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08)
EP.608 608화 – 도둑맞은 세계 (23)
608화 – 도둑맞은 세계 (23)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35일 차
현재 위치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 두두두두…!
선대 지혜는 대기를 뒤흔드는 격렬한 진동음과 함께 나타났다.
청옥처럼 빛나는 반신의 손에는 빛으로 만들어진 창이 쥐어져 있었는데, 보는 순간 알았다.
저 창이 휘둘러지는 즉시 일대의 모든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리라.
나는 말없이 선대 지혜를 올려다보았다.
선대 지혜도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상대는 손 한번 휘둘러서 나를 죽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선대 지혜가 그러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침묵을 깰 시간이다.
“오랜만입니다.”
「그대.」
당장이라도 한 판 붙을 것처럼 눈을 빛내며 말했다.
“내 생각에, 당신은 오늘 죽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내가 생각해도 기괴한 이야기.
「이야기가 길어지겠구나…. 」
선대 지혜는 내 정신 나간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마치, 본인도 ‘내가 오늘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온 것 같았다.
— 팅!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주변 풍경이 갑자기 바뀌기 시작했다.
공격이 아님을 알았기에 저항하진 않았다.
비밀스러운 대화는 안전한 장소에서 나누어야 하는 법이니까.
*
「현재 위치 : 검색 중….」
시야에 들어온 것은 황금빛 밀밭으로 가득한 거대한 평원.
흡사 천국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름다워서 절로 눈이 갔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대 지혜는 더 이상 청옥빛 반신이 아니라 평범한 옷을 입은 중년 남성으로 변해 있었다.
“아름답지 않은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코카소이드 계통의 남성.
외견으로 미뤄볼 때 아나톨리아 반도 태생 같다.
“천국을 닮았군요.”
“그렇게까지야….”
“지금 모습이 당신의 원래 모습입니까?”
“그렇지.”
찰나의 침묵이 흐른 후, 선대 지혜가 쿡 찌르듯 물었다.
“올빼미가 나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려주기라도 했나?”
“아시다시피, 직접적인 질문은 금지입니다.”
“이리저리 우회해서 물으면 그만 아닌가. 항상 느끼지만, 호텔 규칙을 우회하는 꼼수를 제일 열심히 연구하는 게 그 새거든.”
내심 동의하는 말이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렇죠.”
“내가 오늘 현실에 올 줄은 어떻게 알았지? ‘달에게 신체 3할이 증발한 반신이 회복하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리냐’ 같은 질문이라도 했나?”
“그보다는 더 돌려서 물었습니다.”
간접적으로 묻느라 서로 피곤하긴 했지만, 결국 올빼미가 알려준 건 사실이다.
“결국 알려줬다는 말이구나. 참 지조 없는 새로다.”
“글쎄, 물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당신도 이런 식으로 나에 대한 정보를 꽤 많이 얻었을 것 같다.”
“인정하마. ‘인간이 달의 호감을 사는 방법은?’ 이런 질문에 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주더군.”
“참 지조 없는 새네요.”
“하지만, 그 덕에 지금 너와 내가 대화하고 있지 않은가?”
“이야~! 과연! 지혜의 주인 되시는 분은 최고의 신이십니다.”
“아까의 질문에 답하마. 내가 오늘 죽을 것 같다고 했지?”
“아닙니까?”
“… 나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괴이하기 그지없는 이야기.
누군가는 미친 사람들의 대화라 느끼겠지만, 나와 상대는 안다.
이는 아주 논리적인 대화이며, 두 사람 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선택이다.
서로가 지혜이기에 성립할 수 있는 그런 대화.
“저부터 이야기하죠. 젊으니까.”
“젊은 건 맞고?”
“당신보다는.”
“좋아, 말해보게.”
“알고 있겠지만, 지금 내겐 특이한 힘이 있습니다. 동료를 제외한 사람들이 나에 대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잃게 하는 힘이죠.”
“…”
“당신에겐 전혀 통하지 않더군요.”
“그렇지.”
“또, 당신의 힘은 강해도 너무 강합니다. 물리적으로 가장 강한 축복이 ‘정의’라고 보는데, 그 정의와 두 개 이상의 유산을 보유한 성모도 당신 앞에선 시간 끄는 정도가 전부죠.”
“…”
“마지막, 어지간해선 현실에 나타나시지 않더군요. 딱히 석판에 의해 공격받는 것 같지도 않은데.”
꿈이 통하지 않는 것.
