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48)
EP.547 547화 – 한 장의 티켓, 열 명의 꿈, 그리고 열차의 종점 (3) Fin
547화 – 한 장의 티켓, 열 명의 꿈, 그리고 열차의 종점 (3) Fin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0일 차
현재 위치 : 관문 열차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이걸로 널 찍고 싶어. 어때?”
뜬금없는 말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농담할 생각이면 조립이나 하고 말해.”
“어머!”
아리는 실수했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대단한 도구 같긴 한데, 뭐 하는 도구야?”
“일종의 봉인 도구지.”
“봉인 도구? 카메라로 찍으면 괴물이 사진 속에 갇힌다?”
“… 통찰로 봤어?”
“카메라니까 그런 느낌일 것 같아서.”
“비슷해.”
‘찰칵!’하는 것만으로 혼돈체를 봉인할 수 있다?
왜 아리나 할아버지가 카메라에 요란하게 반응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한계 또한 있을 것 같았다.
신적인 존재에겐 통할 리 없을 테고, 무엇보다 현실에선 본래 파괴되었다는 말이 의미심장했으니까.
무려 관리국 같은 조직에서 이런 귀중한 장비를 직원 실수 따위로 잃었을 리 있겠는가?
당연히 봉인을 찢고 나온 미친 괴물이 벌인 짓이지!
“가인이 너도 꿈을 쓸 생각이냐?”
“고민 중입니다. 할아버지는요?”
“…”
고요한 침묵.
꿈의 힘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부활시키는 것.
이는 분명, 어떤 사람에겐 목숨을 바쳐서라도 얻고 싶은 기적이리라.
“… 나도 생각 중이다.”
꿈의 힘으로 되살린 가족은 가짜다?
이런 건 생각하기 나름이다.
송이만 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루프 후에 사라질 테니 의미 없다?
마치 사람은 때가 되면 죽으니 삶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식의 이야기다.
애초에 할아버지가 이런 식으로 생각할 사람이면, 결혼하지도 않았겠지.
아리에겐 굳이 묻지 않았다.
딱히 살리고 싶은 사람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 –
“왜 나에겐 안 물어봐?”
“… 미로가 이미 살아있으니까.”
호텔 공인, 아리가 사랑하는 미로는 이미 살아있다.
“뭐, 맞네. 나는 쓰지 않을 생각이야.”
“정말?”
“아니, ‘가족을 되살리는 일’에는 쓰지 않는다고.”
다른 용도로 쓴다?
그럴 수 있다.
은솔 누나만 해도 가족의 부활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쓸 것 같았으니까.
곧, 아리가 감탄을 감추지 못하며 보글거리는 거품 혹은 희뿌연 섬광 같은 상태를 오가는 ‘꿈’을 매만졌다.
“이건….”
“…”
“내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소모품 중 하나야.”
“그렇겠지.”
호텔이 준 2층 보상이니까.
비견할만한 무언가가 흔할 리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쓰고 싶어.”
“그래.”
결정적인 순간이라.
어떤 순간을 말하는 걸까?
가볍게 고개를 저은 후, 동료들과 상담하며 느꼈던 한 가지 의문을 던졌다.
“아리 네 설명대로면, ‘요원’이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에선 불멸자야.”
“그렇지.”
“… 상현 형이 ‘미지의 세포’를 포기하고 ‘최후의 섬광’을 얻었을 때, 형이 후회할 거라고 생각했었어.”
미지의 세포에는 수많은 기능이 있으며, 그중 첫째가 불로불사다.
“이제 와서 보면 포기하는 게 맞았네. 2층에서 나가는 순간 이미 불로불사를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렇게 볼 여지도 있지.”
“여지도 있다?”
그녀는 다소 음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요원에게도 ‘강제 퇴직’이 있거든.”
“강제 퇴직?”
“우리끼리 쓰는 표현이야. 요원의 영속성이 깨지며 보통 사람처럼, 진정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말하지.”
“… 아주 강력한 혼돈체를 만나는 경우인가?”
“대표적이지.”
불길함과 약간의 두려움이 깃든 아리의 표정.
