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11)
EP.611 611화 – 도둑맞은 세계 (26)
611화 – 도둑맞은 세계 (26)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40일 차
현재 위치 : 검색 중….
현자의 조언 : 2」
– 한가인
「3. 성장
영혼 결집체의 성장은 크게 3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
심호흡하며 다음 내용을 집중해서 읽었다.
「구체적인 수치는 정확하지 않으므로 참고만 할 것.
결집 정도와 질량 평균치, 속도와 사상 등 복합적인 요소가 영향을 끼친다.
* 1단계
최소 150만 이상의 혼이 결집할 경우, 일종의 자의식이 형성되어 결집한 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존재로 변화한다.
이 단계부터 영혼 결집체와 정상적인 소통이 가능하니, 1단계라 정의한다.
이에 대한 R 스테판의 AS 4723년도 연구에 따르면 –
…
1단계 영혼 결집체에 과도한 혼을 결집시키면 복수의 자의식이 형성된다.
해당 현상이 최초로 나타난 TX-135(AS 4694, 아틀란티스)은 약 723만 명에서 두 개의 의식이 관측되었다.
이후, AT-447(AS 4701, 아스테리아), PPA-724(AS 4711, 낙양)에서 동일 현상 관측.
숫자가 커질수록 발생 확률이 높아지며, 4,000만을 초과하면 100%에 가깝다.
복수의 자의식이 발생하면, 영혼 결집체의 통제가 지극히 어려워진다.
…
* 2단계
복수의 자의식이 발생한 영혼 결집체를 2단계라 정의한다.
이 단계의 가장 큰 특징은 통제의 까다로움이다.
의식이 하나가 아니므로 어떤 의식과 소통해야 하는지부터가 불명확하다.
또한, 개별 의식들이 매 순간 서로를 의식하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생존 본능이 과도하게 강해진다.
이런 특징 때문에 혹자는 2단계 영혼 결집체를 별도 단계로 정의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통제할 수 없는 야수로 변한 시점에서 더 이상 생산 가치가 없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들은 2단계 영혼 결집체를 아주 간단히 정의한다.
정신병에 걸린 신.
위와 같은 관점에도 일리는 있으나, 필자는 이렇게 답하겠다.
1단계와 비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2단계의 힘은 이 모든 ‘비용’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
“으음….”
잠시 책자를 내려놓고 여태 읽은 내용을 정리해 보자.
사람의 영혼을 최소 100만 단위로 모으면 자아가 깨어나며 소통할 수 있게 된다.
고대인들은 여기부터 ‘1단계’라고 정의했다.
사람의 영혼을 1,000만 단위로 모으면 일정한 확률로 복수의 자아가 발생한다.
숫자가 커질수록 확률이 증가하며, 4,000만을 넘기면 거의 100%다.
고대인들은 이렇게 복수의 자아가 형성된 영혼 결집체를 ‘2단계’라고 정의했다.
“1단계라….”
정황상 관리국 방주를 비롯한 방주들이 1단계다.
이들이 삼킬 수 있는 영혼의 수에 한계가 있는 이유.
더 많은 영혼을 삼키면 의식이 쪼개지고, 생존 본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과거에 아리와 나누었던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
*
“몇몇 유사 신격은 완전한 분해를 거부했어.”
“유사 신이 된 시점에서 어설픈 자의식을 각성했다? 생존 본능이 인류의 보존이라는 숙명을 압도했다?”
“보통은 분해 도중에 사고가 터진 케이스라 제정신이 아니야.”
*
위와 같은 현상은 방주 관리자들이 보기에 방주가 고장 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방주가 과도한 수의 혼을 삼킬수록 이상 행동을 보일 확률이 높아진다.
이러니까 방주에 성장 한계가 있는 것.
“…”
집어삼킨 영혼의 수를 고려할 때, 달은 진작 1단계를 넘어 2단계에 도달했다.
그 결과, 달의 의식은 하나가 아니다.
대화할 때마다 복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이유는 의식 자체가 여럿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3단계는 뭐지?
「* 3단계
영혼 결집체는 인공 혼돈체 연구 – 나아가서 혼돈 물리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다.
우리는 불완전한 신을 창조했으니, 이로써 역사를 영원히 바꾸었다.
…
사람을 모아 신을 만들었다.
신은 신이되, 정신병에 시달리는 불완전한 신이다.
분명, 불완전성을 극복할 길이 있으리라.
3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이론은 아직 없다.」
3단계는 구체적인 개념이라기보다 궁극적인 목표에 가까웠다.
현대 물리학에서 말하는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 같은 느낌.
이 많은 내용을 상태창에 요약해서 적으려면 엄청 많겠네.
이런 생각을 떠올리며 고민에 잠긴 그 시점.
“소감이 어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라서 돌아서니 나를 주시하는 한 소년이 있었다.
다, 달이잖아!
반사적으로 무릎 꿇으려는 순간, 무형의 힘이 날 다시 일으켜 세웠다.
소년은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선생님, 우리 사이에 그럴 필요 없다니까요~!”
내게 호감이 있음을 전혀 감추지 않는 태도.
