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5)
54화 – 106호, 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1)
54화 – 106호, 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1)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6호(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
현자의 조언 : 3]
1. 리얼 월드 범퍼카
—–부우우우웅!!!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몬스터 트럭의 공격이 시작됐다. 움직이기 시작한 몬스터 트럭이 타겟으로 삼은 건-
미친 나잖아 저 시발 놈이! 난 면허도 없는데!
황급히 뇌를 뒤져서 아버지가 차를 운전하던 기억을 떠올렸다.
대충 열쇠를 돌리고? 시동이 걸렸나? 레버를 드라이브로 옮기고 정신없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
뭐가 엑셀이고 뭐가 브레이크야? 페달이 왜 두개나 있어?
[오른쪽 페달을 밟으세요]진짜 고맙다! 정신없이 오른쪽을 밟으니까 차가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저게 차가 움직이는 소리 맞아? 왜 저 트럭이 움직이니까 땅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지? 이런 범퍼카, 말이 되는 건가?
정신없이 차를 운전해서 일단 옆으로 꺾고 달리다가 깨달았다. 최후의 양심일까? 몬스터트럭은 속도까지 빠르진 않았다.
그때 대화창이 미친 듯이 달궈지기 시작했다.
김묵성 : 열쇠 돌려서 시동 걸고, 드라이브로 옮기고 액셀 밟아!
박승엽 : 엑셀이 뭐죠? 드라이브는 뭐에요?
이은솔 : 네 옆에 막대기 D로 옮기고, 발 쪽 페달 오른쪽 밟아!
유송이 : 왜 불이 안 들어와요?
이은솔 : 키를 끝까지 돌려야 해! 그래도 안 걸리면 레버가 N이나 P에 가 있나 확인!
차진철 : 이런 식으로 하다가 다 죽습니다! 다행히 가인이 쫓아가서 다행이지
한가인 : 다행은 개지랄! 나 죽어!
진짜 죽을 것 같다. 저 트럭은 미쳤나? 왜 나만 쫓아오지? 트럭이 바로 뒤에 붙어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소음과 진동 덕에 뒤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정신없이 달리던 중 트럭이 타겟을 옮겼음을 깨달았다.
유송이 : 으아아아아아! 저 쫓아와요!
이은솔 : 밟아 닥치고 액셀 밟아!
멀찍이서 트럭이 은색 차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은색 차는 딱 봐도 균형도 제대로 못 잡은 채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차진철 : 무작정 직진하면 경기장 벽에 박는다! 핸들 꺾어!
유송이 : 어디로요?
이은솔 : 오른쪽 오른쪽!
은색 차가 바로 ‘왼쪽으로’ 꺾었다.
이은솔 : 아니 미친 그쪽도 벽이야 오른쪽!
대혼란의 추격전 속에서 은색 차는 뒤늦게 오른쪽으로 꺾었다.
간신히 은색 차가 트럭을 피해냈다. 이 과정에서 깨달았다. 저렇게 운전을 혼란스럽게 하는데도 트럭을 어찌어찌 피할 수 있는 이유.
아마도 호텔의 최후의 양심. 트럭의 속도나 방향 전환은 생각보다 느렸다.
차진철 : 저거 혹시 가까이 있는 차 쫓아가나?
김묵성 : 내가 함 붙어서 확인한다!
10초 정도 지났을까? 마침내 트럭이 타겟팅을 다른 차로 옮겼다. 딱 봐도 운전에 익숙한 느낌으로 움직이는 차 두 대가 트럭 주변을 돌며 유도하기 시작했다.
트럭의 느린 속도나 방향 전환을 생각할 때, 저 두 차는 꽤 오랜 시간을 끌 수 있겠지.
두 사람이 시간을 끄는 사이 작전을 짜내야 한다.
한가인 : 운전 못하는 사람이 타겟 되면 답 없으니까 경기장 바깥쪽으로 움직여!
이은솔 : 좋은 생각. 이제부터 활자 절약. 전략 필요.
한가인 : 범퍼카라고 하지만 체급 너무 다름. 부딪치면 우리 차만 박살이 날 것.
이은솔 : 동의. 차끼리 부딪쳐서는 답 없음.
김아리 : 경기장 바깥벽에 부딪히게 해야 할 듯.
이은솔 : 유도할 수 있음?
