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61)
EP.561 561화 – 대탈출, 보이스 피싱
561화 – 대탈출, 보이스 피싱
– 이은솔
「이루어졌다.」
천둥 치는듯한 ‘우르릉!’ 소리가 들린 직후, 상대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나와 달리 이 소리의 정체를 아는 것 같았다.
“이건…. 대체 무슨 수로 불러냈지!”
내가 방금 뭘 불러냈나 봐.
괜찮아.
난 안전하니까, 너나 걱정하면 돼!
— 우르릉!
다시금, 세상이 요동치는 듯한 두 번째 울음을 들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태산 같은 존재감이 온 사방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방주가 오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수를 두다니…!”
다음 순간, 꼴같잖은 협박이나 하던 상대방이 더 이상 주저할 수 없다는 듯, 손을 휘저어 두루마리를 돌려보냈다.
방주?
그건 또 뭔데?
게다가 긴급한 상황인데 두루마리, 유산을 돌려보냈다?
내 피리나 송이 팔찌처럼 위기 탈출용 유산이 아니라는 건가?
여유롭게 상황을 분석할 때가 아니었다.
두루마리가 사라진 남성의 몸이 기이하게 변하기 시작했으니까!
더 거대해지는 체격.
검푸른 광택을 내는 무언가로 변이하는 육신!
상대는 더 이상의 가식은 필요 없다는 듯, 주저없이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달려오기 위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 우르릉!
기다렸다는 듯 세 번째 울음이 터졌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충격에 휩쓸려 내 몸 전체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으아아앗!”
조금 전까지 우리가 있던 장소가 사라졌다!
소용돌이, 소용돌이다.
난데없이 어둑한 바다에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어나 썩어가던 유령선을 으스러트린 것!
“으읏!”
몸 전체가 허공을 부유한다.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사방을 휩쓰니, 나는 무슨 헬륨 풍선이라도 된 것처럼 정처 없이 하늘을 날아다녔다.
이러다가 폐선의 잔해와 부딪히기라도 하면?
이은솔에서 ‘이은솔이었던 고깃덩이’로 변하는 것 아니냐고!
“으으….”
믿어야 한다.
탐욕의 손의 대가는 결코 내게 오지 않는다!
— 삐이이익 -!
고막이 찢어질 것만 같다.
소리가 커서, 너무 커서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
소용돌이의 중앙에서 희끄무레한 빛의 덩어리가 나타났다.
머리가 아프다.
뇌가 녹아내릴 것 같다.
“크아아앗!”
어렴풋이 들려오는 비명.
꼴같잖은 협박이나 일삼던 녀석.
두루마리, 정체 모를 유산의 주인인 걸 보니 나 이전에 호텔에서 탈출한 사람이겠지?
그의 비명은 마치 감미로운 자장가처럼 들려온다.
이거지.
이거거든.
이왕이면 여기서 그냥 죽어!
“…”
의식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빛의 덩어리가 나타난 순간부터 그랬다.
— 쉬이잇!
안식의 피리에 억지로 바람을 불어넣었다.
온 사방에 가득한 소용돌이 때문에 제대로 된 소리가 나진 않았다.
하지만, 안식의 피리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듯이 따스한 힘으로 나를 감싸 안았다.
안식의 피리.
소중한 내 유산.
오래된 피처럼 온갖 기적을 다 부릴 수는 없다.
신성한 태양처럼 패도적인 힘을 가진 것도 아니야.
원 모어 찬스처럼 시간을 돌릴 수도, 영혼의 함처럼 NPC를 현실로 데려올 수도 없어.
그저, 혼돈으로 가득한 세상에 잠깐의 ‘안식’을 불러오는 힘.
할 수 있는 건 이것 하나뿐이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우주에서 가장 잘한다.
“… 아.”
아득한 시선이 내게 닿았다.
내가, 우리가 축복의 극한을 얻고 유산을 세 개, 네 개를 얻어도 닿을 수 없는 존재.
우리가 해온 모든 노력을 그저, ‘벌레의 발악’으로 취급할 수 있는 존재.
무한을 손에 넣어 오만함을 얻은 요원들에게조차 겸손함을 주입할 수 있는 존재.
신 혹은 악마, 더 익숙한 단어를 쓰자면 ‘죄수’급 존재.
역시나 현실에 돌아와도 이런 어이없는 괴물이 있구나.
아니 잠깐!
나, ‘이것’과 비슷한 존재를 본 적 있지 않아?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
목소리를 들었다.
「네가 부럽구나….」
이것이 이상한 세상에 떨어진 나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
부드러운 침대에서 정신을 차렸다.
– 부글부글!
냄비가 끓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닭죽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멍하니 일어나 벽에 기대니, 익숙한 사람이 나타났다.
“일어났네?”
“…”
“냉장고에 닭죽 재료 있길래 끓였어. 먹을래?”
아리다.
그녀를 보니 순간, 웃음이 나왔다.
“풋!”
“왜 그래?”
“기절했다가 깨어나니 닭죽 냄새라니…. 아리 너 무슨 우렁각시야?”
“잠에서 깨는 뽀뽀도 해줄까?”
