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05)
EP.605 605화 – 도둑맞은 세계 (20)
605화 – 도둑맞은 세계 (20)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29일 차
현재 위치 : 검색 중….
현자의 조언 : 1」
– 한가인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그리고, 출발한 지 10분 만에 이계에 휩쓸렸다.
“또?”
하늘은 푸르게 변하고, 사방에 가득한 콘크리트 건물이 갑자기 거대한 나무로 변했다.
그 광경을 멍하니 보던 은솔 누나가 중얼거렸다.
“여긴 뭐랄까, 꽤 아름답네.”
이제는 익숙한 현상이기에 모두가 모여들어 진영을 갖추었고, 아리는 궁금하다는 듯 에이디아에게 질문했다.
“약탈자가 일으키는 침식 현상 말이야, 걔네 입장에선 일종의 테라포밍인가?”
“방주는 하나의 소우주나 다름없답니다. 자신의 일부를 이 세상에 밀어 넣는 거죠.”
“저기, 저 나무 거인은 약탈자 중 하나가 보내는 전투원이고?”
“전투 태세!”
방주는 곧 소우주다.
10대의 약탈자 – 방주는 곧 10개의 또 다른 세계관이다.
…
이번 싸움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오후 2시 무렵, 마침내 에이디아가 말했던 인천 앞바다에 도착했다.
“거의 다 왔어요!”
아침부터 지금까지 다섯 번 이상 이계에 휩쓸리느라 성한 사람이 없다.
이 고생을 하며 인천 앞바다까지 온 이유가 무엇인가?
에이디아의 말에 따르면, ‘약탈자를 쓰러트리기 위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다.
“…”
물론, 내 목표는 에이디아와 달리 달의 패배에 가깝다.
약탈자의 승리가 세계관의 변화라면 달의 승리는 종말 그 자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목적이야 어찌 됐든 강력한 무기를 얻어서 손해날 건 없겠지.
무엇보다, 시간을 돌리기 전에 달이 숨겨둔 패를 다 알아낼 필요가 있다.
“이제 슬슬 듣고 싶은데.”
“네?”
“모른 체 하지 말고. 약탈자를 쓰러트리기 위한 무기가 대체 뭐야?”
이미 목적지에 도착하기 직전인데, 우리는 아직도 그 무기의 정체를 모른다.
“곧 아시게 될 거랍니다.”
어렴풋한 느낌은 왔다.
이제까지의 많은 비밀이 그러했듯, 약탈자가 두려워하는 무기 역시 내가 이미 아는 무언가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무기의 정체 또한 뭔가 알 것 같았다.
“…”
— 철썩!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바닷가로 나아가던 중, 무언가를 감지한 아리가 갑자기 멈췄다.
“아?”
“왜 그래?”
아리가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며 에이디아를 보았다.
“인천 앞바다의 무기라는 게 이거였어? 나는 무슨, 관리국조차 모르는 신비로운 무언가인 줄 알았는데 -”
은솔 누나가 즉시 물었다.
“뭔데?”
“이거, 만들어지다 만 방주 -”
그 순간, 에이디아의 손에서 나무로 된 신비로운 법보(法寶)가 나타났다.
“태극도(太極圖), 추방(追放).”
법보가 회전하며 신비로운 광휘를 내뿜었다.
이게 뭔가 싶어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 아리를 비롯한 동료들이 정체 모를 힘에 떠밀려 끝도 없이 멀리 날아갔다!
“…”
눈 한번 감았다 뜨니 바닷가에 나와 에이디아 둘만 남은 상황.
어이없는 눈으로 에이디아를 바라보자, 그녀는 곧 공손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여태 이런 유산을 쓰는 건 본 적 없어. 이 순간을 위해 아꼈나?”
“죄송 -”
“사과보다 설명을 듣고 싶은데.”
“동료분들은 죽지 않았어요. 멀리 추방했을 뿐이죠.”
“그건 나도 알아.”
생존 여부는 상태창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에이디아가 조심스레 바닷가 한복판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줄기를 가리켰다.
“저기에 무엇이 있는지 아시나요?”
“아리가 방금 말했지. 만들어지다 만 방주라고.”
“그래요. 당신께서 달의 왕자님을 깨우셨을 때, 저 나약한 존재는 겁먹은 들쥐처럼 도망가려 했죠.”
“도망가다가 달에게 당해서 인천 앞바다에 추락한 거야?”
“비슷합니다. 가면서 이야기할까요?”
“그래.”
— 찰박!
