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9)
58화 – 106호, 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5)
58화 – 106호, 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5)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6호(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
현자의 조언 : 0]
5. 우주에서 출발하는 청룡 열차
열차로 다가가면서 다들 한가지 고민을 시작했다. 흔히 생각하는 청룡 열차처럼 수없이 많은 열차 칸이 일렬로 연결된 구조. 다 함께 같은 칸에 타야 하나? 아니면 각자 다른 칸?
“다 같이 타는 쪽이 좋지 않을까요?”
어딘가 겁먹은 승엽이의 목소리. 합리적으로 판단했다기보다는 그냥 혼자 있는 게 무서운 것 같다.
“위험한 칸, 안전한 칸이 따로 있을 수도 있어. 그런 경우라면 다 같이 흩어져야 사는 사람이 나오지.”
우주선에 이어서 열차에서도 아리가 다 같이 흩어지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흩어지는 것도 함정일 수 있는 것 아니냐.”
형은 이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함정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 같다. 실제로 그런 호텔이기도 하다.
나는 좀 더 단순하게 눈에 보이는 것으로 판단했다.
“선택지가 있는 게 아니고, 무조건 흩어져야 할 것 같네요. 산소통 비슷한 물건이 보입니다.”
심지어 하나의 산소통엔 하나의 마스크만 달려있었다. 애초부터 선택지는 없던 것.
결국 모두가 다른 칸으로 분리됐다. 다만 어차피 별다른 칸막이도 없이 연결된 구조에 각 칸이 딱히 크지도 않다 보니 마스크를 잠시 떼면 대화는 가능한 거리였다.
탑승함과 동시에 ‘중력’이 사라졌다. 따지고 보면 애초에 우주에 중력이 있는 쪽이 이상한 것. 정거장까지는 중력이 있었지만, 열차에 들어서자 중력이 사라져서 몸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떠다니는 몸에 익숙해질 때쯤, 뜬금없이 차장이 허공에서 나타나서 피곤한 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열차에 탑승하신 도전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저는 청룡 열차의 차장입니다. 지금부터 이 열차는 신비로운 우주를 헤쳐 나가며 여러 재미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니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10초 후, 열차 출발과 동시에 혜성 피하기 게임이 시작됩니다!”
“대체 무슨 말이냐? 혜성 피하기? 설명하라고 미친 새끼야!”
“혜성 피하기는 혜성을 피하는 것입니다.“
저 대답을 듣고 나니 뭘 더 질문할 생각이 싹 사라졌다.
“하늘.”
“하늘? 여기 우주인데?”
“대충 위를 보라는 말이야.”
고개를 위로 들자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의 돌이 열차가 가는 레일을 따라서 쭉 대기 중인 게 보였다.
아, 이것도 보나 마나 피곤하기 짝이 없겠구나.
열차가 출발함과 동시에 ‘혜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
—휘이이익! 쿵!
정신없이 모두가 조그마한 열차 칸에서 춤을 추며 위에서 떨어지는 돌조각을 피하기 시작했다. ‘혜성’이라는 이름처럼 불타오르는 건 아니고 단순한 돌이었지만, 그렇다고 맞아도 된다는 건 아니다.
심지어 그 와중에 우린 산소통까지 들고 움직여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중력이 없어서 산소통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가 이리저리 춤을 추기 시작하자 피하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찌이익!
순간적으로 돌 하나가 상의 일부를 찢으면서 스쳐 지나갔다. 맞는다고 바로 죽을 것 같진 않지만, 상당한 위력. 한두 대는 몰라도 여러 대를 맞기 시작하면 살 방법이 없다.
다른 사람은 괜찮은가?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이런 몸으로 하는 일은 보통 진철 형은 문제가 없기 마련이지만, 진철 형의 다리. 형이 그 다리로 이런 돌 피하기를 끝까지 할 수 있을까?
정신없이 피하는 도중, 열차가 빙글 도는가 싶더니 혜성 추락이 멈췄다.
간신히 숨을 돌리며 상황을 이해했다. 청룡 열차가 직진하며 수평으로 반 바퀴 회전한 것. 혜성이 청룡 열차의 바닥을 치기 시작했지만, 어찌 됐든 우리는 안전한 상황.
“다들 괜찮아? 돌 맞은 사람 없어?”
“난 괜찮다. 한 대 맞긴 했다마는.”
“나도 어떻게 피했어.”
…
“승엽아?”
