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98)
EP.598 598화 – 도둑맞은 세계 (13)
598화 – 도둑맞은 세계 (13)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26일 차
현재 위치 : 검색 중….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거친 욕설이 지나간 후, 찰나의 침묵이 내려앉았다.
침묵하는 자, 지배와 오스도르크.
반인반신에 가까운 선대 지혜.
나를 비롯한 호텔 파티.
약 5초 동안 세 집단이 서로의 눈치를 살폈고, 모두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새끼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관리국 세력은 달이 각성하기 전에 방주 타고 도망쳤거나, 지상에 남아 ‘종말의 빛’에 맞고 죽은 후 다음 루프에서 깨어났거나 둘 중 하나다.
선대 지혜는 애초에 지구에 있지도 않았겠지.
이 자리에 달에 제대로 맞서본 적 있는 놈이 아무도 없다!
애초에 아리가 알려준 정보도 추측 혹은 가설이 대부분이었다.
“하….”
한숨 한번 쉬자, 침묵하는 자와 선대 지혜가 동시에 내 쪽을 보았다.
“달에 대해 제대로 아는 분이 없군요? 나이도 많으신 분들이 여태 뭘 하고 -”
“진짜 이 애미 없는 새끼가!”
천박한 욕설, 이번엔 누가 했는지 알았다.
“오스도르크, 인간도 아니라면서 욕을 참 잘하는 -”
“네놈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느냐!”
“모르지.”
선대 지혜가 한탄하듯 외쳤다.
「아아…! 삼천 세계를 위해 눈물 흘리는 분이시여!」
바로 그 순간.
– 흐으! 아아! 아아악!
귓가를 찌를듯한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 소리만 기다린 것처럼 모든 세력이 결정을 내렸다.
– 두두두두…!
선대 지혜는 등장할 때와 같은 기묘한 진동음을 터트리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네 이놈들! 선언컨대 이제부터 그대들에겐 그 어떤 용서가 없으리라. 앞으로의 세상에서 나는 무슨 수를 쓰든 그대들이 깨어나자마자 죽일 것이고 -”
“오스왈드! 떠들 시간이 아깝다!”
– 콰직!
지배와 오스도르크는 우리에게 저주를 퍼붓는가 싶더니, 갑자기 자살했다!
순식간에 으스러진 지배의 머리통과 오스도르크의 신경 다발을 보자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행동 한번 재빠르네.”
침묵하는 자들은 자력으로 다음 루프에서 부활할 수 있는 회귀자들이다.
방주를 지키려 한 건 문명의 존속 때문이지, 본인 목숨 때문은 아니다.
따라서 더 버티다가 달에 삼켜질 위험에 노출되느니, 한시바삐 죽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 아아아! 흐으으!
다시 들려오는 울음소리.
“이, 이게 무슨 소리 -”
승엽이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아리가 뛰었다.
“다들 이쪽으로! 가인이 넌 은솔이 챙겨와!”
은솔 누나를 데려온 후 아리가 정신없이 달리며 급하게 설명했다.
“방주가 깨어나고 있어!”
“완성까지 4개월 남았다고 -”
“제대로 된 각성이 아니야! 이렇게 깨어봐야 신적인 존재도 아니고! 그냥, 사람으로 치면 태아, 아니 배아 상태에서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끼고 저러는 거야!”
“그래서!”
“소통도 못 해! 뭔 짓 할지도 몰라! 그냥 나가야 해!”
그러면, 정상적으로 완성된 방주는 소통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인가?
사람에 준하는 자의식이 있다?
이것 자체도 의미가 있는 정보 같은데 –
“이쪽으로!”
우리 중 방주 내부구조를 정확히 아는 유일한 사람, 아리를 따라 달리다 보니 얇은 외벽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이얍!”
기합과 함께 보이지 않는 검이 외벽을 찢는 순간 –
「현재 위치 : 검색 중…. -> 중국 베이징시 상공 6,341m」
외부 세계와 연결되자마자 상태창이 현재 위치를 알아냈다?