자연스럽게 물 위를 걸으며 방주로 걸어가던 중, 기묘한 소리를 들었다.
— 아아아…!
“아이가 우는 소리 같네.”
“본인 운명을 알고 겁에 질린 거죠. 어린아이 같지 않아요?”
‘어린 방주’를 비웃는 에이디아의 말투 때문이었을까?
왠지 모르게 저 작은 방주가 조금은 가련하게 느껴졌다.
“저건 승객을 충분히 태우지 못했기에 미완성 상태지만, ‘부품’은 멀쩡해요.”
“부품?”
“거울.”
“…”
여태껏 수도 없이 들은 단어, 거울이 또 한 번 나왔다.
방주 내엔 거울이 있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거울이.
“성자님, 거울은 정말이지 인간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위대한 보물이에요.”
“그렇겠지.”
“거울의 가장 공격적인 사용법을 아시나요?”
“공격적인 사용법?”
“분해죠.”
“…”
“거울은 특정한 대상을 수천수만 조각으로 쪼개 세상에 흩뿌릴 수 있답니다.”
잘 안다.
내가 세상 누구보다 잘 아는 현상이다.
“그게 방주의 최종 목표 아니야?”
“맞아요. 모든 방주의 결말은 거울에 의해 쪼개져 인간으로 돌아가는 것….”
“…”
“즉, 모든 방주는 태생적으로 거울에 취약하답니다.”
— 철썩!
— 흐으으…!
에이디아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쉴 새 없이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어린 방주의 구슬픈 울음은 마치 감미로운 자장가와 같았다.
“성자님도 호텔 탈출자이니 잘 아시겠지만, 세상엔 방주랑 상관없는 대악마들이 제법 있어요.”
101호의 병원 원장.
102호의 성운의 용 혹은 태어나지 못한 자.
103호의 삼키는 자.
이외에도 방주와 무관한 신적인 존재는 한 둘이 아니다.
“성자님이 거울을 가지고 그 대악마들 앞에 가서 분해 공격을 하면 어떨까요? 통할까요?”
내가 거울로 죄수를 쓰러트릴 수 있을까?
“해보진 않았지만, 턱도 없을 것 같은데.”
“당연하죠. 무기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성자님이나 제 능력으로는 죄수를 쓰러트릴 수 없어요. 하지만, 죄수가 아니라 약탈자에게 사용한다면 어떨까요?”
“…”
“상성의 문제입니다. 모든 방주는 태생적으로 거울에 취약해요. 왜냐하면, 애초부터 거울에 쪼개지는 걸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으니까.”
이해했다.
내가 거울을 얻는다 한들 그 힘으로 죄수를 쓰러트릴 수는 없다.
거울 자체는 수행자의 권능이 깃든 위대한 물건이나, 사용자인 내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탈자를 비롯한 방주에게 사용한다면 상당한 유효타를 입힐 수 있다.
약탈자의 강함이 어떤가를 떠나서, 방주 자체가 태생적으로 거울의 분해 공격에 지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거울이 달의 악마 손에 들어간다?
마신이나 다름없는 사용자가 상성 상 우세인 무기를 얻는 셈이다.
그때,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약탈자도 방주잖아? 달 역시 최초의 방주고.”
“네.”
“그렇다면, 그것들 내부에도 거울이 있는 것 아닌가?”
“있죠.”
“그런데 왜 굳이 이 거울에 욕심내는 – 아.”
깨달았다.
달의 악마는 물론, 약탈자까지 우릴 방해하며 추가적인 거울을 탐내는 이유!
“거울로 대상을 쪼개는 과정에서 거울 자체도 쪼개지니까?”
에이디아의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그래서 본인들 거울로 상대를 분해하지 못하는 거지? 그런 식으로 쓰면 사실상 자폭이니까 -”
“어떻게 아시죠? 이건 상당한 비밀인데…. 아, 아리 양이 알려줬나요?”
“큭!”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207호에서 거울을 박살 내며 나 자신을 쪼갰다고 말하면 믿어줄까?
그 일을 할 때 내 앞에 ‘에이디아’가 있었다고 말하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이래서 내 동료들, 정확히는 아리를 멀리 쫓아냈구나?”
이 시점에서 달의 악마와 성모가 짠 계획의 전모를 파악했다.
“… 당신의 동료는 관리국 수뇌부입니다. 필시 이 어린 방주를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할 겁니다.”
그러니까 에이디아의 생각은 이렇다.
아리는 관리국 수뇌부이며 진철 형과 은솔 누나는 둘 다 요원이다.
