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67)
EP.567 567화 – 두 개의 작전 회의
567화 – 두 개의 작전 회의
회색 하늘 아래의 고상한 저택.
정오의 커피를 즐기며 바깥소식을 기다리던 남자, 아서 레이놀드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었다.
– 꿈틀!
“으윽!”
“아서?”
“크아악-! 시, 심장이 -”
심장에서 느껴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격렬한 고통!
올리비아가 황급히 응급 약품을 가져오고, 아이들까지 놀라서 어찌할 바 몰랐지만, 아서의 비명은 쉬이 멈추지 않았다.
15분? 20분?
바깥세상이라면, 이미 응급차 소리가 들릴법한 시간이 되어서야 아서의 비명이 멈추었다.
고통이 끝나서는 아니다.
단지, 더 이상 비명 지를 ‘아서’라는 사람이 사라졌을 뿐.
“히이익! 꺄, 꺄아아악!”
“아빠, 아빠아아!”
아서 레이놀드의 몸을 풍선처럼 터트리며 나타난 것은 섬뜩하게 웃는 노인이었다.
“하…! 이것 참, 고생스러웠구먼!”
“괴, 괴물! 당신은 아서를 -”
자신을 보며 비명 지르는 올리비아와 조슈아를 보며 노인, 라이언 레이놀드는 쓰게 웃었다.
따지고 보면 며느리와 손자가 아닌가?
그런데, 이들은 라이언을 알아보지도 못한다.
— 짝!
가벼운 박수와 함께 올리비아와 조슈아가 쓰러지며 주변이 조용해졌다.
며느리와 손자는 물론, 아들조차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요전의 ‘젊은 친구’가 알아차렸듯, 기억할 수 없는 세상은 라이언이 필생의 노력 끝에 구현한 유사 호텔이었기 때문이다.
저주의 방을 생각하자.
호텔에서 NPC들의 기억을 멋대로 조작하듯, 라이언 역시 이번 ‘연극’을 위해 NPC들의 기억을 건드렸을 뿐이다.
그러니, 가족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건 엄밀히 말해 라이언 본인 책임이었다.
“…”
문득, 라이언은 생각했다.
‘이런 것들’이 어떻게 가족일 수 있겠는가.
아서의 입을 빌려 ‘젊은 친구’에게 했던 말.
‘꿈으로 만들어낸 환상’은 진짜 가족이 아니라는 말은 진심이었다.
“…”
오래전엔 노인도 이들을 사랑했다.
진짜 아들이고, 며느리고, 손자였다.
언제부터 아니게 되었을까?
라이언도 알 수 없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마치 호수와도 같아서, 어느 날 정신 차려보면 표면이 얼어있곤 하니까.
다만, 라이언에게는 언제나 유전적으로 이어진 혈족이 필요했다.
그것이 그의 두 번째 유산, ‘부자유친’의 조건이었으므로.
그렇게 라이언이 죽음과 부활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시점.
‘그대, 이번에는 조심성 없는 행동이었다.’
노인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도와줘서 고맙다.”
‘방주가 완성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섣불리 행동하지 말라 일렀거늘.’
“뭘 섣불리 행동했다는 게야? 난 가만히 있는데 고놈이 먼저 내 영역에 들어왔단 말이다!”
‘가만히 있어라. 상대 또한 한동안 잠잠히 있을 테니.’
일방적인 지시.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
라이언은 언제나 상대의 이런 태도가 불쾌했다.
‘라이언, 조금 전의 싸움을 복기하라.’
“뭐?”
무슨 말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던 노인은 곧, 크게 당황했다.
분명 보물과 유산을 아낌없이 써가며 치열하게 싸웠는데…!
많은 기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린 지혜의 주인.
그의 이름, 그의 외모, 그의 유산 – 이 모든 기억이 흐릿했다.
타인의 기억을 건드리는 것.
라이언 본인이 자주 하는 일이었지만, 당하는 위치에 서니 숨이 턱 막혔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
‘아직도 모르겠는가? 가벼이 여길 상대가 아니다.’
