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7)
56화 – 106호, 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3)
56화 – 106호, 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3)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6호(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
현자의 조언 : 1]
4. 진짜? 가짜? 거울의 방.
날 덮치는 괴물을 보고 정신없이 뒤로 물러서며 엉덩방아를 찧은 다음에야 깨달았다.
괴물은 거울을 넘어오지 못한다.
거울이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인 것처럼 거울에 연거푸 부딪혔지만, 거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는 거울을 넘을 수 없는 건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거울 앞으로 가서 괴물에게 중지를 두어 번 내밀었다.
“놀라게 좀 하지 말자. 대체 이 호텔은 괴물 같은 게 왜 이렇게 많은 거야?”
긴장이 좀 풀리고 시선을 위로 향하자, 거울이 없는 장소가 딱 하나 보였다.
보고 있자 숫자는 계속 바뀌어서 59분 30초까지 바뀌었다.
이건 의미가 명백하구나. 저 시간 내로 이 공간을 탈출해야 한다는 뜻!
생각해보자.
미로 자체의 구조가 바뀌는 유형이 아니라면, 한쪽 벽에 손을 짚은 채로 계속 따라가다 보면 출구가 무조건 나온다.
또 거울에 비추는 괴물들은 거울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단순한 문제가 아닌가?
어차피 나오지도 못할 괴물은 무시하고 길을 찾으면 된다.
다시 벽에 손을 짚고 나아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체에 걸쳤던 가디건을 벗어서 바닥에 내려뒀다.
괴물을 무시하고 나아간 지 10여 분.
아까 바닥에 내려둔 가디건이 다시 나타났다. 나는 최초의 위치로 돌아왔다.
이동하는 내내 미로의 구조가 바뀌는 걸 느끼지 못했다. 내가 인지할 수 없는 영역에서 바뀐 게 아니라면….
이 미로는 출구가 없다.
출구가 없다면? 단순하게 생각하면 출구를 만들면 된다.
거울. 이 거울이 무슨 대단한 방탄 거울이 아니라면, 그냥 주먹으로 내리쳐도 깨지지 않을까?
마침 가디건도 있고, 단검도 있다. 가디건으로 손을 칭칭 감고 단검 손잡이로 내리치면 다치지 않고 깰 수 있겠지.
거울을 깨트려서 나가는 선택이 맞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천장의 시계는 이미 47분. 하염없이 시간을 끌어봐야 의미가 없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현자의 조언이 아직 1개 남았다. 범퍼카에서 엑셀의 위치를 알려주는데 1번, 자이로드롭에서 아리 쪽으로 손을 뻗으라고 알려주는데 1번. 남은 건 단 한 번이다.
종종 도움이 안 된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결국 이 조언은 내 목숨을 무수히 구해왔다. 이번에도 도와주겠지.
거울 건너편엔 언뜻 보면 나랑 비슷하지만, 머리가 ‘4개’로 쪼개진 괴물이 날 위협하고 있었다.
단검을 거울로 내려찍기 위해 들어 올리는 순간.
[내리치면 당신은 괴물에게 죽습니다.]다시 단검을 내렸다. 진짜 혹시나 했다. 거울을 깨트리면 저 괴물들이 이쪽으로 넘어오나? 의심은 했지만 진짜 괴물이 존재하는 상태였을 줄이야.
거울 건너편의 괴물은 실제로 존재하는 상태다. 스스로는 거울을 넘어올 수 없으나, 내가 함부로 거울을 깨트리면, 괴물이 넘어와서 날 죽인다.
어떻게 하지?
1. 거울 미로에는 출구가 없다.
2. 출구를 만들려면 거울을 깨야 한다.
3. 거울을 깨면 거울 건너편의 괴물이 내 쪽으로 넘어온다.
혼란에 빠졌다. 이건 무슨 진철 형처럼 괴물하고 싸워서 이길만한 사람만 깰 수 있는 건가?