그녀도 그런 혼돈체를 만난 적이 있겠지?
아리의 영원한 순환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궁극의 혼돈체!
아주 강력한 혼돈체를 만난다면, 요원이라 해도 뒤 없는 끝을 맞이할 수 있다.
주제가 불편했는지, 아리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207호 말인데, 결국 다소 모호하게 끝난 것 같아.”
“…”
“호텔이 네 답을 인정해줄까? 했는데 인정해줬네. 사실상, 본질적인 해결이라기보단 가능성만 말하고 끝낸 느낌인데.”
“분명, 근본적인 답도 존재하겠지.”
207호에 내에선 근본적인 답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207호와 유사한 문제는 현실에도 발생하고 있을 터.
“밖에선 찾을 수 있길 바래.”
“열심히 할 -”
“너 혼자 하라는 게 아니야. 같이 하자. 이번엔 모두 힘을 모아서.”
시선을 맞추자 빙그레 웃고 있는 아리가 보였다.
그 미소가 너무 밝아서, 이번에는 정말 확실한 무언가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만 가볼게. 네 상담 교실에 마지막 손님이 남은 모양이니까.”
— 철컥!
“괜찮아요. 누나랑 할아버지가 들어도 괜찮으니까.”
*
마지막 손님이 왔다.
“이거 보세요. 형이 말한 ‘선택지’가 이거죠?”
“… 그런 것 같네. 아리야, 맞지?”
“맞아.”
승엽이의 품에 자그마한 카탈로그 같은 것이 있었다.
아마도 207호의 기억을 얼마나 가져갈 것이냐는 질문이 적혀있겠지.
“제가 무슨 선택을 할 것 같나요?”
“모르지.”
“통찰의 힘으로도 보이지 않아요?”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볼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볼 생각 없어. 그러니까 보일 리도 없지.”
“네?”
“앞으로의 일은 순수한 네 선택이지, 무슨 운명이나 가능성 같은 게 아니니까.”
할아버지가 픽 웃었다.
“너 알아서 하란 말을 이 녀석이 그럴듯하게 한 게다.”
“…”
정확한 해석이다.
승엽이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내게 조언을 구하고 싶었던 걸까?
소년이 쓰게 웃으며 의자에 기댔다.
“기억을 지운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당장 떠오르는 건, 무공이 약해진다?”
“그렇겠죠. 그런데, 그건 솔직히 큰 문제 아니에요.”
승엽이 생각하기에 무공 약화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한번 밟은 길은 더 빠르게 나아갈 테니까. 형도 그랬잖아요?”
“그랬지.”
“그러면, 뭐가 걱정스러운데?”
아리의 질문에 대한 소년의 답.
“… 유미와의 기억이 사라지는 게 두려워요.”
소년이 두려워하는 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의 소멸이었다.
이렇다 저렇다 강요할 수 없는 문제이니만큼, 섣불리 끼어들지 않았다.
아리와 할아버지도 말없이 창가만 바라보았다.
곧, 승엽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형.”
“듣고 있어.”
“누나.”
“응.”
“할아버지.”
“오냐.”
“어색하네요. 형, 누나, 할아버지. 세 표현이 다 굉장히 이상해요.”
“…”
아까 우리 이름부터 헷갈리는 걸 보고 짐작은 했어.
그렇지만, 이 말을 직접 들으니 숨이 턱 하고 막히네.
“하지만, 이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죠.”
“너….”
빙그레 웃는 소년.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잘 아는 철없는 모습 그대로였다.
“열차에서 내린 후에는 다시 착하고 똑똑한 승엽이가 될게요!”
“풋!”
“어? 나름 중대 선언이었는데!”
“미안한데, 넌 원래도 똑똑하진 않았어.”
“착하긴 했나?”
“묵성아. 얘가 모자라긴 해도 성격은 좋아.”
“그, 그런 독설을!”
킥킥거리며 열차 칸을 나가는 승엽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놓였다.
바로 그 순간.
통찰이 아련한 환상을 보여주었다.
“아…!”
보인다.
보인다!
소년이, 다시금 사랑을 얻는 장면이!
