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58)
EP.558 558화 – 에스퍼 호의 비밀 2 (3)
558화 – 에스퍼 호의 비밀 2 (3)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7일 차
현재 위치 : 에스퍼 호
현자의 조언 : 2」
– 한가인
「조언 : 3 -> 2」
「엘레나의 행동을 멈추세요.」
난데없이 나타난 알림을 보자마자 엘레나 쪽을 보았다.
엘레나가 무엇을 하려고 했기에 멈추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멈추고 봐야 한다!
고도의 집중.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찰나의 순간.
엘레나는 자연스럽게 걸어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무언가 말하려고 하고 있다.
소리친다? 들리지 않을 것 같다.
달려가서? 느리다.
순간이동? 보는 눈이 너무 많다.
그렇다면 마도서의 힘이다!
— 펄럭!
오직 나만 볼 수 있는 칠흑의 선이 책에서 뻗어나가 엘레나의 몸에 닿는 순간, 의식이 쭉 당겨졌다.
*
엘레나의 몸에서 깨어났다.
주변 사람들에게 지시하려는 나, 아니 엘레나.
흥미로운 기색으로 내 쪽을 살피는 고객들.
슬슬 시작이구나 하는 표정을 짓는 선원들.
“…”
마도서가 빠르게 엘레나의 머리를 ‘검색’했다.
곧, 엘레나가 조금 전에 하려던 행동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가면무도회?
코스프레 파티?
재미난 복장을 한 채 일종의 롤플레잉 파티를 하는 건가?
그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서늘한 압박이 내 영혼을 움켜쥐었다.
마도서는 위대한 신의 사생아가 빚어낸 천고의 기물이니, 그 격을 따라갈 수 있는 권능이 세상에 드물다.
하지만 지금 날 몰아내려 하는 ‘명경지수’는 바로 그 드문 힘 중 하나다.
— 화앗!
명경지수에 의해 쫓겨나기 직전, 엘레나가 듣길 바라며 간절히 말했다.
“엘레나, 하려던 행동을 멈춰.”
*
– 한가인
다시 내 몸으로 돌아왔다.
“… 으읏!”
황급히 빙의했다가 돌아온 탓에 내 몸이 바닥에 미끄러진 상태였다.
당황한 표정으로 내 몸을 부축하고 있는 송이가 보였다.
그리고, 엘레나가 잠시 말문을 잃었다.
“오빠, 괜찮아요? 왜 갑자기 -”
“엘레나…!”
“오빠?”
내 말 이해했겠지?
아니면 다시 한번 빙의해서 멈춰야 하나?
…
다행히 그럴 필요는 없었다.
상황을 이해한 엘레나가 흠칫 멈춰선 채 주변에 말했기 때문이다.
“에헴! 신사 숙녀 여러분, 모두가 즐거운 이벤트를 기다리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저녁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정답은…! 아직 비밀입니다!”
엘레나가 적당히 농담을 섞어가며 진행하려던 일을 얼버무렸다.
직원들은 당황했지만, 손님들은 이 또한 이벤트의 일부인 줄 알았는지 개의치 않았다.
*
저녁 무렵, 엘레나가 직원을 보내 우리를 불렀다.
마침내 주변 눈치 볼 것 없이 딱 세 사람만 남았다.
“가인 씨, 송이야! 오랜만이에요.”
가벼운 인사 후, 바로 아까 전의 일을 설명했다.
엘레나가 무언가 하려는 순간 축복이 엘레나를 멈추라고 경고했다는 것.
“으음…. 당황스럽네요. 제가 무슨 폭탄을 터트리려던 것도 아닌데.”
“언니, 무슨 일을 하려고 했어요?”
“알잖아? 나는 항상 그랬듯이 간단한 이벤트를 준비했을 뿐이야. 에스퍼 호의 손님들께 저녁 이벤트를 설명해 드리려 했지.”
“코스프레 파티, 가면무도회. 대충 이런 걸 하려던 것 맞죠?”
엘레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요청 없이 조언이 작동하는 경우, 사소한 이유로 작동하지 않는다.
조금 전의 상황은 상당한 위기였다는 의미다.
송이와 엘레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내가 준비한 가면 중에 이상한 물건이 섞였나? 대부분 시중에서 구한 것들인데.”
“언니, 물건을 직접 한번 확인해보는 게 -”
“그건 아니지.”
“안돼.”
나와 엘레나가 동시에 말하자 송이도 곧 고개를 끄덕였다.
“참, 그렇네요. 위험한 물건인 게 확실하면 섣불리 건드리면 안 되겠네. 이것 참, 호텔에선 위험한 길인 걸 알면서도 ‘다음 회차’를 위해 한두 명이 가곤 했었는데요.”
저주의 방과 현실의 차이점, 현실에 두 번의 기회는 없으며 부활 따위도 없다.