김묵성 : 우리가 F1 드라이버냐? 그렇게까지 운전 어려움
어떻게 해야 할까.
묘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차끼리 부딪쳐서는 우리 쪽만 일방적으로 몰살이다.
벽으로 충돌을 유도하기엔 그런 수준의 운전은 지나치게 어려운 듯하다.
애초에 벽으로 유도한다고 벽에 부딪힐 정도로 트럭 운전자가 지능이 낮을까?
혹시나 해서 트럭 운전석 쪽을 살피자 사람 한 명이 어설프게 보였다.
사람?
한가인 : 트럭 운전석에 사람 있음.
김묵성 : 당연히 차엔 사람이 있지.
한가인 : 총으로 운전자 죽이는 것 어떰? 사격 자신 있음?
김묵성 :…. 그 생각을 못했구먼.
방에 들어오기 전, 권총 사격 경험이 있다는 묵성 어르신이 권총을 챙긴 것은 다행이다.
맞출 자신 있는 걸까? 묵성 어르신의 과거는 정확히 모르지만, 종종 자신은 평생을 전장에서 살아왔다는 식으로 말했던 기억이 난다.
김묵성 : 진철! 잠깐 끌어라.
차진철 : ㅇㅇ
곧바로 회색 세단이 트럭에 접근했다. 트럭이 그쪽으로 방향을 틀자, 적절히 거리를 유지하며 움직였다. 회색 차가 진철 형이었구나.
김묵성 : 사격 준비됨. 내 쪽으로
진철 형이 능숙한 움직임으로 트럭을 검은 차 쪽으로 유도했다. 검은 차의 운전석 창이 내려가더니 어르신의 상반신이 튀어나왔다.
이렇게 깰 수 있는 건가? 사격으로 운전자를 죽이면 되는 거겠지?
그리고 수평으로 스쳐 지나가던 트럭이 ‘더 가까워진’ 검은 차 쪽으로 타겟을 다시 바꾸고 돌아서는 순간.
——탕! 탕! 탕!
연달아 사격 음이 울렸다. 드디어!
김묵성 : 간나새끼! 방탄유리구만! 저 개새끼가 진짜-
트럭이 그대로 검은 차를 밟고 지나갔다.
…
허무하게 한 명이 탈락했다. 동시에 우리는 ‘대화창’을 잃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할 틈도 없이 트럭은 다음 ‘타겟’을 선정했다.
이번 타겟은 여전히 차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해 어정쩡한 위치에서 허우적거리던 승엽이였다.
—–부우우웅!
지표를 뒤흔드는 진동.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소음.
트럭과의 충돌 직전, 어떻게든 승엽이는 어설프게나마 차를 움직였지만, 충돌을 완전히 피하기는 무리였다.
순간의 기지였을까? 승엽이는 차 문을 열고 도망 나왔다.
트럭은 그대로 승엽이의 차를 밟고 지나갔다.
차를 밟고 지나가? 사람을 무시하고?
깨달음이 찾아왔다. 동시에, 같은 깨달음을 얻은 사람의 고함이 경기장을 울렸다.
“전원 차에서 나와!!!”
모두가 정신없이 차에서 튀어나왔다.
첫 번째 미션의 테마는 ‘범퍼카’. 범퍼카는 자동차끼리 부딪치는 게임이지, 사람을 박는 게임이 아니다!
예상은 적중했다.
트럭은 차에서 나온 우리를 무시하고 자동차만 부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모여든 우리. 송이가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기다리면 깨는 걸까요?”
“아닌 것 같다. 저 트럭을 어떻게든 부숴야 할 것 같은데? 이미 우리 차는 4대밖에 안 남았네.”
“만약에, 우리 차만 다 부서지면 어떻게 되는 거죠?”
“우리가…. 지는 거겠지.”
…
상황은 명확하다. 차에 나와서 가만 서 있으면, 저 트럭에게 죽는 건 피할 수 있지만 이길 방법은 없다.
범퍼카는 차와 차의 대결. 우리가 살아있든 말든 저 트럭이 우리 차를 다 부수면 우리의 패배겠지.
여기서 우리가 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묵성 할아버지는? 이대로 죽고 끝?
다들 묵성 할아버지의 죽음을 생각하며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부숴야 한다. 반드시 저 트럭을 작살내야 한다. 여기서 어르신이 이렇게 죽게 할 순 없어.”
