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4)
53화 – 캠프장에서의 하루, 이상한 상인을 만나다.(3), 106호 진입
53화 – 캠프장에서의 하루, 이상한 상인을 만나다.(3), 106호 진입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3]
아리가 가져온 상자는 여전히 밀봉된 상태였다.
“죄송하지만, 전 상자를 아직 열지 않았어요. ‘난폭한 무기’가 있을 수 있다길래. 아무래도 안전한 방에서, 다 같이 열어보는 쪽이 좋지 않겠어요?”
“좋은 생각이다. 내가 열어보는 쪽이 좋겠지.”
바로 진철 형이 손을 탁 내밀어 상자를 가져갔다. 나도 그렇듯이, 형도 밤새 마음이 불편했겠지. 이제라도 뭘 하고 싶을 것이다.
상자는 쉽게 열렸다.
그 안에는 너무나 익숙한 물건이 있었다.
“총이네?”
“총이야?”
“아니 너무 평범한데요?”
황당한 표정으로 형이 권총을 꺼내 들었다.
“아니. 물론 권총이면 좋은 무기긴 하다만, 이런 걸 줘서 어쩌자는 거냐? 정작 총알을 구할 방법이 없잖아! 누님,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HP 마켓에 총알 팝니까?”
“넌 쿠팡에서 총알 파는 것 봤냐? 나도 황당하네. 탄창 까봐. 총알 채워져는 있어?”
—탁
“와! 이 새끼들 순 사기꾼 아니야? 총알 한 개도 안 들었다! 아니 애 팔다리를 잘라가고는-”
“자~ 두 분 다 잠깐 조용히 해보셔요. 밑에 설명서가 있네.”
아리 말대로 권총 밑엔 작은 설명서가 있었다. 내용도 지극히 단순했다.
탄창에 피를 채우면 총알이 발생합니다.
…
“여긴 진짜 하나같이 변태 같은 놈들 뿐이구나. 굳이 피를 마시는 총 같은 걸 줘야 하는 걸까?”
“뭐, 그래도 총알을 채울 방법은 있는 총이네요. 한번 실험해 보죠.”
아리가 저번에도 보여줬던 ‘주사기’를 꺼내는 순간-
진철 형이 탁 채갔다.
“피 정도는 그냥 다른 사람 피 쓰자.”
아리도 굳이 말리진 않았고, 진철 형은 피를 쭉 뽑아서 탄창에 밀어 넣었다.
“음. 근데 주사기로 이렇게 여러 사람 피 뽑으면 위생 문제 있는데. 물론 우리가 이 피를 누구에게 수혈하는 건 아니지만요.”
“…”
“괜찮아요. 주사기 정도는 HP 마켓에서 팔 테니까.”
“그거 떠올린 김에 바로 사야겠네. 다들 일 보고 있어. 주사기 주문 할 테니까.”
피에 적셔져서 끔찍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 탄창을 총에 밀어 넣고 1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탈칵! 하는 소리가 났다.
“뭐 된 것 같은데? 한번 내가 쏴 보지.”
—-탕!
확실한 총의 위력. 한방에 벽에 확실한 흔적이 남았다.
이제야 제대로 된 무기가 하나 우리 손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물론, 굳이 따지면 저 총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격 높은 장비인 ‘팔찌’가 있긴 했으나, 팔찌는 아무래도 전투에 특화된 장비는 아니다. 직접적인 살상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간만에 호텔에서 쓸만한 성과를 얻었다. 다들 즐거운 분위기로 식사도 하고, 총도 한두 방 더 쏴보며 웃고 떠들면서 시간을 보냈다.
점심 먹고 나서 다음 방에 들어가기로 한 후, 모두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졌다.
*
이은솔은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
꽤 아프다. 모두의 앞에서는 별일 아닌 것처럼, 실제로 손이 잘 움직이기도 하지만.
통증까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참을만하지.
아침은 먹었고, 점심 먹고 다음 방 탐색을 이어가기로 했으니 점심때까진 그냥 늘어지게 쉬어야지. 가끔 하는 생각인데, 순수하게 휴식 시간 자체는 호텔 들어온 후로 더 늘어난 것 같다.
바깥에선 정말이지 매일매일 하루 5, 6시간 이상 자는 날이 드물 정도로 격무에 시달렸던 것 같은데. 호텔에 와서는 어찌 됐든 잘 먹고 잘 자는 날이 늘어나지 않았나.
침대에서 뒹굴면서 고개를 돌리자, 작은 종잇조각이 보였다.
