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50)
EP.550 550화 – 호텔 딜라이트 (3) Fin
550화 – 호텔 딜라이트 (3) Fin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0일 차
현재 위치 : 서울시 영등포구 딜라이트 호텔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현실로 돌아오자마자 덮쳐온, 관리국의 표현을 빌리자면, 혼돈 재해를 겪자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호텔이 약속한 1년 휴식은 어디로 간 거야?
문자 그대로 1년간 아무 일 없다는 의미일 줄 알았는데, 막상 ‘0일 차’부터 난리가 났다.
“…”
은솔 누나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고 했으면서 단안거조의 눈을 대여하며 ‘진짜 눈’을 가져갔던 일을 되새겨보자.
호텔은 거짓말을 하진 않지만, 기준이 평범한 세상과 ‘다소’ 다르다.
즉, 호텔 기준으로 ‘이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며, 휴식 도중의 소소한 이벤트에 불과하다.
뒤집어보자.
호텔 기준으로도 1년 후엔 ‘큰일’이 생긴다?
아리가 말했던 ‘종말을 부르는 빛’ 관련 이벤트의 시작이 1년 후다?
정작 아리는 정확한 시기는 확정하기 어렵다는 듯 말했는데.
“…”
이리 튀고 저리 튀려는 생각의 끈을 잡아매었다.
당장은 호텔 딜라이트의 일에 집중할 시간이다.
구해야 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정체불명의 이계로 가야 해?
모른 체 하고 피한다?
어차피 호텔에서도 동료가 아닌 NPC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은솔 누나가 이 호텔 주인이다.
괴현상으로 인해 손님이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면 영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 짝!
“후우….”
가볍게 내 뺨을 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실종자를 구하는 리스크와 구하지 않을 때의 평판상 손해를 고려한다는 것.
지독하게 계산적인 태도다.
즉시 은솔 누나에게 달려가며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NPC와 진짜 인간의 구분.
누군가는 무의미하다 하겠지만, 나는 철저히 구분해왔다.
밖에 나온 지금, 현실의 인간조차 NPC처럼 대한다?
그런 내게 ‘현실’이란 대체 무엇일까.
이런 사고방식은 나를 영원히 거짓 세계에 갇힌 망령으로 만들 뿐이다.
구한다.
내 행동의 여파로 이상한 세계에 갇힌 사람들을 구한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를 지옥에서 구하기 위해서!
*
— 띵!
7층, 회의실에 도착하자마자 은솔 누나에게 다가갔다.
호텔 직원들이 제지하려 했지만, 하이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게 하세요!”
웅성거리는 직원들.
곧, 아까 안면을 튼 누나의 비서가 말을 추가했다.
“저분은, 음, 강력한 퇴마사 같은 분이세요.”
강력한 퇴마사?
웃기긴 한데 틀린 말은 또 아니다.
직원들이 수긍한 듯 물러섰다.
유령, 괴물, 악마의 실존을 일반인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상이니, 퇴마사라는 단어에 새삼 놀랄 일도 없겠지.
“가인 -”
“구하러 갑시다. 더 늦기 전에 출발하죠. 죽었다면 유해라도 수습하고.”
누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적극적이네? 역시 진짜 사람이니까…. 됐다. 바로 출발?”
“네.”
출발하기 직전, 호텔 고위직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당황한 듯 누나를 제지했다.
“이사님! 서, 설마 같이 가시는 겁니까?”
“…”
“뭐, 뭐가 뭔지 몰라도 위험한 일입니다! 퇴마사에게 맡기시고, 관리국에 신고하는 게 -”
찰나의 침묵.
곧, 누나는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 말했다.
“나, 예전에 관리국과 손잡고 일한 적 있어.”
동그랗게 눈을 뜨는 사람들.
“어지간한 일은 내가 처리할 수 있으니, 다들 하던 일 마저 해요. 그리고!”
모여드는 시선.
“1시간 동안 아무도 3번 엘리베이터 쓰지 마! 손님들에게도 알려. 3번 엘리베이터는 고장 났으니, 로비로 오실 때는 1번 혹은 2번 엘리베이터만 사용하시라고!”
“알겠습니다.”
“1시간 후에 엘리베이터를 불러! 알겠지?”
“1시간은 쓰지 말고, 1시간 후에 위층으로 간 엘리베이터를 부르라는 말씀이지요?”
“정확해.”
탈출을 위한 사전 작업이다.
*
—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이게 3번 엘리베이터였군요.”
“우린 그렇게 구분해. 실종 손님들도 이 엘리베이터를 타다가 문제가 생겼지. 이걸 어찌해야 하나….”
“관리국과 일한 적 있다니, 그런 거짓말은 왜 하신 거죠?”
“거짓말? 왜 거짓말이야? 아리, 할아버님과 같이 일했잖아.”
“그것도 그렇긴 한데.”
“느낌인데, 앞으로도 이상한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았어. 직원들을 안심시켜야 했어.”
“안 그러면 다 퇴사하고 호텔 평판도 작살날까 봐요?”