그렇게 짧은 회의 혹은 ‘명령 하달’이 끝났다.
“…”
문득, 라이언은 생각했다.
지혜의 축복을 얻은 이는 다들 비슷한 것 같다고.
일반인의 평생을 몇 배로 늘려도 모자랄 만큼 오랜 세월 ‘상대’와 교류해왔지만….
라이언은 아직도 대화 상대의 이름은 물론, 얼굴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나 이성의 빛과 함께 나타났다.
*
– 이은솔
호텔 딜라이트가 무너지고 일주일이 흘렀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급한 불을 끌 무렵, 탈출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작전 회의를 하자는데 의견이 모였다.
“송이 안녕!”
“언니, 오랜만이에요!”
“할아버님, 괜찮으세요? 감금당하셨다고 들었는데.”
“별것 아니다. 쪽팔린 게 더 문제지.”
「요원님, 쪽팔릴 게 뭐 있습니까.」
“이건 뭐야? 화상 회의?”
“상현 씨는 미국에 거주 중이니까요.”
“아리 누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 미로는 잘 지내?”
“… 요즘 학교 잘 안 나와요.”
“…”
간단한 인사를 마친 후, 비밀스러운 회의실에 모인 동료들의 얼굴을 살폈다.
나(이은솔), 유송이, 엘레나, 김묵성, 박승엽, 김아리까지 여섯은 직접 나타났다.
“삐익! 요즘 진행 중인 일이 있어서 피치 못하게 이런 몸으로 -”
“아오! 가인 오빠, 부리로 너무 유창하게 말하니까 무섭잖아요.”
가인이는 페로의 몸을 빌려 나타났고, 미국에 거주 중인 상현 씨는 화상 회의로 참여했다.
빠진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미로와 관리국 연수 중인 진철이뿐이다.
물론, 두 사람에게도 회의의 내용은 전달할 예정이다.
한자리에 모인 동료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개별적인 연락은 했지만, 이렇게 다 모인 건 정말 오랜만이니까.
“자, 회의 시작할게!”
*
먼저, 소통의 전대 주인과 그의 동료와 만나서 제대로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달되었다.
“우와…. 대화명 조작도 모자라서 대화창에 끔찍한 정보를 뿌렸다고요?”
“그것보다 기억을 편집했다는 게 더 신기하네요.”
송이와 엘레나의 감탄.
소통의 축복을 이렇게 공격적으로 쓸 수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묵성이 넌 여태 뭘 하고 있던 건데?”
놀리는 듯한 아리의 말에 할아버지가 간단히 반문했다.
“해줘? 대화창에 지금 뭐 하나 띄울까?”
즉시 모두가 침묵했다.
축복의 성장 방향은 참가자의 성향에 영향을 받는다.
대화명 조작, 대화창 오염 등은 라이언 레이놀드가 소통을 ‘팀원 견제’에 적극적으로 활용했음을 증명한다.
이 과정에서 ‘기억 조작’ 같은 능력이 파생된 게 아닐까?
“기억 조작은 ‘강력한 강화’의 산물이겠지?”
“무조건이지.”
여러모로 묵성 할아버지가 얻긴 어려운 힘이었네.
“소지한 보물은 점멸 라이터랑 이동형 드론 셋?”
“고귀한 수호자라고 하더군요.”
아리가 끼어들었다.
“마지막에 심장 꿈틀거리던 것 잊지 마. 재생 혹은 부활을 위한 유산이 하나 더 있어.”
“더 할 말은?”
“기억할 수 없는 세상. 놈의 거점이고, 유사 호텔입니다.”
화이트보드에 라이언 레이놀드의 정보를 정리했다.
「라이언 레이놀드
1. 축복(소통) : 생생한 소통(1) 기억 편집(2) -> 3단계 추정
2. 유산 : 고귀한 수호자, ??? (재생 혹은 부활)
3. 거점 : 기억할 수 없는 세상 – 유사 호텔」
정리된 내용을 보던 가인이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다 거짓말이었나?”
“뭐가?”
“아니, 하수인 – 아서의 입을 빌려서 2층 초입에 탈출했다고 했거든요. 근데 축복하고 유산 둘 다 멀쩡하네.”