그러면 여태 방주 내에서 검색 중이라고 나온 이유는 뭘까?
제작 중인 방주는 서로 다른 시공간에 걸쳐있으니까?
위치를 확정해서 어디라고 말할 수 없는 상태인 건가?
“생각할 때 아니야! 탈출해야 해! 뛰어! 지상으로!”
아리는 내가 다른 곳에 정신 팔려있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내가 혼란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통상적인 진행으로 얻을 수 없는 정보 획득’을 위해서니 어쩔 수 없어.
아리는 미로를 들고, 나는 진철 형과 승엽이, 은솔 누나를 줄줄이 소시지처럼 엮은 채 방주 밖으로 뛰었다.
그렇게 모두가 하늘로 떠오른 시점!
– 두두두두…!
“아?”
“이, 이 소리!”
선대 지혜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이 자식, 얌전히 자기 일하러 떠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하필 비행 중이라 취약한 타이밍에 – 아니지, 이 타이밍을 노렸겠지!
“이 자식이 -”
「다른 자는 몰라도 네놈에게 욕을 듣고 싶진 않다.」
“서, 선배님!”
「선배?」
“서로 갈 길 갑시다! 각자 목적이 있을 테니 -”
「지금, 내 통찰이 경고하였노라. 네놈을 여기서 다섯 조각으로 도륙 내라고.」
“제 통찰은 그런 경고 없었는데요?”
「후배, 한 수 더 배워야겠구나.」
인간의 형상을 벗어난 선대 지혜의 손끝에서 청옥색으로 빛나는 구체가 발생하는 순간 –
승엽이가 쓰게 웃으며 내게 떨어졌다.
“다 살아가긴 힘든가 봐요.”
“너….”
승엽이에겐 나처럼 비행 능력이 있는 유산 따위는 없다.
그런데도 승엽이는 ‘허공을 밟고’ 서 있었다.
방주 어딘가에서 줍기라도 했는지, 승엽이의 손에 시퍼렇게 빛나는 창 비슷한 것이 들렸다.
「후배를 제외하곤 별 볼 일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 우르릉!
“하아앗!”
거친 고함을 뒤로 하고 나와 아리는 북경 하늘을 벗어났다.
…
“지금.”
“뭐?”
“승엽이가 죽은 것 같아.”
“… 영혼의 함에 본인을 담고, 각성까지 쓴 상태였는데.”
시간을 돌리면 소모한 각성 횟수는 돌아올까?
겪어본 적 없는 일이니 아무도 모른다.
승엽이가 죽은 후, 더 이상의 추격은 없었다.
선대 지혜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달 앞에서는 호랑이 앞의 닭만도 못한 신세.
달이 깨어나는 지금, 선대 지혜로서도 더 이상 우리에게 시간 쓸 여유는 없었으리라.
*
나와 아리, 미로, 진철 형과 은솔 누나.
다섯 사람이 한국에 돌아오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방주가 베이징 하늘에 있었기 때문이다.
도착하자마자 몸 상태가 말이 아닌 은솔 누나부터 침대에 눕혔다.
수면 가스에 당한 것도 문제인데, 제대로 회복하기도 전에 맨몸으로 거친 비행까지 겪으며 깨어났다가 다시 기절하기를 여러 번 반복한 상황.
회복까지 꽤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아리가 입을 열었다.
“가인아, 이제부터 어떻게 하겠다는 확실한 계획은 없지?”
“없어.”
나 역시 무슨 확실한 계획이 있어서 혼란을 만든 게 아니다.
“우선, 호주에 있는 동료들부터 데려올게.”
호주에서 달이 각성 중이니, 그곳의 동료들을 한시바삐 데려와야 한다.
“비행기 있어? 아니면, 내가 널 데리고 -”
“풋!”
“아?”
아리가 오랜만에 웃으며 답했다.
“넌 모르겠지만, 차 타고 순식간에 호주까지 가는 길이 있어.”
한국에서 차 타고 호주로 간다고?
그것도 순식간에?
뭔 소린가 싶어 진철 형을 보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관리국 고위층만 아는 비밀 통로 같은 건가?
