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69)
EP.569 569화 – 베스트 프렌드 (2)
569화 – 베스트 프렌드 (2)
– 익투스(ἸΧΘΥΣ)
친구 사이엔 니꺼 내꺼가 없다.
이 말은 내 자산은 곧 저 앵무새의 자산이라는 말이다.
또한 ‘논리적으로’ 앵무새의 자산이 내 자산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정황상 전자는 확실히 성립할 것 같았다.
하지만 후자가 ‘실질적으로’ 성립할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안감은 곧 유형의 위협으로 실체화되었다.
— 우당탕! 쿵! 문 열어!
밖에서 들려오는 위협적인 고함.
‘친구’의 충고대로 관리국이 제압 부대를 보낸 것이다.
곧, 품속에서 지지직 소리와 함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 요한 이사님! 무장 군인이 다짜고짜 쳐들어왔습니다!
– 관리국 소속이랍니다. 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으악! 여덟, 여덟 명입니다!
말없이 듣고 있으니 앵무새가 부리를 탁탁거렸다.
“왜 그래?”
“…”
“아니, 바깥사람들이 겁에 질렸잖아! 위대한 요한 이사님이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야?”
“…”
“숫자도 정확하지? 요원 하나, 군인 일곱이야. 우리 요한 이사님 정도면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지도?”
군인 일곱은 몰라도 요원은 하나같이 괴물이니 장담할 수 없다.
설령 이길 수 있다 해도 문제다.
이 충돌은 내게는 목숨이 걸린 문제지만, 관리국에겐 순찰 한번 보낸 수준에 불과하니까.
저 8명을 죽여봐야 다음엔 전투 헬기, 수백의 군인, 반신 급 강자가 섞인 ‘진짜’가 올 뿐이다.
심지어 그것조차 관리국에겐 잽 한방에 불과하지.
이 끝없는 물량이야말로 관리국의 진정한 저력이다.
– 우당탕!
– 으악! 여, 여기는 무고한 사기업에 불과한데!
–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정한다. 다 까뒤집어!
개인실 밖에서 들려오는 살벌한 고함.
군인들이 대놓고 이사, 대주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양이다.
선라이즈 이사나 대주주쯤 되면 하나같이 밖에선 고개 세우느라 바쁜 부유층이다.
그러나 관리국의 폭거 앞에서 그들의 사회적 입지 따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이사와 대주주 – 거기에 나까지 어찌할 바 몰라 숨이 멎어가는 이 시점.
태평하기 짝이 없는 한 여인과 한 새가 있었다.
“그래, 친구야. 어떻게 생각해? 같이 한번 일 할까?”
“…”
– 이 자식이! 말 똑바로 안 해?
바깥에서 들려오는 천둥 같은 목소리.
결국, 공포를 이기지 못한 어리석은 사람이 나왔다.
– 히끅! 요, 요한 이사님이라면 저쪽, 왼쪽 기둥 옆 개인실에 계십니다!
어차피 시간문제긴 했지만, 위치를 들킨 것.
— 쿵! 쿵!
요원의 묵직한 발걸음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내 감각이 예민한 탓도 있겠지만, 그걸 떠나서 요원이 엄청난 거구인 것 같다.
— 쿵! 쿵!
한 걸음.
한 걸음.
거한이 다가올 때마다 심장이 오그라들고, 식은땀이 흐른다.
사람의 마음은 얇은 철판과 같아서, 한번 접히고 나면 이후에 펼치더라도 가운데에 접힌 자국이 남는다.
그날, 평생 모셨던 아폴리온이 무적의 존재가 아니었음을 깨달은 날!
내 마음속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두려움’이라는 자국이 생겼다.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이긴다 한들, 이후 관리국의 추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이야~! 저기가 문인가? 야, 위험할 수 있으니 나 혼자 들어간다. 후방 대기!
– 후방 대기!
곧, 개인실 문짝이 통째로 뜯겨나가며 괴한이 들이닥쳤다.
— 우르릉!
“여~! 이런 답답한 곳에서 무슨 작당 모의들을 하고 계셨나 그래?”
요원은 거인이었다.
나로서는 ‘거인’이라는 말보다 나은 단어를 떠올릴 수 없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몸을 사방으로 부풀리면 이런 체형이 나올까?
키는 2M가 훌쩍 넘는데, 사람이라기보단 무슨 근육 덩어리 같다.
나와 금발 아가씨, 앵무새 친구의 체중을 합쳐도 이 괴한의 체중엔 크게 못 미치리라.
“내 말 안 들리냐? 어라? 그쪽 아가씨는 꽤 유명한 분 같은데?”
“그럼요. 관리국에서 요전에 제 배를 압수하셨잖아요?”
“하하~! 이것 참, 때가 되면 어련히 돌려주겠지. 아닙니까?”
“그러길 바라죠.”