과도하게 강한 힘.
쉽게 현실에 나타나지 않음.
선대 지혜의 모든 수수께끼를 꿰뚫는 답.
“당신은 방주입니다. 아닙니까?”
완성된 방주는 루프로부터 독립된 무언가로 변한다.
따라서 ‘한 번의 루프’에 한정해 효과를 발휘하는 꿈을 무시할 수 있다.
끔찍하게 강한 힘이나 현실에 나타나기 어려워하는 점 역시 완성 후 방주의 특성이다.
“반쪽짜리라 해두지.”
“반쪽?”
“거울이 없네. 오랜 세월 전, 자그마한 방주 하나와 싸우다가 그 방주의 거울을 파괴했거든.”
“방주와 싸워서 이겼다고 방주와 합일할 수 있는 겁니까? 지금 당신처럼?”
“내 유산 덕이라 해두지. 여기까지 답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이번엔 선대 지혜가 포문을 열었다.
“자네가 하나 얻어갔으니, 이제 내 차례일세.”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인데 뭘 얻었다고 말하기는 좀….”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싶을 뿐이네.”
“… 말하시죠.”
“상처를 회복하며 끊임없이 생각했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난리를 일으켰을까.”
“…”
“어리석은 이가 아닐 텐데, 달이라는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악마를 깨운 이유는 무엇인가.”
“…”
“처음엔 정말 달에 홀리기라도 한 줄 알았네.”
“지금은 아닙니까?”
“아니지. 찬찬히 고민하다가 깨달았거든. 지금 자네가 하는 행동, 과거의 내가 호텔에서 종종 벌였던 일일세.”
“…”
“잘 모르겠으니까 일단 다 박살 내는 거야. 그러면 모두가 숨기고 있던 한 수를 꺼내거든.”
“…”
“호텔에선 그렇게 해도 돼. 왜? 참가자에겐 ‘다음 기회’가 있으니까.”
“…”
“자네에겐 다음 기회가 있어. 맞지? 시간을 돌릴 수 있나?”
속여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이미 상대가 다 알고 묻는 중인데 얕은 거짓말은 추한 행동일 뿐이야.
“그렇습니다. 다시 제 차례군요.”
“말하게.”
서로가 상대의 큰 비밀을 하나씩 알았다.
정확히는, 이미 알아낸 상태로 왔다.
“선대, 당신의 목적 말입니다.”
“…”
“한동안은 평범하게 약탈자의 승리를 노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신기한 일이 벌어졌죠.”
“…”
“파이오니어 호텔 3층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올빼미에게 3층 조건을 물어보니, 우리가 3층에 도전할 자격이 있어 보일 때 형성된다고 하더군요.”
“…”
“우리가 보기엔 이 정도인가? 싶었는데, 호텔이 보기엔 우리에게 가망이 있다는 말이죠.”
“흐으….”
참을 수 없다는 듯, 선대 지혜가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때, 요전에 침묵하는 자에게 들은 말이 생각났습니다. 당신에 대한 평가였죠.”
“… 뭐라고 하던가?”
“침묵하는 자의 일원이었다. 패배자다. 시험에 탈락해서 현실에 나타날 수 없게 되었다.”
“허!”
“다 맞는 말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하나는 정확해 보였습니다.”
“뭔가?”
“당신은 이미 현실 전체를 허무하게 여깁니다.”
끝없이 루프를 반복한 끝에 현실 전체를 허망한 꿈으로 여기게 된 자가 바로 선대 지혜다.
“그런 당신이 약탈자를 편드는 이유가 뭘까요? 인류의 존속을 위해서?”
“…”
“그럴 리 없죠. 당신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호텔로 돌아가는 것! 아닙니까?”
허망하기 그지없는 현실은 곧 거대한 감옥과 같다.
선대 지혜는 감옥에서 벗어나 호텔로 돌아가고자 한다!
나는, 상대의 마음을 얼마 전에 직접 겪으며 이해하고 말았다.
“당신은 모종의 수단을 써서 3층 형성 조건을 알아낸 겁니다. 올빼미가 알려줬나?”
“…”
“참가자가 3층에 도전할 자격이란 무엇인가? 이는 곧,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호텔은 현실조차 거대한 시나리오처럼 여긴다.
1, 2층의 저주의 방과 다소 다른 규칙이 적용될 뿐이다.
따라서, 딜라이트 호텔에서 진행 중인 공사는 단순히 시간이 지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현실의 문제를 훌륭히 해결해야만 끝난다!