“… 계산적으로 보이겠지만 -”
“아니죠.”
계산적인 게 아니라 당연한 행동이라 본다.
대표 이사쯤 되면 사업체 평판을 신경 쓰는 건 이기심이 아니라 ‘책임감’이다.
“엘리베이터, 정확히는 3번 엘리베이터가 22층 이상으로 올라가는 조건이 뭘까? 매번 가는 건 아니야. 그랬으면 모든 손님이 다 실종됐지.”
조건은 일반적으로 벌어지지 않는 일이어야 한다.
또한, 아까 내가 엘리베이터에 ‘난입’했을 때 벌어진 일이어야 한다.
“오면서 기억을 되새겼어.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지.”
엘리베이터에서 대화하는 이 시점.
우리 중 그 누구도 몇 층으로 간다는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그러므로 엘리베이터는 출발하지 않아야 정상이다.
— 부우웅
출발했다!
“역시! 이게 조건이었어!”
엘리베이터에 타서 장기간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고 대기하는 것!
*
이전처럼, 엘리베이터는 27층에서 정지했다.
“내리자.”
“…”
“가인아? 왜 그래?”
“아닙니다. 위치가 좀…. 황당해서.”
“아, 상태창에 보인다는 현재 위치?”
“가죠. 페로!”
– 그르르르!
곧 페로가 그로테스크로 변신해 흉측한 – 다르게 보면, ‘믿음직한’ – 모습을 드러냈다.
페로가 당당하게 나서려는 순간.
“불안하다. 페로 넌 여기 남아라.”
– 그르르?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누나가 곧 끄덕였다.
“얘보고 엘리베이터를 지키게 하려고?”
“엘리베이터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골치 아프니까요.”
“3번 엘리베이터를 쓰지 말라고 시키긴 했는데…. 하긴,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을 믿긴 어렵네.”
도시 전설 같은 일이 벌어진 상황.
정체 모를 힘이 직원들을 홀릴 수도 있다.
“이얍!”
– 꾸르륵!
페로를 끌어다 엘리베이터 문 사이에 세웠다.
“여기 가만히 있어. 절대 내려가지 못하게 해. 알겠지?”
*
나와 은솔 누나 둘이서 27층을 빠르게 탐색했다.
아까 한번 했던 탐색의 반복이었기에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실종 가족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간 거야 대체? 설마 괴물에게 잡아먹히기라도 했어? 그럼 그 괴물은 어디 있는데!”
“누나, 실종 가족사진 있죠?”
“예약자 사진이라면, 여기.”
40대 여성의 자그마한 사진이다.
집중해서 바라보자 통찰이 흐릿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조명이 부족한 어두운 공간.
사방에서 들려오는 쉬이익! 쉬이익! 하는 소리.
들어 본 소리다.
“이 소리….”
“소리? 통찰로 소리도 들려?”
통찰은 일종의 예측이지, 확정 미래를 보여주는 게 아니다.
보여주는 가능성을 보고 ‘그렇구나!’ 하는 게 아니라 ‘왜 이런 가능성이 생겼지?’를 고민해야 더 의미 있는 정보가 나온다.
실종 가족이 어떻게 행동했을까?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후, 모종의 일이 생겨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가족 중 어린아이가 있으니 갑자기 운다거나 했을 수 있겠지.
그러자 엘리베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27층으로 움직였다.
이 시점에서 뒤늦게 이변을 느낀 사람들.
일단 27층에서 내렸고, 혼란에 빠진 채 과거의 우리처럼 주변을 돌아다녔으리라.
일반인이므로 이세계와 현실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에 다시 타야 한다는 해답을 떠올리긴 어렵다.
설령 떠올렸다 해도, 탐욕의 손 같은 초능력이 없으니 부를 방법도 없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객실.”
“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군요.”
호텔 딜라이트에 27층이 존재하지 않음을 떠올렸다면, 객실에 정상적인 손님이 있을 리 없음도 짐작해야 했는데.
일반인이니 여기까진 생각하지 못했을 수 있다.
공포에 질려 이성적인 판단도 어려웠을 터.
객실이 쭉 늘어선 복도로 돌아왔다.
“객실 어딘가로 들어간 모양인데, 어디로 가야 -”
“2704호 같네.”
누나가 손을 뻗은 방향을 보니, 2704호 문 앞의 카펫에만 흙이 제법 묻어있었다.
마치, 여러 사람이 초조하게 걸어 다니며 문을 두드린 것처럼.
“… 후우.”
2704호 앞에 선 누나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해도 인간의 본능이란 게 이토록 나약하다.
이럴 때는 기세지.
— 화르르!
“어? 가인이 너 -”
— 콰앙!
귀가 터질 듯한 소음과 함께 문짝이 박살이 났다!
“으하하! 나와라! 내가 바로 호루스다!”
“…”
누나가 다소 역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 됐든, 두려움이 사라진 것 같으니 다행이다.
*
객실 내부는 마치 가정집 같이 꾸며져 있었다.
물론, ‘거주자’도 있었다.
