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6)
55화 – 106호, 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2)
55화 – 106호, 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2)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6호(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
현자의 조언 : 2]
2. 도전 식인 목마!
잠깐 진철 형 쪽을 쳐다보느라 집중력이 흩어진 대가는 컸다!
순식간에 상의가 당겨지는 느낌이 들어서 앞을 바라보자, 입가에는 침을 질질 흘리며 입 안에는 바늘 같은 이빨 수백 개가 돋아난 말의 형상을 빌린 괴물이 내 상의 일부를 물고 잡아 뜯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주먹으로 말 대가리를 두들긴 후 옷의 일부를 찢어서 벗어났다. 그나마 천만다행인 점. 말은 신체 구조상 등 위에 올라탄 존재를 머리로 공격하기에 적합한 생물은 아니다.
이 말은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말은 아니었지만, 등 위에 있는 나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점은 같았다.
30초 정도 버티다 보니 살짝 요령이 생겼다. 이 욕이 나오는 말대가리와 신경전을 할 필요가 없는 것. 최대한 몸을 뒤로 빼서 말 엉덩이 쪽으로 가는 것으로 충분했다. 말은 머리로 자기 엉덩이에 앉은 생물을 어떻게 할 수 있는 신체 구조가 아니다.
간신히 숨을 돌리며 주변을 돌아보자,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버티는 사람이 보였다.
짐작은 했지만, 송이는 진작 말과 평화협정을 맺어서 제일 편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들 나랑 비슷한 과정을 거쳤는지 몸을 말 엉덩이 쪽으로 빼서 버티고 있었다.
진철 형은….
아. 말 대가리를 뽑아서 말이 죽었구나. 그냥 진철 형 쪽의 말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다행스럽게도 목마는 사라졌지만 목마를 움직이는 기둥은 남아있었고, 형은 그냥 기둥을 힘으로 잡고 버티는 중이었다.
괜찮겠지. 저 정도 초인이면 기둥 잡고 1시간도 버티지 않을까?
이 정도면 앞의 범퍼카보다는 훨씬 쉬운 난이도라는 생각이 들 때쯤.
2단계가 시작됐다.
*
갑자기 회전판이 오므라들더니 말들의 간격이 확 줄어들었다.
뭐지? 이건 대체 – 변화의 의미를 깨달았다!
말들의 간격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뒤에 있는 말의 머리가 두 눈을 부릅뜨고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앞에는 내가 타고 있는 말의 머리, 뒤에는 뒤에 있는 말의 머리. 그야말로 진퇴양난.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앞으로 갈 수도 없고, 뒤로 갈 수도 없다. 이대로는 어딘가의 말에게 물려서 죽거나 떨어져서 죽거나 둘 중 하나.
“어어억! 형 고마워요!”
이 와중에 고맙다니 무슨 말인가 해서 잠깐 고개를 돌렸더니, 기둥을 붙잡고 숫제 팔심으로 버티던 진철 형이 그 와중에 힘이 남아돌았는지 뒤쪽의 기둥으로 점프해서 이동한 다음 한쪽 팔로 승엽이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저쪽은 어떻게든 살겠지. 아무리 봐도 내가 누굴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
혼란한 와중에 간신히 방법을 떠올렸다.
공포의 저택 이후로 항상 품속에 넣고 다니는 가장 믿음직한 무기. 스프레이를 꺼내 들어서 뒤쪽에서 나를 노리던 말 대가리에 뿌렸다. 결국은 생물의 머리. 캡사이신이 주는 고통을 피할 수는 없는 법.
곧바로 날 노리던 말 대가리는 그야말로 발광하기 시작했다. 이게 통하는구나!
“다들 스프레이 꺼내서 뿌려요!”
혼란한 와중에 어떻게 내 말이 들렸는지 은솔 누나나 엘레나도 주섬주섬 스프레이를 꺼내서 뿌리는 게 보였다. 이 스프레이로 대체 몇 번을 살아남았는가?
나머지는 굳이 확인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아리야 알아서 할거고, 송이는 아마 말하고 교감이라도 나누고 있겠지. 조금 있으면 당근이라도 먹일 만큼 친해질지도 모르겠다.
이제 된 건가? 설마 다음 단계 있는 건 아니겠지?
3단계가 시작됐다.
*
3단계가 끝났다.