“으음…. 그러면 그놈도 207호까지 다 진행했다?”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호텔에 관해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
“다른 녀석은 어때?”
“삑! 지혜의 또 다른 주인 말이죠?”
“오빠, 왜 자꾸 삑 삑 해요?”
“날개는 왜 이리 펄럭거리냐?”
“… 앵무새 흉내가 습관이 됐네.”
얼마나 페로 몸을 자주 쓰고 있길래 날개를 퍼덕이고 삑삑거리는 게 습관이 됐나 싶지만, 그러려니 하자.
“불굴의 이성 비슷한 유산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실제 이름이 밝혀지기까진 그냥 불굴의 이성이라고 하자. 그리고?”
“… 통찰 혹은 그와 비슷한 힘이 있습니다. 단박에 신성한 태양이 비었음을 알아봤습니다.”
「???
1. 축복(지혜) : 4단계 추정
2. 유산 : 불굴의 이성(유사품)」
뭔가 더 적고 싶은데, 적을 게 없다.
“정보가 너무 없네.”
그때, 페로 가인이 다시 답했다.
“아주….”
“아주?”
“아주 오래된 참가자일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통찰을 얻을 때, 올빼미가 말했습니다. 너는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4번째 강화를 얻을 가능성이 생겨난 참가자라고.”
축복의 4번째 강화는 호텔에서도 지극히 드물게 벌어진다.
“바로 전 호텔, 혹은 2~3번 전 호텔에서 4번째 강화가 발생했다면, 올빼미가 이렇게 말하지 않았겠죠?”
“일리 있네.”
“그는 아주…. 아주 오래전의 참가자일 겁니다.”
그때, 아리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면 그 노친네, 대체 몇 살일까?”
모두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호텔에서 4번째 강화를 얻은 참가자, 분명 유산도 하나가 아니겠지.
이런 괴물이 현실에서도 루프를 수없이 반복하며 쌓은 저력.
대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짜고짜 우릴 적대하진 않았다는 점 정도.
“내가 만난 녀석도 정리하자.”
“그, 이계에서 은솔 누나를 협박한 사람?”
“이름 알아냈어. 관리국 쪽 참가자라 가능했지.”
관리국 쪽 정보를 알려줄 사람은 우리 중 한 명뿐이다.
자연스럽게 아리가 고개를 까딱했고, 다들 잘했다는 듯 손짓했다.
「패트릭 비더만
1. 축복(용기) : 변이 능력 – 3단계 추정
2. 유산 : 맹약의 서
3. 소속 : 관리국」
“용기의 축복?”
아리가 답했다.
“응. 힘들게 얻은 정보야.”
페로 가인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키가 훤칠한 사람 맞죠? 에스퍼 호에서 과거를 통찰했을 때, 저 사람이 ‘미래의 나’에게 말을 걸길래 분명 예지 능력이 있는 줄 알았는데.”
“본인이 본 게 아닐 수도 있지.”
그 말에 상현 씨가 반응했다.
[이상하군요. 내가 이해한 대로라면, 라이언 레이놀드와 ‘또 다른 지혜’는 같은 편입니다.]“그렇지.”
[라이언은 관리국을 벗어났다고 했지요?]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국을 떠난 라이언과 다른 지혜가 같은 편인데, 관리국에 소속된 패트릭은 다른 지혜로부터 미래 정보를 들었다?]라이언 레이놀드는 관리국을 벗어났다.
패트릭 비더만은 지금도 관리국 주요 인사다.
그런데 정체 모를 또 다른 지혜는, 둘 모두와 연줄이 있다.
언뜻 생각하면 이상한 관계다.
“그게 뭐가 이상해?”
아리의 목소리.
“이상해 보이는 사람은 지금 우리를 보라고. 나는 관리국 요원, 묵성은 관리국 은퇴. 진철이는 신입 예정.”
다음으로 아리 손가락이 디스플레이를 향했다.
“관리국 싫어하는 사람.”
[… 관리국은 필요악입니다.]“개념 없는 중학생 두 명.”