하지만, 이게 달의 진면목은 아니야.
목소리를 듣고 있는데, 어떤 목소리인지 모르겠다.
시선을 마주치고 있는데,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키가 나보다 큰지 작은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내가 ‘이것’을 왜 소년이라 생각하는지부터가 불명확하다.
정상적인 소통이 아니다.
“왕자님을 뵙습니다.”
“하하! 나도 선생님을 다시 만나서 무척 기뻐. 이게 진짜 얼마 만이야? 몇만 년은 된 것 같아.”
“잘 모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제 기억이 흐릿한지라.”
“괜찮아. 나도 잠들어 있을 때의 기억은 흐릿하거든!”
종말 이후, 깨어날 때만 의식이 또렷해지는 것 같다.
“자, 서론은 이쯤 하면 됐어. 다시 물을게. 연구자료를 읽은 소감이 어때?”
“이 책의 내용에 따르면, 왕자님은 지금 영혼 결집체 2 단계인 것 같습니다.”
“맞아.”
“덕분에 관리국 방주나 약탈자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시고 -”
“정신병에 걸렸죠.”
“…”
“선생님도 알잖아요?”
“… 그런 시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해야 내 병을 고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달이 성장할 수 있지?
어떻게 해야 달이 분열된 자아를 극복할 수 있는가.
“예전엔, 단순히 더 많은 영혼을 삼키면 되는 줄 알았어요.”
“아니었습니까?”
“지금 날 보세요. 방주 따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영혼을 모았다고?”
관리국 방주든 약탈자 방주든 영혼 총량은 많아 봐야 4,000만이다.
반면, 달의 영혼 총량은 4,000만 ‘따위’가 아니다.
딱 한 번의 루프만 거쳐도 족히 수십억의 영혼을 삼켰을 테니까.
물론, 신성한 태양이 그러하듯 달 역시 힘을 쓸 때마다 영혼을 소모한다.
어쩌면 지구 지하에서 버티는 매 순간 영혼을 소모 중일지도 모르지.
그러니 삼킨 숫자 그대로를 가지고 있진 않으리라.
이런 점을 고려해도 최소 몇백억에서 수천억은 가뿐히 넘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면, 방주가 ‘고작’ 10여 대 모였다고 달을 견제할 수 있는 게 더 신기하네.
…
자아가 하나가 아니다.
정신병에 걸린 신이다.
복수의 자아가 서로와 충돌 중이다.
달은 많은 힘을 ‘내부 분열’을 막는 데 낭비하고 있다는 것!
“3단계로 가는 법, 아시겠나요?”
영혼 결집체를 최초로 설계한 고대의 관리국도 모르는 지식을 내가 쉽게 찾으면 더 이상하다.
“죄송합니다. 아직은 잘 모르겠 -”
「조언 : 2 -> 1」
「즉시 신성한 태양을 소환하세요.」
갑자기 위기 알림?!
순간 당황했지만, 호텔에서 쌓아온 경험 덕에 즉각 반응했다.
— 화르르!
새하얗게 빛나는 신성한 태양을 보며 온 정신을 집중했다.
생각!
위기 알림이 나타난 이유?
생명의 위기니깐!
이 자리에서 날 죽일 수 있는 존재는?
당연히 달이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조언에 이어서 통찰이 반응했다.
내 몸이 단박에 수백만 개의 살점으로 흩어진다.
육신은 없으며, 뇌만 뽑혀서 유리관에 갇힌다.
영혼만 남은 채 영원한 꿈에 사로잡히는 음울한 미래가 스쳐간다.
하나같이 꿈에 볼까 두려운 가능성!
달이 왜 나를 이토록 끔찍하게 죽이려 하지?
“어라? 선생님, 이게 당신이 호텔에서 얻어온 보물인가요?”
생각!
신성한 태양을 소환하라고 한 이유!
유산 가지고 달과 싸우라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으니까.
생각!
아직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았다.
태양의 소환 자체가 달이 나를 해치지 않게 하고 있다는 것.
일단, 최대한 있어 보이는 느낌으로 달의 질문에 답하자.
깊이 생각할 시간, 딱 몇 초의 여유만 있으면 된다.
“왕자님, 태양을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즉각 답변이 돌아왔다.
“날 흉내 낸 물건이네요.”
“…”
“정확히는 ‘영혼 결집체’ 자체를 미니어처 사이즈로 만든 느낌?”
“역시 현명하십니다.”
“못 알아보는 게 바보죠. 으음….”
시간으로 치면 불과 10초 정도?
온전한 통찰을 회복하며 드높은 영역에 닿은 정신이 답을 찾아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달이 나를 죽이려고 한 이유.
내가 지금 본 책의 내용은 달 역시 알고 있다.
아는 정도가 아니라 억겁의 시간에 걸쳐 연구했고, 그랬는데도 답을 얻지 못했다.
인간에 불과한 내가 이런 문제의 답을 쉽게 얻어낼 수 있을까?