“맞는 말인데, 방법이 있나? 물리적으로 저걸 부술만한 방법. 송이 팔찌는 쓸 수 있어?”
“아까부터 시도하려 했어요. 그런데 트럭이 커서 운전석도 너무 위에 있고, 트럭 자체가 정신없이 움직여서 도저히 ‘타겟팅’을 못하겠어요.”
“엘레나 양. 정의의 축복 쓸 수 있습니까?”
“저도 써보려고 시도했지만 불가능해요. 본능적으로 알게 된 건데, 묵성 할아버지가 먼저 총을 겨누셨어요. 그래서-”
“트럭 운전자 쪽이 정당방위 판정이라 ‘사악한 행동’이 아닌 걸로 치나 보네. 그 전에 저 트럭이 우릴 위협한 건 상관없는 건가? 그건 또 범퍼카 게임이라 사악한 행동은 아니다?
그 축복 알면 알수록 어이가 없는 것 같아. 이제 우리 차 두 대 남았어. 여차하면 가인이가 강림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강림하면 저거 부술 수 있지?”
강림. 이전의 기억을 떠올려봤다.
“솔직히 저 트럭 1,000대가 있어도 혼자 다 부술 자신 있어.”
“그러니까 이런 일에 강림을 쓰면 안 된다. 용 잡는 칼로 병아리 잡는 격이지. 대충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해보지.”
“형?”
진철 형은 더 말하지 않고 성큼성큼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제 우리 차는 한 대 남았다.
뭘 하려는 걸까. 뭔가 하긴 해야 하는 게 분명했기에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형은 주저 없이 트럭 근처로 향했다. 이제 마지막 타겟을 향해 몬스터 트럭이 천천히 방향을 회전하기 시작했고 –
형이 거의 5M를 뛰어올라서 운전석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무슨 고릴라처럼 주먹으로 문짝을 후려치더니 기어이 운전석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
“…”
“그냥 저렇게 무식하게 깰 수 있는 거였네.”
“진짜 힘세네요. 트럭 문 통짜 강철 같은데 저걸 주먹으로 우그러트리는 게 되나? 예전보다 더 세진 것 같은데?”
“점점 축복을 쓰는데 익숙해지는 걸지도 모르지.”
그리고 트럭에선 원래 타고 있던 운전자가 떡이 돼서 튕겨 나왔고 침착하게 운전석에 앉은 형은 트럭을 그대로 경기장 외벽에 가져다 박았다.
/미션 1. 리월월드 범퍼카 성공! 축하합니다. 다음 미션으로 진행하겠습니까?/
아. 이거 다음 미션 진행 여부도 선택할 수 있구나.
그러나 현재 시점에선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처음 시작할 때 나왔던 메시지
/마지막까지 통과한 생존자가 있는 경우 그때까지의 사망자는 되살아납니다./
뒤집어서 말하면 마지막까지 통과하지 못하면 사망자는 죽고 끝난다.
“진행하자.”
“답이 없네요. 어르신은 살려야죠.”
*
모두가 더 이상 말없이 앞으로 나가자, 다음 알림이 떴다.
/2. 도전 식인 목마!
1! 2! 3! 시작!/
식인 목마.
공간이 요동치다가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하체는 나무요, 머리는 실제인 기괴한 말에 탄 나 자신을 발견했다.
동시에, 머리가 고개를 돌려 날 물려고 발악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말에서 뛰어내리려고 바닥을 보는 순간 숨이 멎었다.
닿는 순간 죽음은 확정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가시가 원형 바닥 전체를 뒤덮었고, 우리는 그 가시 위에 설치된 ‘식인 목마’에 탑승한 채로 원형 바닥을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었다.
여긴 대체 또 어떻게 해야 깨는 걸까?
다들 혼란에 빠진 사이.
흥분에 찬 진철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다려라! 내가 대가리 뜯어낼 테니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그런 미친 소리를 들으니 쳐다보지 않을 수 없다.
그쪽을 바라보자 형이 진짜 양손으로 나무 몸에 붙어있는 말 머리를 ‘뽑아냈다!’
이번에도 저렇게 힘으로 깰 수 있나?
순간적으로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회전목마가 말하고 싸워서 깨는 게 맞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푸라기님, 검성님 후원 감사합니다. 성실연재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