나는 과거에 관리국에 잡힌 적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관리국은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안다는 의미지!
수염도 깎고 머리도 가다듬었으니 멀리서 슬쩍 보면 모를 수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면 못 알아볼 리가 없다!
“흐으읍 -!”
결국, 피할 수 없는 결전을 느끼며 힘을 모으는 순간.
야차 같은 요원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날 노려본다.
그의 다음 말은 거대한 체구에 걸맞지 않게 작은 속삭임과 같이 들렸다.
“거, 가만히 있으쇼.”
뭐?
“하~ 참 눈치 없는 놈이네.”
싸, 싸우는 것 아니야?
“너 인마! 이렇게 허술해가지고 이 험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래?”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지?
요원은 뜬금없이 내게 훈계를 늘어놓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서 밖으로 나갔다.
– 익투스 그놈 없다!
– 예? 아니, 첩보에 따르면!
– 없다니까? 내 말 못 믿냐?
– 그, 그런 말이 아닙니다.
– 첩보가 틀렸나 보지. 돌아가자. 내가 다시 보고해야겠다.
“…”
요원이 날 두고 떠났다.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다!
분명 ‘익투스’를 찾으러 왔고, 마지막엔 내 눈을 보며 눈치 없는 놈이라고 타박까지 했다.
날 알아봤으면서도 무시했다?
이게 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당황하는 시점.
‘친구’가 재밌다는 듯 부리를 털었다.
“어때? 신기하지?”
“…”
“그나저나 왜 이렇게 대답이 늦어? 같이 일 한번 해보자는 말이 이렇게 이해하기 힘든가?”
“…”
“네가 위기에 처한 것 같아서 도와주러 온 건데…. 도움이 필요 없나 보네? 그러면 할 수 없지. 엘레나, 그냥 가죠.”
“어? 네? 그냥 가요?”
금발 아가씨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 역시 상대가 이렇게 쉽게 물러나리라 생각지 못했기에 당황하는 순간.
“삐이이—! 차진철 요원니이임! 여기 수상한 -”
“으아아악!”
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그러지 말게!”
“뭐?”
“친구여, 나, 날 버리지 말게. 진실한 친구는 언제나 함께하는 법이라네!”
앵무새의 부리가 슬쩍 비틀렸다.
내 생각에, 저건 저 새 나름의 감정 표현인 것 같았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48일 차
현재 위치 : 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대로 281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익투스와의 재회를 잘 마무리한 후, 근처의 비밀스러운 카페에서 엘레나, 소중한 동료와 마주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엘레나는 여태 참았던 웃음을 터트렸다.
“푸훗! 아하핫! 에헷!”
“그냥 시원하게 웃으세요.”
“안 돼요! 가인 씨는 몰라도 난 유명하다니까요?”
“참, 그랬죠?”
웃음이 지나간 후, 엘레나가 조금 전의 일을 복기했다.
“진철 씨 연기가 많이 늘었네요.”
“아직도 못하면 그게 더 이상하죠.”
“저,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정한다.’라는 말 듣고 소름 돋았어요.”
“하하! 무슨 영화의 악당이나 할만한 -”
“연기를 더 잘해서 진심으로 들렸으면, 제 축복이 반응했을지도.”
“…”
이 말은 진지하게 소름 돋았다.
설마 관리국의 사상에 과하게 빠진 진철 형이 엘레나와 싸운다거나 하는 황당한 일은 없겠지?
미리 예방해두자.
“하하, 엘레나. 그 말은 당연히 연기죠. 형 성격 아시잖아요?”
“그렇죠. 저도 농담이었어요.”
농담 맞지?
내가 과민반응 한 것 같네.
“익투스를 만난 소감은 어때요?”
“생각보다 너무 많이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말해봐요.”
“본래는 흔한 악마숭배자 중 하나에 불과했는데 -”
“… 악마 숭배자가 흔한 것 자체가 이상한데요.”
“지금은 너무 사업가로 변했더군요. 보아하니 최측근 이사 몇 명 말고는 익투스의 힘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곤란해요?”
신성한 태양의 충전 판정이 너그럽긴 한데, 그 너그러움에도 한계는 있다.
간단한 예시를 들면, 엘레나와 상현 형이 좋겠지.
두 사람 다 내 말을 웬만하면 따라주는 동료라는 점은 유사하나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엘레나는 한 차례 ‘신성한 태양’에 흡수당할 뻔했으나, 상현 형은 한 번도 그런 적 없어.
상대가 나보다 ‘위’에 있다는 관념?
혹은, 초자연적인 카리스마에 굴복한 경험?
정확히 무어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숭배’와 ‘신뢰’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있으며 그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최소한의….”
“최소한의?”
“아주 약간, 최소한 지금보다는 종교적인 태도를 보이긴 해야 할 것 같네요.”
선라이즈 사 분위기를 조금 바꾸자.
