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0)
59화 – 106호, 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6) Fin
59화 – 106호, 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6)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6호(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
현자의 조언 : 0]
6. 실전! 유령의 집
이름부터 유령의 집이기도 하고, 그야말로 음산한 분위기의 오래된 저택.
한숨을 내쉰 후 나와 형의 다리를 한 번씩 살폈다.
‘체력을 채워줬던 것의 강화판’이라던 아리의 피는 확실히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
무슨 대단한 체력 포션 급은 아니었지만, 시퍼렇게 물든 멍과 통증이 줄어들고 그럭저럭 견디면서 걸어갈 수 있는 정도로는 회복된 상태.
이제 정말 물러날 곳이 없다. 반드시 남은 미션을 클리어하고 끝을 봐야 한다.
진입하기 직전에 형이 말을 걸었다.
“가인아.”
“네?”
“반드시 알아둬라. 내가 널 위해 죽을 수는 있어도, 네가 날 위해 죽을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너는 날 희생시켜서라도 마지막까지 가야 한다.”
“…”
“마지막까지 가서, 여차하면 강림 쓰면 되겠지. 아마 그 힘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통과할 수 있을 거다. 우리는 널 마지막 순간까지 보낼 수만 있으면 어떻게든 3번의 위기는 이길 수 있어.”
“명심하겠습니다.”
“마음의 준비나 좀 해보자. 내가 놀이동산 이런걸 안 가본 지가 너무 오래됐거든. 유령의 집 이런 데서 나오는 괴물이 뭐냐?”
“저도 마찬가지라서요. 대충 떠오르는 건 이름 그대로 유령? 좀비? 늑대인간? 뱀파이어? 뭐 이런 것들 떠오르네요.”
“주먹으로 패 죽일 수 있는 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유령이 제일 문제겠구만. 들어가자.”
*
—끼이이익.
낡은 저택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진득한 악취가 코를 괴롭혔다. 썩은 고기와 배설물과 곰팡이 등에서 나는 냄새가 마구잡이로 뒤섞인 듯한 악취.
손에 단검을 들고 굳게 잡았지만. 모르겠다. 이런 장소에서 나올만한 괴물을 내가 어찌할 수 있을까.
진입하기 직전 상태창을 필터모드로 변형시켜 시야 전체를 가렸다. 유령 같은 존재에겐 유효한 대책이 아닐까.
—따각 —따각
두 남자의 발소리가 저택을 울린다.
상태창을 활성화한 게 실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필터모드 상태창의 활용법을 알게 된 이래로 꽤 유용하게 써먹기 시작했지만, 한가지 필연적인 단점.
불투명한 창으로 시야 전체를 가리니까 평생 안경을 쓰고 산 사람이 안경을 벗은 것처럼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집중해야 사람을 힘겹게 구별할 수 있는 정도.
한참을 복도를 걸었다.
내용물이 안 보이는 그림, 꽤 거대한 전신거울, 벽에 걸린 촛대, 기이한 박제 등을 지나쳐서 걷고 또 걸었지만,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다.
갑자기 내 옷을 무언가가 붙드는 느낌이 들었다.
“형?”
“가라.”
“네?”
“너 그 필터모드 킨 상태지?”
“네.”
“나가서 말해줄 테니까 그냥 가라. 이거 쉽게 깰 것 같다.”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왜 뜬금없이 형은 어울리지도 않게 내 옷을 꽉 붙들고 있는 것인가.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형은 뭔가 알아챈 건가?
거의 30분에 걸쳐서 저택을 걷고 또 걸었다. 가뜩이나 저택은 어두컴컴한 와중에 여기저기 걸린 초에서 나오는 불로만 밝혀진 상태인데, 필터모드까지 킨 채로 걸어가니 장님이 따로 없다.
덕분에 바로 코앞에서 벽이 나타나서 부딪치기까지 했다.
30분? 40분? 대충 그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저택을 나왔다.
??? 이게 대체 무슨?
“이게 뭡니까? 그냥 걸어가기만 했는데 아무것도 없는데요? 그냥 나왔는데요?”
“큭큭 아 킥킥킥! 진짜 중간부터는 웃겨서 못 참을 뻔했다.”
?
“예?”
“없던 게 아니고, 별 지랄이 다 있었어. 그림의 초상화는 우릴 계속 쳐다보고, 거울에선 저번에 거울의 방처럼 비틀어진 우리 자신이 나와서 칼 들고 협박했지.
벽에는 사람 머리가 박제된 채로 있었는데 심지어 눈까지 깜빡거리면서 우릴 쳐다보고. 난 1분도 못 버티고 소름이 돋아서 비명 지를 뻔했다.
그런데 네가 하도 반응이 없으니까 중간중간엔 대놓고 가고일처럼 보이는 석상까지 나와서 길까지 막더라. 넌 대체 그게 뭔 줄 알았냐?”
“… 안보여서 그냥 벽에 부딪힌 줄 알았네요.”
