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66)
EP.566 566화 – 기억할 수 없는 세상 (5) Fin(?)
566화 – 기억할 수 없는 세상 (5) Fin(?)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38일 차
현재 위치 : 강원 특별자치도 태백시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과거의 나는 통찰로 ‘아서에게 빙의해선 안 된다’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 같다.
이유는 뭐였을까?
밖으로 나왔으니 지나간 일이긴 하지만, 추후 아서와 또 만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자.
「조언 : 3 -> 2」
‘아서의 몸에 빙의하면 안 되는 이유는?’
「통찰은 네가 알아낸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답은 결국 네게 있다.」
“…”
두 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냥 알려줄 것이지 왜 또 이러냐는 소소한 불만이 첫째.
내가 ‘지금까지의 일’을 되돌아보길 바라는 것 같다는 깨달음이 둘째다.
“왜 그러냐?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모양인데.”
“… 아, 다음 일정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일정? 딜라이트 호텔에 가자며?”
올빼미가 하려는 말과 지금까지 벌어진 일의 기괴한 실체,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정답은 가까이에 있었다.
“그렇죠. 출발합시다.”
*
호텔 딜라이트는 한국에서 알아주는 호텔답게 로비부터 안락하기 그지없었다.
할아버지가 소파에 앉아 그 푹신함에 감탄하는 사이, 나는 연락을 마치고 돌아왔다.
“오~! 은솔이는?”
“곧 내려온다네요. 기다리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너도 와서 앉아라.”
제집 안방처럼 편히 쉬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웃음이 나와서 나도 근처에 앉았다.
“참, 어제오늘 일은 다시 생각해도 기가 막히는구나.”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죠.”
“그렇지. 참, 가인이 너, 다른 사람 연락처 알지?”
“드릴까요?”
잡담을 나누던 중, 할아버지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나저나, 이놈의 호텔은 직원들이 다 어디 간 거냐?”
“위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요?”
“1층에 사람이 없는데?”
일리 있는 이야기다.
5성 호텔 로비에 직원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급한 일이 생겼다면, 영업을 멈춰야 정상이지.
“하하! 그러면, 제가 대신 안내해드릴까요?”
“이놈, 장난도 참 -”
“Hello, welcome to Delight Hotel. How can I help you today?”
딜라이트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도와드릴 것이 있나요?
간단한 영어 문장이다.
5성 호텔 직원이면 이 정도는 기본이겠지?
그 간단한 문장이 ‘백인’ 노인을 침묵하게 했다.
“…”
찰나의 침묵.
교차하는 시선.
나는 할아버지의 가장 큰 비밀을 알고 있다.
할아버지는, 내가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음을 알았다.
“허!”
“…”
“이것 참, 눈치 빠른 아이로고.”
돌이켜보면, 의심할만한 정황은 처음부터 많았지.
첫째, 소통의 전대 주인은 대화창을 사용하며 자신의 이름을 감추었다.
통성명하기 전이라면 모를까, 본인 이름을 ‘아서’라고 밝힌 후에도 감출 이유가 있을까?
둘째,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미숙했던 아서의 태도.
가족과 같은 약점을 대놓고 드러내는 것은 약과다.
루프 과정에서 내게 타인의 몸을 조종하는 힘이 있음을 알았을 텐데, 알면서도 무방비하게 내 앞에 있다가 결국 당하지 않았는가.
보통 사람이라면 모르되, 호텔 탈출자 치고는 지나치게 어리숙하다.
셋째, 과거의 내가 통찰로 알아낸 바에 따르면, 아서에게 빙의하는 것은 함정이다.
그런데, 아서에게 빙의해서 정보를 알아내라는 사람이 있었다.
심지어 한 번이 아닌 것 같다.
“아이야, 언제부터 알았는고?”
“누구에게 아이 소리 들을 나이는 아닌데.”
“하하! 슬슬 말이 짧아지는구나?”
모든 의문의 간단한 답.
전 참가자, 또 다른 소통의 주인은 아서가 아니었으며 아서는 그의 하수인에 불과하다!
최초로 이계에 진입한 순간 조작당한 기억의 정체는?
작고 단순한 정보.
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정보.