“…”
조용해진 방.
알 수 없는 위기가 닥쳤고 빠르게 대처해 막았다.
하지만, 위기의 정체가 뭐였는지를 모르겠다.
이래서야 막아도 막은 게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아….”
“뭔가 떠올랐어?”
“오빠. 저, 아까부터 머리가 아파요.”
머리가 아프다?
송이가 위기 알림이 뜨기 전부터 했던 말이다.
“어?”
살짝 놀란 듯한 엘레나의 목소리.
“바늘로 쿡쿡 찌르는 것 같은 그 느낌 맞지?”
“어라? 언니도요?”
“나도 30분 전부터 두통이 좀 있었어! 그냥, 멀미의 일종인 줄 알았는데….”
송이와 엘레나가 겪고 있는 증상.
설명을 듣고 있으니, 우연이라기엔 증상은 물론 발생 시간까지 똑같다.
사특한 저주 혹은 마법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두 사람 다 호텔을 오르며 소위 ‘영혼의 격’이 올랐으니 영감이 발달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다른 의문이 생긴다.
“오빠는 괜찮아요?”
“… 괜찮아.”
왜 난 괜찮지?
자랑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런 초감각이 가장 발달한 건 나다.
내가 느낀 걸 동료들이 모를 수는 있지만, 내가 느끼지 못했는데 다른 동료가 느끼는 건 다소 이상하다.
혼자 고민할 필요는 없겠지.
「조언 : 2 -> 1」
‘사악한 저주 혹은 의식이 있었습니까? 있었다면, 왜 동료들만 느꼈습니까?’
「네 소원이 만든 현상. 너는 승객이 아니다. 이 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것.」
“…”
내 소원이 만든 현상.
“오빠? 방금 조언 썼죠?”
“… 송이야.”
“네.”
“에스퍼 호 예약할 때, 내 이름 썼어?”
“아니요. 오빠 이름 쓰면 정상적으로 예약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은솔 언니에게 연락해서 -”
동료를 제외한 사람들은 날 정상적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최소한의 배려였는지, 주민등록 같은 근본적인 내 신분 자체가 사라지진 않지만 딱 그 정도.
지금처럼 이런저런 예약을 할 때는 다른 사람의 신분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승객 명부에 ‘한가인’이라는 손님은 없다.
즉, 나는 공식적으로 에스퍼 호의 승객이 아니다!
“승객 명부에 내가 없는 거야.”
“예?”
“에스퍼 호의 손님을 대상으로 뭔가 벌어지고 있어!”
벼락같은 깨달음이 내리치는 순간 –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 선주 님! 괴, 괴물이 나타났습니다!”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생각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사악한 공격, 대상은 에스퍼 호의 승객.
승객 명부에 내가 없으니, 날 직접적으로 노리는 공격은 없다.
하지만, 위기 알림이 작동했음은 무엇을 뜻하는가?
현 상황은 내게도 상당한 위협이다!
*
맨 처음 발견한 것은 늑대였다.
여기저기 돋아난 억센 털과 침 흘리는 주둥이, 시퍼런 송곳니를 보니 확실했다.
“꺄아악! 서, 석현 씨!”
“아빠!”
옆에서 비명 지르는 젊은 여성과 아들로 보이는 남자아이를 보니, 상황은 명확했다.
승객이 괴물로 변했다!
“그르르르…!”
머리만 늑대로 변한 게 아니라, 아예 인간의 지성을 잃은 듯한 모습.
즉시 제압하려는 순간, 엘레나가 놀라서 외쳤다.
“늑대 가면!”
“… 가면?”
“이, 이게 대체…! 가면은 창고에 보관 중이었는데 -!”
소위 가면무도회를 위해 엘레나가 구매한 가면인가?
무슨, 저주받은 가면을 쓰니 가면에 담긴 악령이 사람을 뒤틀었다?
창고에 보관 중인 가면들이 난데없이 승객의 손에 들어간 이유는?
에스퍼 호 선원 중 누군가의 배신?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상황은 여유롭게 생각이나 할 때가 아니었다.
“꺄아악!”
완전히 지성을 잃었는지, 아내와 아들을 물어뜯으려는 행동.
주저없이 마도서의 힘을 썼다.
“이얍!”
단박에 바닥에 엎어트려서 –
“…”
저항이 강하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마도서의 힘에 아예 저항하지 못해야 정상인데, 이 ‘늑대인간’은 이미 반쯤 혼돈체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제압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 콰당!
늑대인간을 바닥에 엎어트린 후, 다가가서 얼굴 부위를 움켜쥐었다.
“오빠! 버, 벗겨지는 것 같아요!”
“… 다행이네.”
최악의 경우, 희생자를 죽일 각오도 했었는데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흐억! 헤엣! 쿨럭!”
