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
5화 – 호텔 탐색(3)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3]
천만다행이다. 혹시나 하면서 잠들었는데, 다행스럽게도 현자의 조언이 다시 3회로 차올랐다.
승엽이의 말대로 자고 일어나면 다시 차오르는 시스템인가 보다.
정확히 몇 시에 차는 걸까? 언젠가 밤을 셀 일이 생기면 확인해 봐야겠다.
가볍게 씻고, 챙겨 입고, 늦지 않게 식사 시간에 맞게 준비를 끝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이제는 익숙해진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하며 식당에 도착한 후,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을 들었다.
“나, 어제 새벽에 내 축복이 뭔지 알았어. 진짜 하! 알고 나니까 좀 어처구니가 없던데?”
“왓! 언니 뭐예요? 언니도 이제 무슨 초능력 생긴 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은솔 누나가 갑자기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왠 스마트폰? 호텔에 도착한 이후로 스마트폰은 다들 정상 작동을 안 해서 아무 데나 대충 두고 다녔다. 그
러나 은솔 누나는 뭔가 보여 줄 것이 있다는 듯이 모두의 앞에서 스마트폰을 내밀며 화면을 툭 툭 밀었고, 이윽고 처음 보는 어플을 지목했다.
HP 마켓
“HP? 이거 설마… Hotel Pioneer?”
“아마 그거겠지.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다른 사람들도 이거 생겼어?”
뒤늦게 다들 헐레벌떡 핸드폰을 챙겨 왔지만 역시나, 다른 사람들의 핸드폰엔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
오직 은솔 누나의 핸드폰에만 신기한 어플이 생겨났다.
“어플 기능이 뭐예요?”
“새벽에 알아서 실험까지는 못해봤고, 어플 켜서 이리저리 읽어보기만 했어.
일단은, 뭐 쿠팡이랑 비슷해. 마켓에 들어가면 이런저런 물건을 잔뜩 팔고 있어. 신기한 건… ‘가격’이 없어.”
“에? 그럼 뭘 사도 다 공짜?”
“가격은 없는데, 구매 개수 제한이 있어. 어떤 물건이든지 다 합쳐서 하루 1개, 일주일에 3개게 최대치. 그리고 배송은 즉시 이루어진데.”
“즉시? 제가 한국에서 살면서 배송 신기할 정도로 빠르다, 너무 편한데 앞으로도 한국 계속 살까?
할 정도로 대단하다 생각중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즉시 배송 같은 건 쿠팡도 도저히 무리겠네요.”
“하하하, 엘레나가 한국 계속 산다 하면 남자들은 다 기뻐하겠는데?
뭐, 이놈의 호텔이 정상적인 곳은 아니니까. 어찌 됐든, 바로 뭘 사려고 했더니 갯수 제한이 있어서…
우선 그냥 아껴뒀어. 뭔가 꼭 필요하다! 확신이 설 때 사는 게 좋겠지…”
“음, 일단 내가 생각하기엔 무기는 무조건 사야 될 것 같습니다만, 일단 뭐 총 같은 건 없습니까?
그게 안 되더라도 어떻게 쓸 만한 걸 구해 두면, 내가 맨날 철봉 들고 다니는 것보다야 나을 텐데요.”
“음, 진철씨 말은 나도 어제 바로 떠오른 부분이야. 그런데 이 ‘마켓’의 판매품은 뜻밖에 상식적이야.
정말 딱 쿠팡 생각하면 되는데, 쿠팡에서 총이나 장검을 팔진 않지…
하지만 무기 대용으로 쓸 만한 건 많이 찾았어. 당장 떠오른 건 야구방망이. 말고도, 식칼이나 호신용 3단봉, 톤파, 이런 건 다 있었어.”
“그 정도만 해도 훨씬 낫습니다. 솔직히 어제는 내가 좀 오바를 했는데, 그 철봉은 확실히… 들고 다니다 보니 힘들더만요.