바로 ‘묵성 할아버지’의 외모에 대한 내 기억!
진실한 적은 처음 이계에 진입했을 때부터 내 옆에 있었다.
“너는 누구지?”
그 순간, 처음으로 상대가 대화창에 이름을 드러냈다.
라이언 : 다시 소개하지. 내 이름은 라이언 레이놀드라네.
전대 소통의 주인, 라이언 레이놀드가 드디어 정체를 드러냈다.
— 지이잉!
레이놀드의 배후에 세 개의 구체가 나타났다.
*
1초가 10번으로 쪼개진 듯한 시간의 흐름.
평범한 인간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반응조차 하지 못한 찰나의 영역에서 싸움이 벌어진다.
처음으로 느낀 것은 혼란스러움.
단박에 사방의 풍경이 일그러지며 아찔할 정도로 혼탁한 이미지가 시각을 가득 채우고, 고통스러운 소음이 청각을 고문했기 때문이다.
대화창의 끔찍한 활용법이다!
이 시점에서 ‘신성한 태양을 아낄 수 있을까?’ 따위의 여유로운 생각은 싹 날아갔다.
— 화르르!
화끈한 열기가 사방을 점했고, 나는 잔상조차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날아드는 구체의 시퍼런 광선을 피해냈다.
“호! 과연, 만만치 -”
선공을 한번 받아냈으니, 이번엔 내 차례다.
손끝에서 빛이 번뜩이며 파괴적인 위력의 열선이 레이놀드를 강타했다.
아니, 강타하려고 했다!
– 띡!
벼락같은 속도로 움직인 레이놀드가 지포 라이터 같은 것을 딸깍하는 순간, 노인의 몸이 사라진 것.
— 지이잉! 쿠궁!
목표를 잃은 열선이 애먼 호텔 외벽을 단박에 반파했다.
“꺄아악!”
“으, 으악!”
뒤늦게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아챈 호텔 밖 사람들!
미리 몰래 연락해서 호텔 직원은 대피시켰지만, 바깥까지 손쓸 여력은 없었다.
게다가, 그렇게 다 대피시키면 이 교활한 작자가 미리 눈치챌 것 아닌가!
비웃는 듯한 목소리.
“하하, 가인아! 위치를 잘 보고 공격해야 -”
소리만 들어도 안다.
오른쪽으로 약 24m, 회전문 근처.
— 콰직!
바닥을 박차는 순간, 단박에 딜라이트 호텔의 고급 타일이 터져나가며 내 몸이 이동했다.
“- 뭔 놈의 속도가!”
어처구니없어하는 목소리, 다시 한번 ‘띡!’하는 소음.
또다시 노인의 몸이 사라지더니 이번엔 계단참 근처에서 나타났다.
몸놀림이 인간을 초월한 수준이긴 한데, 신성한 태양을 쓰는 나에 비하면 현저히 느리다.
하지만, ‘딸깍’할 때마다 원하는 위치로 순간이동 할 수 있는 저 라이터가 문제.
점멸 라이터라니!
유산인가?
아닌 것 같다.
방호복이나 윙 부츠 같은 강력한 도구다.
유산은 전투 시작과 함께 나타났던 3개의 구체!
— 지이잉!
뒤편에서 섬뜩한 기세를 느꼈다.
서로 다른 각도로 뻗어오는 세 줄기의 시퍼런 광선을 인지하는 순간 –
“이얏!”
내 몸이,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광선의 궤적에서 벗어났다.
지면에 착지하자 상대 – 레이놀드가 숨길 수 없는 질투심을 드러냈다.
“야 인마! 이게 대체 뭔 유산이냐?”
“부럽나?”
“허! 고귀한 수호자도 훌륭한 유산이다.”
고귀한 수호자, 이게 저 구체들의 이름이구나.
“그나저나, 처음엔 레이저를 쏘더니 다음엔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움직이고, 이번엔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해?”
신성한 태양은 다른 유산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능력이 다양하다.
그만큼, 충전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요구한다.
“이런 유산에 제약이 없을 리 없지. 그렇지?”
빙글빙글 웃는 노인의 태도.
호텔 참가자답게 신성한 태양에 한계가 있을 것임을 꿰뚫어 본 것.
