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60)
EP.560 560화 – 에스퍼 호의 비밀 2 (5) Fin
560화 – 에스퍼 호의 비밀 2 (5) Fin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7일 차
현재 위치 : 에스퍼 호
현자의 조언 : 1」
-한가인
은솔 누나의 위치가 ‘검색 중’으로 뜬다고 전했다.
“으앗! 어떻게 해요!”
“당장 찾으러 가야 해!”
“하, 하지만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요?”
“그건-! 아앗! 호텔도 참, 휴식을 주겠다고 했으면서 -”
엘레나의 마지막 말은 나 역시 여러 번 떠올렸던 생각이다.
“… 이게.”
“오빠?”
“이게 어떻게 휴식이지?”
“그러니까요!”
아무리 호텔의 판단기준이 일반인보다 과격하다 해도 이 정도는 선을 넘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진실을 숨길지언정 대놓고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게 호텔 아니었던가?
“…”
탈출 직전, 상인이 했던 말을 다시 떠올린다.
*
‘요 정도는 재량이니, 일종의 행동 지침을 드리지요.’
‘6개월 정도는 그냥 쉬십시오.’
‘6개월은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쉬고, 다음 6개월은 정보 수집 정도만 하십시오. 본 게임은 1년 후부터입니다.’
*
“안전하다고 한 적은 없었네.”
“예?”
“호텔, 상인이 우리에게 안전하다고 한 적은 없어.”
“예?”
“쉬라고 했을 뿐이지.”
예? 예? 하며 황당해하던 송이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장난이에요? 쉬라는 말은 당연히 안전하다는 말이지!”
당연함이 때로는 당연하지 않은 게 호텔이다.
“상인이 처음으로 한 말은 ‘요 정도는 재량이다.’였어.”
요 정도는 재량이다.
다시 말하면, 요 이상은 알려줄 수 없다.
“전체 정보가 100이라면, 상인에게 주어진 재량은 5 미만. 다 알려줄 수 없으니 말 그대로 ‘행동 지침’을 알려준 거야.”
“무슨 말인가요?”
혼란스러워하는 엘레나.
“현실은 이미 위험해. 이건 모두 알고 있었지?”
“그렇죠. 그러니까 아리 양과 할아버님이 호텔에 왔던 셈이고.”
“쉬라는 말은, 밖이 안전하다는 말이 아니야. 밖은 애초에 한 번도 안전했던 적이 없으니까.”
밖이 안전하니까 쉬라고 한 게 아니다.
“그러면 왜 쉬라고 했죠?”
“섣불리 행동하면 더 위험해지니까.”
“아?”
“정보가 부족한 채로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면, 상대의 손바닥 위에 올라가니까!”
당황한 송이의 눈동자.
“상대가 누군데요?”
다시금,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린다.
통찰을 통해 봤던 과거.
그 과거 시점에서 내게 말을 건넨 남자.
그가 했던 말.
「동료의 위치를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나?」
그는 단순히 미래를 본 것이 아니었다.
그는 상태창의 ‘동료 위치정보’에 대해 알고 있었다!
“… 전 참가자.”
“아?”
“우리보다 과거에 호텔에서 탈출했던 사람들.”
“…”
“그리고 아마도, 현재 관리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들,”
생각하기에 따라선 대단한 위기인데, 웃음이 나왔다.
영문 모를 짜릿함이 피부를 쿡쿡 찌르는 느낌.
오늘의 마지막 질문을 했다.
「조언 : 1 -> 0」
‘나에 대한 정보, 당신의 또 다른 참가자에게 넘겼습니까? 그는 어디에- ’
— 삐이익!
마치, 경고음과 같은 소리.
「해당 질문은 규칙 위반입니다!」
헛웃음이 나왔지만, 동시에 마음이 놓였다.
내가 조언을 통해 ‘전 참가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면, 전 참가자 역시 조언으로 ‘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다음 답변이 나왔다.
「아직 늦지 않았다. 너는 아주 훌륭한 소원을 빌었기 때문.」
조금 전의 경고가 호텔이 보낸 것이라면, 이번 답변은 후원자가 보낸 것 같았다.
뭐가 늦지 않았다는 말인지, 내 소원이 왜 훌륭하다는 것인지.
언제나 그렇듯 자세한 설명 따윈 없다.
“…”
하지만, 올빼미치고 이 정도면 알아듣기 쉬운 답이 아닌가!
지금 벌어지는 일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호텔 딜라이트와 에스퍼 호에서 벌어진 일은 둘 다 우연이 아니다!
정확히 저 두 장소가 동료들의 영역임을 알고 일으켰다?
그 정도는 아닐 것 같다.