“됐어. 그리고 고마워.”
죽을 몇 술 뜨고 있으니, 아리가 천천히 상황을 설명했다.
에스퍼 호가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관리국의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
이은솔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아리 본인이 ‘꿈의 왕국’을 사용해 이상한 세상에 잠들어 있는 나를 찾아냈다는 것.
“은솔이 너, 대체 어디 있던 거야? 꿈의 왕국이 아니라면 찾는 것도, 데리고 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을 아리가 하네.
“마음 편히 말해도 돼. 혹시나 해서 말이지만, 이 자리에 관리국의 감시 따위는 없어.”
관리국의 감시는 없다는 아리의 호언장담.
본인이 요원이니만큼 믿을만한 대답이지만, 동시에 무의미하다.
아리 본인이 관리국 요원이기 때문이다.
내가 알아낸 사실을 아리에게 전해도 되는 걸까?
뭔가 말문이 턱턱 막혔다.
아까 만난 남자는 분명 관리국 소속이었다.
그는, 내가 호텔 탈출자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지.
아리가 나에 대한 정보를 전한 걸까?
“왜 그래?”
그냥 물어보자.
“아리야. 나에 대해 관리국에 보고했지? 어디까지 보고했어?”
새삼, 골치 아픈 심리전 따위 하고 싶지 않다.
그럴 기운도 없고, 동료와 그런 걸 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리 또한 즉답했다.
“아니. 거의 알리지 않았어.”
“…”
“혼란스러운 와중에 탈출해서 몇 명이 나갔는지도 모른다고 했어. 정체 모를 힘에 당해서 내 기억이 온전하지 않다는 핑계도 댔지.”
곧, 변명하듯이 사족이 살짝 붙었다.
“그, 아주 약간은 보고했어. 어차피 들킬 게 뻔한 미로라든지, 성별이나 대략적인 나이대 정도는…. 하지만, 유산이나 축복 같은 핵심 정보는 전하지 않았어.”
마음이 탁 놓인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게 거짓말일 가능성부터 시작해서 온갖 의심과 심리전을 해야 하는 건데….
그냥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이 정도 관계는 된다고 생각한다.
배고픈데 닭죽 끓여줘서 그런가?
이것 참, 바보 같은 생각이네.
웃으며 답했다.
“아니 아리야, 그렇게 대충 보고했는데 받아줬어?”
아리도 픽 웃었다.
“그러게. 나도 어디 잡혀가서 심문이라도 받을 줄 알았는데. 순순히 믿더라. 어쩌면….”
“어쩌면?”
“날 추궁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할지도. 추궁은커녕 이상한 소문이 돌던데?”
“이상한 소문?”
“나, 조만간 승진할 것 같아. ‘침묵하는 자’의 일원이 될지도.”
신기한 이야기다.
여기에도 상당한 곡절이 있을 것 같은데, 아리 본인도 이유를 모르는 분위기.
“내가 겪은 일, 말해줄게.”
크게 세 가지 이야기를 차근차근 전달했다.
첫째, 우리 이전의 호텔 탈출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만났다.
“외견은 훤칠한 키의 남성. 이목구비는 알아보지 못했어. 유산은 돌돌 말린 두루마리인데, 정황상 전투용 유산은 아니야. 위기에 처하니까 역 소환하더라고.”
온 정신을 집중하는 아리.
“축복은?”
“모르겠어. 괴상한 변신 능력이 있었어.”
“전 참가자, 훤칠한 키, 유산은 두루마리이고 비전투용. 변신 능력 있다. 좋아, 다음은?”
둘째, 내가 호텔 탈출자임을 알고 협박을 섞어 포섭하려 했다.
“나에 대해 알고 있었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
“난 자세히 보고하지 않았어.”
“알아. 뭐, 그 사람이 관리국 수뇌부라면 수단이야 많이 있겠지. 여하튼, 나보고 함께하자고 했어.”
“거절했어?”
“… 솔직히 말할게. 평화로운 분위기였다면, 예컨대 호텔 딜라이트에 대놓고 찾아왔다면 대화해봤을 것 같아.”
“아하, 흉측한 이계에 가두고 협박하듯이 접근하니 대화할 마음이 사라졌다?”
“그거지.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없던 반감이 저절로 생기잖아!”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다.
지금도 관리국이 우리의 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아리와 할아버지가 몸담은 곳이기도 하고, 그걸 떠나서 관리국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호텔에서 많이 느꼈으니까.
하지만, 이번처럼 협박하듯 접근하면 나도 평화롭게 대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변명해봐도 될까?”
정체 모를 남자의 태도를 변호해보겠다는 아리.
이해한다.
아리는 내 동료이지만, 동시에 관리국 요원이다.
그 남자는 아리에겐 직장 상사 혹은 동료일 수도 있다.
“해봐.”
“관리국은 기본적으로 호텔 탈출자의 위험성을 상당히 높다고 판단해.”
“…”
“그, 배신과 협잡, 사기와 뒤통수로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매우 커서 -”
“네 엄마처럼?”
“…”
어머, 어머!
지금 이 말은 너무 심했잖아!
“미안 -”
“그래. 과거의 미로처럼.”