“시간 날 때 설명할게. 미로, 너만 와.”
“나, 나만?”
“시간 없어. 빨리!”
한 번에 두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혼자서도 여러 사람 능력을 쓸 수 있는 미로가 유용하다.
아리가 미로를 데리고 사라진 후, 나는 진철 형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
곧, 진철 형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상현 형님에게 자살하라고 한 건 달에게 잡아먹힐 위험 때문이지?”
“맞습니다.”
“그 위험은 호주에 있는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묵성 요원이야 최악의 경우 원 모어 찬스 띵! 하면 된다 쳐도, 엘레나나 송이는?”
최악의 상황, 설령 달이 눈 앞에 튀어나와도 원 모어 찬스 딸깍만 할 수 있으면 생존할 수 있는 할아버지와 달리, 엘레나와 송이는 제법 위태롭다.
“달은 방주가 떠난 후 생존자를 집어삼키는 존재입니다.”
“그 부분은 이해했다.”
“이때, 집어삼킨다는 건 달이 깨어나자마자 생존자를 몰살한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면?”
아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짐작했던 사실이며, 올빼미 역시 ‘한번 해보라’고 한 이유.
달은 깨어나자마자 모든 인간을 죽이는 그런 종류의 혼돈체가 아니다.
“죽인다고 영혼을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오히려 죽은 자의 혼은 삼킬 수 없습니다.”
“아?”
진철 형이 살짝 입을 벌렸다.
나처럼 영혼을 집어삼킨 적이 없어서 여기까진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신성한 태양을 보세요. 영혼을 흡수하려면 교단을 세우는 등 요란한 절차가 필요하죠?”
“그, 그렇지!”
“방주는 또 어떻습니까? 방주 내에 사람을 모아두고 6개월 내내 기도하게 만든다고 하죠.”
“그렇네?”
“사람의 영혼을 여러 번 삼켜본 내 경험에 따르면 -”
“지금 그 말, 굉장히 섬뜩하구나….”
“- 일종의 ‘정신적인 결속’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
“신앙이든, 믿음이든 뭐 그런 것 말이죠. 달도 마찬가지입니다. 필시, 생존자를 세뇌하는 등 사전 작업이 필요할 겁니다.”
“그 과정이 지금부터 일어난다?”
“그렇죠.”
여기까지 들은 진철 형은 잠시 고민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상현 형님만 자살시켰구나. 달에 가까이 있으면서 정신 저항 능력이 없어서.”
“맞습니다.”
신성한 태양과 방주가 영혼을 집어삼키기 위해 ‘사전 작업’이 필요하듯, 달 역시 세뇌 등의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명경지수가 있는 엘레나와 다양한 관점이 있는 송이는 달이 깨어난 후에도 약간의 시간은 있다.
할아버지야 원 모어 찬스 딸깍만 할 수 있으면 되고.
가장 대책 없는 사람이 상현 형이다.
그래서 자살해야 했다.
“…”
뭔가 곰곰이 생각하던 진철 형이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형?”
“잠깐 밖에 다녀올게.”
“아리가 올 때까진 그냥 여기 있는 게 -”
“꼭 해야 하는 일이야.”
“뭔데요?”
“… 날 믿어줘.”
“무, 물론이죠!”
뚜렷한 외출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서 그냥 믿어달라니?
진철 형이 이렇게 행동하는 건 익숙지 않아서 살짝 놀랐지만,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사이에 믿지 못할 일은 없으니까.
“아?”
진철 형이 나가기 직전, 통찰은 형으로부터 짙은 피비린내를 감지했다.
“…”
형이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모두가 각자의 일을 위해 떠난 시점, 나 역시 혼절한 은솔 누나 옆을 지키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
저녁 무렵, 어두운 밤하늘을 뒤로하고 아리가 돌아왔다.
묵성 할아버지, 엘레나와 미로가 뒤를 따라 들어왔는데, 셋 다 극도로 피로한 표정이었다.
“… 왔다.”
“안녕하세요.”