왠지 그런 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여태껏 경험하기로, 이 호텔을 통과하는 데 물리적인 힘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진 않았다.
42분. 점점 심장이 뛴다. 이걸 통과한다고 끝이긴 한가? 통과 후에 무언가 다음 단계가 또 있다면,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딘가 안전한 거울이 있지 않을까? 예컨대, 괴물이 나타나지 않는 거울이 존재한다던가?
주변을 둘러본 후 달리면서 미로 내의 거울들을 살펴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가 정면에 서도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거울을 발견했다.
역시 이게 해답일까? 괴물이 없는 거울을 찾아내서 깨트려서 출구를 만들어 나가는 것!
간신히 답을 찾아낸 느낌이 들었다. 다시 단검 손잡이로 거울을 깨려다가 –
멈췄다. 이제 현자의 조언이 없으므로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합리적으로 생각해보자.
건너편에 괴물이 나타나는 거울은 물론 정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거울이 정상일까? 이것도 비정상이긴 마찬가지다.
침착하게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거울을 살펴봤다.
?
오른쪽 위. 어깨 정도 높이에 무언가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뭐지? 의아한 느낌으로 자세히 살피려 고개를 들이밀었다.
아니시발진짜적당히하라고미친새끼들아ㅏㅏㅏㅏㅏㅏ
숨도 못 쉬고 욕을 내뱉었다.
황당하게도,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거울의 정체는 괴물이 ‘숨어있는’ 거울이었다.
나를 모델로 만들어낸 듯한 정체를 모를 괴물이 칼을 들고 거울 바깥쪽에 숨어있던 것. 반짝이던 것은 다름 아닌 칼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눈알이 다섯 개인 내가 칼을 들고 숨어있다가, 날 보자마자 칼을 뻗는 장면을 보고 기절할뻔했다.
시간이 없다. 정신이 나갈 것 같지만 덜덜 떨고 있을 시간이 없다.
이미 37분. 이제 진짜 나가야 한다. 여기가 끝이라는 보장이 없다.
여태까지 얻은 정보를 정리하자.
1. 거울 건너편엔 나를 모델로 만들어낸 괴물이 있다.
2. 거울을 깨트리면 괴물이 넘어와서 날 죽인다.
3. 안전한 거울은 없다.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거울조차 괴물이 숨어있다.
1번. ‘나를 모델로 만들어낸 괴물’.
내가 아예 거울에 비추지 않는 각도일 때도 괴물이 생길까?
3번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접근이다.
3번은 내가 비추는 각도인데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 상황. 이때는 사실 괴물이 형성되지만 숨어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렇다면, 애초에 내가 비추지 않는 각도일 때도 괴물이 생길 것인가.
정면에 있는 거울의 왼편으로 움직여서 내 몸이 전혀 비치지 않는 각도에서 거울을 바라보았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
결단을 내리자.
무한정 생각한다고 답을 찾는다는 보장이 없다. 내 몸 전체가 거울에 비추지 않도록 최대한 거울 바깥쪽에서 단검만 밀어 넣어서 거울을 쳤다.
—-쨍그랑!
…
기다려봤지만, 괴물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거울이 깨지면서 생겨난 공간을 통과했다.
*
/딩 동 댕! 정답입니다. 참가자분은 첫 번째로 통과하셨습니다.
그러나 아직 통과하지 못한 동료들이 있습니다. 당신은 동료를 도울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더 신뢰 가는 모습을 골라보는 쪽이 어떨까요?/
정답 : 거울에 자기 몸을 비추지 않게 해서, 괴물의 형성 자체를 막은 상태로 도구로 거울을 깨트려서 출구를 만들고 나간다.
맞췄구나. 그러나 짐작했듯이 끝이 아니었다. 다른 동료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신뢰 가는 모습을 골라라’
이건 뭐지?