따라서 관리국에 대한 충성심이 있을 것이고, 어떻게든 이 어린 방주를 복구하려고 할 것이다.
반면, 달의 악마와 성모가 짠 계획은 어린 방주의 거울을 추출한 후, 그 힘으로 약탈자 상당수를 분해하는 것!
이 과정에서 거울은 산산이 조각나며 파괴되고 복구는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관리국 방주의 복구는 영원히 불가능해진다.
관리국 출신들은 이런 결말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성자님, 제 말을 믿으세요. 이제부터는 관리국 출신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에이디아의 생각은 논리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정보를 모르기에 결론이 완전히 틀렸다.
동료들이 생각하는 마지막 희망은 어린 방주의 복구 따위가 아니라 ‘원 모어 찬스’다!
*
인천 앞바다에 추락한 어린 방주 내부에 우릴 막아낼 만한 힘은 더 이상 없었다.
방주 자체도 반쯤 박살 난 상태이며, 방주를 지켜야 할 지배, 오스도르크, 바실리오 등이 다 죽었기 때문이다.
거울이 있는 장소에 도착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마어마하게 큰데? 어떻게 할 셈이야? 이 상태로 달이 거울을 가져갈 수 있어?”
“그게 가능했다면, 우리가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었죠.”
“그러면?”
“거울을 방주에서 분리하는 법, 작게 만드는 법. 둘 다 제가 알아요. 잊으신 건 아니죠? 제가 바로 거울을 최초로 발견했다는 사실!”
“그러면 나는 옆에서 기다리면 되나?”
“약탈자나 어린 방주가 절 방해하지 못하게 해 주세요.”
곧, 에이디아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복잡한 일을 시작했다.
보아하니 나는 물론이고 관리국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마법 혹은 기술 또는 둘 모두가 뒤섞인 무언가 같았다.
— 흐으으…!
사방에서 어린아이의 슬픈 울음이 들려온다.
거울을 강제로 빼앗기는 방주의 심리는 어떨까?
다음 루프로 넘어가 거울의 힘을 빌려 다시 인간으로 돌아감이 방주의 존재 이유이다.
방주를 사람에 비유하면, 영혼 결집 회로는 몸이고 거울은 인생 목표다.
어린 방주는 자신의 존재 목적 자체를 빼앗기고 있는 것.
어느 시점부터는 어린 방주의 흐느낌조차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마치, 삶을 포기한 사람과 같았다.
“…”
방주의 벽면을 어루만지며 생각했다.
우리에게 ‘다음 기회’가 있듯이 – 네게도 다음 기회가 있으리라고.
그러니 지금의 상실은 결코 영원한 상실이 아니리라.
“끝났습니다!”
어느새 거대한 거울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에이디아의 손에는 작은 손거울이 들려 있었다.
“아주 작아졌네.”
“압축 같은 거죠. 지금 상태로 쓸 수는 없지만요.”
손거울을 슬쩍 보니 제법 신기했다.
거울 속에 거울이 있고, 내부 거울 속에도 또 거울이 있다.
거울 속의 거울 속의 거울 속의 – 이 과정이 셀 수 없이 반복된 끝에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거울 전체가 작은 손거울로 변한 것.
가져가기는 편해졌지만, 이 상태로 사용할 수는 없어 보였다.
“…”
저 거울, 내가 얻을 수 없을까?
힘으로 빼앗는 건 무리다.
성모의 전투력이 대단히 강한 데다가 싸우다가 거울이 부서지기라도 하면 허탕이다.
그냥 달라고 하면?
주지 않을 것 같다.
요 며칠간 느꼈지만, 에이디아는 나를 ‘성자’라고 부르면서도 온전히 믿지는 않기 때문이다.
밤새도록 감시한 것이 그 증거다.
왜 날 의심할까?
그녀의 신을 최초로 해방했고, 이번에도 해방한 사람인데?
과거에 대한 내 기억이 온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군이라 보기 힘든 관리국 ‘놈’들을 데리고 다니는 게 그녀의 의심을 부추겼으리라.
…
아까 전부터 약탈자의 방해가 전혀 없다.
나로선 알 수 없는 영역에서 달과 싸우느라 여력이 없는 것이리라.
약탈자에게 여력이 없다면, 달 역시 당장은 개입할 수 없지 않을까?
이 점을 깨닫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제부터는 살짝 있어 보이는 말투를 써야 하나?
에이디아가 은근히 신비주의 성향이 강해서 이런 것에 약하던데.
아니야, 이건 207호의 에이디아에 대한 기억이다.