“여기까지 이해하고 당신의 행보를 보니, 많은 점을 이해했습니다.”
“…”
“약탈자의 편에 선 이유? 그래야 달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약탈자와 함께 달을 공략하는 것이 최근 알아낸 30점짜리 답이다.
우리가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알아낸 답을, 선대가 억겁의 시간 동안 알아내지 못했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선대 지혜는 현실의 시련을 ‘공략’하고 있었던 셈이다.
“후…. 그대는 나에 대해 참으로 많은 것을 알아내었구나.”
선대 지혜는 한숨과 함께 말을 이어갔다.
“확인차 묻지. 내 답과 자네 답을 비교해 보고 싶네. 자네가 찾은 답 역시 약탈자의 승리 맞지?”
“아직 더 나은 답을 찾진 못했습니다.”
“약탈자가 이겨야 해. 관리국은 달을 상대할 능력이 없고, 달의 승리는 인류의 종말이네. 다른 대안이 없어.”
적어도 지금은 나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나는…. 자네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에 걸쳐 지금의 구도를 만들어왔네.”
“…”
“본디, 경계 너머의 약탈자 방주들은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바빴어.”
약탈자는 궁극적으로 분열할 수밖에 없는 집단이다.
심지어, 서로의 세상을 노린 적도 있을 테니 원수지간이기까지 하다.
“내가 그들을 하나의 세력으로 만들었네.”
“…”
“과거의 원한을 내려두고, 일단 달에 맞서야 한다고 설득했네.”
“…”
“쉬웠겠나?”
“그럴 리가요.”
이게 쉬운 일이면, 전 세계가 진작 전쟁을 멈추고 인류의 영광을 위해 협력했겠지.
“달의 성장을 늦추기 위한 여러 조치, 정말 관리국이 다 찾아냈다고 생각하나?”
“…”
“어린 방주가 태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달을 막기 위해 행동해? 다 내가 만든 거짓말일세.”
선대는 쉼 없이 한탄하고 또 한탄했다.
본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을 만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가 하고픈 말은 간단했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이렇게나 노력했다고.
지금 네가 보고 있는 판 자체를 설계한 사람이 본인이라고.
하지만.
“어째서인가?”
“…”
“왜 3층이 내게는 나타나지 않았냔 말일세!”
“…”
“이 모든 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나? 달이라는 끔찍한 절망을 이겨내기엔 턱없이 부족했나?”
“…”
“그럴 수 있지. 삼천세계를 위해 눈물 흘리는 자, 영겁 속에서 단 하나의 천국을 찾아 헤매는 구도자! 그런 존재가 보기엔 내 노력 정도는 실로 하찮아 보일 수 있지. 그러니, 내가 부족하다는 말은 받아들이겠네.”
억겁의 세월 속에서 선대 지혜는 한 가지 슬픈 사실을 받아들였다.
호텔이 보기엔 내 노력이 형편없이 부족하구나.
기나긴 세월을 인내하며 달을 상대할 세력을 만들어 내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구나.
그랬기에 더욱 견딜 수 없었다.
지금 파이오니어 호텔 3층이 형성 중이라는 사실을!
“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엿보인 감정.
이는, 환희와 절망, 선망과 질시가 뒤섞인 감정의 소용돌이였다.
억겁의 시간에 걸쳐 선대가 쌓아온 갈망의 총체였다.
“자네들이 부럽네.”
“…”
“내가 이 긴 세월 이룬 성과보다 자네들이 1년 남짓 이룬 성과가 더 많다는데, 어찌 부럽지 않겠나.”
“그래서 죽이기라도 할 셈입니까?”
문득, 선대 지혜가 갑자기 늙은 것 같았다.
불로불사의 존재답게 신체는 여전히 40대 후반 정도지만, 마음이 꺾였을지도 모른다.
“자네를 죽이면 뭐가 바뀌나? 호텔에서 날 위한 3층을 만들어 줄까? 새삼스럽지만, 사실 나때는 호텔이 아니라 ‘학교’였네.”
“그렇습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네. 우주의 신이 자네들을 편애하는 게 아닌가 이런 유치한 생각도 했지.”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마치, 들끓는 감정을 털어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는 것처럼.
“우스운 생각이야. 삼천세계를 위해 눈물 흘리는 자의 눈에 우리들은 미물 이상도 이하도 아닐진대….”
