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34)
EP.534 534화 – 207호, 관문의 방 – 네 번째 시련 ‘몰락한 왕’ (20)
534화 – 207호, 관문의 방 – 네 번째 시련 ‘몰락한 왕’ (20)
– 한가인
극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소피아는 포르투나를 받아들이자는 의견에 동의하고 자기혐오에 빠졌는지, 우울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았다.
나는 방긋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잘 풀려서 다행이다. 우리, 밖에 나가서 수호자의 위치 좀 확인할까?”
“위치 확인요? 형은 옷을 잔뜩 껴입어야 하니까, 저 혼자 나가도 -”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아, 알겠어요.”
살짝 당황하는 남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두 사람이 사라진 호텔 방.
잠시 후, ‘또 다른 나’가 호텔 방에 나타났다.
“어?”
살짝 당황하는 아리와 할아버지.
눈을 동그랗게 뜨는 소피아.
“무 -”
입 모양으로 ‘조용히 해’라고 말하니 모두가 침묵하고, 할아버지는 미로가 실수할까 봐 대신 입을 막는다.
곧, 아리가 고개를 까딱이더니 손짓했다.
“됐어.”
“…”
“투명 벽으로 주변을 막았으니,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아.”
“아예 새어나가지 않아도 이상하지. 벽은 그냥 허물고, 너희끼리 몇 분 대화해. 내가 그를 멀리 유도할 테니.”
10분 정도 흘렀다.
이 정도 거리 차이면, 아무리 무림 고수라 해도 들을 수 없겠지.
— 짝!
가볍게 손을 마주치자 모두의 시선이 모여든다.
“아까, 마지막에 이상함을 느꼈어.”
“마지막?”
“소피아에게 천국을 제안한 것.”
“어…. 어라?”
뒤늦게 이상함을 눈치챈 아리를 보며 소피아에게 재차 확인했다.
“소피아.”
“예.”
“천국에 가고 싶다는 말, 50년 전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했어?”
“절대 아닙니다. 당신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어요.”
“난 그 말을 이 자리의 사람에게만 전했지. 그런데, 저 녀석이 그걸 어떻게 알까?”
긴장감 속에서 조용해진 사람들.
“정체 모를 누군가가 우리에 관한 정보를 그에게 전했다. 개입이 있었다는 의미지. 그리고….”
“그리고?”
“소피아, 50년 전에 포르투나를 살덩이로 바꾸었다고 했지?”
“그, 그 일은, 제 독단이긴 하지만 -”
“변명할 필요 없어. 회복 불가능하게 죽였지?”
“네.”
“어떻게 회복했지? 본인 입으로 영혼의 함을 쓴 것도 아니라면서.”
“끅!”
놀라서 딸꾹질하는 미로.
“가장 의아한 점이 하나 더 있어.”
어렴풋이 짐작한 아리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네가 지적한 점을 너 말고는 포르투나와 멀어진 후에야 깨달았네.”
세 가지 문제점.
첫째, 소피아가 내게만 전했고, 나는 아리, 미로, 할아버지에게만 전한 목표를 알고 있다는 점.
둘째, 영혼의 함을 쓰지 않았는데도 부활했다는 점.
셋째, 위 두 항목을 포르투나와 멀어진 후에야 동료들이 자각했다는 점.
“아주 확고한 가설이 생각났는데.”
“말해봐.”
“얄다바오트가 포르투나를 다시 일으킨 거야. 소피아와 관련한 정보도 놈이 전달한 거지.”
“야, 얄다바오트는 어떻게 알았죠? 지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다 인지한다던가!”
“그럴 가능성도 없진 않겠지만, 더 단순한 가능성이 있지.”
“예?”
“소피아, 너는 언제나 거울 조각을 비장의 한 수로 가지고 있으니까.”
“아.”
아리가 질문했다.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증오하게 만든 것처럼 포르투나에게도 일종의 최면 능력을 부여한 건가?”
“…”
“우리가 포르투나를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도록?”
“아마도.”
“하, 하지만, 알아도 문제인데?”
“…”
“우리에겐 포르투나가 필요해. 걔가 아니면 누가 수호자를 상대할 수 있겠어?”
남자에 대한 호칭이 다시 ‘포르투나’로 돌아간 아리를 지그시 보았다.
“왜 그래?”
“…”
“가인아?”
“얄다바오트의 특성 중 하나를 알 것 같아서.”
“뭐?”
“다른 존재가 만든 명검을 꼭 내가 쓰지 말란 법은 없겠지.”
이윽고 호텔 방을 거닐던 분신이 사라졌다.
