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10)
EP.610 610화 – 도둑맞은 세계 (25)
610화 – 도둑맞은 세계 (25)
– 미로
가인이와 둘이 함께 달에 간다는 말을 듣고 궁금했던 점이 있다.
관리국 방주는 엄청나게 큰 배 같았어.
무릎 꿇고 기도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음, 교회 배 같은 장소랄까?
달 내부는 어떤 장소일까?
*
떨어지는 과정에서 두 번이나 기절했다!
서서히 밝아지는 시야를 느끼며 깨달았다.
이제야 안정된 장소에 도착했구나.
“미로, 이제 괜찮아?”
“으, 응. 이제 정신 차린 것 같아….”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돌아보니, 깔끔한 침실이 보였다.
침실에서 깨어나니까 기분이 되게 이상해.
“여, 여기가 달 내부야?”
“맞아.”
“무슨 고급 호텔 같아.”
“성모가 마련해준 장소야. 지내는 동안 편하게 있으라고 하더라.”
성모가 우릴 위해 준비한 집이구나.
뭔가 되게 호텔 같아.
호텔에서 나와서 달에 들어왔는데 또 호텔이라니!
성모도 호텔 출신이라 그런가?
아니지, 성모는 호텔 이전에 무슨 학교 출신이라고 했었어.
우릴 배려해서 이런 장소를 준 것 같아.
“미로, 혹시 배고파?”
“조금….”
“먹고 싶은 것 있어?”
“와플?”
“이쪽으로 와.”
가인이는 침실 문으로 이동한 후, 문고리를 잡고 잠시 멈췄다.
“뭐해?”
“아니야.”
— 벌컥!
문 너머엔 105호 식당을 연상케 하는 따스한 분위기의 장소가 있었는데, 중앙 테이블 위에 와플과 커피가 있었다.
“와! 어떻게 딱 와플이 있는 거야?”
“호텔을 생각하면 돼. 이 식당에는 항상 네가 원하는 음식이 나와.”
신기해!
진짜 호텔 같잖아?
커피와 와플을 먹던 중, 가인이가 집 내부가 그려진 약도를 내밀었다.
“저택 지도야. 에이디아가 줬으니까 숙지하도록 해.”
“응.”
“미로, 나 없을 때는 집 밖으로 나가지 마.”
“알았어. 참, 거울은?”
“깨어났을 때는 이미 거울이 없었어.”
달이 가져갔구나!
“애초에 바칠 물건이긴 했지.”
“…”
“성모의 말에 따르면, 조만간 거대한 전쟁이 벌어진다고 해.”
“약탈자와 달?”
“맞아. 승부야 뻔하지.”
가만두어도 끝까지 가면 달이 이기는 싸움인데, 우리가 달에게 강력한 무기까지 줬다.
더 쉽게, 더 빠르게 달이 이기겠구나.
“이제 어떻게 해?”
“우선, 나는 곧 출근할 생각이야.”
“아?”
출근은 직장에 하는 거 아니야?
“이런 곳에 무슨 가인이 직장이 있어?”
“있어.”
“그럼 나는 어떻게 해?”
“내가 올 때까지 일단 여기 있어. 그리고….”
“그리고?”
가인이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기묘한 이야기를 했다.
“만약 나 말고 다른 손님이 오면 -”
“다, 다른 손님이 올 일도 있어? 혹시 성모?”
“많아. 아주 많아.”
가인이와 성모가 아닌 다른 사람.
무어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꺼림칙했다.
“다른 사람이 오면 평범하게 대해.”
“평범하게? 평소의 나처럼?”
“평범한 여중생처럼 행동해.”
평소의 나처럼 굴지 말고 평범한 여중생처럼 행동하라고?
너무 어려운 말이잖아!
내 혼란을 읽었는지, 가인이가 갑자기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내가 널 왜 데려왔겠어?”
가인이가 날 데려온 이유.
좋아! 인정할게.
나는 아리나 가인이처럼 엄청나게 똑똑하진 않은 것 같아.
내가 두 사람보다 훨씬 창의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막 논리적이고 정교한 행동을 바랐으면 날 데려오지 않았겠지.
“깊이 생각하지 말고 막 행동하라고 데려온 거야?”
“맞아. 이 장소는 나도 확신할 수 없는 장소니까.”
“그럼, 나 하고 싶은 대로 할게!”
순간, 가인이가 실로 불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최소한의 상식은 지키면서 행동하도록 해. 평범한 여중생 알지?”
식사가 끝날 무렵, 가인이는 출근하겠다며 일어섰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40일 차
현재 위치 : 검색 중….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말이 이렇게 불안하게 들릴 줄이야….
좀 전에 괜한 말을 했나?
“…”
아니야.
이 장소는 생각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도리어 위험한 장소다.
어떤 의미에선 나 같은 사람에게 가장 위험하다.
“후….”
달 내부가 내 예상과 너무 다르다.
관리국 방주처럼 우주선 비슷한 환경일 줄 알았어.
내부를 탐색하고, 달과 접촉하다 보면 원하는 정보가 나올 줄 알았는데….