가면을 벗기니, 거품을 토하며 경련하는 남자.
후유증이 상당한 것 같긴 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겠지.
그러길 바란다.
그보다 –
“꺄아악!”
“괴, 괴물이야!”
“으아악!”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초자연체들의 울부짖음.
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을 받으며 엘레나에게 물었다.
“몇 개죠? 가면, 가면 말입니다.”
“… 100개가 넘어요.”
세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해쓱해졌다.
지금 제압한 늑대인간 정도가 평균이라면, 하나하나는 우리 기준으론 별것 아니다.
하지만 세 자릿수라면 큰 문제다!
곧, 세 사람이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사방으로 달려 나갔다.
어찌 됐든 엘레나의 놀이동산이 시체로 가득 차는 건 막아야 할 것 아닌가!
…
신성한 태양에 약간의 힘이 남아있긴 하다.
이걸 쓴다면, 삽시간에 에스퍼 호의 혼란을 정리할 자신이 있다.
“…”
어려운 선택이다.
현실에서 종교 단체를 세울 게 아닌 이상 신성한 태양의 충전은 정말이지 쉽지 않으니까.
이런 ‘소소한 이벤트’에 신성한 태양을 함부로 소모할 수는 없다.
*
사방으로 흩어진 우리는 미쳐 날뛰는 승객들을 하나하나 제압하기 시작했다.
불행하게도, 멀쩡한 선원이나 승객들은 공포에 질린 채 울부짖느라 바빠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요호호~! 출항하라! 에스퍼 호의 영광 –”
미친 소리나 지껄이는 해골 선원의 머리를 테이블에 박았다.
“…”
아오! 해골이 부서졌는데 가면을 어떻게 벗겨야 하지?
설마 지금 이걸로 죽었나?
모르겠다!
다음 상대는 –
“여러분! 마침내 종말의 순간이 왔습니다!”
저 새끼는 또 뭐야?
“하늘의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작금의 시대는 인류사에 다시 없을 혼돈의 세기라 하셨습니다.”
뭔 가면이길래 사이비 교주 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어이가 없어서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니, 황당하기 그지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소극장 같은 장소에 어림잡아도 50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중앙에는 사이비 교주 역할에 심취한 듯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이마에 가시 면류관을 쓰고 있었다.
아니, 아무리 코스프레 이벤트라지만 저런 걸 가져와도 되는 거야?
“여러분! 들리십니까? 파도 너머에서 용솟음치는 고아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하늘 너머에서 속삭이는 천사의 -”
가당치도 않은 종말론이다.
내가 이 업계 전문가라 잘 아는데, 설교 내용이 신도들의 아픔을 긁어주긴커녕 뜬구름 잡는 소리뿐이었다.
그런데도 저 개소리를 사람은 물론이고 괴물로 변한 승객들까지 공손히 듣고 있지 않은가!
“…”
저게 가시 면류관을 쓰고 얻은 능력인가?
만약 그렇다면…!
황급히 단상에 달려갔다.
“신부님!”
“음? 하하! 학생, 저는 신부가 아니라 -”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부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알라 후 아크바르! 인 샤알라! 뭐 하나는 통하는 것 맞죠?”
대충 알아먹어라 좀!
“나는, 이 혼탁한 세상의 메시 -”
“메시! 어째 축구 잘하시게 생겼다 했습니다!”
“아니, 메시가 아니라 메시아 -”
“구주시여! 이 콩알만 한 극장에 가만 서서 의미 없는 설교 지껄일 때가 아닙니다!”
“의, 의미 없다니 그게 무슨 -”
“당장 배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신도를 모으라고!”
니 힘으로 미친 승객들을 한 자리에 모아야 상황이 끝난다고 이 새끼야!
“어, 어, 아직 주님께서 계시를 내리지 않으셨다!”
“이 새끼야! 계시에 뭐가 필요한데?”
“아버지의 말씀이 -”
태양의 힘, 조금만 쓰자.
진짜 아주 조금만!
— 화르르!
불꽃이 타오르는 순간, 극장의 승객들이 모조리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가시 면류관을 쓴 자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어흠, 너 -”
이 새끼 이름 뭐지?
“… 충실한 종 메시야. 네게 단 하나의 계명을 내리나니, 에스퍼 호에 가득한 고통을 잠재우라. 배를 거닐며 신실한 양을 모으거라.”
그러하자 예수 역할에 심취한 남자가 무릎 꿇었다.
“아아…! 아버지, 저처럼 부족한 자가 그런 무거운 소명을 받들 수 있겠나이까? 저보다 나은 자가 있다면 – 크윽!”
머리를 한대 후려쳤다.
“당장 가라고 이 병 – 메시야. 내가 네 팔다리를 하나하나 쪼개 그 수를 두 배로 늘려야 움직이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