*
– 한가인
언젠가부터 나와 동료들의 관계가 미묘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내가 에이디아를 살렸다 해도 그렇지, 그 행동 하나를 믿고 수백 수천 년간 에이디아에게 휘둘린다?
과거의 동료들이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가인이 요놈 봐라! 은근히 애가 허당이라니까?’ 하면서 내 선택을 판단 착오로 취급하고 에이디아를 죽였겠지.
통찰을 얻은 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마도서는 물론, 신성한 태양조차 이 정도로 바꾸진 못했는데.
동료들의 관점에서 보면, 그만큼 통찰이 가하는 압박감이 엄청나다는 이야기다.
상대 역시 마찬가지겠지.
“승엽아, 잠깐 멈춰볼래?”
“예?”
마지막으로 생각한다.
지금의 내게 통찰이 없다는 사실조차 얄다바오트가 이 남자에게 가르쳐줬을 가능성은?
에이디아와 나누었던 대화에 답이 있다.
내가 지혜에 대해 언급하기 전까지, 에이디아는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또한, 축복을 회복하지 못했는데도 통찰이 있는 것처럼 행세했더니, 의심하지 않았다.
“30초쯤 후에 앞에서 사고가 날 것 같아서.”
“어어어? 가, 갑자기?”
“난 함부로 나서기 힘드니, 네가 막아야겠네.”
— 끼이이익!
“꺄아악!”
“뭐, 뭐야!”
난데없이 버스가 춤을 추더니, 빌딩을 향해 돌격했다.
버스 기사가 진작부터 정체불명의 마도사에게 조종당했기 때문이지만, 아무리 무림 고수라도 여기까지 알아챌 방법은 없다.
모두가 넋이 반쯤 나가서 끔찍한 사고를 예상한 순간.
“타앗!”
기합을 터트리며 날아간 무림 고수가 단박에 상황을 정리했다.
감탄한 듯, 남자에게 몰려들어 감사하는 사람들.
이제는 더 이상 ‘소년’이라 부를 수 없는 남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재빨리 내 쪽으로 돌아왔다.
“형. 우리 멀리 가죠.”
“왜? 다들 너보고 영웅이라고 하는데.”
“부담스럽잖아요! 따지고 보면 미리 알아챈 형이 대부분 한 건데.”
“…”
늦은 시각, 어두운 밤하늘 아래를 거닐며 그를 지그시 응시한다.
처음엔 재밌다는 듯 웃던 남자가 언젠가부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물경 수천 년이 흘렀음에도….
청년은, 성모는 ‘아직도’ 통찰에 위압감을 느낀다.
“왜, 왜 그러세요?”
“이리 오렴.”
아름답게 꾸며진 분수대.
그 옆에 자라난 이름 모를 연보라색 꽃 하나를 떼어낸 후, 한참 동안 꽃잎을 바람에 흩날렸다.
이게 무슨 의미냐고?
나도 모르지.
영화에서 신비한 장면 나오면 갑자기 꽃잎이 휘날리더라.
부처님이 설법할 때 갑자기 연꽃이 날아다녔다는 걸 보면 이건 인류 공통의 감성이다.
“…”
“…”
다음으로 흐르는 물에 손을 넣은 후, 목소리를 낮추며 말한다.
“마치 우리들의 삶과 같구나.”
이게 대체 뭔 소릴까?
나도 모르겠는데, 중국 영화에 나오는 신선 같은 사람들이 뜬금없이 이런 말 하더라.
이후로도 여러 가지 ‘신비한 퍼포먼스’를 보이며 시간을 보냈다.
상대가 날 호텔 동료라기보다 ‘신비로운 반신’처럼 느낄 때까지.
결국, 압박감을 참지 못한 청년이 입을 열었다.
말투도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내 앞에서 보이던 ‘소년 같은 모습’을 유지할 심력이 사라진 것처럼.
“내게 뭔가 봤습니까?”
“글쎄.”
“그냥 말해주시면 안 됩니까?”
“그럴 필요 있을까? 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너 자신일 텐데.”
“…”
“큰 싸움을 앞두고 고민이 많으면, 몸이 둔해지기 마련이지.”
이윽고 그에게서 다소 허허로운 기백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시 깨어났을 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
“난 누구일까요? 박승엽이 맞을까요?”
“…”
“본래의 승엽이는 항상 숫자가 적힌 불투명한 창을 봤습니다. 언제 ‘천운’을 다시 쓸 수 있나 알려주는 일종의 상태창이죠. 내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
“천운은 물론, 태초의 인간도 사라졌습니다. 사실, 사라졌다는 표현이 이상하죠. 207호에서 난 축복을 쓴 적이 없으니까.”
“재밌는 이야기구나.”