훨씬 더 추상적이며 기괴한 장소다.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도서관? 연구실?
“…”
문고리를 잡은 채 상상했다.
내가 가고 싶은 장소, 그 장소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장소!
— 덜컥!
아파트 복도를 닮은 어두운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를 따라 걸어가며 생각한다.
이곳에 ‘고정된 현실’이라는 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미로가 호텔 침대 같은 장소에서 깨어난 건, 미로가 생각하기에 105호 침대가 ‘휴식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이자 상상과 실재가 뒤섞인 장소.
가장 닮은 개념은 꿈이다.
다른 많은 호텔이나 아파트가 그러하듯 복도 끝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
— 띵!
문이 열리자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성자님, 들리시나요?”
“뭐가 말입니까?”
“왕자님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으세요? 기쁨으로 가득한 목소리가 온 세상에 가득한데!”
나에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와 성모는 엘리베이터라는 좁은 공간에 함께 있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영역에 있는 게 아닐까?
성모의 인지 영역에선 정말 달이 천사를 내려보내 승리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들릴 듯 말 듯 합니다.”
“모두 성자님 공입니다.”
“… 고맙습니다.”
— 띵!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밖으로 나가려는 때, 성모가 갑자기 내 옷을 끌어당겼다.
“위험해요.”
“네?”
“집에서 나와서 아파트 복도. 복도 끝에는 엘리베이터. 계기판 조작해서 1층.”
내가 지금까지 거쳐온 영역 혹은 상상을 나열하고 있다.
“이 흐름대로면, 엘리베이터 밖은 아파트 1층이죠? 정문 밖으로 나가면 야외?”
“그렇죠.”
“야외를 거쳐서 목적지로 갈 생각?”
“맞습니다.”
“아주 위험합니다.”
“… 가르침을 듣겠습니다.”
이 장소는 달이 만들어 낸 꿈의 세계.
어떤 행동이 위험한지 나 역시 정확히 알지 못한다.
생전 처음 오는 영역이라 통찰조차 유의미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
“중간에 ‘야외’가 있어요. 야외라는 게 뭐죠?”
“…”
“경계가 없는 끝없이 넓은 공간. 당신의 상상으로 다 채울 수 없죠.”
“내 상상으로 다 채울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상상이 밀려와서 빈 곳을 채울 겁니다.”
어렴풋이 이해했다.
꿈의 세계에서 ‘야외’, ‘숲’, ‘바다’ 이런 광대한 영역은 지극히 위험하다.
내 상상이 다 채울 수 없을 만큼 넓고, 내부와 외부를 나누는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
다른 사람의 상상이 밀려와서 빈 공간을 채우면 무슨 일이 생길까?
적어도 즐거운 일은 아니리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쯤 설명 들었으면 짐작할 수 있죠? 똑똑한 분이시니까.”
“경계가 있는 좁은 공간을 떠올려라?”
“구체적으로!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계가 있는 좁은 공간이라면, 건물 내부 같은 장소다.
“지하 2층 누르고, ‘주차장’을 상상하는 건 어떻습니까?”
“다음은? 주차장 밖으로 나가면 또 위험한데.”
“… 차에.”
“차에?”
“기사가 있는 겁니다.”
“어떤 기사?”
달의 영역에서 위험한 상황이란 타인의 꿈이 내 영역을 침범하는 상황.
침범할 수 없도록 경계가 있는 영역을 떠올려야 한다.
또한, 내 상상 속에 동료를 제외한 타인이 존재해선 안 된다.
“자율주행 기사. 사람이 아니라 AI입니다.”
“그리고?”
“나는 차 내부만 생각할 겁니다. 차는 경계가 있으니까. 그 상태로 눈을 감았다 뜨면, 목적지 주차장에서 깨어나죠.”
“역시 똑똑하시네.”
여기까지 들은 성모가 빙그레 웃으며 손을 뻗어 ‘지하 2층’을 눌렀다.
“이 정도면 더 도와드릴 필요는 없겠네요. 아시겠지만, 저도 이제부턴 바쁘거든요.”
“…”
“그러면 이만 -”
“에이디아.”
“네?”
“‘왕자님’이 삼킨 영혼들 말입니다.”
“네.”
“모두 꿈의 영역에서 살아가는 겁니까? 지금 우리처럼?”
“그럼요.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간답니다! 왕자님이 모두에게 내리는 은총이자 구원입니다.”
“…”
“물론, 주의 사항이 좀 있긴 하지만요.”
배시시 웃으며 사라지는 성모를 보며 생각했다.
그녀가 생각하기엔, 이 영역은 달이 만들어 낸 천국의 일종일지도 모르지.
달이 승리하면 달 내부 영역의 천국이 현실에 실현된다고 믿고 있으니까.
*
–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자율주행 AI의 맑은 음성이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문고리를 잡은 채 다시금 ‘내가 가고 싶은 장소’를 떠올리려 애썼다.
명심!
차가 있으니, 바깥에 도로도 있고, 다른 차도 있고, 건물도 있고 – 이런 상식적인 생각은 전부 틀렸어.