조금 전 조언을 쓰며 확인했듯이, 호텔에서 준 힘으로 호텔의 다른 참가자를 직접 찾아낼 수는 없으니까.
본인들 생각하기에 의심 가는 영역 수십 또는 수백 장소에 모두 일으켰다?
일으킨 후 휘말린 사람들의 대응을 본다?
“쉬자.”
“오, 오빠?”
“그냥 쉬면 될 것 같네.”
“가인 씨?”
“생각해보면, 은솔 누나 호텔 문제도 그렇지. 나랑 누나가 요란 떨 것 없이 그냥 기다리면 되는 거였어.”
“그게 무슨 -”
“이게 일반인의 행동이야. 얌전히 관리국을 기다리는 것.”
이제는 알았다.
“우리가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함정이야.”
어느새 조용해진 송이와 엘레나.
둘 다 내 말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
몇몇 동료는 이미 상대의 손 위에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빼미의 ‘아직 늦지 않았다’라는 말을 명심하자.
소원으로 인해 나에 대한 정보가 저절로 검열될 테니, ‘나는’ 아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은 아니다!
6개월, 이미 한 달 지났으니 5개월인가?
그 기간이 지나기 전엔 그냥 쉬라는 상인의 충고도 명심해야 한다.
그 기간 지나면 뭐가 달라지지?
모른다.
모르지만, 모를 때는 아는 사람의 충고를 따르는 것이 곧 지혜다.
이제부터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며, 호텔 파티 따위가 아니다.
그러니까….
“으악!”
“오빠? 갑자기 비명을 -”
“꺄아아악!”
“가, 가인 씨!”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이, 이렇게까지 해야 해?”
이제부터 난 맹인이요, 귀머거리이며, 사기꾼 퇴마사다.
“으, 은솔 언니는 어쩌려고!”
나는 누나를 믿는다.
알아서 잘 나오겠지.
*
– 이은솔
— 삐걱!
어둡고 탁한 공기.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휘청이는 널빤지.
“…”
여긴 대체 뭐 하는 곳일까?
분명 엘레나의 초대를 받고 에스퍼 호의 선착장에 도착한 후 탑승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호화 유람선은커녕 무슨 유령선 같은 장소.
심지어 하늘은 검붉은 소용돌이로 가득한 것이, 도무지 이 세상의 풍경이 아니었다.
— 로오오-!
안식의 피리를 사용해도 풍경이 변하지 않는다.
환각 따위는 아니라는 것.
“또 이런 거니…. 호텔 딜라이트에선 엘리베이터가 요란이더니, 이번엔 배 전체?”
예의 그 혼돈재해인 모양이다.
무슨 놈의 혼돈재해가 일주일이 멀다 하고 나타나니,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호텔보다 더하다.
호텔은 그래, 시련을 해결하면 보상이라도 주잖아?
현실은?
호텔 딜라이트의 이상한 엘리베이터를 해결한 결과 주가가 내려가고 괴소문이 퍼져서 손님이 크게 줄었다.
“휴우…. 진짜 너무하네.”
그 순간.
— 따각!
구둣발 소리가 들렸다.
“허허, 뭐가 그리 걱정이십니까?”
허름한 유령선 같은 장소에 나타난 남자.
진철이 정도는 아니지만, 키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다.
그리고….
“신비한 분이시군요.”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다.
분명 내 앞에 대놓고 나타났는데,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인식할 수 없었다.
호텔에 반납한 ‘단안거조의 눈’이 있었다면 꿰뚫어 볼 수 있었을지도?
호텔 밖으로 가지고 나올 수 없는 물건이니 의미 없는 이야기다.
“신비까지야! 그냥, 사생활을 신경 쓰는 편입니다.”
“…”
“하하, 은솔 양은 그런 생각 해보신 적 없습니까? 사람들이 날 알아보는 게 불편하다, 남들 모르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이한 소원을 빈 가인이가 할 법한 생각이네.
“글쎄, 남 모르게 살길 바랬으면 사업하진 않았죠.”
“호오…! 맞는 말이군요.”
하늘을 가득 메운 검붉은 소용돌이.
탁하기 그지없는 공기, 삐걱거리는 바닥.
일반인이라면 당장 겁에 질려 비명 지를만한 장소인데, 태연자약한 태도의 남자.
누가 봐도 일반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괴물인 건 또 아니었다.
거르고 나면 남은 건 하나.
“관리국 분이신가요?”
남자가 빙그레 웃었다.
이목구비가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확신할 수는 없지만, 느낌이 그렇다.
“그렇습니다. 이은솔 양.”
“그러면, 절 구해주시겠어요?”
“구해드려야 하는 상황입니까?”
“아닌가요?”
“제 눈엔 은솔 양을 해치려는 누군가가 보이진 않습니다.”