재빨리 달려 나가서 승엽의 마지막 걱정을 덜어주려는 순간 – 덥썩!
할아버지가 재빨리 날 제지했다.
“가만 있어라.”
“으익! 왜, 왜 그러세요?”
“인마! 가만 있으래도?”
“아니, 제가 뭘 하려는 줄 알고 -”
“알아. 알 것 같아. 그러니까 가만 있으라는 게다.”
“네?”
어이없어하는 나.
이게 뭔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는 아리.
그리고, 세 사람 중 유일한 ‘기혼자’.
“내버려 둬라. 한번 피어난 꽃은 어차피 또 피어난다. 그걸 네가 억지로 알려주면 낭만이 없어.”
“아니, 낭만 따위가 뭐라고 -”
“이놈아! 사랑에 낭만 빼면 뭐가 남냐?”
이 정도로 복잡한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
다음 날 아침.
모두가 하차하기 위해 열차 문 앞에 섰다.
그토록 고대했던 현실로 돌아가는 순간.
심지어, 우리 손에는 각자의 소망을 이룰 수 있는 현실 조작 도구마저 들려있다.
이 시점, 기다렸다는 듯이 상인이 나타났다.
“축하드립니다!”
“어, 음, 고맙다.”
맨날 상인만 보면 잡아먹으려 하던 할아버지조차 고맙다는 말이 나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덕분이었을까?
상인이 슬쩍 웃으며 몇 마디 보탰다.
“요 정도는 재량이니, 일종의 행동 지침을 드리지요.”
행동 지침?
“6개월 정도는 그냥 쉬십시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아리가 조심스레 물었다.
“바깥에도 ‘종말을 부르는 빛’ 현상은 일어나. 그런데, 왜 쉬라는 말을 -”
“어허!”
“…”
상인의 ‘어허’ 소리에 바로 조용해진 아리.
“그 조그마한 몸에 ‘염치’라는 게 언제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대놓고 물어보다니요? 반성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아량을 베풀어서 한마디 해주겠다는데 끼어들지 말라는 태도.
어이가 없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상인이 완벽한 갑이다.
“… 손 들게.”
아리가 얌전히 양손을 들자 상인이 몇 마디 덧붙였다.
“6개월은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쉬고, 다음 6개월은 정보 수집 정도만 하십시오. 본 게임은 1년 후부터입니다. 그리고….”
“…”
“이제부터 도착할 때까지 온 정신을 집중하시길!”
“어?”
— 벌컥!
갑자기, 뜬금없이, 반응할 틈도 없이!
열차의 문이 벌컥 열렸다.
직후, 마치 거인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모두를 집어던지는 것처럼 다 같이 문밖으로 날아갔다!
“으아아아!”
“으어어어!”
“꺄아악!”
— 삐이익!
어차피 통제할 수 없는 몸의 움직임은 포기하고, 온 정신을 집중해서 눈을 부릅떴다.
뭐가 있냐?
있는 거지?
있으니까 온 정신을 집중하라고 했을 것 아니야!
…
…
…
???
저게 뭐지?
호텔?
부처?
아니면 – 지옥?
“지금입니다!”
뭐?
“꿈을 쓸 타이밍은 지금입니다!”
꿈을 지금 쓰라고?
도착한 후에 쓰는 것 아니었어?
“도착한 후에도 쓸 수는 있습니다만, 이번에 쓸 사람은 가능하면 지금 쓰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정신없는 비행 속에서, 동료들이 아찔한 표정을 지으며 주섬주섬 ‘꿈’을 꺼냈다.
— 파아앗!
7인의 꿈이 빛났다.
위대한 자의 거대한 붓이 세상을 덧칠했다.
…
이것이 호텔에서의 마지막 기억일지도?
— 우당탕!
*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0일 차
현재 위치 : 서울시 서초구 서초3동 신길 아파트 203호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
보드라운 침대에서 깨어났다.
나는, 우리는….
마침내 ‘호텔 파이오니어’에서 탈출한 것이다!
— 삐이익! 삑! 삑!
“… 너 왜 여깄냐?”
— 삑!
설마 송이와 페로가 함께 있을 수 없는 상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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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54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