“내가 쓰는 힘은 호텔이 부여한 축복이 아닙니다. 그냥, 내 몸에 남은 행운의 ‘흔적’을 보고 거울 너머의 위대한 자가 흉내 낸 무언가입니다.”
“206호에서 마왕이 비슷한 짓을 했지. 죄수쯤 되면 축복을 흉내 낼 수도 있으니까.”
“축복을 잃고, 자아도 뒤틀린 내가…. 박승엽이 맞습니까?”
이 시점에서 상대의 고민을 어렴풋이 이해했다.
“너는, 네가 박승엽이 아니라 207호에서 태어난 별도의 존재, 포르투나라고 생각하는구나.”
“…”
“그렇게 생각하면, 207호의 해결은 너에겐 탈출이 아니야. 그 반대, 죽음이지. 네 현실은 이 방이니까.”
“아닙니까?”
이게 얄다바오트의 의도일까?
207호의 해결이 곧 자기 죽음이라 받아들인 포르투나가 최후의 순간, 폭주하는 것?
“내가 널 통찰했을 때, 두 가지 가능성이 보였어.”
“두 가지 가능성.”
“동료들과의 관계가 파탄이 난 미래. 몇몇 사람들은 널 쫓아내야 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네 타락을 ‘정화’해야 한다고 말하지.”
“…”
“또 다른 가능성은 전혀 달랐어.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웃고 떠들며 테이블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지. 은솔 누나는 네 ‘칼침’이 너무 아팠다고 농담하고, 너는 미안하다고 고개 숙이다가 다 같이 웃고.”
두 가능성 모두 ‘207호 바깥’의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나는 남자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체하며 한 가지 인식을 심으려 노력했다.
‘넌 207호에서 죽는 게 아니며, 그다음이 있다. 포르투나와 박승엽은 같은 존재다.’
“유, 유미는요? 그 애는 제 옆에 있었나요?”
가장 간절한 답은 들려주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야 더욱 간절해질 테니까.
“미안. 거기까진 보지 못했네.”
“으읏….”
“가능성은 가능성일 뿐이야. 봐, 나도 통찰로 다양한 가능성을 봤지만, 그것 중 내가 원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온갖 수작을 부렸잖아?”
“…”
“중요한 건 선택이야. 어떤 가능성을 네가 택하냐의 문제지.”
이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
끝없는 자아 성찰에 빠진 남자를 바라본다.
역설적이지만, 저런 ‘고민’과 이런 ‘대화’가 새삼 입증하는 사실.
거울 너머를 보고 온 아리가 여전히 자신의 의지로 우릴 돕는 것.
나보다 강한 힘을 얻었던 ‘또 다른 나’가 본인의 의지로 자살을 선택한 것.
얄다바오트는 피조물을 뒤틀 때, 자유의지를 빼앗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어쩌면, 우리는….
마지막 순간에 얄다바오트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
– ???
해가 떠오르는 이른 아침, 아리 누나가 다가왔다.
“승엽아, 계획은 전부 이해했지?”
“네.”
계획이고 뭐고 너무 간단하다.
나와 소피아가 플로리다 도심에서 미친 짓을 벌여 수호자의 이목을 끌고, 수호자와 한바탕 하는 것.
그 사이 가인 형이 아리 누나를 데리고 달에 도착하면 된다.
“할 수 있겠어?”
“해 봐야죠. 저, 천하제일 박승엽이잖아요?”
“풋!”
가벼운 웃음으로 넘기는 누나의 모습.
언제나 그렇듯 너무 예쁘다 보니 순간, 나도 모르게 두근거릴 뻔했다.
이젠 안돼!
나에겐 유미가 있다고?
“혹시나 해서 말인데, 소피아와 음.”
“괜찮아요.”
“…”
“싸울 일 없어요. 그 애가 감정 통제 못하고 절 욕해도 그냥 무시할게요.”
“유미를 죽이는 게 재밌었다고 낄낄대면?”
이 말엔 멀리 있던 소피아가 반응했다.
“아리! 내가 무슨 싸이코패스인 줄 알아?”
헤어지기 직전, 아리 누나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승엽아. 어젯밤에….”
“…”
“가인이랑 대화했다고 들었어.”
“형이 내용을 말하던가요?”
“그냥, 네가 고민이 많다 정도로만 말하더라. 해결했니?”
나는, 모두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요. 확실한 답을 얻었습니다. 천하제일고수는 큰 싸움을 앞두고 잡념에 흔들리지 않아야죠.”
“그놈의 천하제일!”
*
약 30분 후.
나와 소피아는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도시, 잭슨빌 다운타운 중심지에 섰다.