지금의 에이디아는 나를 기억 잃은 연구원이라 생각하잖아?
연구원 같은 말투를 쓰자.
“실례지만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갑자기 무슨 말씀을 -”
“에이디아 양이 작업하시는 동안, 서서히 기억이 돌아오더군요.”
에이디아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기억이 돌아오다니요?”
조금 전에 에이디아가 놀랐던 정보를 다시 강조하자.
“에이디아 양께 설명을 듣던 중 갑자기 알 수 없는 기억이 깨어나더군요. 예컨대, 거울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
“… 그런가요?”
여전히 반신반의한 눈동자.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
설득을 위해선 더 충격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예컨대, 오직 성모 본인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비밀을 타인이 알고 있다거나?
— 덥석!
휙 다가가서 한 팔로 성모의 어깨를 짚으니, 그녀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왜, 왜 이러시는 -”
“기억났습니다.”
“뭐가 기억났다는 말이죠?”
“알고 나니 느껴지는군요. 당신의 혈관에서 흐르는 차가운 피. 피부 아래 숨겨진 서늘한 비늘. 아아…. 그렇군요. 인간이 아님은 진즉 알았지만, 도마뱀일 줄은 몰랐습니다.”
동그랗게 커지는 눈동자에 섬뜩한 기운이 서린다.
“… 당신.”
긴장감을 줬으니, 풀어줄 시간이다.
— 털썩!
“어둑한 하늘, 새벽을 밝히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무슨 -”
“심연 속에서 깨어난 진홍왕을 처음 영접했을 때 – ”
“지, 진홍왕? 왕자님을 말하는 건가요?”
“그분이 제게 속삭이셨습니다. 가인아, 어리석은 자여 -”
“어리석은 자라고 하셨나요?”
아차차!
달은 나한테 선생님이라고 했었지?
“ – 기억 잃은 스승이여.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무궁한 지혜를 얻었습니다.”
“…”
“그 사실을, 조금 전에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혼탁했던 마음이 맑아지고 있는 겁니다.”
‘사실인가?’하는 눈동자.
조금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한방 더 필요하다.
에이디아가 생각하기에, 내가 절대 알 수 없는 정보.
정말 신이 알려줬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정보!
“죄송합니다.”
“가, 갑자기 죄송이요? 왜 -”
“진홍왕께서 속삭이셨습니다. 오래전, 어리석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범한 죄악.”
“…”
에이디아가 ‘설마’하는 표정을 지었다.
“위대한 메네스…. 당신의 조부님이시죠?”
“… 어떻게 그걸.”
“사특한 자들이 메네스를 살해했군요? 누굽니까? 혹시 반역자들입니까?”
실제 역사에서 렙틸리언이 세상을 지배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모르겠지만, 늙어 죽었을 것 같진 않으니까 인간의 반란에 당하지 않았겠어?
대충 찍어도 무조건 인간이겠지!
과거의 충격적인 기억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일까?
에이디아의 표정이 지극히 감정적으로 변했다.
“그 일은…. 이미 용서했답니다.”
용서한 게 아니고, 용서할 수밖에 없었겠지.
최초로 거울을 발견하고 변모하는 과정에서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증오심이 흐려졌을 테니까.
마지막 생존자.
이는, 달의 속성인 동시에 ‘에이디아의 속성’이기도 하다.
어쩌면 바로 이런 이유로 에이디아가 달을 섬기는지도 모른다.
달의 왕자가 자신과 같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할테니까.
용서했다 해서 마음속 상처가 다 나은 게 아니다.
사람에게는, 설령 렙틸리언이라 해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고통스러운 기억이 있는 법.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오래전, 인류가 저지른 죄악을 사죄하겠습니다.”
“…”
덜덜 떨리는 눈동자에 더 이상 나에 대한 의심은 단 한 점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일어나세요! 아이, 참!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진작 다 끝났어요. 애초에 성자님 잘못도 아니잖아요!”
에이디아가 다소 쑥스러워하며 내 손을 잡았다.
“이젠 다 괜찮답니다. 성자님, 거울을 달의 왕자님께 가져가기만 하면….”
“하면?”
“해피엔딩이죠!”
“어라?”
긴장감을 불러오는 내 목소리.
“왜, 왜 그러세요?”
“성모님, 거울 상태가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예? 그럴 리가!”
“잠깐만 이리 줘보시겠습니까?”
“…”
숨길 수 없는 찰나의 고민.
나는 빙그레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곧, 에이디아가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기요.”
마침내 거울이 내 손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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