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95)
EP.595 595화 – 도둑맞은 세계 (10)
595화 – 도둑맞은 세계 (10)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25일 차
현재 위치 : 검색 중….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선대 지혜가 석판을 억누르는 사이, 나는 재빨리 신성한 태양을 소환했다.
한가인 태양류 비기 – 어디서나 즉시 잠들기 시전!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간절히 빌었다.
아리가 석판의 추격이 멈췄음을 깨닫고 꿈의 왕국을 사용하기를!
…
…
…
마침내, 기다려 왔던 목소리를 들었다.
“오랜만 -”
회색 안개로 가득한 공간 – 꿈의 왕국이다!
즉시 몸을 일으키며 아리를 껴안았다.
“- 꺅! 노, 놀라게 하지 마!”
“얼굴 한번 보기 엄청 힘들다 진짜!”
얘랑 다시 만나기까지 몇 달이 걸린 거야 대체?
“높으신 분이라서 그런가?”
“떨어지기나 해….”
아리가 한숨 쉬면서 밀어냈다.
“아리야. 느꼈겠지만, 지금은 석판을 억제한 상태야.”
“알아.”
“계속 억제할 수 없어. 길어야 3분? 그 전에 안전한 장소로 가야 해. 이야기는 거기서 -”
“안전한 장소? 그런 곳이 있어?”
“할아버지가 알고 있는 이계! 기억할 수 없는 세상과 비슷한 장소인데, 현실과 완전히 격리된 장소라 관리국도 손댈 수 없다고 했어. 그곳이라면 석판을 피할 수 있을 -”
아리가 손가락을 뻗어 내 입을 막았다.
“불가.”
“…”
“묵성이가 석판의 추격 능력이 얼마나 강한지 잘 모르는구나. 고작해야 소차원에 들어가는 정도로는 피할 수 없어. 애초에, ‘꿈의 왕국’도 일종의 소차원인데 석판이 잘만 들어오잖아?”
“그러면 너는 그동안 어떻게 응징을 피했는데?”
“장소가 핵심이 아니야. 보호자가 핵심이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요전에 보았던 ‘거대한 시선’을 떠올렸다.
아리는 조금 전까지 상상을 초월하게 거대한 생물 위에 있었다!
“보호자?”
“과거의 방주 중 숙명을 거부한 개체들.”
“무슨 -”
아리의 말이 더 빨라졌다.
“인류의 의식을 모아 유사 신을 만들고, 다시 나누어 사람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곧 방주. 이 과정에서 몇몇 유사 신격들은 완전한 분해를 거부했어.”
“그런 -”
“유사 신이 된 시점에서 어설픈 자의식을 각성했다? 생존 본능이 인류의 보존이라는 숙명을 압도했다?”
“…”
“보통은 분해 도중에 사고가 터진 케이스라 제정신이 아니야.”
사람으로 치면, 몸을 쪼개서 작은 인간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수술대를 뛰쳐나왔다는 이야기다.
“어찌 됐든, 걔네들도 방주는 방주야! 방주는 존재 자체가 ‘다음 루프’에 반쯤 걸쳐있고, 그래서 석판도 개입할 수 없는 -”
— 쿠궁!
익숙한 압력이 다시금 꿈의 왕국을 뒤흔든다.
이 잠깐 사이에 석판이 다시 힘을 회복하고 있다!
아리의 표정 또한 다급해졌다.
“물어볼 것 있어? 하나만!”
“… 방주에는 거울이 있고, 덕분에 루프가 반복될 때마다 인류가 변질 중이라는 말을 들었어. 사실이야?”
“맞아!”
— 우르릉!
더 강력한 압력.
이대로라면, 조만간 석판이 예전처럼 나랑 아리를 죽이려고 하겠지.
“더는 무리야! 네 꿈으로 돌아가!”
“…”
이 시점이 되어서야 어렴풋이 깨달았다.
현 상황 자체가 바로 선대 지혜의 의도였음을.
