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78)
EP.578 578화 – 추억 여행 (2)
578화 – 추억 여행 (2)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114일 차
현재 위치 : 검색 중….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동료들과 친목도 다지고 겸사겸사 내 과거도 확인하기 위한 추억 여행.
첫 번째 순서는 내가 졸업한 샛별 초등학교였는데, 초등학교 이전 기억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루프를 여러 차례 거듭한 현재,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는 어디에도 없다.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건 제법 번쩍이는 빌딩이었는데, 외관상 특이한 점은 없어 보였다.
… 입구에서 슬쩍 들어와서 상태창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평범한 줄 알았지.
“또, 또 위치 이상해졌네.”
“오빠, 문 열고 한 걸음 들어서면 변하는 것 같죠?”
“더 들어가?!”
“안에 뭐가 있는 줄 알고?”
우리가 입구에서 서성이니 경비가 다가왔다.
그는 미로와 송이를 보자마자 눈을 휘둥그레 떴지만, 곧 자기가 해야 할 말을 했다.
“거, 소란 피우지들 마쇼! 장난치는 곳 아니니까.”
어떻게 할 거냐며 날 바라보는 두 동료.
「조언 : 3 -> 2」
‘들어갈 필요가 있겠습니까?’
「세상 모든 문제에 네가 개입할 필요는 없을 것.」
내 생각과 비슷한 답이 나왔다.
예전이라면 미로 말대로 더 들어가서 헤집고 다니지 않았을까?
이계로 변해가는 빌딩의 비밀을 밝혀내겠다며 요란 떨었을지도 모른다.
“죄송합니다. 나가보겠습니다.”
이젠 그럴 생각 없다.
올빼미 말마따나 세상 문제를 전부 내가 해결할 필요는 없으니까.
또, 들어가지 말라고 조언하는 걸 보니 떠올릴만한 기억도 없는 모양이다.
“미로, 관리국에 신고해.”
“응.”
이 정도면 됐어.
“들어가면 오빠 기억도 더 생각나지 않을까요?”
“무리야. 애초에 초등학교 기억이 거의 없는데, 학교가 사라진 상태니까. 다음 장소로 가자.”
“가인아, 신기하지 않아?”
“뭐가?”
“빌딩 내부 공간이 뒤틀리는 건, 그니까, 혼돈재해라고 하잖아?”
“그렇지.”
“혼돈재해가 원래 이렇게 동네 한 바퀴 돌면 나올 만큼 흔한 거야?”
혼돈재해가 원래 이렇게 흔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아리가 여러 차례 해주었다.
지구 전체를 영역으로 삼는 관리국이 보기엔 흔했지만, 80억 인류 개개인에겐 평생 한두 번 겪을까 말까 한 일이 혼돈재해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흔한 건 불길한 징조일지도.”
“우와! 방금은 진짜 예언자 같았어!”
*
신기하게도 중학교는 내가 기억하는 장소에 그대로 있었다.
“서울에 학교를 지을만한 장소가 뻔해서가 아닐까요?”
일리 있는 의견이다.
“들어가도 되나?”
“요즘엔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학교가 많아서 -”
“가인아! 허락받았어!”
멍하니 앞을 보니, 경비원이 손을 크게 휘저으며 들어가라고 손짓 중이었다.
몽롱한 눈빛과 흐릿한 표정, 누가 봐도 홀린 듯한 모습을 보니 답이 나온다.
“…”
“…”
미로가 목소리를 사용했네.
“미로 너….”
“들어가고 싶었잖아. 아니야?”
배시시 웃는 표정을 보니 타박하기 힘들었다.
사실, 나부터가 선라이즈에서 비슷하거나 더한 일을 많이 했는데 미로에게 뭐라 하기도 이상해.
“잠깐만 보고 나오자.”
운동장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슬쩍 학교 내부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위치만 똑같지, 학교 이름은 물론 내부 구조도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실상 다른 학교다.
그때, 멀리서 젊은 여성 한 명이 다가왔다.
“저기 얘들아~! 너네, 여기 학생 아니지? 들어오면 안 돼!”
교사?
그때, 송이가 나섰다.
“경비가 있는데 어떻게 -”
“선생님, 저, 재작년에 새빛 중학교 졸업했어요!”
“어? 그, 그래?”
아무리 외부인 출입 금지인 학교라 해도 졸업생이라고 하면 야박하게 굴기 힘든 게 인지상정이지.
“다른 사람들은 -”
“얘는 친구고, 이 오빠는….”
“어머! 남자친구?”
그 순간, 세 사람이 동시에 침묵하며 서로를 살폈다.
나야 206호에서 한번 송이 약혼자 행세한 적도 있으니 그러려니 했지만….
미로는 대놓고 표정이 굳었기 때문이다.
“그럼요.”
곧, 교사가 이번엔 봐주겠지만 다음엔 안된다고 말하며 사라졌다.
그러자 두 사람이 말다툼을 시작했다.