승엽이의 대답이 들리지 않는다. 나는 더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현재 상황에 집중하자. 열차가 뒤집힌 상황이지만, 그다지 불편하진 않다. 지구였다면 열차가 뒤집힌 시점에서 중력 때문에 머리 쪽으로 피가 쏠렸겠지만, 이곳은 우주. 중력이 없으므로 뒤집힐 때도 잠깐 어지러웠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뒤집힐 것. 그러면 또 돌을 피하느라 생각할 틈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지? 뭐 떠오르는 사람 없어? 이렇게 한정 없이 피하는 건가?”
…
“그, 내가 열차 뒤집히자마자 든 생각이 있다. 좀 황당한 말이긴 한데.”
“상관없으니까 빨리 말하세요.”
“열차가 다시 뒤집히면, 우리 다 같이 열차 바닥 쪽으로 가는 게 어떠냐?”
?
“형? 무슨 말이시죠?”
“어차피 우주라서 중력이 없지 않냐? 열차의 위와 아래의 구별이 별 의미가 없어. 아래로 간다고 딱히 반대 방향으로 우리가 당겨지는 게 아니라는 거지. 그냥, 돌이 날아오는 방향만 피하면 되는 것 아니냐?”
“설득력 있어! 어차피 오픈된 구조라 넘어가기도 어렵지 않아.”
이해했다.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이니, 무조건 열차의 위에 있을 필요가 없다. 산소통만 들고 열차의 아래쪽으로 움직이면 되는 것.
“그런데 열차가 직진 중이잖아? 불안정하게 움직이다가 뒤로 날아가면 어떡하지?”
“알아서 뭐 붙들면서 버텨야지. 내 생각엔 잘 보이지도 않는 돌 끝까지 피하기보단 훨씬 쉬워.”
—–덜컹!
다시 열차가 뒤집히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또 혜성 피하기가 시작된다.
우리는 형의 제안대로 산소통을 붙든 채로 열차 칸을 나와서 반대편으로 움직였고 –
이게 올바른 선택임을 알았다.
열차 칸의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처음 들어올 때는 눈치채지 못했던 사다리가 보였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사다리를 타고 열차 밑으로 내려가자, 우리가 처음에 앉아있던 열차 칸과 똑같은 칸이 밑에도 있었다.
출발할 때는 정거장의 플랫폼으로 가려져서 드러나지 않았던 열차의 정체.
이 열차는 어처구니없게도 위아래의 구분이 없는 양면 열차였다!
결국 우리는 이런 식으로 양면을 지속해서 왔다 갔다 하며 혜성을 피했고, 상당한 시간이 흐르자 더 이상 혜성이 떨어지지 않았다.
*
“하하! 여러분? 즐거우셨습니까? 혜성 피하기 게임이 종료되었습니다. 다음 게임은 블랙홀로부터 버티기입니다!
이번 게임에선 그 어떤 꼼수도 통하지 않습니다. 오직 여러분이 단련한 신체의 힘을 보여주십시오.”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신체의 힘을 보여달라.
그 의미는 즉각 드러났다.
갑자기 우주공간에서 청룡 열차의 구조가 변화하더니, 우리가 활용할만한 구조물들이 사라지고, 반대 면으로 이동하기 위한 사다리나 문이 사라졌다. 열차 칸의 가운데엔 잡기 좋게 생긴 손잡이만 하나 나타났다.
허공에서 거대한 구멍이 나타났다. 이거 설마?
본능적으로 손잡이를 붙듦과 동시에 허공에서 인력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신체의 힘을 보여달라.’
말 그대로다.
머리를 쓰는 게 아니고, 오직 근력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버티라는 것!
아니, 갑자기 이렇게 무식한 미션이라고?
주변을 돌아보며 어떻게 편하게 넘어갈 방법이 있는지 살펴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딱 하나 떠오른 점.
굳이 ‘팔’로 버틸 필요는 없겠지.
손잡이를 다리 사이에 끼운 채로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기만을 기도했다.
…
다리가 뽑혀 나갈 것 같다.
대체 얼마나 오래 버틴 걸까? 모르겠다. 사실 실제 시간은 10분도 안 됐을지도 모른다.
매초 매 순간이 고통스러웠다. 머나먼 우주공간에서 형성된 검은 소용돌이. 실제 블랙홀인지, 블랙홀을 흉내를 낸 무언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검은 구멍이 발생시키는 인력이 내 몸을 숫제 잡아 찢을 기세였다.