어처구니없게도, 3단계가 제일 쉬웠다. 3 단계가 시작되자 바닥의 날카로운 가시는 풀로 바뀌었고, 말은 몸통까지 전부 생물로 바뀌면서 본격적으로 우릴 덮치기 시작했고 –
진철 형이 전부 죽이기까지 5분도 안 걸렸다. 그냥 바닥에 내려서자마자 그간의 분을 푸는 분위기로 핵 펀치를 다섯 번 정도 날리자 거의 5초 만에 말 하나가 죽었고, 그걸 보더니 다른 말들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송이는 친해진 말이 맞아 죽는 걸 보면서도 하품밖에 하지 않았다.
우리를 더 어렵게 할 생각이었으면, 어떻게든 바닥의 가시를 유지해서 진철 형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봉한 채로 진행하는 게 나았을 텐데 스스로 가시를 없애서 우리가 더 편하게 만들어 줬다는 것.
아무래도 미션의 방은 우리 개개인의 능력에 맞춤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게 아니라, 사전에 어떻게 변할지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
사실상 대부분 시간은 좁은 공간에서 도망 다니는 말을 형이 쫓아다니느라 소모됐다. 살다 살다 식인 괴물이 사람을 피해 도망가는 걸 또 보는구나.
멍하니 바닥에 앉아서 쉬면서 생각했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는 것 이상으로, 몸이 약하면 머리가 고생하는 게 아닐까?
그냥 주먹으로 식인 말을 때려죽일 수 있는 사람에겐 굳이 식인 말을 제압하기 위한 대단한 지혜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다들 바닥에 앉아서 말들이 맞아 죽는 걸 구경하다 보니, 다음 알림이 떴다.
/미션 2. 도전! 식인 목마 성공! 축하합니다. 다음 미션으로 진행하겠습니까?/
물론, 인제 와서 물러설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정신을 차렸을 때, 우리는 믿을 수 없이 높은 하늘에 있었다.
/3. 눈치 게임 자이로드롭
30초 후 시작합니다! 올바른 위치에 자리를 잡으세요./
뭐지? 앞의 두 미션과 안내가 다르다. 그동안은 1, 2, 3 시작! 이었는데, 이번엔 30초? 올바른 위치?
정신없이 주변을 돌아봤다. 말 그대로 자이로드롭. 다만 높이는 1,000M는 되는 건지 땅이 아예 보이지 않고, 어처구니없게도 안전장치가 아예 없이 그냥 우린 발판 위에 고정된 의자에만 앉아있는 상태.
이대로 자이로드롭이 출발하면?
하늘로 날아가겠구나.
“어, 어, 어, 어떡해요!!!”
송이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30초가 이렇게 짧다고 느낀 건 처음이다.
거칠게 우당탕 소리가 들려서 옆을 쳐다보니, 진철 형은 다리로 의자를 붙든 채로 우연히 양옆에 자리했던 승엽이와 엘레나를 양팔로 하나씩 붙들었다.
그러니까….
높이가 가늠이 안 갈 정도로 높은 위치의 자이로드롭에서 떨어지면서, 하늘로 치솟는 본인과 승엽이, 엘레나의 무게까지 전부 자기 다리로 의자 붙들어서 버틸 생각이구나.
헛웃음이 나오는 동시에 왠지 될 것 같았다. 역시, 힘이 세니까 머리가 편하네.
“나머지 사람들 미안하다!! 팔이 두 개뿐이다!”
“됐으니까 둘이나 잘 붙잡아! 이따가 보자!”
은솔 누나도 포기했는지 어딘가 편안한 목소리. 사실, 이젠 저 심리가 이해가 간다.
곧 죽으면서 마음이 편안하다고?
바깥세상 사람들은 이게 대체 무슨 미친 소리인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호텔에서 버티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이곳에서 가장 두렵고 무서운 순간은 내가 먼저 죽을 때가 아니다. 의외로 나 혼자 먼저 죽는 순간은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 이게 끝이 아니고, 마지막까지 버틴 동료가 날 살려주리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은 ‘나 혼자 남는 순간’.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이미 내가 살려주길 믿고 죽었고, 나 혼자 남아서 모두를 살려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때야말로 가장 두렵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그래도 나 말고 3명은 살 것 같으니 다행이 아닐까? 마음이 편해졌다.
저 셋이서 날 살려주겠지.
자이로드롭의 낙하가 시작했다.
*
낙하 시작 5초도 안 돼서 나는 하늘로 떠올랐다.
혹시나 해서 진철 형 흉내를 내서 다리와 양손을 다 써서 의자를 잡아봤지만, 솔직히 이걸 버틸 힘이 있었으면 내가 아까 말 한 마리는 잡았겠지.
