하늘을 나는 신발이겠죠?”
“그렇겠지.”
“흠. 누님. 이건 쓸만한 정보긴 한데, 어째 당장 쓸모 있는 내용은 아니군요.”
“그건 그래. 1층에서 허덕이는 우리 처지에서 당장은 의미가 없지. 그래도 기억해두자. 언젠가는 2층을 갈 테니까. ‘신비한 장인’은 거기서 찾아보는 거로. 자! 내 상품소개는 끝!”
누나가 책상을 탁! 친 후 편지를 치웠다.
이번엔 아리가 상자를 가져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메론우유님 후원 감사합니다. 성실연재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