아리가 석판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따라서, 내가 설령 아리를 만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이 정도 대화가 전부다.
선대 지혜가 유도한 질문을 아리에게 던지고, 시간이 없는 아리가 대충 ‘맞아!’하는 정도.
이 상태로 아리와 헤어지면 어떻게 될까?
“가인아, 돌아가라니까!”
선대 지혜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는 ‘그대의 동료가 내 말이 옳다고 하지 않았는가?’ 할 테고, 난 반박하지 못하겠지.
“…”
선대 지혜가 설계한 교묘한 함정에 빠졌구나.
아득한 기분을 느끼며 눈을 감으려는 순간 –
꿈의 왕국에 한 가지 변화가 나타났다.
“아?”
“음?”
*
– 이은솔
“그대들이 ‘선대 지혜’라고 부르는 마인의 정체!”
“…”
“그자가 왜 현실에 발 한번 들이지 못하는지 아는가?”
선대 지혜가 현실에 나타날 수 없는 이유와 그의 정체에 관한 이야기.
“그는 본디 침묵하는 자의 일원이었다. 또한, 그는 패배자다! 억겁 속에서 승천을 갈망하나, 기회를 잃은 자다!”
선대 지혜는 오래전, 관리국 수뇌부이자 침묵하는 자의 일원이었다.
가인이가 당황하며 되물었다.
“승천? 라이언에게 들은 단어인데…. 혹시, 호텔 3층을 말하는 겁니까?”
“그렇다.”
“선대 지혜는 3층을 오르려고 하다가 실패했다는 말입니까?”
“정확하다.”
갑자기 호텔, 그것도 3층에 대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선대 지혜야 호텔 탈출자이니 호텔 이야기가 나올 수야 있겠지만, 이 시점에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어.
가인이는 이번에는 약간의 호기심을 담아서 되물었다.
“혹시 호텔 3층을 가기 위한 조건이 있는 겁니까?”
“…”
“아니면 일종의 시험이 있다? 그 시험에서 선대 지혜는 탈락했고, 음, 현실에 직접 나타날 수 없게 되었다?”
“…”
“신기한 이야기이긴 한데….”
모호한 표정을 짓는 가인이를 대신해서 이번엔 내가 답했다.
“걔가 3층 오르려다가 실패한 것과 지금 상황이 무슨 상관이야?”
그때, 멀리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대신 답하겠네. 오스도르크는 호텔에 들어간 적 없으니.”
지금까지 우리와 대화한 괴인의 이름은 ‘오스도르크’였다.
또한, 그는 호텔 출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때, 새롭게 나타난 남자를 본 미로가 크게 움찔하며 속삭였다.
“쟤도 침묵하는 자야! 그리고 지배야!”
“지배?”
“나, 나한테 나쁜 짓 하려고 했어!”
나쁜 짓?
“막, 막! 내 옷을 건드리고 -”
가인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지배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반문했다.
“미로, 거짓말을 계속하다가 스스로 믿게 된 것이냐?”
“닥쳐!”
그는 말이 안 통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내 쪽을 보았다.
“선대 지혜는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왔네. 몇 번의 루프를 거쳤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
“그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대들, 파이오니어의 탈출자들이여…. 때로는 이런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이런 생각?”
“현실이 허무하다.”
“…”
“꿈으로 만든 가족은 가짜 같다. 재산도 권력도 허무하며, 주변의 일반인은 사람이라기보단 인형처럼 느껴진다.”
고요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가인, 박승엽, 차진철, 미로 그리고 나.
다섯 참가자 중 그 누구도 지배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이제 막 탈출한 그대들도 이 정도인데, 셀 수 없는 루프를 반복한 선대 지혜는 어떻겠나?”
“…”
“그는 이미 현실 전체를 허무하게 여긴 지 오래다. 일반인과의 관계가 허무하다 정도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 전체를 허망한 꿈처럼 여긴다.”
선대 지혜는 아주 오래된 참가자이며, 현실 전체를 허망하게 여긴다.