아, 안 버렸구나 저거. 서로가 공간을 공유하는 식사 시간에 누가 침대로 와서 발견했으면 곤란할 뻔했네.
종잇조각. ‘비밀 편지’의 하단을 칼로 조심스럽게 잘라낸 조각.
최대한 티 안 나게 잘라내느라 꽤 고생했지. 그러고도 혹시 들킬까 걱정해서 모두가 내용을 보자마자 치워버렸다. 다행히 눈치챈 사람은 없다.
처리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종잇조각을 살폈다.
3. 당신의 동료 중 한 명은 탈출 루트 1에 대해 알고 있다.
조각을 최대한 세세하게 찢은 후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
점심 식사 후, 모두가 기운을 내서 새로운 방을 탐색하기 위해 1층 복도로 향했을 때, 이변이 일어났음을 깨달았다.
“어? 저거 뭐냐? 문 생겼는데?”
“107호 문 생겼네요? 바로 그 ‘관문’에 도전할 수 있는 건가?”
“이상한데. 106호는 아직 들어가지도 않은 상태인데? 아리야. 혹시 뭐 알아?”
“모르겠어요. 관문 방의 조건은 매번 다른 걸로 알아요. 다른 방을 탈출만 해도 시도할 수 있을 때도 있고, 최종 해결을 여러 개해야 가능할 때도 있고.”
“일단 107호부터 가 볼까요? 106호를 무시해도 107호를 갈 수 있는 모양인데….”
조금 고민한 끝에 내가 가장 앞으로 나섰다.
“제가 한번 문고리만 잡아 보겠습니다. ‘조언’이 운이 좋으면 뭔가 알려줄지도 모르죠.”
조심스레 다가가서 문고리를 잡는 순간.
‘현자의 조언’과 별개로 ‘모두에게’ 알림이 떴다.
/경고!
관문의 방은 휴식 없이 다수의 시련을 통과해야 하며, 지극히 어렵습니다.
최소 조건 : 모든 저주의 방의 탈출, 1개 이상의 유산 획득.
권장 조건 : 2개 이상의 유산 획득.
…
…
…
참가자분들은 최소 조건을 충족하여 시도할 수 있으나, 권장하지 않습니다.
시도하시겠습니까?/
바로 물러섰다. 승엽이가 바로 반응했다.
“이건 진짜 게임 느낌이에요. 던전의 입장 조건은 모든 저주의 방을 탈출 이상 했고, 유산 1개만 얻었으면 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통과가 어렵고, 최소 유산을 2개는 얻어야 한다.”
“평소에 이런 안내를 해주진 않았던 것 같은데.”
“대놓고 ‘지극히 어렵다’라고 말하는 걸 보니 준비 없이 가면 절대 깰 수 없으니 경고해 주는 모양이네. 일단 보류하자. 경고대로, 유산을 2개 이상 모은 다음에 시도해야 할 것 같다.”
“이상한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최소 조건이 ‘모든 저주의 방의 탈출’인데, 최종 해결인 103호야 탈출보다 더 높은 개념이니 당연히 포함된다 쳐도, 106호는 아직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이상하다기보다, 명확한 말이네. 106호는 저주의 방이 아닌 거지.”
“일단, 우리 다과 테이블 쪽으로 가서 상황 정리 좀 하지. 내가 늙어서 무릎이 아프구먼.”
*
“일단, 106호에 한번 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주의 방도 아니고, 휴식의 방도 아니면 뭘까요? 저주의 방이 아니니 안전한 건가? 누님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글쎄. 저주의 방이 아니라고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을 것 같은데. 지하에도 위험한 것 천지지만, 딱히 저주의 방이 아닌 것처럼.”
“가인아 일단 그 지형정보로 방 상태 쭉 정리해봐라.”
상태창으로 지형정보를 확인했다.
101호 : 저주의 방(기묘한 가족) – 탈출
102호 : 저주의 방(공포의 저택) – 탈출
103호 : 저주의 방(아타나시아의 인간 목장) – 해결
104호 : 저주의 방(입시 명문 호텔고) – 탈출
105호 : 휴식의 방
106호 : ???
107호 : 관문의 방 – 진입 가능
“107호도 떴네요. ‘관문의 방 – 진입 가능’ 다 아는 사실이지만요.”
“일단 1층 관련해선 크게 두 가지를 해야겠다. 첫째, 101호, 102호, 104호 셋 중 하나 이상을 재시도해서 유산을 얻어내기. 둘째, 106호를 확인하기.”
“두 번째부터 합시다. 첫 번째는 듣기만 해도 너무 힘듭니다.”