“누나?”
“일본 만화를 현실에서 구현 중인 이상한 고등학생.”
“무, 무슨 말이래!”
“호텔과 유람선으로 유유자적 중인 두 사업가.”
“유유자적이라니…. 얼마나 바쁜데.”
“그리고 또! 또! 미친 짓을 시작한 앵무새 인간!”
“…”
하나하나 돌아보니 정말이지 이상한 사람들.
심지어 관리국 혐오자와 관리국 요원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런 우리도 한 자리에 모였는데, ‘상대 파티’라고 다르겠어?”
그렇지.
호텔파티라는 게 본래 이런 식이다.
*
전 참가자에 관한 이야기가 마무리될 무렵, 개인적인 요청사항이 몇 개 오갔다.
대체로 아리, 관리국에 대한 부탁이었다.
시작은 나였다.
“나, 한국지부장에게 딜라이트 호텔 복구 자금 지원해달라고 했어.”
“뭐라고 했는데?”
“사유가 뭐냐고 하네. 개인적인 이유에 관리국 자원을 함부로 끌어 쓸 수 없다던데?”
“내가 해결할게.”
“오!”
“이유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한국지부장의 반대는 -”
“그 사람, 곧 내 밑이야.”
이거지!
한국지부장 박현민 이 자식아!
니 상사가 내 편인데 어디서 유세를 부리고 있어?
이러면 딜라이트 호텔이 한국 1위 호텔이 되는 건 관리국 돈으로 이루어지는 건가?
뭔가 그럴듯하면서도 애매한데….
“누나! 누나! 소피아가 결정 내렸어요.”
“그래?”
“소피아가 옮겨갈 수 있는 현실의 몸, 마련해줄 수 있어요?”
“가능은 한데 시간이 좀 걸릴 거야. 그리고…. 그 부탁의 의미, 이해하지?”
“… 네.”
“그럼 됐어.”
승엽이의 요청사항도 통과.
다음으로, ‘이상한 앵무새 인간’이 부리를 열었다.
“삑! 나도 부탁이 있는데 -”
“어려워.”
“… 아직 말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부탁인지 알아. 눈감아 달라는 것 아니야?”
“…”
“대신, 다른 방향으로 들어줄게.”
가인이의 부탁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관리국에서 눈감아달라는 것.
아리는 눈감아줄 수는 없지만, 다른 방향으로 들어주겠다고 했다.
“다른 방향?”
“네 사업에 파견되는 요원, 내가 선정했어.”
“네가 선정했다면 – 아니! 설마!”
“진철이가 갈 거야.”
“아이고! 아리야, 아리 님! 너만 믿었다고!”
푸드덕거리며 날아간 앵무새가 감사의 키스라도 하고 싶었는지, 부리를 아리 뺨에 들이댔다.
어이가 없어서 송이는 물론, 나와 엘레나까지 정신없이 웃었다.
“아 진짜! 하지 말라고!”
아리의 반응 덕분에 더 재밌었다.
…
그나저나 가인이의 새로운 사업, 듣긴 했는데 참 희한한 말이다.
목적은 이해했다.
전 참가자와 한 판 붙으며 신성한 태양이 텅 비었으니, 어떻게든 다시 힘을 쌓아야 한다는 것.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꿈으로 빈 망각의 소원이 걸림돌이다.
신도들이 돌아서면 가인이를 잊어버리는데 무슨 수로 교단 따위를 키우겠는가?
“…”
놀랍게도 방법이 다 있었다.
어쩌면, 여기까지 내다보고 망각의 소원을 빌었는지도 모르겠네.
“가인아.”
“네?”
“… 지금 함께하는 동업자의 이름, 뭐라고 했었지?”
앵무새의 부리가 슬쩍 비틀렸다.
“익투스. 아주 믿음직한 사업 파트너죠.”
내 귀엔 ‘아주 믿음직한 호구’라는 말로 들렸다.
“… 그 사람, 모시던 신이 죽지 않았어?”
“신은 바꾸면 됩니다.”
이게 대체 뭔 소리야?
오피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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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56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