야구방망이도 나쁘지 않은데, 톤파, 그거 쓸 줄만 알면 괜찮거든요? 그… 내가 자랑하려는 건 아니고, 밖에서 격투기를 좀 했습니다.
재미로 톤파도 두어달 배워 봤는데… 그거 괜찮은 것 같은데 다들 어떻게 생각합니까?”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몇 차례 은솔 누나가 툭 툭 건드리자 톤파가 주문되었고, 다음 순간 띵동! 하는 청량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거… 형 물건이 밖에 온 모양인데요?”
“내가 가보지. 하 이거 좀 기대되는데… 참 별의별 경험 다 하는구만”
잠시 후, 진철 형이 밖에서 상자를 뜯는 소리가 들리는 가 싶더니 톤파를 들고 나타났다.
손잡이를 붙잡고, 긴 부분을 팔목 쪽으로 붙이더니 뭔가 격투 시연이라도 하는 듯이 휙 휙 주먹을 허공에 내질렀다.
격투기나 이런 것은 전혀 몰랐지만, 일단 키 190의 근육 덩어리 거한이 무기를 착용하고 주먹을 내지르는 것은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의 박력이 있었다.
짝짝짝~
어느샌가, 은솔 누나가 기꺼운 눈빛으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왠지 따라 해야할 분위기라서 다 같이 박수를 치자 진철형은 답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다시 식탁에 앉았다.
호텔에 도착한 이후로 간만에 즐거운 식사 시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들 슬슬 일어날 채비를 하던 중,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적절한 타이밍’에 딱 안내창에서 알림이 떴다.
/사랑하는 고객 여러분! 식사 잘하셨는지요?호텔 파이오니어는 언제나 고객님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고객 여러분, 혹시 호텔에 수많은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지요?아름다움, 고귀함, 드높은 가치, 위대함.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끝없이 많은 보물, 축복, 어쩌면 사랑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론, 보물이란 자격 있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것, 약간의 위험은, 글쎄, 보물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고객분들 모두가 충분한 자격을 갖추시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여러분은 이미 준비된 선물상자를 뜯어보시기만 하면 되는 셈이죠!그러면, 고객 여러분. 보물을 찾으러 갑시다! 아 참, 보물이 있는 방에는 종종 그다지 깔끔하지 못한 선객이 있곤 합니다.
가능하면 다 함께 들어가 주세요. 한 분만 나오실수 있다면 모두에게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러니까… 대충 하나는 알겠네요. 쉴만큼 쉬었고 먹을 만큼 먹었으면 일을 해라.”
“말장난도 아니고 허 참, 딱 봐도 뒤지기 딱 좋은 함정만 파뒀을 것 같구만 뭐? ‘여러분은 이미 준비된 선물상자를 뜯어보시기만 하면 된다?’
아 그럴 거면 그냥 상자를 눈앞에 주라고. 열면 되는 거 아니여.”
진철 형의 투덜거림을 받으며, 은솔 누나가 분석을 시작했다.
“앞에 세문단은 그냥 보물 찾으러 가라 한마디로 요약되는 거고…
마지막 문단이 내용이 꽤 있네. 보물의 방에는 위험이 있다, 다 같이 들어가라 여기까진 알겠는데,
‘한 분만 나오실수 있다면 모두에게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
‘한 분만 나오신다면’
사실, 나는 그 문장에 숨겨진 의미가 ‘한 명만 겨우 살수 있을 만큼 지옥 같은 난이도다!’ 라는 선언이 아닌가 싶어 머리가 복잡해졌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시키는 대로, 그 보물이라는 게 어디 있는지 찾아다니기라도 해야 하나?
점점 머리가 띵해지는 기분이 들 때쯤, ‘상태창’의 알림이 떴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휴식의 방)
계층 정보(*)
101호(???)
102호(???)
103호(???)
104호(???)
105호(휴식의 방)
106호(???)
107호(???)