“유령의 집이니까, 안에 들어간 참가자가 괴물을 보고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걸어가면 그걸로 넘어가고, 비명을 지르거나 하면 달려들고 뭐 그런 게 아니었나 싶다. 아마 내가 비명이라도 질렀으면 달려들었겠지. 딱 느낌 와서 바로 눈 감고 네 옷만 붙잡고 갔다.”
“아니, 깨고도 황당하네요. 이거 그냥 장님이면 거저먹는 거 아닙니까?
“장님이면 길을 못 찾을 것 같고, 실눈 뜨고 가면 쉽게 깨려나? 참 어이없긴 하구만.”
“이거 다 깬 거죠? 곧 알림 뜨나?”
“여기가 일종의 뒷마당인가? 저쪽에 후문이 보이네. 저기 넘어가면 깰 것 같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필터모드의 도움을 그간 여러 번 받긴 했는데, 이번처럼 절대적인 도움이 된 건 처음이다. 멀리서 덩치가 꽤 크고 잘생긴 시베리안 허스키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진철 형은 쾌활한 분위기로 손을 뻗어서 개 머리를 향했-
아니 저 형 뭐하지? 다 와서 긴장이 풀렸어? 이런 이상한 곳에 평범한 개가 있을 리가!
가까이 다가온 개가 입을 열자, 그 안에서 사람의 두개골 조각이 튀어나왔다.
“씨이이이이발! 이거 대체 뭐야!”
망했다. 다 깨놓고 사고가 났다.
곧바로 개가 터지듯이 부풀어 오르며 누가 봐도 ‘나 늑대인간이오’ 하는 거체가 나타났다!
이미 싸움을 피할 수 없는 상황. 무의미한 필터모드 따위는 바로 치워버리고 달려갔다.
그 순간, 형의 고함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가! 가인아! 이 새끼야! 넌 그냥 가! 문 안 보이냐! 존나 처 뛰라고!”
…
맞다. 방심한 상태에서 늑대인간에게 기습당한 상황.
아무리 힘이 강한 형이라 해도, 늑대인간이 먼저 물어뜯어서 온몸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게 보인다. 저래서야 설령 이기더라도 더 진행은 무리다.
내가 혼자 가야 한다.
눈 딱 감고 뒤를 돌아서 후문을 향해 미친 듯이 뛰었다.
문을 지나치는 순간 알림이 떴다.
/미션 6. 실전! 유령의 집 성공! 마지막 미션으로 진행하겠습니까?/
호텔에 온 이후로 처음으로 형에게 아주 약간 화가 났다.
이길 수 없는 괴물과 싸우다가 밀린 것도 아니고, 위험이 뭔지 다 알아챘고 거의 모든 위험을 지나쳐서 사실상 다 깬 상태인데 긴장이 풀려서 당하다니?
…
아니다.
누굴 탓할 문제가 아니다. 사람은 원래 실수하기 마련이다.
필터 모드의 도움 없이, 저택 초입부터 괴물을 보면서도 이성을 유지하고 올바르게 대응한 그것만으로도 형의 정신력은 범상치 않다.
단지, 한 번의 방심. 한 번의 실수로 목숨을 빼앗는 이 미친 장소가 문제일 뿐이다.
내가 마지막까지 통과하면 될 문제. 마음을 굳게 먹었다.
…
이제, 나 혼자 남았다.
*
/최종 미션. 추억의 대관람차!
30초 후 시작합니다. 안내문을 정독해주세요.
1. 관람차에서 주무시면 안 됩니다.
2. 관람차 바깥의 풍광에 주목해 주세요.
3. 관람차 바깥으로 나가는 건 위험합니다./
30초 내내 머리를 굴리면서 이 안내문을 ‘호텔식으로’ 해석했다.
주무시면 안 된다. : 잠이 올 것이고 자면 죽는다.
바깥의 풍광에 주목해라. : 안쪽을 보면 죽는다.
바깥으로 나가는 건 위험하다. : 바깥으로 나가게 할 것이다.
안내문의 의미를 머리에 새겼다.
공간이 요동치며 관람차가 내 앞에 나타났다.
*
“어제 지수가 말해줬는데, 요즘 유행하는 -”
“요즘 날씨가 쌀쌀 하다더라. 가인이도 옷 잘 챙겨입고-”
“너 뭐 삐졌냐? 왜 창밖만 뚫어져라 보고 있냐? 이렇게 가족끼리 대화할-”
…
…
옆에서 뭐라고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목소리로 미뤄보면 아마도 내 가족을 흉내를 내는 중이다.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창밖으로 얼굴을 붙였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우리의 이목을 끌려는 괴물을 자주 만날 것 같은데, 나가면 은솔 누나에게 귀마개라도 사서 다 같이 가지고 다니자고 해야겠다.
동생의 목소리가 들리며 무언가가 내 옷을 만졌다. 어떻게든 시선을 관람차 안쪽으로 돌리려는 수작.
바로 손을 쳐냈다. 동생의 손과 달리 딱딱한 비늘 같은 촉감이 느껴져서 더더욱 고개를 돌려선 안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치이익.
뭔가 불이라도 붙인 건가? 갑자기 관람차가 따뜻해졌고, 본래는 딱딱해야 할 관람차의 의자와 등받이가 보들보들해졌다.