“뭐야?”
사람의 형상을 한 무언가다.
외견을 묘사하자면, 꿈틀거리는 그림자가 살덩이와 섞인 채 사람을 흉내 내는 느낌.
담력이 약한 사람은 저런 괴물을 보기만 해도 자지러질 것 같다.
물론, 나나 은솔 누나가 ‘겨우 이 정도’를 보고 겁먹을 시기는 지났다.
차라리 문을 열기 전이라면 뭐가 나올지 몰라서 긴장했지만, 열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
신성한 태양의 괴력으로 기세를 높였으니, 마도서의 힘을 보일 타이밍!
곧, 섬뜩한 화신의 마력이 줄기줄기 솟아났다.
화신의 힘으로 상대, 그림자 인간을 집어삼켰을 때.
“…?”
처음으로 괴이함을 느꼈다.
“뭔가 알아냈어?”
다급한 표정의 누나.
“잠깐만요.”
이미 공포에 질린 듯, 바닥을 나뒹군 괴이한 자들.
그중 한 개체의 몸을 잠시 빌렸다.
“…”
“지금, 빙의했다가 돌아온 거지? 실종 가족은 찾았어?”
“저쪽, 거실에 지하로 가는 문이 있어요.”
“호텔 객실인데 무슨 지하 – 아니지, 다녀올게.”
누나가 떠난 사이, 나는 객실 내부에 있던 다섯 개체의 그림자 인간들과 대치했다.
대치라고는 하지만, 그림자 인간들에게는 내게 대항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냥 바닥에 납작 엎드려있을 뿐이다.
“…”
한 명, 한 명.
빙의를 반복해가며 이들 머릿속 정보를 읽어낸다.
“…”
이 정보는 대체 뭐지?
여긴 뭐 하는 장소고, 이들은 또 뭐야?
혼란스럽다.
호텔 밖으로 나왔는데, 현실로 돌아왔는데….
여전히 알 수 없는 비밀로 가득하다.
“으아앙!”
“뚝! 선아야, 울지 마!”
“아이고…. 요원님! 괴물들에게 잡혀서 꼼짝없이 죽는 줄 -”
“조용, 조용하고 따라 나오세요.”
누나를 따라 나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요원님’ 하는 걸 보니, 누나가 본인을 관리국 요원이라 둘러댄 모양이다.
“갑시다.”
돌아서기 직전, 헐떡이던 소년이 내게 물었다.
“혀, 형! 요원 형!”
“응?”
“괴, 괴물들을 죽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조용히 하지 못해! 욘석! 요원님이 어련히 알아서 하실 것을! 죄송합니다. 애가 -”
“갑시다.”
*
다행히 페로는 엘리베이터를 잘 지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로 돌아온 후, 일가족은 넋이 반쯤 나간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괜찮으니까 쉬세요.”
“어, 언제 돌아갑니까?”
“20분 정도 남았습니다.”
“그렇게나 많이! 아, 아닙니다.”
누나가 조곤조곤 다른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시점.
나는, 상태창이 보여주는 ‘현재 위치’에 집중하느라 바빴다.
「현재 위치 : 아틀란티스 – 구체적인 지명은 검색 중」
“…”
조금 전 그림자 인간의 정신을 뒤지며 알아낸 기괴한 정보.
이곳은 아틀란티스다.
우리는 조금 전 아틀란티스의 평화로운 가정집에서 벌어진 ‘혼돈 재해’다.
*
– 박승엽
따스한 햇볕.
평화로운 땅.
아아…. 그렇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며 투쟁에도 끝이 있었다.
마침내 평화로운 땅으로 –
— 따악!
“아얏!”
누구임?
누가 감히 천하제일 고수인 내게!
“야 인마! 박승엽!”
“…”
수학 선생님이네.
“잠을 인마, 자더라도 좀 티 안 나게 자든가! 코까지 골아?”
“… 죄송합니다.”
“뒤에 가서 손 들고 서!”
아 짜증 나~!
꿈을 사용할 때 나도 그냥 가인 형처럼 수능 끝난 고등학교 3학년으로 만들어달라고 해야 했는데!
왜 그걸 까먹었지?
진짜 ‘아차차~!’다!
몸이 어린 상태 그대로니까 또 중학생이네?
이러면 또 학교 가야 하잖아!
학교 진짜 싫은데.
“쿡!”
벌서는 내가 웃겼는지, 킥킥거리는 남학생.
누구더라? 이름도 모른다.
“… 웃어?”
그래봐야 내 밑이지.
“…”
“웃었냐고 묻잖아. 웃겨? 내가 벌서니까 웃겨?”
“아, 아니야.”
“한 번 더 웃으면 뒤진다.”
“미, 미안해.”
이 자식!
이번엔 한번 봐줬다.
내가 누구냐고?
방배중학교 서열 1위 박승엽이다!
그 순간.
내게만 들리는 흐릿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아…. 포르투나로 타락하기 전으로 돌아간다길래 좀 그럴듯한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설마 이런 멍청이였다니!”
오피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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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55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