“시간제한? 수명 감소? 아니면 -”
나 또한 슬쩍 웃으며 손을 뻗었다.
“네 걱정이나 해.”
“뭐 인마? 말이 너무 짧아진 -”
“라이터, 기름 얼마나 남았어? 아껴 쓰는 게 좋을걸?”
굳어지는 레이놀드의 표정.
그래, 이거지.
신성한 태양에 ‘충전’이라는 제약이 있는데, ‘점멸 라이터’라는 엄청난 도구에 제약이 없겠냐고!
— 콰직!
다시, 바닥을 으깨며 놈에게 달려든다.
창백하게 굳은 표정으로 라이터를 누르는 노인을 보며 직감했다.
이미 두 번 썼지?
이번이 마지막, 혹은 기껏해야 한 번 남았다.
저 라이터 없이는 레이놀드는 내게 버틸 수 없다!
승리를 예감한 그 시점.
— 지이잉!
구체 한 대가 내 쪽으로 날아온다.
「조언 : 2 -> 1」
「즉시 피하세요!」
말 안 해줘도 아니까 쓸데없이 조언 소모하지 말라고!
— 콰과광!
구체가 터졌다.
— 우르릉!
그리고, 호텔 딜라이트가 망했다.
*
서울 한복판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주변이 잠잠할 수는 없는 노릇.
반쯤 폐허가 된 호텔 로비에서 바깥을 보니 한숨만 나왔다.
나도 모르게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누나, 미안해요.”
가볍게 한숨 쉬며 정신을 집중하니, 고작해야 30m 밖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라이터를 통한 순간이동은 한 번에 20~30m 정도가 한계인 것 같다.
사방에서 떨어지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쳐내며 움직이니, 공터에 가만히 선 남자가 보였다.
“도망 안 가냐?”
“내가 뛰어봐야 네 놈 속도를 따라가긴 무리지.”
“라이터가 다 떨어진 모양이지? 겨우 세 번이야?”
“아쉽게도 그렇구나.”
순순히 인정하며 양팔을 벌리는 노인.
점멸 라이터의 기름이 다 떨어진 시점에서 저자가 내게 도망갈 방법은 없다.
그러므로 굉장한 위기일 텐데….
노인은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았다.
“꼬마야, 네 심계가 제법 깊구나. 쌈박질 실력은 기가 막히고.”
“꼬마 소리 들을 나이 아니라니까. 나 보기보다 나이 많아.”
“이놈아, 나도 보기보다 늙었어!”
“당신은 보기에도 늙었는데?”
“그거보다 더 늙었 – 어이쿠! 이놈, 말재간도 괜찮구나.”
어이없다는 듯 웃는 노인은, 마치 최후 통첩하듯 말했다.
“가인아. 이제 와선 믿기 힘들겠지만, 난 너흴 해칠 생각 없었다.”
“…”
“진짜야. 김묵성 그 녀석도 여전히 살아있다니까? 난 그냥 너희 옆에서 서성이며 성향을 한번 볼 셈이었지.”
본인을 죽이면 묵성 할아버지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는 협박인가?
“…”
신성한 태양이 사라지며 혈관을 터트릴 것만 같던 힘 또한 사그라들었다.
“오, 한바탕했으니, 슬슬 대화할 생각이 들었 -”
대화? 협상?
이 교활한 자가 내 기억을 건드리고 묵성 할아버지로 위장한 시점에서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
태양을 돌려보낸 것은 단지, 레이놀드가 방심하길 바랐을 뿐.
— 서걱!
노인 – 라이언 레이놀드의 몸이 둘로 쪼개졌다.
상대는 머리가 둘로 갈라지는 순간까지도 반응하지 못했다.
「동료 위치 정보(*)
김아리 : 호텔 딜라이트」
*
“이야~! 아리야, 직접 보는 건 오랜만 -”
“누구세요?”
“…”
“中国诈骗犯去死吧! (중국인 사기꾼 죽어!)”
요전에 보이스피싱 취급한 게 살짝 앙금이 남았나 보다.
어쨌든, 오랜만에 아리를 보니 반가웠다.
“할아버지는?”