아하, 이제 잠재우려는 수작인가?
바로 혀를 살짝 깨물었다. 겨우 따듯하고 부드러운 의자 정도로 재우려는 건 아니겠지? 보나 마나 초자연적인 수단으로 재우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버티자. 그냥 버티면 된다. 느낌상 물리적으로 싸우는 장소가 아니다.
“가인아? 혀 왜 그러니? 어디 아-”
내 옷을 강하게 붙들고 흔들기 시작했다.
아예 팔로 강하게 밀쳐냈다. 쳐다보지만 않으면 되겠지?
눈을 감아버릴까? 아니다. 잠드는 것도 위험 요소인데, 눈을 감고 있는 것도 위험하다.
…
아찔할 정도로 수마가 몰려온다. 잠이 부족한 상태도 아닌데, 명백히 비정상적인 수면에 대한 갈망. 아예 혀에서 피가 철철 날 정도로 송곳니로 강하게 물었다. 송곳으로 쿡 찌르는 통증, 시큰한 감각, 비릿한 냄새가 돌기 시작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효과는 길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취라도 한 것처럼 통증조차 가라앉았다. 무언가 내 의식을 깊은 바다로 끝없이 끌어당기는 감각.
뭔가, 다른 수단이 없을까. 단순한 통증으로는 안 된다.
품에 손을 넣어 단검을 꺼냈다. 자해? 아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주저 없이 고개는 창밖으로 향한 채로 손을 뒤로 뻗어 단검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꺄아아아악! 오빠아아앗! 이게-”
“으악! 가인아 대체 뭐하는-”
가증스러운 목소리들. 뻔히 괴물인 게 촉감만으로도 느껴지는데, 아직도 내 가족의 목소리를 빌리는구나.
짐작했던 대로 내가 그들을 쳐다보지 않자 그들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힘을 행사하지 못했다. 애초에, 그게 가능했다면 내 머리를 강제로 붙들어서 돌렸겠지.
고작해야 옷을 붙잡고 흔드는 정도가 전부.
관람차 내부를 가득 채운 비명. 칼이 무언가를 찌르고, 튕겨 나가고, 다시 뻗어서 찌르는 흉험한 과정. 이 끔찍한 경험을 하는 동안 내 긴장감이 창끝처럼 날카롭게 다져졌고 정신도 다시금 활짝 깨어났다.
…
주변이 조용해졌다.
바깥의 분위기는 어느샌가 따뜻한 봄날처럼 바뀌었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대관람차. 막연히 떠오르는 어린 날의 추억.
누구나 첫사랑은 있지.
나는 언제였을까? 아마 중학생 때였던 것 같다.
아마도 영어 학원. 처음에는 학원 다니기 싫다고 엄청나게 징징거렸었다.
억지로 갔던 학원.
첫날, 건너편에서 갈색 머리카락이 허리춤에서 찰랑거리던 소녀를 만났을 때 나는 더 이상 학원이 싫지 않았다.
그 뒤로 어땠지? 재미없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을 필요는 없겠지.
자연스럽게 자주 만났고, 내가 생각할 땐 친해졌던 것 같다.
무려 영어 학원을 수업시간 30분 전부터 가서 미리 앉아있었다.
어떻게 하면 가영이가 내 근처에 자연스럽게 앉을지 고민하면서 기적의 위치선정만 연구했던 기억도 난다.
그러다가 가영이가 친한 여자애들하고 멀찍이 앉기라도 하면, 혹시 나에게 화난 게 아닌지 혼자 1시간 동안 고민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어 실력은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물론 영어 실력과 별개로 아들의 눈치는 세배 정도 발전했으니까 부모님에게도 그리 나쁘지 않은 투자가 아니었을까?
친구들에게 상담하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고백해야 잘 먹힐 것인가?
다들 미친 듯이 낄낄대며 날 놀리고 등짝을 내리치다가, 갑자기 세상 진지한 태도로 가장 완벽한 고백 방법에 관해 토론했던 기억.
물론 중학생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고백 방법이라는 게 한계가 있었다.
결국은 최악의 고백을 뽑으라면 상위 3위 안에 들어간다는 문자 고백과 만우절 드립을 섞은 ‘추한 고백 1위.jpg’ 같은 사진에 나올만한 고백을 하고 말았다.
그 결과는….
…
그 결과는….
…
아니 시바아아알! 이 와중에 내 첫사랑 기억을 헤집어?
정신이 번쩍 들었을 때는 바깥에서 아른거리는 가영이의 얼굴을 보며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기 직전이었다!
진짜 이건 너무 비겁한 수단 아닌가? 차라리 괴물을 보내라고!
정신을 어떻게 차렸는지 모를 지경이다.
순간적으로 너무 화가 났고, 그 덕에 나는 꽤 긴 시간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인고의 시간이 흐르고 분노가 가라앉을 때 쯤.
기나긴 고생의 끝에 도달했다.
*
/최종 미션. 추억의 대관람차 성공! 미션의 방 클리어를 축하합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 결과는….
오늘은 저녁 8시에도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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