지금은 너무 회사니까, 이것 보다는 살짝 종교적인 방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
문득, 엘레나가 생글생글 웃으며 내 얼굴만 보고 있음을 알았다.
“내 말 잘 듣고 있죠?”
“그럼요. 직접 나서기보단 심볼을 세우고 싶다면서요?”
다행히 잘 듣고 있네.
“하핫, 계속 웃고 있어서 뭔가 했어요.”
엘레나가 다시 픽 웃으며 예전 이야기를 꺼냈다.
“요전의 일로 관리국이 에스퍼 호 전체를 압수했죠.”
“아리가 말했잖아요? 싹 한번 뜯어본 후에 돌려주겠다고.”
“얼마나 오래 걸릴까요? 최소 6개월?”
“…”
“에스퍼 호가 관리국에 압수당했을 때는 정말 아쉬웠고, 아리가 막아주지 못해서 살짝 섭섭했어요.”
“그, 그 부분은 아리 입장도 -”
“이해해요. 그래도 그냥 섭섭했다는 말이죠. 지금은 괜찮아요.”
“괜찮다니 다행입니다.”
“에스퍼 호에서 매일 파티를 열 때보다 지금이 더 재밌으니까요.”
이 일이 그렇게 재밌나?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엘레나가 푹 찌르듯 말했다.
“일 자체도 무슨 수수께끼의 비밀 요원이나 할 것 같아서 흥미롭지만, 더 중요한 건 같이 하는 사람이죠.”
“…”
살짝 미묘한 분위기.
이럴 때는 찬물을 끼얹는 게 좋을 것 같다.
“으음, 전 이 일이 엘레나에게 꽤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위험?”
“신앙 수급에 엘레나가 가까이 있는 상황 자체가 위험하죠.”
“… 그렇겠네요.”
과거, 신성한 태양은 엘레나를 집어삼키려 했다.
“그래서 최근엔 의식적으로 엘레나를 떠올릴 때마다 ‘동료’임을 되새기죠.”
신성한 태양의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한 내 나름의 마음가짐.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이 아니다.
“그렇지만, 결국 엘레나 본인이 주의해야 -”
“가인 씨, 제 생각엔!”
엘레나가 단호하게, 동시에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젠 예전 같은 문제는 없을 거라고 봐요.”
눈빛을 보니 본인은 뭔가 확신을 얻은 모양이다.
나로선, 그 확신이 정확하길 바랄 뿐이다.
다시 일 이야기를 마무리 짓자.
“이게 준비한 심볼입니다. 선라이즈 사의 탐욕을 신실한 마음으로 바꾸어줄 -”
“그, 듣다가 궁금해졌는데요.”
“말씀하시죠.”
“복잡한 절차 필요한가요? 그냥 선라이즈 직원 모아두고 가인 씨가 신성한 태양을 쓰면 되는 것 아닌가?”
무슨 계획이고 자시고 직원들 앞에서 태양 소환하면 안 되냐?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다.
“태양을 써서 직원들을 홀리기 시작하면, 이후로도 계속 태양을 써야 합니다.”
“아?”
“그리고 난 매번 저 회사에 얽혀있어야 하죠. 주기적으로 신앙심을 자극하면서.”
“그, 그런가요?”
이번에 내가 세운 계획은 훨씬 더 고차원적이다!
“저들은 내가 아니라, 날 상징하는 신물을 섬기게 될 겁니다.”
“그래서 심볼을 말한 건가요? 기독교의 십자가처럼?”
“일이 잘 풀리면, 나는 선라이즈 사에 손 떼도 됩니다. 말하자면….”
눈을 동그랗게 뜬 엘레나에게 말했다.
“말하자면, 신앙심 자동 파밍 농장이죠.”
“…”
엘레나는 말 그대로 ‘뜨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심볼은 뭔가요?”
“이겁니다.”
“금두꺼비?”
“역사와 전통이 있는 물건이죠.”
순간, 엘레나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왜 두꺼비 모양으로 심볼을 정했죠?”
금두꺼비를 모르나?
“엘레나가 동양 문화를 잘 모르는 모양인데, 이쪽에선 원래 금두꺼비 하면 -”
“아니, 동양 문화고 뭐고 필요 없고! 이건 딱 봐도 아니니까! 조언 써봐요.”
“…”
“너무 속물적이잖아요! 신성한 티는 내야지.”
금두꺼비가 그렇게 별로인가?
[조언 : 3 -> 2]‘선라이즈 사에서 신앙심을 모으기 위한 상징으로 금두꺼비가 어떻습니까?’
[천박한 양서류 따위보다는 황금 올빼미가 낫다.]“…”
[깃털에는 다이아몬드 가루를 섞고, 눈동자는 지혜로운 에메랄드의 광채를 담아서 -]이건, 후원자의 사심이 담긴 요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