“… 이상한 이야기 해.”
“뭐가?”
“무, 무슨 남친이야! 그냥, 내가 돌려보냈으면 되는데 -”
“또 목소리 쓰게? 바보야? 아리가 초능력 남용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
사실이었는지, 미로는 어물거릴 뿐 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송이가 킥킥거리며 미로를 쓰다듬었다.
“바보~! 그건 그렇고 오빠, 뭔가 떠오르는 것 있어요? 아까부터 조용한데?”
“…”
이 중학교는 내가 졸업한 그 중학교가 아니다.
그래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 뭔가 떠오를 듯 말듯 한데 정확히 모르겠어.
「조언 : 2 -> 1」
‘간단한 힌트! 장소는 찾았으니, 조금만 알려주시죠.’
「학교에 다닌 건 너 혼자인가?」
“학교에 다닌 건 나 혼자냐고?”
“오빠?”
“…”
생각났다.
“동생.”
“네?”
“나, 여동생이 있었어.”
“저도 알아요. 이름이 뭐랬더라? 한희강?”
“나보다 세 살 어렸지.”
“그 이야기도 들은 것 같아요.”
“내가 중학교 3학년일 때 동생이 중학교 1학년이었어.”
“…”
침묵하는 송이.
곧, 미로도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이상한데? 세 살 차이면 가인이가 중3일 때 동생은 초등학생이어야 하지 않아?”
이해하기 힘든 기억의 모순.
내가 과거를 잘못 기억하는 걸까?
호텔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만큼 과거의 기억이 흐릿해졌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때, 송이가 말했다.
“오빠, 다음으로 갈 장소는 고등학교였죠?”
“맞아.”
“오빠 말 들으니까 나도 생각나는 게 있어요. 장소 바꾸죠. 그, 전라남도 어디였지? 오빠 증조할아버지가 살았던 곳.”
“…”
“거기부터 가요. 실마리가 잡혔는데, 다른 장소부터 가면 또 기억이 흐릿해질 테니까.”
“그래.”
*
저녁 시간이 지난날이 어두워질 때쯤, 목적지에 도착했다.
과거, 호텔의 화가와 만나며 겪은 이벤트 ‘뼈대 있는 가문’의 무대가 바로 이곳이다.
“역시 시골집은 사라졌구나. 어디로 가는 게 나으려나….”
시골집이 있던 장소엔 녹차 가공 사업체가 들어서 있고, 주변엔 사업체에서 운영하는 듯한 찻집도 있었다.
“개울가는 미술관 이벤트, ‘뼈대 있는 가문’에서 봤던 것 그대로네. 자연환경이라 그런가?”
“기억나는 것 있어요?”
“생각 중이야.”
“흐으으…. 오빠, 빨리 생각해봐요. 여기 진짜 추움!”
“맞아!”
겨울밤에 개울가에 와있으니 정말 장난 아니게 춥긴 했다.
“으음…. 너는? 네가 생각나는 게 있다며.”
“아, 그랬지? 미술관에서 오빠 기억 들어갈 때, 시작 시점은 항상 이 개울가였잖아요? 기억하죠?”
“그렇지.”
당시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개울가에서 친척 동생들과 놀아주면서 시작했었지.
“그때, 우리가 한 명씩 들어가서 오빠를 도와줬잖아요?”
“알고 보니 방해긴 했지만.”
“그건 좀 슬프다. 다들 도와주려고 했던 건데!”
“… 내가 말실수한 셈 치자.”
방해였던 건 사실이지만!
“들어간 사람들은 오빠 동생 역할을 했잖아요?”
“그랬지.”
“하지만, 첫 번째 시도랑 마지막 시도에선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단 말이죠? 그때 우리로 바뀌지 않은 오빠 동생을 봤어요.”
“그래?”
당시, 첫 시도와 마지막 시도에선 동료들이 개입하지 않았다.
외부인의 관점에서 본 이상한 점이 있던 걸까?
“아까 오빠가 느낀 것과 비슷해요. 오빠 말로는 동생이 세 살 어리다고 했었는데, 제가 본 희강이는 완전 어린애였거든요.”
“…”
“오빠는 중학교 1학년? 2학년? 14살이나 15살은 되는 거니까 세 살 어린 동생도 10대 초반이어야 하는데….”
“몇 살로 보였지?”
“잘 쳐줘야 여섯 살 혹은 일곱 살.”
“…”
이번엔 나와 동생 나이 차가 최소 6년이다.
미로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처음엔 세 살 차, 다음엔 두 살 차, 이번엔 여섯 살 차야? 가인이 동생이 혹시 세 명이었던 건 아니지?”
“…”
이 시점에선 과거에 대한 내 기억에 모순이 있음이 확실해졌다.
나는 ‘내 비밀’ 중 하나를 두 사람에게 공개할 필요성을 느꼈다.
“송이, 미로. 둘 다 잘 들어. 미술관 이벤트 때 내가 알게 된 이상한 사실이 있어.”