“그러니, 그런 자가 안내하는 방향이 인류를 위한 길이겠는가?”
현실 전체를 무의미하게 여기는 사람이 인류의 구원 따위를 목표로 할까?
따라서 선대 지혜가 안내하는 ‘방주의 파괴’는 거대한 함정이라는 게 지배의 주장.
그러면 선대 지혜의 목표는 뭔데?
…
모두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던 순간 – 갑자기 가인이가 팟! 하고 사라졌다.
미로가 가인이를 역 소환했다?
당황해서 미로를 보았을 때, 그녀의 몸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탁한 안개를 보았다!
직후, 섬뜩한 목소리가 개전(開戰)을 알렸다.
“어지간하면 지켜보려 했는데 이제는 무리야. 선대 지혜라는 놈이 뭐 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 콰직!
시꺼먼 창이 허공을 격하며 단박에 오스도르크의 꿈틀거리던 양복을 꿰뚫었다.
단박에 오스도르크의 ‘인간 위장’이 벗겨지며 끔찍한 실체가 드러났다!
“네가, 사람 거죽을 뒤집어쓴 버러지라는 건 알겠구나.”
“아아…. 기어이 이렇게 되는구나!”
— 우르릉!
*
우르릉 쾅!
번쩍번쩍!
와르르…!
지금의 내게 이 이상의 묘사는 불가능해.
‘단안거조의 눈’이 있던 시절이라면, 침묵하는 자들과 동료들이 벌이는 어마어마한 혈전을 구체적이고 멋지게 묘사했겠지만….
얘들아 미안.
솔직히 너희가 어떻게 싸우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슬픈 사실 하나.
싸움이 열리자마자 승엽이가 날 데리고 도망치다가 ‘여기서 기다리세요!’ 하고는 다시 싸우러 돌아갔다.
대놓고 내가 없는 게 낫다는 분위기인데, 부정하기 힘들어서 뭔가 더 섭섭했다.
“…”
우울함을 참으며 적절한 장소 – 안전하면서도 필요하면 동료들에게 합류할 수 있는 그런 위치 –를 찾아다니던 시점.
기묘한 갑옷을 입은 괴인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으읏!”
즉시 호접몽을 사용하기 위해 손을 올리려는 순간, 이해할 수 없는 힘이 내 손을 멈췄다.
상대는 대단한 강자다!
“…”
강자 맞지?
1초 만에 제압당해서 잘 모르겠어.
부탁인데 강자라고 말해줘.
나도 나름 호텔 탈출자인데 별것도 아닌 적에게 1초 만에 제압당했다고 하면 너무 슬프잖아.
“나는 바실리오 – ”
“침묵하는 자 맞지?”
“그대를 -”
“침묵하는 자 맞지? 맞다고 해줘. 혹시 일개 요원이거나 한 거 아니지?”
“맞다.”
“고마워.”
상대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이지?”
“아니야.”
“… 본래라면 이미 너를 죽였을 터.”
1초 만에 날 제압했으니, 2초면 죽였겠네.
“지금, 석판이 빛을 잃었다.”
“석판?”
“또한, 방주가 경계에 있는 동안에는 내가 너와 대화해도 응징하지 않을 터.”
“무슨 말을 하려고?”
“우리 – 침묵하는 자의 의사결정은 다수결로 이루어진다.”
“초등학교 학급 회의 정도만 되어도 보통 다수결이긴 해.”
“… 네 생각보다 훨씬 철저하다. 결정된 사안은 거부할 수 없으며, 부정하는 즉시 응징당한다.”
“그래서?”
상대는 오묘한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방주를 보호해야 하는가의 문제.”
“…”
“3대 6이다.”
“뭐?”
“방주에도 문제가 있다.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해 유지하고 있을 뿐. 선대 지혜, 그 마인이 믿을 수 없는 자임은 사실이지만….”
“메신저와 메시지는 구분해야 한다?”