아리는 솔직히 인정했다.
“그러니, 너와 일대일로 마주한 김에 족쇄를 걸 생각이었겠지.”
“…”
“하지만, 이 부분은 장담할 수 있어.”
“어떤 부분?”
“그 사람의 생각이 관리국 전체의 생각은 아니야. 평화롭게 접근하려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 남자가 관리국 전체를 대표하진 않는다.
이 부분은 이해했다.
202호, 인어공주에서 드러났듯이 관리국 내에도 여러 파벌이 있으니까.
“조만간 다시 접근하겠구나.”
“아마도. 할 말은 이게 끝이야?”
“아니, 세 번째가 있어.”
셋째, 탈출을 위해 탐욕의 손을 쓰자 나타난 이계의 신.
“엄청나게 강했어. 그냥, 나타나자마자 세상 전체를 휘어잡았지.”
“죄수 같은 느낌?”
“거의 그 수준.”
곰곰이 생각하던 아리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러니까, 은솔이 네가 탐욕의 손을 최대 출력으로 썼더니 말도 안 되는 신이 나타나서 상황을 정리했다는 말이지? 그리고 기절했다가 깨어나니 여기고?”
“응.”
“순수하게 궁금하네. 이계의 신이 나타난 것과 내가 널 구출한 것. 전부 네 탐욕의 손이 유도한 일인가?”
“아마도….”
“대단해! 진짜 대단해! 네 후원자는 대체 뭐야? 축복이랍시고 인터넷 쇼핑을 주길래 무슨 생각인가 했더니, 이 순간을 위해 기다린 거야?”
“…”
진짜 그런 걸까.
만약 그렇다면, 내 후원자는 정말이지 여러모로 대단한 존재다.
“그보다 아리야.”
“응?”
“나, 이계의 신과 비슷한 존재를 본 적 있어.”
“어?”
처음으로 아리가 토끼 눈을 떴다.
“호텔에서?”
“응.”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죄수는 호텔 내에만 있어야 정상인데.”
“아니야, 다시 생각해도 틀림없어. 너무나 비슷한 존재였어. 그냥, 딱 느꼈어.”
“… 무엇과 비슷했지?”
이계의 신을 보자마자 어렴풋이 직감했다.
어쩌면, 피리의 보호 덕에 꽤 오랫동안 ‘그것’을 직시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주.”
그것은 104호의 죄수, ‘주’와 지극히 유사한 존재다.
같은 존재는 아닐지언정, ‘유사한 원리’로 구성된 신이다!
*
내 답을 들은 아리는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다.
“가인이와 통화해봐야겠네. 번호 알지?”
“알지만…. 너, 아직 모르는구나.”
“뭘?”
“가인이에게 들었는데, 후원자가 ‘관리국 쪽은 네가 먼저 접근하지 말라.’라고 했대.”
“… 그건, 가인이에게 한 이야기지?”
“뭐?”
“가인이가 먼저 나서서 관리국에 접촉하지 말라고 한 거잖아. 반대로 내 쪽에서 접촉하는 건 상관없는 것 아닌가.”
그게 그렇게 되나?
생각해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전화번호 줘.”
곧, 아리와 가인이의 첫 통화가 시작했다.
“안녕, 오랜만이네. 퇴마사 씨, 그동안 잘 지냈 -”
“누구십니까?”
뭐야?
“… 장난은 적당히 쳐. 관리국 -”
“아~ 관리국은 무슨 관리국! 야! 내가, 어! 뉴스로 다 들었어! 보이스 피싱인거 모를 줄 알아?”
— 탈칵!
전화가 끊겼다.
아리의 눈썹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
— 따르릉!
“너, 한 번만 더 장난치면 -”
“你, 别想骗人了, 能不能老实工作?(너, 사기 칠 생각하지 말고 성실히 일하지 못하겠어?)”
— 탈칵!
이쯤에서 못 참고 터졌다!
아무래도 가인이는 아직 관리국과 접촉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리를 보이스 피싱범 취급할 줄이야!
가인이 나름대로 ‘일반인처럼’ 대응한 거야?
하긴, 일반인이 갑자기 ‘나 검사요’ 하는 전화 들으면 보통 보이스 피싱을 의심하긴 하지!
“아이고 크크크! 아오! 진짜 풋!”
“…”
“아리야, 보이스 피싱 같은 거 하지 말고 성실히 일하라고 하잖 -”
“한가인 재산 전부 동결해버릴래.”
“지, 진정하고 -”
“나는 요원이야. 한다면 해.”
웃음을 참기 힘들어서 부들거리는 아리를 내버려 두고 거실로 나왔다.
“큭! 킥! 아~! 진짜 얘들도 참!”
정신없이 웃던 중, 잊고 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
내가 탐욕의 손에 빈 소원.
즉흥적으로 빈 데다가 그 후에 무슨 이계의 신까지 나타나며 난리가 나서 잊고 있었네.
첫 번째는 탈출이었고, 두 번째는 –
“호텔 딜라이트가 한국 1위 호텔이 되게 해달라고 했지.”
불안해.
갑자기 엄청 불안해!
오피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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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56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