이 장소에 존재하는 건 나와 차뿐이야.
나머지 영역은 내가 상상하지 않았으니, 전부 공허다.
차가 30분 정도 이동해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이런 시간은 실질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
그냥, 내 무의식이 출근 시간이 이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니 30분 걸린 거야.
“…”
바깥은 야외가 아니며, 도시도 아니다.
좁고 어두운 주차장이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은 한 명도 없는 장소.
비어있는 차 몇 대가 주차되어 있을 뿐이지.
— 끼익!
“후….”
성공!
주차장 내부를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번에도 엘리베이터가 나왔다.
사실, 나왔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아.
내가 엘리베이터를 상상하니 생겨났다는 말이 더 맞겠지.
폐쇄되었으면서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무언가라고 하면 역시 엘리베이터니까.
— 띵!
엘리베이터 내에 가만 서서 생각했다.
몇 층을 눌러야 할까?
층수가 중요하진 않다.
중요한 건 몇 층이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야 하는가?’다.
3층을 누르며 여기는 커피숍이라고 생각하면 커피숍이 나올 테고, 치과라고 생각하면 치과가 나올 테니까.
“… 연구실.”
달에 대한 정보가 있을 법하면서 과거의 나와 연관된 장소 하면 도서관 보다는 역시 연구실이지.
애초에 지금 내가 있는 건물 자체를 ‘연구소’라고 이미지화하며 들어왔으니까.
“내 개인 연구실.”
— 철컥!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확신을 얻기 위해 한 가지를 질문했다.
「조언 : 3 -> 2」
‘지금 내 모든 행동, 달이 지켜보고 있겠지?’
「달 내부이니 당연하다.」
그래, 달 내에서 달의 시선을 피할 수 있을 리 없어.
지금 내가 이 장소까지 도착했음은 달 역시 알고 있다는 의미다.
달 내부가 밖에서 상상했던 것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관리국 방주처럼 엄청나게 많은 영혼이 떠돌아다니며 달을 찬양하는 거대한 배 같은 장소일 줄 알았는데….
마치, 마신의 꿈속에 들어온 필멸자가 된 기분이다.
…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환한 공간이 시야에 들어왔다.
빼곡한 책과 사방에 흩어진 문서.
이 많은 책과 문서를 다 뒤져야 하나?
“…”
어차피 달도 내가 이 장소에 도착했음을 알고 있겠지?
대놓고 말해볼까?
“왕자님, 지켜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고요한 연구실에서 내 목소리만 울린다.
“아시다시피, 저는 첫 번째 삶에 관한 기억이 흐릿합니다. 제가 왕자님을 해방했음은 알고 있지만, 그것뿐이지요.”
여전히 답변은 없다.
“과거의 저는 관리국 고위 연구원이었다고 합니다. 혹시, 당시 제가 남긴 흔적 따위가 있습니까?”
덧붙이듯 다음 문장을 추가했다.
“제가 기억을 되찾는다면, 왕자님께 더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 툭!
그 순간, 책장에서 책 한 권이 떨어졌다.
“감사합니다.”
「영혼 결집체에 관한 고찰」
신기한 제목의 책이다.
내용은 제목 이상으로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1. 기원
일찍이 T 데이먼드가 밝혔듯이, 소위 ‘신’이라 일컫는 존재의 본질은 단순하다.
천지 창조부터 존재했던 우주적 불균일성에 –
…
끝없이 많은 혼돈이 한 점에 모여 신이 태어난다.
이런 과정을 되짚으면, 우리의 손으로 위대한 자를 빚어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구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하면서도 질 높은 혼돈의 소체가 곧 영혼이었으니, 사람의 혼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
2. 정의
영혼 결집체란 곧 사람의 혼을 구조화한 회로 내에 결박해 –
…
이러한 과정 끝에 회로가 활성화하면, 이를 곧 영혼 결집체라 한다.
AS 4731년 기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일곱 유형의 혼돈체 중 가장 강력한 형태다.
…
영혼 결집체 제작 과정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시각이 있다.
확실히, ‘악몽 씨앗 구현체’의 압도적인 비용 효율성이나 ‘비등방성 다차원 소환수’의 편리성에 비해 영혼 결집체의 까다로움은 특기할 만하다.
…
허나, 완성물의 고점이라는 면에서 다른 유형은 결코 영혼 결집체를 따라갈 수 없다.
중간 과정의 인명 피해는 결과물의 특출남에 비하면 그리 큰 비용은 아니다.」
여기까지 읽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거울에 대한 이야기가 단 한 글자도 없다는 사실을!
“…”
「3. 성장
영혼 결집체의 성장은 크게 3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
이 지점에서 달이 내게 이 책을 준 이유를 깨달았다.
“어딘가에서 성장이 막히셨군요. 혼자서는 답을 찾지 못하셨습니까? 아니면 답을 알아도 시행이 어렵다?”
동상이몽.
같은 자료를 보며 달은 성장의 답을 얻고자 하며, 나는 달의 약점을 찾고자 한다.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괴담 호텔 탈출기-6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