“… 그렇다. 방주를 파괴해야 한다는 그자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다.”
여기까지 들으니 바실리오의 말을 이해했다.
침묵하는 자들 사이에서도 방주에 대한 생각이 다르며, 셋은 선대 지혜처럼 방주를 파괴해야 한다는 쪽이다.
그렇다면….
“설마! 바실리오 당신은 방주 파괴파야? 그래서 지금 우리를 돕겠다는 말 맞지?”
“아니다.”
“뭐?”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다.”
“… 뭐?”
“섣불리 그대들을 도왔다가 여섯 쪽이 이기면? 그 상태로 석판이 회복된다면?”
“…”
“내가 석판의 응징 대상이 되는 것 아닌가. 따라서 나는 그대를 견제하며 이 자리에 머무르겠다.”
“…”
“승부가 갈리면, 그때 움직이면 되겠지.”
“이….”
“할 말이 더 있나?”
“병신 새끼!”
바실리오가 눈을 동그랗게 뜨는 순간, 나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외쳤다.
“이 병신! 최소한 다른 놈들은 이러니까 방주를 부숴야 한다, 저러니까 방주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
“…”
“그 신념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는데, 넌 아오! 뭐가 어째? 상황을 보다가 이기는 쪽을 편들겠다고?”
“어리석구나. 호텔에서 온갖 시련을 겪었으면서도 이토록 모르다니.”
“뭐?”
“이기는 자가 강한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이런 기회주의자 같은 놈!
“너 같은 병신이 인류의 수뇌부라는 게 모두의 비극이야!”
동료들과 싸우고 있는 지배나 오스도르크보다 눈앞의 바실리오가 더 역겨웠다.
명색이 인류의 정점쯤 되면 자기 목숨보다는 신념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니야?
혈압이 치솟아 뒷목이 당기는 순간 – 내게 한 가지 ‘강력한 힘’이 남아있음을 깨달았다.
마침 주변에 나와 바실리오 밖에 없기도 했고!
“가만히 있어라. 어차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겠지만.”
조롱하는 바실리오의 눈을 보며 나 역시 웃었다.
「탐욕의 손 : 1 -> 0」
“부탁이니, 저 쓰레기를 응징 해주세요!”
“무슨 -”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 멍청아!
[이루어졌다.]— 위이잉!
직후, 갑자기 방주 전체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며 천장에서 가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
“음?”
이게 무슨 상황이야?
바실리오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수면 가스?”
“뭐?”
“불필요한 소요를 억제하기 위한 설비긴 한데, 인간에게는 제법 유효하지.”
“아?”
“무슨 수를 써서 저걸 작동시켰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리석구나. 오스도르크와 나는 인간이 아니다. 반면, 네 동료들은 전부 인간이지.”
“…”
“전황은 너희에게 더욱 불리해졌다.”
드, 드래곤 님!
설마 동료들도 제 근처에 있다고 판정한 건가요?
그래서 리스크는 동료들에게 떠넘겼다?
“꺄악! 드래곤 이 개자식!”
“… 내가 지금까지 본 모든 참가자를 통틀어도 너는 가장 약하다. 하지만, 가장 웃기다는 건 인정하마.”
매캐한 연기가 기관지를 파고들며 의식이 흐릿해졌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25일 차
현재 위치 : 검색 중….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꿈의 왕국에 한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또 하나의 꿈이 나타난 것이다.
다시 말해, 동료 중 누군가가 ‘딱 이 타이밍’에 정확히 잠들었다는 것.
“저거, 은솔이의 꿈 아니야?”
“…”
한 가지 재미난 생각이 떠올랐다.
“아리야.”
“응?”
“… 영락한 방주도 방주니까, 존재 자체가 다음 루프에 반쯤 걸쳐있어서 석판을 피할 수 있다고 했지?”
“맞아.”
“그러면, ‘진짜 방주’는 훨씬 더 안전하겠네?”
“무슨 -”
두말할 거 없이 아리 손을 붙잡고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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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59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