멀리서 – 정거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정거장까지 버티면 끝나는 게 아닐까?
나와 같은걸 본 사람이 있었다.
“다들 조금만 버텨라!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숨도 쉬기 힘든 나에 비하면 소리칠 힘 정도는 남은 걸까.
다리로 버티는 나와 달리 형은 아마 팔로 버텼을 것 같다. 팔이 멀쩡한 상태고, 멀쩡하기만 하다면 형은 팔 하나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테니까.
열차가 정거장에 들어서는 순간 –
—팅~
무언가 금속에 부딪히며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리가 튕겨 나가는 게 보였다!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또 한 명의 탈락을 지켜보는 것뿐.
그때, 아리는 허공에서 튀어 오르듯 비행해서 정거장 안쪽으로 날아들어 갔다.
아직도 비행할 힘이 남아있었구나. 어떻게 3명은 통과했나 보다.
*
열차가 정거장 안으로 들어서자, 더 이상 인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혼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다가 열차가 멈춤과 동시에 비틀거리며 빠져나왔다.
다리 상태. 완전히 맛이 갔다. 아까 자이로드롭이 끝났던 진철 형의 다리처럼 시퍼런 멍이 다리 전체에 가득했다.
그냥 더 서 있을 힘조차 없어서 열차에서 나오자마자 정거장 플랫폼에 나뒹굴었다.
조금 더 기다리자 진철 형도 내 근처에 누워버리는 게 느껴졌다.
“… 가인이 너 괜찮냐.”
“괜찮아 보입니까.”
“좆같아 보인다. 나도 그래.”
“아직도 두 개나 남았네요. 진짜 죽을 것 같은데.”
“신체적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미션,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미션이 둘 다 튀어나오니 살 수가 없다. 게다가 쉬는 시간도 하나도 안 주고. 진짜 죽을 맛이네.”
—툭. 툭.
힘없이 미끄러지듯이 걸어오는 발걸음.
“아리 너는 괜찮냐? 그래도 마지막에 날아오른 걸 보니 힘이 남아있긴 했구나.”
“…”
“아리야?”
“둘 다 내 옆으로.”
모기같이 작은 목소리.
뭔가 심상찮음을 느끼며 둘 다 간신히 일어서서 다가갔다.
하얗다 못해 시퍼렇게 느껴지는 표정. 뭔가 싸늘한 기운이 느껴지고, 서서히 식어가는 몸.
“아리? 아리 너! 이거 괜찮은 거야?”
“먼저…. 좀 쉴 것 같아.”
말문이 막혔다. 아까 비행해서 돌아온 건 힘이 여유로워서가 아니라 죽기 전의 마지막 힘 같은 거였나?
나도 형도 어쩔 줄 몰랐다.
“주사기.”
시키는 대로 주사기를 뽑았다.
“우리 피라도 뽑아서 주면 되는 거냐? 아니면 입으로 먹여줘야 해?”
반 죽어가는 와중에도 아리가 지극히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피? 내가 무슨 흡혈귀인 줄 아니. 이 와중에도 엉뚱한 소리를.”
“비슷한 거 아니었어? 능력을 쓸 때마다 피를 쓰길래.”
“내 피. 뽑아.”
“아니 아까부터 피가 없어서 이러는 것-”
“시간 없어. 당장 뽑아.”
…
눈을 딱 감고 주사기로 아리의 피를 뽑았다.
덜덜 떨면서 지켜보던 진철 형도 막지는 않았다.
“예전에 한 번 먹어봐서 알지? 체력을 채워줬던 것의 강화판이야. 각자 아픈 부위에 주사하고. 이제 진짜 끝이네. 나가서 봐.”
마지막 숨결을 토해낸걸까? 흑단 같은 머리칼이 휘영청 꺾어지며 요정같은 얼굴이 옆으로 툭 떨어졌다.
차라리 휴식을 취하게 되어 편하다는 느낌의 표정.
이제, 두 명만 남았다.
/미션 5. 우주에서 출발하는 청룡 열차 성공! 다음 미션으로 진행하겠습니까?/
*
/미션 6. 실전! 유령의 집.
1! 2! 3! 시작!/
이제는 익숙한 공간의 요동.
뒤흔들림이 끝나고 정신을 차렸을 때.
어슴푸레한 달빛 아래에서 추레한 몰골을 드러내는 오래된 분위기의 저택이 나타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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