“이미 구출했어.”
레이놀드가 묵성 할아버지로 위장하고 있음을 알아챘으면서도 호텔 딜라이트까지 데려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리에게 몰래 연락해 인질이 될 수 있는 할아버지를 구출하고, 아리가 내 쪽으로 합류할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레이놀드는 내 ‘다른 동료’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큰 의심 없이 따라왔겠지.
“기록 확인했어. 라이언 레이놀드, 전직 요원이자 참가자. 과거, 불특정한 시점에 관리국을 벗어난 것으로 추정.”
“… 역시.”
“보안등급이 아주 높아서 확인이 어려웠어. 내가 승진 직전이니 억지를 써서 가능했지. 여하튼, 이놈의 시체는 내가 가져가서 -”
— 꿈틀!
세로로 쪼개진 시신에서, 움직임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눈을 마주친 나와 아리는 곧,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 새끼 -!”
“아직도 살아있어? 불사의 유산이 또 있나?”
아리는 어이없어하면서도 바로 허리춤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일단, 봉인한 다음에 생각할게!”
“바로 찍어!”
그렇게 ‘찰칵!’하려는 순간.
“…”
오로라? 혹은 아지랑이?
희끄무레한 빛이 우리를 내리쬔다.
— 찰칵!
“…”
— 찰칵!
연거푸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데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표정을 굳힌 아리가 이번엔 손을 뻗어 부등변다면체를 사용했지만….
역시나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마도서를 소환해볼까?
신성한 태양은?
“…”
소용없겠지.
나와 아리는 이것과 유사한 현상을 이미 접한 적 있다.
“불굴의 이성…!”
“영혼의 화로!”
같은 유산을 지칭하는 서로 다른 단어.
이 빛은 모든 초자연성을 억제하던 206호의 그것과 너무나 닮았다!
‘피차, 이쯤 하지.’
알 수 없는 목소리.
나와 아리는 물론, 레이놀드의 목소리와도 다르다.
그렇다.
내게 ‘아리’라는 동료가 있는 것처럼, 레이놀드에게도 동료가 있었다!
‘여기서 멈추는 게 좋네. 지금 싸우는 건, 서로에게 손해이기 때문이지.’
어이없다는 듯 웃는 아리.
“웃기지 마! 이 빛과 비슷한 힘, 이미 경험해봤다고? 나랑 가인이가 동시에 유산을 쓰면 어떨까?”
불굴의 이성이 억누르는 힘에도 한계는 있었다.
아리 말마따나 나와 아리가 네 개의 유산을 동시에 가동하면 어떨까?
하지만, 다음 말이 나와 아리를 흠칫하게 했다.
‘그러지 말게. 탈출할 때 호텔에서 말해주지 않았나? 최소 6개월은 얌전히 있으라고?’
사실이다.
‘아직은 괜찮아. 여기까진 수습할 수 있지만, 더 나아가면 모두의 패배가 기다릴 뿐이네.’
모두의 패배라.
이자의 말대로 호텔은 최소 6개월은 얌전히 있으라고 했지.
정확한 이유가 뭘까?
이런저런 추측은 했지만, 명확한 답은 아직도 모른다.
상대는 그 답을 아는 것 같았다.
“설득하려면 이유는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의 충돌이 모두의 패배인 이유는?”
‘아직 방주가 완성되지 않았으니. 젊은이, 게다가….’
게다가?
‘자네의 유산, 그 불덩이에 더 이상 힘이 느껴지지 않는군. 다 쓴 모양이지?’
“…”
신성한 태양의 충전량은 어떻게 꿰뚫어 봤을까?
말문이 막힌다.
‘자네에게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군. 여유를 가지고 5개월 후에 보세나.’
…
빛이 사라졌다.
꿈틀거리던 레이놀드의 심장 역시 사라졌다.
남은 것은 지극히 ‘지혜로운 자’의 힘에 위기감을 느낀 나와 아리, 그리고….
폐허가 된 호텔 한 채였다.
“아.”
“… 왜?”
“호텔, 쫄딱 망했네.”
“…”
“은솔 누나가 호텔 딜라이트는 곧 한국 최고의 호텔이 될 거라고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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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56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