*
출구 밖으로 나가서 걸어가자 기묘한 방에 도착했다.
방 바깥쪽에는 거대한 전신거울이 여럿 존재했고, 한가운데엔 동료 전원의 증명사진이 붙어있는 판이 하나 서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시계 하나
이제 30분 정도 남았다.
방의 가운데에 도착해서 바깥쪽의 전신거울들을 살피자, 거울 건너편에 아직 살아있는 네 명의 동료의 모습이 보였다. 차진철, 박승엽, 엘레나, 김아리.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았다.
이제부터 동료들이 ‘내가 보이는 거울’을 깨트리고 나와서, 내가 있는 방에 오게끔 해야 한다.
‘신뢰 가는 모습을 골라라’ 의 의미도 이해했다. 방 중앙의 판에 붙어있는 증명사진을 건드릴 때마다 거울에 비추는 ‘나의 모습’이 증명사진의 사람으로 바뀌었다.
*
30분. 충분하다. 동료들이 날 믿고 거울을 깨트려서 나오기만 하면 된다.
가장 어려운 점. ‘날 믿고’. 어떻게 해야 동료들이 날 믿게 할까?
동료들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았다. 거울로 가득 찬 미로에 떨어졌는데, 거울에는 스스로와 닮은 괴물들이 나타나서 위협하는 상황.
이때 거울 하나에서 뜬금없이 ‘한가인’이 나타나서 이리로 오라고 손짓한다.
이런다고 ‘한가인’을 믿고 시키는 대로 따를까?
그냥 또 다른 정체불명의 괴물이 있는 거울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날 믿게 할 수 있지?
‘모습을 바꿀 수 있는 판’
이걸 생각해보자. 불필요한 도구를 줬을 리가 없다. 이걸 활용해 보라는 것.
어떤 사람의 모습으로 바꿔야, 동료들을 유도할 수 있을까?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은 아리였다. 우리 중 가장 신비한 소녀.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 아무도 그 끝을 모르는 소녀.
아리라면.
아리라면, 모종의 마법적인 수단으로 다른 사람의 거울에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아리가 그걸 할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점은 동료들이 생각하는 아리는 충분히 신비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라는 것.
곧바로 아리의 증명사진에 손을 올렸다.
거울에 비추는 내 모습이 아리로 바뀌었다.
다르다?
뭐지? 아리랑 닮았지만, 거의 똑같이 생겼지만 좀 다르다. 머리가 은색에 가까웠다.
마치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은발 적안. 인상도 미묘하게 다른 느낌. 좀 더 순한 표정?
혹시 지금 아리의 흑발은 염색이라도 한 걸까?
크게 문제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머리카락 색을 제외하면 누가 봐도 아리였으니까.
제일 먼저 승엽이 쪽으로 갔다.
*
—-쨍그랑!
거울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승엽이가 튀어나왔다.
대충 10초. 진짜 너무 쉽구나. 이 정도로 쉬우니까 허탈한 마음까지 든다.
그냥 아리의 모습으로 승엽이 쪽 거울로 가서 손 한번 까딱하니까 바로 거울로 붙었고, 거울을 치는 시늉을 하자 즉시 몸통 박치기로 나왔다.
내 생각에 승엽이는 아리가 뒤에 용암을 등진 채로 오라고 해도 주저 없이 달려가지 않을까.
“에? 형? 아리 누나는 어딨어요?”
“…”
“형?”
“지금 다른 사람도 꺼내야 해서 바쁘니까 저쪽에 가 있어라.”
대충 승엽이를 옆으로 밀어두고, 다른 사람의 구조를 시작했다.
다음 구조 대상은…. 아리로 하자. 왠지 아리는 똑똑해서 금방 상황을 알아챌 것 같다.
상황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
“엄마? 엄마야? 대체 어떻게 거기 있어?”
“…”
나는 이 호텔에 도착한 이래 처음으로 아리가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짓는 걸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