달은 내가 단기간에 무언가 알아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가 연구원 시절의 기억을 대부분 잃었으니 더더욱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차라리 내 영혼과 뇌를 뜯어내서 달 본인이 바닥까지 긁어내는 게 빠를지도 모르지.
달이 내게 품은 호의?
위대한 자가 인간에 대해 품은 호의란 잘 쳐줘야 사람이 아끼는 애완동물에 품는 마음 그 이하다.
게다가 지금 시점은 약탈자와의 전투가 코 앞이다.
달의 승률이 훨씬 높지만, 전쟁에 100%란 없지.
사람 또한 기아에 시달리면 기꺼이 아끼던 개를 잡아먹는다.
달로서도 전쟁 전에 조금이라도 강해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리라.
…
신성한 태양의 소환으로 위기를 넘긴 이유.
달은 에이디아 등을 통해 호텔에 대한 지식을 얻었다.
유산은 통상 위대한 자의 힘 또는 지식이 깃든 신물!
신성한 태양이 ‘영혼 결집체’의 미니어처라는 말의 의미.
신성한 태양의 ‘원본이 된 존재’는 대단히 높은 단계의 영혼 결집체라는 뜻이다.
달은 이렇게 생각했겠지.
연구자료만으론 부족했지만, 신성한 태양이라는 ‘실물’을 연구하면 무언가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산은 철저히 참가자의 통제하에 작동한다.
‘한가인’을 섣불리 망치는 건 신성한 태양의 연구를 어렵게 만든다.
여기까지 깨닫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도 알았다.
“왕자님, 이 유산의 이름은 신성한 태양이라고 합니다.”
“들었어.”
“호텔에서 만난 죄수 – ‘주’라는 존재의 힘이 깃들었지요. 힘만 깃든 게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주의 초월적인 정신 그 자체! 위대함의 편린 또한 이 유산에 잠들어 있습니다.”
“…”
달에게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강렬한 갈증을 느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찰나의 침묵이 흐른 후, 소년이 빙그레 웃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역시 선생님은 대단하세요!”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약탈자들이 무슨 최후의 결전이라도 벌일 것처럼 굴고 있거든요?”
“그렇습니까?”
“제가 바깥일을 처리할 테니, 선생님은 이 연구에 집중하시면 될 것 같네요.”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직후, 눈앞의 존재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전조 없이 나타난 것처럼, 전조 없이 사라진 것.
위기가 지나갔다.
신이나 다름없는 달을 내가 속일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거짓말하지 않았으니까.
조금 전에 한 말은 전부 사실이다.
신성한 태양에는 정말 주의 힘과 초월적인 정신이 깃들어 있다.
달은 내가 진실을 말했음을 인지했기에 설득당한 것.
“…”
이 시점이 되어서야 확실히 깨달았다.
3단계 영혼 결집체란 1단계의 성장 제한을 극복하고, 2단계의 자아 분열조차 극복한 존재.
주를 말함이다.
실제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고, 극복한 존재도 있다.
“…”
심호흡하며 생각.
달과 내가 연구하는 문제 자체는 유사하지만, 목적이 다르다.
내가 바라는 건 달의 성장이 아니라 ‘약점 찾기’니까.
하지만, 이곳의 자료는 달 역시 전부 알고 있으리라.
바보도 아니고 본인의 약점과 관련한 자료를 남겨뒀을리 없어.
“…”
아니지.
통찰은 눈에 보이는 것만 읽어내는 수준의 힘이 아니다.
그간 내가 보아온 이미지 혹은 영상은 모두가 아주 오래전 정보였다.
다시금, 사방에 흩어진 책을 집어 들고 온 정신을 집중했다.
이번엔 글자가 아니라 부자연스러운 공백이나 흐려진 글자, 찢어진 페이지 등을 바라보았다.
근거를 떠올려야 한다.
통찰은 무에서 유를 얻어내는 힘이 아니라, 약간의 힌트에서 구체적인 정보를 얻어내는 힘.
이런 생각은 어떨까?
영혼 결집체를 만들어 낸 건 태고의 관리국이다.
당시 기록을 살피면, 거울 혹은 방주 같은 단어는 언급조차 없다.
즉, 최초의 영혼 결집체는 오늘날의 방주와 전혀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어쩌면 강력한 무기였을지도 모른다.
관리국이 자아를 가진 무기를 만들면서 통제, 파괴, 격리 절차를 연구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하지!
그 순간.
존재하지 않는 문서의 환영이 흐릿하게 나타났다.
「4. 제어 및 관리」
“…”
그래, 이거지!
아직은 제목만 보인다.
이 장소의 자료를 더 많이 읽다 보면 더 구체적인 내용이 나타나리라.
이렇듯,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사방에 흩어진 문서를 모았을 때 –
“뭐야?”
조금 다른 문장이 나타났다.
보는 순간 알았다.
아주 오래전의 ‘내가’ 쓴 문장이다.
*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격리구역 C-213 지하에서 태고의 연구자료를 살피며 깨달았다.
나는 벌레다.
인류는 벌레다.
한없이 미천하고 나약한 미물에 불과하다.
내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벌레로 시작한 삶, 벌레로 끝나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
“…”
오피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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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61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