“…”
“편애하고 말고 할 이유가 있겠나.”
“…”
“그냥, 나라는 개미의 꼬락서니를 보니 이놈은 1,000만 년이 지나도 글렀다 싶고, 자네는 200일 정도 보니까 시간 지나면 어떻게 할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게지.”
이 순간만큼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목표를 위해 수천수만 년을 노력했는데, 그런 본인보다 고작 반년 좀 넘게 노력한 놈이 더 낫다고?
나는 이런 판단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설령 판단 주체가 우주 제일의 유일신이라 해도!
“이유가 뭐일 것 같습니까?”
“그 부분을 끝도 없이 고민했네.”
“…”
“차라리 자네가 나와 전혀 다른 방법론을 얻어냈다면, ‘아! 내가 헛다리를 짚었구나’ 했겠지.”
“…”
“한데, 자네 하는 걸 보면 나랑 비슷한 접근 같단 말이지.”
나와 선대 지혜가 내린 유사한 결론.
달을 막기 위해선, 약탈자의 힘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왜 난 틀렸고, 자네는 맞을까?”
“…”
“자네와 내게 중요한 차이가 있는 거야.”
“…”
“내가 아무리 오랜 시간을 더 시도해도 절대 좁힐 수 없는 차이가 있어.”
“…”
“그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나?”
나는 그 답을 안다.
또한, 상대도 그 답을 안다.
우리는 서로가 답을 알고 있음을 알았다.
“달과의 관계죠.”
“달은 자네를 아끼네. 처음으로 자신을 해방했고, 이번에도 해방했으니 당연한 일이지. 내게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불가능해.”
이 점이 나와 선대 지혜의 절대적인 차이점이다.
그렇다면, 달의 사랑을 얻을 수 없는 선대 지혜에게 달은 해결 불가능한 문제였을까?
아니라고 본다.
나에게 ‘달의 사랑’이라는 무기가 있다면, 선대 지혜에겐 ‘훨씬 이른 시점에 시작했다’라는 무기가 있었다.
선대 지혜에게만 가능한 방법론도 있었으리라.
아주 오래전엔 말이다.
선대 지혜는 그 기회를 놓쳤다.
현시점에서 가능한 방법론은 선대에겐 불가능하고 나에게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선대 지혜는 자력으로는 영원히 3층에 도달할 수 없다.
“이제부터 자네는 딱 한 가지를 더 보고, 시간을 돌려야 하네.”
“짐작하고 있습니다.”
“달을 보고 오게. 진홍색 군주가 숨긴 가장 큰 비밀을 확인하게.”
노인의 손이 청록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마지막 비밀을 알아내야 할 자네에게 두 가지 문제가 있지.”
“…”
“첫째, 성모와 싸우면서 달과의 관계가 틀어졌어. 둘째, 반토막 난 통찰.”
“…”
“모두 내 죽음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군.”
“…”
“달에게 말하게. 거울을 얻자마자 날 죽이고 싶었다고. 성모는 반대할 것 같아서 가두었다고 하면 되겠지.”
“…”
“약탈자 한 놈의 머리를 가져가면 자넬 용서하지 않겠나? 심지어 본래 자네를 아끼기까지 했는데.”
“… 상태창에 적으셨지요? 지금 얻은 깨달음, 시간을 돌린 후에도 -”
“서로 초보적인 지적은 그만하지.”
“고맙습니다.”
“고마워할 이유가 있나? 그저, 내가 3층에 가고 싶을 뿐이거늘….”
섬뜩하게 빛나는 힘이 선대 본인을 조준하는 순간,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건 진짜 별것 아닌 질문입니다.”
“…”
“요전에, 방주에서 절 죽이려고 하셨던 것. 진짜 통찰로 보신 겁니까? 날 죽여야 한다고?”
“큭!”
“아?”
“그런 거짓말을 아직도 믿었나?”
“… 그러면 왜 죽이려고 -”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건방져서 이놈아!”
— 우르릉!
천국과도 같던 선대 지혜의 영역이 붕괴해 간다.
정처 없이 떠도는 몸을 추스르며 오늘의 대화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선대 지혜가 어떤 생각을 할지 알았다.
선대 지혜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할지 알았다.
서로의 생각을 완벽히 이해했기에 도달한 기괴한 결말, 선대 지혜의 자살.
…
하늘 아래 단 하나의 지혜만 남았다.
다시금, 내 의식이 인간을 초월한 영역으로 뻗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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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60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