“나왔어…. 가인아! 다른 사람들은?”
조금 전에 깨어난 은솔 누나가 대신 답했다.
“난 여기 있고, 진철이는 잠깐 외출했어.”
나와 아리, 할아버지, 엘레나, 미로와 은솔 누나까지 여섯 사람이 큰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네 사람이 비었다.
진철 형이야 잠깐 나간 것뿐이지만, 세 사람은 아니다.
은솔 누나가 중얼거리듯 물었다.
“… 송이는?”
아리가 담담히 답했다.
“탈출 과정에서 죽었어.”
“…”
“선대 지혜의 사병들이 공격하더라. 차에 폭탄까지 설치되어 있었더라고. 별수 없었어. 얌전히 죽었으니, 다행이야.”
폭탄 테러에 죽은 건 괜찮다.
시간을 돌리면 다시 살아날 테니까.
약간의 대화가 진행된 후, 상황을 이해한 할아버지가 물었다.
“원 모어 찬스의 회귀의 시간적 범위는 한달이다. 너는 아마 한달 동안 최대한 많은 사실을 알아내고 돌아갈 생각이겠지?”
“맞습니다.”
“그 사이 달에 먹힌 사람들은 시간을 돌려도 살아나긴 무리겠군….”
사실이었기에 답하지 않았다.
이 부분까진 고려하고 시작한 일이니까.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달을 막을 수 있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
할아버지가 날 신경 쓰듯 답했다.
“잘했다. 처음엔 무슨 짓을 벌였나 했는데, 네 말을 들으니, 신의 한 수 같다.”
“그러길 바랍니다.”
“대략적인 계획은 세웠고?”
“계획이라기보다, 목표 정도는 세웠습니다.”
이번엔 아리가 물었다.
“뭔데?”
미리 써둔 화이트보드를 모두에게 보였다.
「1. 달의 악마를 저지할 방법 알아내기
달의 악마가 생존자의 혼을 집어삼키는 과정 이해
과거의 나와 달의 관계
2. 선대 지혜의 목적 알아내기
비정상적일 정도로 강한 힘의 근원과 해법」
“더 있습니까?”
“저요!”
의외로 엘레나가 답했다.
“그, 가인 씨도 잊고 있는 것 같은데….”
“뭐 말이죠?”
“선대 지혜가 말했었잖아요? 제가 죽으면 일이 이상해진다고.”
“아?”
“그 후, 제 축복이 약해졌다는 사실도 알았죠?”
그랬다.
“저 말고 다른 정의가 있어요. 분명 있는데.”
미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디 있는 거야?”
“그러게.”
처음엔 관리국, 즉 방주에 있을 줄 알았는데 지배와 오스도르크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나타나지 않았다.
선대 지혜 측에 있는 것도 아니다.
또 다른 정의는 어디에 있는 거지?
“추가합시다.”
「3. 선대 정의의 행방」
이렇듯, 모두가 앞으로의 일을 정리하던 시점.
– 치지직!
사방에서 거친 소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으앗! 디, 디스플레이가 갑자기 막 켜지는데!”
“은솔아! 이거 뭐야?”
“나도 몰라!”
– 치지직!
「긴급 재난 경보!
귀하의 지역에 혼돈 재해가 발생했습니다.
해당 경보는 현 시각부터 유효합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천장이 막힌 건물 내에 머무르십시오.
결코 노출된 장소로 나가면 안 됩니다.
시민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실내에 머무르십시오.
절대 밤하늘을 쳐다보아선 안 됩니다.
그 외 따라야 하는 지침은 -」
– 치지직!
「긴급 재난 경보!
현재 발령 중인 혼돈 재해 경보를 다음과 같이 정정합니다.
해당 정정은 현 시각부터 유효합니다.
밀폐된 건물을 침식하는 혼돈 재해가 광범위하게 발생 중입니다.
즉시 실내에서 벗어나 인근 지역 보호소로 이동하시기를 바랍니다.
시민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실내에서 벗어나셔야 합니다.
그 외 따라야 하는 지침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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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59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