애초부터 자신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냥 온몸을 쫙 펼치고 난생처음으로 스카이다이빙 하는 기분을 맛봤다. 진철 형! 승엽아! 엘레나! 아리! 믿고 나는 먼저 쉬러 간다!
*
대체 몇 KM에서 낙하가 시작된 걸까. 꽤 오래 떨어진 것 같은데 아직도 바닥이 잘 안 보인다.
[오른손을 등 뒤로 최대한 쭉 뻗으세요!]뜬금없이 뜬 ‘조언’. 의미는 모르겠지만 시키는 대로 따라 했다.
그리고 –
내 몸이 떨어지는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
작고 따뜻한 손이 내 손을 강하게 붙든 채로 내 몸의 낙하 속도를 늦췄다.
“고민했는데, 널 골랐어. 거리가 애매했는데 마침 네가 손을 뻗기도 했고.”
“아리, 너….”
어떻게 날고 있냐. 라는 말은 삼켰다. 이미 예전에 송이에게 들었지. 아리는 하늘을 날 수 있는 것 같다고.
“이거, 나도 엄청 힘들어. 실시간으로 피를 쓰고 있거든. 그나마 나는게 아니라 느리게 떨어지는 정도라 너라도 잡은거지. 이 상태면 한사람 정도는 들수 있어서 누굴 들지 고민했어. 역시, ‘강림’이 있는 널 살리는 선택이 맞는 것 같네.”
“…고마워.”
“여차하면 네가 마지막까지 모두를 살리리라 기대하는 거니까 고마워할 건 없어.”
“…”
영원과도 같이 길게 느껴진 자유낙하의 시간이 끝났다.
느릿한 자유낙하 속에서 문득 깨달았다.
아리는… 사실은 지금이라도 혼자 탈출할수 있겠구나. 정문에서 뛰면서 이 능력을 쓰면 그만이 아닌가.
땅에 도착했을 때, 다섯 명이 살아남았다.
진철 형은 승엽이와 엘레나까지 붙든 채 마지막까지 다리 힘으로 버티는 데 성공했으나, 다리 상태가 맛이 간 게 보였다. 그냥 다리 전체가 시퍼렇게 물들었고, 축복의 힘으로 내구성이라도 오른 건지 뼈는 어떻게 버틴 건 같지만 피부가 반은 벗겨져서 덜덜 떨고 있다.
송이와 은솔 누나가 어떻게 되었을까? 다들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겨우 3개의 미션만 통과했고 남은 것만 4개인데, 생존자는 겨우 다섯.
다들 침묵 속에서 다음 알림만을 기다리고 있던 차 –
아리가 휘청거리면서 쓰러졌다.
화들짝 놀라서 잡아채자, 피부가 백지장처럼 하얀 상태였고 말도 하지 못한 채로 덜덜 떨기 시작했다.
아까 했던 대화. ‘실시간으로 피를 쓰고 있거든’
설마, 나까지 잡은 채로 지상까지 느리게 떨어지느라 피를 너무 많이 쓴건가?
큰일이다. 나를 살리려고 이런 고생을 했다는 미안함도 들었지만 그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
진철형은 다리가 정상이 아니고 아리는 피가 부족해서 정상이 아니다.
남은 전력이 이제 너무 약하다.
온갖 고민으로 머리가 터져가려는 순간, 나는 이 욕이 나오는 자이로드롭의 ‘해법’을 깨달았다.
30초의 시간을 주고 ‘올바른 위치’로 가라고 했던 것. 다시 말해 ‘쉽게 깰 수 있는 위치’가 있다는 의미였다.
발판 위에 의자가 고정된 상태다. 따지고 보면 의자 자체가 일종의 안전바나 다름 없는 것이 아닌가?
그냥 의자 밑으로 들어가서 의자와 발판 사이에 껴서 의자를 안전바 삼아 내려오면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죽을 사람 다 죽고 나서야 ‘해법’을 떠올리는 나 자신을 한탄하는 동안 알림이 떴다.
/미션 3. 눈치 게임 자이로드롭 성공! 축하합니다. 다음 미션으로 진행하겠습니까?/
*
/미션 4. 진짜? 가짜? 거울의 방.
1! 2! 3! 시작!/
공간의 요동이 멈춘 후 나는 거울로 가득 찬 세계에 갇힌 나 자신을 발견했다. 상하좌우 모든 곳에 거울로 만들어진 벽이 가득 찬 거대한 미로!
이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으면 되나?
미로에 대한 전통적인 해법대로 한쪽 벽에 손을 대고 쭉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한쪽 거울 벽에 손을 대는 순간.
‘거울에 있는 나’의 입이 찢어지며 나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