이제, 난동을 부리며 수호자를 끌어오면 된다.
“…”
“…”
미묘한 긴장감.
소피아가 조심스레 중얼거린다.
“그…. 이제 시작하는 게 -”
“소피아. 질문 하나만 할게.”
“질문?”
“지금, 널 통해 가인 형이 날 보고 있니? 네 의식 일부에 빙의했다? 혹은 마법적 수단으로 통신 중?”
“…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침착하기 그지없는 대답.
그러나, 천하제일 고수의 눈을 속이기엔 부족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네. 이거, 좀 섭섭한데.”
“무, 무슨 -”
“가인 형, 들어봐요. 어제 밤새도록 고민했으니까.”
“…”
담담하게 말한다.
새벽까지 고민한 끝에 도달한 결론.
천하제일고수의 깨달음에 대하여.
“난 박승엽이 아닙니다. 에이디아에 의해 최초로 거울을 보았을 때, 설령 그 시점은 아니더라도 죽은 후 부활한 시점에서 박승엽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당황하는 소피아의 눈동자.
“어제 말했죠? 그 시점부터 축복을 빙자한 이상한 힘이 생겼다고. 게다가 아침에 미로를 넌지시 떠보니, 꿈의 왕국은 날 더 이상 동료로 판정하지도 않는다더군요.”
“… 조심성 없는 아가씨가 또!”
“미로를 너무 혼내진 마세요. 그 순수함이 힘이 되는 순간도 올 테니까. 게다가, 따지고 보면 형도 마찬가지죠.”
“호루스 님은 -”
“소피아 보고 조용히 하라고 하세요.”
“…”
“지금부터 박승엽이 아니라 천하제일고수로서 말합니다. 호루스, 세상 어떤 동료가 서로를 속이고 감시합니까?”
“…”
“당신부터가 날 동료라 생각하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날 박승엽이라 믿겠습니까.”
말문을 잃은 소피아, 혹은 ‘호루스’.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영혼의 함’을 꺼냈다.
“이건….”
“축하해. 이제 넌 천국에 가는 거야. 그토록 고대하던 어머니도 다시 볼 수 있을 거야. 사실, 은솔 누나는 당황할 것 같긴 하지만!”
마지막 순간.
새롭게 불멸을 얻은 소녀가 끝을 향해 달려가는 무림 고수를 바라본다.
“너는 이,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어젯밤, 내가 승엽이가 아님을 확실히 하니까 너무 무섭더라.”
“뭐라고?”
“죽음이 두려웠어. 수천 년을 살아오면서도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린 적이 거의 없었는데…. 밤새도록 공포에 시달렸지.”
혼란에 빠진 소피아의 푸른 눈을 보며 오래된 고민을 생각한다.
이자성보다 훨씬 긴 시간 무예를 단련하면서도 궁극을 보지 못했지.
재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이자성처럼 천고의 재능이 없으니, 아무리 긴 세월 단련해도 마지막 한 걸음을 넘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게 불멸성을 부여한 영혼의 함은 내 가장 큰 무기였다.
또한, 가장 큰 한계였다.
…
서서히 힘을 끌어올린다.
잡념을 지우고 단 하나의 마음을 남겼다.
이윽고, 이변을 느낀 존재가 다가왔다.
만상을 굽어보는 위대한 시야.
거짓 조물주가 빚어낸 세상의 수호자.
“무섭네.”
피부가 저릿할 정도의 두려움을 느끼며 웃었다.
“다음 기회에 대한 믿음이 우리를 나약하게 만듭니다.”
“…”
“다음 기회가 있으니까, 이번엔 포기해도 되니까. 그렇기에 불멸자는 언제나 대적을 앞에 두고 다음을 노린다는 선택지를 골라 도주하죠.”
“…”
“우리에겐 끝이 있어야 합니다.”
“내게 하는 충고니?”
처음으로, 소피아의 입을 빌어 호루스가 말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 당신 또한 물러서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상에는 두 번 세 번의 시도로는 극복할 수 없고, 오직 처음 한 번만 넘을 수 있는 벽이 있다고 믿습니다.”
“… 참고하마. 하나 묻자. 승엽이가 아니라면서, 왜 우릴 돕는 거지?”
그 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여러분이 이겨야 유미가 살아날 수 있을 테니까요!”
“반드시.”
“반드시?”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
“믿겠습니다.”
이윽고, 내 손에 들린 검의 끝에….
별빛이 깃들었다.
— 고오오오!
“아, 이건 마지막 질문인데요. 어제 형이 했던 말에 관해 아무리 고민해도 의미를 모르겠네요. 대체 얼마나 위대한 깨달음인 겁니까?”
“…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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