재미있는 분위기를 느꼈는지, 미로 눈이 벌써 초롱초롱해졌다.
“마지막 시도 때, 나는…. 요원에게 살해당했어.”
잠시의 침묵이 있고 난 뒤, 두 사람 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으에에?”
“무, 무슨 이야기죠? 오, 오빠 할아버지 이야기에서 요원이 갑자기 왜 나와요?”
“…”
동료들이 보지 못한 마지막 시도에서 등장한 인물.
요원 KD, 김도현.
그는 ‘뼈대 있는 가문’이 벌어진 시골집 관련 인물이 아니라 관리국 소속이다.
마지막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등장해서 모든 문제를 단박에 해결한 존재이며, 어린 시절의 날 죽인 사람이다.
“가인 오빠, 그 기억은 진짜 이상하지 않아요? 14살 때 죽었으면 고등학교 다니다가 수능 치고 대학 입학한 기억은 뭐죠?”
“애초에 가인이가 그때 죽었으면 호텔엔 어떻게 와?”
송이와 미로의 반응이 격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기억의 모순은 동생 나이처럼 ‘내가 헷갈렸다’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 이에 대한 한 가지 답이 있지.”
KD 마지막 말을 떠올린다.
‘죽음은 평범한 인간의 끝이지. 하지만 네겐 기회가 더 있을 것 같다.’
그때부터 어렴풋이 했던 생각.
“답?”
언뜻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모순, 한 가지 가정을 덧붙이면 단박에 풀린다.
“나는 호텔에 들어오기 전부터 회귀자였던거야.”
내가 기억하는 ‘과거’는 한 번의 삶이 아니었다.
*
늦은 밤.
사전에 예약한 인근의 허름한 모텔 방에 들어와 동그란 테이블 주변에 세 사람이 둘러앉았다.
나와 송이의 시선은 아까부터 미로를 향해 있다.
“…”
“그, 그만 바라봐!”
내가 호텔에 들어오기 전부터 ‘회귀자’라는 가설을 세우자 모순적인 기억의 문제는 풀렸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기엔 아직도 정보가 모자라다.
애초에 ‘현실의 회귀 현상’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답해줄 만한 사람은 아리를 제외하면 딱 한 명 더 있다.
“미로, 더 노력해봐. 난 너만 믿고 왔어.”
“거짓말! 내가 아니라 괴, 괴담 미로를 믿고 온거잖아!”
“두 사람은 하나잖아.”
물론 할아버지도 요원이긴 한데, 할아버지보다는 심해 호텔의 미로가 더 잘 알겠지.
여기까진 좋은데, 정작 괴담 미로의 소환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괴담 미로의 소환 조건, 다시 말해봐.”
“내, 내 방 베게 옆에 코끼리 인형이 있거든?”
“그래.”
“저번 주였나? 자면서 코, 코끼리 인형을 보는데 인형이 갑자기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거야! 놀라서 비명 지르니까 -”
쉽게 말해 밤에 자다가 인형 보고 놀랐더니 괴담 미로가 나온 적이 있단다.
그래서 미로가 공포에 질리면 괴담 미로가 나온다고 추정 중이다.
그 말을 듣고 송이가 짜증 냈다.
“아~ 답답하네. 그런데 왜 지금은 안 나오는데?”
“…”
“내가 아까부터 무시무시한 환상 잔뜩 보여줬잖아!”
“… 환상인 걸 아니까 무섭지 않아.”
일리 있는 말이다.
내가 미로였어도 송이가 옆에서 환상을 보여준다고 겁에 질렸을 것 같진 않아.
미로 혼자 두면 더 쉽나?
혼자서는 밤에 코끼리 인형만 봐도 놀란다면서?
“송이야, 잠깐 나와봐.”
밖에 나오자마자 말했다.
“미로 혼자 두고 둘이 멀리 떠나는 건 어때?”
“하지만 오빠, 그래봐야 우리가 미로를 버리고 떠날 리 없다는 걸 미로가 알잖아요.”
“…”
시간도 늦었으니, 오늘의 마지막 조언을 쓸 타이밍이다.
어차피 새벽 되면 또 차니까.
「조언 : 1 -> 0」
‘괴담 미로를 소환해 조언을 구하려 하는데, 소환이 어렵습니다. 쉬운 방법은?’
「꼭 공포에 질려야 하는 게 아니다. ‘괴담이 나올 법한 상황’이 핵심. 배우는 준비되어 있다.」
“… 공포가 핵심이 아니구나?”
공포 영화 클리셰 몇 가지가 떠올랐다.
“자, 자! 오늘은 이만 자고 내일 생각하자.”
“그래, 그래. 미로야, 이만 자자.”
*
– 미로
— 부스럭!
“…”
기묘한 인기척을 느꼈다.
“으응….”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을 때, 내 옆 침대가 비어있음을 알았다.
“송이야?”
송이가 어디 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