날 해칠 생각 없다는 뉘앙스.
온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섣부른 충돌은 피하자.
“하늘을 보세요. 누가 봐도 이 세상은 아니잖아요? 전 겁 많은 사업가랍니다. 혹시 저랑 이야기하실 생각이라면, 안전한 곳에서 하셔도 될 것 같네요.”
“겁 많은 사업가라…. 우리가 얻은 정보와는 다르군요.”
“…”
“기사로도 뜨지 않았습니까? 딜라이트 호텔의 괴현상! 대표이사님이 기지로 잘 해결했다던데.”
“기지까지야….”
“기사에 따르면, 이은솔 양이 관리국과 인맥이 있다고 하더군요.”
직원들 앞에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했던 거짓말이다.
한데, 한 가지가 살짝 걸렸다.
‘관리국 인맥이 있는 대표이사 이은솔’에 대해선 알면서, 함께 활약했던 ‘젊은 퇴마사’에 대해선 모르는 태도.
가인이의 소원 덕에 해당 정보가 사라진 건가?
“그 부분이 걸리셨다면, 사과드리죠. 거짓말입니다. 원하신다면, 정정 보도는 물론이고 -”
“거짓말이라니요?”
“네?”
“왜 거짓말입니까? 은솔 양이 우리와 남일 수 있겠습니까?”
“…”
“그렇지요? 당신은 김아리 요원의 동료이니 말입니다!”
서늘하다.
이 순간만큼은, 마치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이 된 것 같았다.
아리가 나에 대한 정보를 넘긴 걸까?
그럴 가능성도 항상 염두에 두긴 했지만, 막상 확인하고 나니 가슴이 먹먹했다.
물론, 무슨 배신이라 단정할 상황은 아니다.
애초에 우리와 관리국을 적대관계라 표현하기도 애매하고, 아리가 정보를 넘겼음이 확실한 것도 아니니까.
그건 그렇고, 왜 ‘김아리’에 대해서만 말하지? ‘김묵성’은?
“본론으로 넘어갑시다.”
“… 그러지요.”
“이은솔 참가자, 축하드립니다.”
‘참가자’라는 단어가 나왔으니, 축하의 의미도 명확하지.
“호텔에서 탈출하시다니요! 이는 정말이지 영웅적인 업적입니다. 2층 끝까지 뚫고 탈출한 참가자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도 드뭅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네요.”
“아, 참가자의 범위를 외계인까지 넓히면 좀 많아지려나? 그렇다고 해도 드문 위업이지요.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남자는 다소 과장된 태도로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당신이 우리와 함께하길 바랍니다.”
“…”
“세상의 비밀을 나누고, 위기를 공유합시다.”
“…”
“도탄에 빠진 인류의 운명을 빛으로 이끕시다. 영웅이요, 구세주가 되자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에겐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
“지금 결정 해야 하나요?”
“고민하실 이유가 있습니까?”
“글쎄, 호텔에서 온갖 희한한 일을 겪어서인지 이런 생각이 드네요.”
“하하! 호텔에 관해 말씀하시니 벌써 재미있군요. 듣겠습니다.”
“좋은 의도로 오신 분이 왜 굳이 이런 장소에 절 가두신 걸까요?”
담담하게 손을 뻗어 하늘을 가리켰다.
검푸른 소용돌이가 들끓고, 조금 전부터 희미한 비명까지 들려오는 세상.
지옥이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법한 장소.
누군가를 이런 장소에 가두고 협상을 말하는 이가 선의로 왔다고 믿을 수 있을까?
“조금 어둡긴 하죠?”
“…”
“이은솔 양이 호텔에서의 경험을 말씀하시니, 저도 제 경험을 말해볼까요?”
“당신의 경험?”
“세상에서 가장 의미 없는 게 말이고 약속입니다.”
“무슨 -”
“그렇지 않습니까?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순간 허망하게 사라지는데. 그러니, 은솔 양이 무어라 대답하든 우리가 믿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다음 순간, 남자의 허리춤에서 돌돌 말린 두루마리가 나왔 –
빌어먹을 두루마리!
그냥, 아오! 보는 순간 딱 알았다.
저 두루마리는 관리국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허접한 괴상한 물건이나 마도구 ‘따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유산!”
“바로 알아보실 줄이야. 자, 이제 본격적인 협상을 -”
대화에는 대화로.
협박에는 협박으로!
[탐욕의 손 : 1 -> 0]“소원 출력 최대로! 난 당장 여기서 나갈 거고, 호텔 딜라이트는 한국 1위 호텔이 되는 거고 -”
“갑자기 뭔 지랄을!”
— 우르릉!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이루어졌다.]“드래곤님 사랑합니다!”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괴담 호텔 탈출기-56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