현자의 조언 : 3]
“저… 또 뭐가 떴네요. ‘계층 정보’ 라고 하면서, 그 밑에 101호부터 107호까지 적혀 있고, 105호를 제외한 다른 방 번호 옆에는 ???라고 적혀 있습니다.
105호는 휴식의 방이라고 하구요. 제 생각엔, 105호를 제외한 다른 방을 가 봐야 하는 것 같네요.”
“저 방들에, 뭐 괴물 비슷한 게 있고 보물이 있다 그런 건가?”
“톤파 사자마자 쓸 일이 생기는 모양인데…”
“으음… 우리도 각자 최소한의, 무장 비슷한 걸 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진철씨 앞에서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저도, 그 연기 준비하면서 나름대로 몸쓰는 훈련도 약간은 했거든요.”
“하하, 민망할 게 대체 뭐가 있습니까. 당연히 제가 열심히 힘은 써 보겠지만, 또 각자 준비할 건 해야 하는 것이지.
또 여기 체격도 잘 빠지고 잘생긴 친구도 하나 더 있네요. 가인이 너도 뭐 준비해야 하지 않겠냐? 너는 톤파 이런 것 쓸 줄 아나?”
“어… 죄송한데 전 무슨 격투기 같은걸 배운 적은 없습니다. 그래도 체력은 나름대로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뭐가 좋을까요?
“음, 운동 못하게 보이진 않는데, 무술을 안배워 본건 조금 아쉽네. 그래도 뭐 너 정도 체격이면, 대충 묵직한 거 휘두르면 파괴력이 나오지.
쓸 줄 모르면 톤파는 좀 그렇고, 너는 방망이가 나을 것 같다.”
“잠깐잠깐, 아까 내가 말한 거 잊었어? 하루 1개, 일주일 3개. 오늘 이미 톤파를 주문해서 오늘은 더 주문 못해.”
“헛… 음… 그러면 맨몸으로 다 들어가야 되나? 그거는 너무 부담스러운데…”
“저기… 제가 아까 본 게 있는데요.”
송이는 말할 때 항상 어딘가 움츠러 드는 것 같다고 무의식중에 느끼며, 쳐다보았다.
“여기 복도를 걸어가다 보니까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이상한 소품들이 엄청 벽에 걸려 있잖아요? 그중에서 단검이 있었어요.”
단검. 생각해 보니, 나도 첫날 오전 대충 은촛대 비슷한 물건을 둔기처럼 휘두르려고 잡았던 기억이 났다.
재빨리 일어나서 송이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가볍게 뛰어가 보았다.
과연, 하도 복도가 길어서 어제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단검이 장식된 것이 보였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물건. 보는 눈은 없지만 이런 건 어디다 팔면 최소한 1000만원에서 시작하는 게 아닐까. 집어 들고 식탁으로 돌아갔다.
“이거는 실전성 있는 단검이라기보다 너무 작품인데? 손잡이에 보석까지 박혔어.
이런 거는 내구성은 생각보다 애매할 거다. 실제로 찌르라고 만드는 물건이 아니라…
그런데 그래도 맨주먹 보다야 10배는 낫겠지. 하나인 게 아쉽긴 하다마는…”
겨우 한 자루. 왠지 내가 바로 챙기기엔 눈치가 보여서 의견을 물었다.
“이거… 제가 챙겨도 될까요? 무기 비슷한 게 이거 하나뿐이라 왠지 애매한데?”
“괜찮을 것 같은데? 나름 단련도 했다는 엘리나는 몰라도 나나 송이나 승엽이는, 솔직히 이런 거 든다고 무슨 싸움씩이나 할 것 같지가 않다.
무기가 부족할 수록 힘이라도 센 사람이 드는 게 맞겠지. 다들 동의하지?”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고, 자연스럽게 나는 진철 형에 이어서 무장 비슷한 걸 한 유이한 사람이 됐다.
이윽고, 식사도 마치고 최소한의 장비도 갖춘 후 우리는 우선 101호를 향해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