“OK. 106호부터 확인하자. 103호 이후의 또 다른 ‘해결 시도’는 아무래도 시도 전에 우리 날 잡고 쉬면서 철저하게 우리가 가진 힘을 정리하고, 가진 정보도 확인하고, 전략도 철저하게 짜서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여러 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많이 있는데, 일단 106호부터 확인하고 진행하자.”
현재 시점에서 1층에서 처리해야 할 두 가지 목표.
첫째, 유산을 하나 이상 얻어낼 것.
둘째, 저주의 방이 아닌 106호의 정체를 알아낼 것.
두 번째 목표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모두가 테이블에서 일어나서 106호로 향했다.
역시, 내가 먼저 문고리를 잡았으나 아무 알림이 뜨지 않는다. 여러 약점이 많은 ‘조언’이긴 하지만, 최소한 열자마자 위기가 닥치진 않는다는 의미겠지.
문을 열고 다 같이 들어갔다.
*
/희망의 호텔랜드에 오신 고객 여러분 환영합니다!
호텔랜드는 너무나 재밌는 놀이시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고객 여러분은 이제부터 7종류의 놀이시설을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만일, 7종류의 놀이시설을 전부 체험하고도 생존자가 있는 경우 놀라운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다만, 호텔랜드의 참여는 의무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아직 나가실 수 있습니다. 저주의 방처럼 마지막까지 통과한 생존자가 있는 경우 그때까지의 사망자는 되살아납니다.
# 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를 시작하시겠습니까?/
…
이해를 위한 침묵이 장내를 감돌았다.
“그러니까, 대충 7종류의 놀이시설을 순서대로 돌고, 통과하면 보상이 있다? 그런데 무슨 ‘희망의 호텔랜드’라면서 당당하게 ‘생존자가 있는 경우’ 이런 소리를 붙여 놓은 거냐. 대놓고 죽일 것처럼. 가인이 너 상태창으로 방 정보 확인되냐?”
/106호 : 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
“미션의 방, 희망의 호텔랜드라고 하네요. 안내문을 보면 이 방에 참여하는 건 의무가 아니라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106호엔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107호 관문 방이 활성화된 것이고. 아직도 나갈 수 있는 것 같네요.”
“실제로 여기 문이 아직 있네. 보통 들어오자마자 공간이 변했는데.”
“이제 결정을 내릴 때가 된 것 같구먼. 더 진행들 할 생각인가?”
어떻게 해야 할까.
여태 여러 저주의 방을 시도해 왔지만, 106호처럼 시도 자체에 선택 여부가 있는 경우는 처음이다. 106호를 그냥 무시해도 관문의 방이 활성화됐다는 것. 결국 끝까지 무시하고도 호텔을 나갈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하기 나름 같네. 굳이 안 깨도 되는 방을 깨면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나? 생각할 수도 있고, ‘놀라운 보상’ 때문에라도 일종의 스펙 업을 위해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내 생각엔 하염없이 고민하는 게 큰 의미 없는 것 같다. 그냥 다수결로 정하자.”
애초에 ‘보상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해서 논리적으로 위험과 이익을 비교해보기가 어려웠다. 다만, ‘보상’이 유산은 아닐 것 같다는 막연한 감이 든다. 뭔가, ‘저주의 방’과는 다른 유형의 보상이 나오지 않을까?
다수결의 결과는 생각보다 일방적이었다. 엘레나를 제외하면 전원 도전하자 쪽으로 선택한 것. 이 호텔에서 몇 주째 버티면서 수 없이 죽고 부활한 끝에 우리는 점점 죽음의 위험이라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 지 오래였고, 그보다는 ‘보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어떻게 도전의 뜻을 알리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언제나 우리를 ‘감시’하는 호텔답게 다 같이 일어서서 정면으로 걸어가자 자연스럽게 알림이 떴다.
/희망의 호텔랜드! 도전 시작합니다.
리얼 월드 범퍼카
1! 2! 3! 시작!/
리얼 월드 범퍼카? 이건 대체 무슨 제목?
*
공간이 요동치며 우리 주변의 상황이 변화했을 때
나는 저 미친 제목의 의미를 이해했다!
축구장을 3배쯤 확대한 거대한 경기장에 전원이 각자 승용차에 태워진 채로 나타났다.
아니? 우리 중 여러 사람은 차를 운전할 줄도 모르는데 각자 태웠어?
———부우우우우웅!!!!!
천지를 뒤흔드는 소음.
놀라서 경기장의 가운데를 보자 –
집채만 한 몬스터 트럭이 있었다.
아니… 자동차 체급은 맞추고 범퍼카를 시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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