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13)
EP.613 613화 – 도둑맞은 세계 (28)
613화 – 도둑맞은 세계 (28)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42일 차
현재 위치 : 검색 중….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흐릿한 환영을 보며 고민에 잠겼다.
「4. 제어 및 관리
T 앨버트의 AS 4731년 연구에 따르면, ‘왕관’을 통해 2단계 방주 또한 통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가설은 AS 4738년, 화성 실험을 통해 검증되었으며 -」
마침내 밝혀진 달의 약점 겸 2단계 영혼 결집체의 제어장치, 왕관!
이걸 어떻게 할 방법만 알아내고 시간을 돌리면 되는 거 맞지?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근데, 왕관을 어떻게 찾지?
「조언 : 3 -> 0」
‘왕관을 얻을 방법이 있을까?’
「너보다 달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을 것」
조언 3개가 전부 사라진 건 놀랍지 않아.
왕관은 2단계 영혼 결집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존재했을 원초의 약점이니, 답변 또한 쉽지 않았겠지.
그런데, 나보다 달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이 누구야?
“…”
선대 지혜나 약탈자?
이 집단은 지금의 나보다도 달에 대해 몰라.
왕관의 위치는커녕, 이런 물건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에 놀라겠지.
아리의 나침반으로 탐색?
아리가 나보다 달에 대해 잘 알 리 없는 건 그렇다 치고, 왕관의 생김새를 모르니 무리다.
애초에 지금 나보다 달에 대해 더 잘 아는 존재가 있나?
누군가 운 좋게 왕관에 대해 알아냈다고 해도 달이 살려둘 리가 없 –
하나 있다.
나보다 더 오랜 시간 달과 접촉한 사람.
달을 언제나 왕자님이라고 부르는 사람.
왕관의 위치를 충분히 알아낼 수 있고, 알고 있어도 달이 용납할 사람.
바로 성모 에이디아다.
조언의 의미는 성모 에이디아를 포섭해서 왕관의 위치를 알아내라는 것!
“… 말도 안 돼.”
최소 수천 년 이상 달에게 충성을 바쳐온 성모를 포섭하는 게 가능한가?
*
– 미로
난데없이 송이 손에 들려서 엄청난 속도로 비행 중인 상황!
— 부우웅!
토, 토할 것 같아!
“꺄아앗! 앙!”
참기 힘들어서 송이 손을 물었다.
“앗! 너 진짜 멍멍이야? 물지 마!”
“지금 어디 가는 건데!”
“말했잖아. 성모? 그 여자가 있는 장소로 간다니까.”
“마, 만나서 뭐 하려고?”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했잖아.”
“그게 뭔데!
정신없이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희뿌연 섬광이 슬쩍 보이더니, 눈앞에 빛나는 문장이 나타났다.
직접 말하면 달이 들을까 봐 다양한 관점으로 환상을 보여주는구나!
「성모를 설득해서 달을 배신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말도 안 돼!
엄청나게 오랫동안 달을 숭배한 사람이 배신할 리가 없잖아!
역시 이 멍청한 여고생은 믿을 수 없다 싶어서 송이 손을 강하게 물었다.
“앙!”
“으앗! 물지 좀 말라고! 이게 사람이야 개새끼야!”
“당장 돌려보낼 거야!”
“그러든가!”
이렇듯, 나와 송이가 진지하고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시점.
갑자기 사방에 솜사탕 같은 구름이 가득 나타났다!
“어? 어! 이, 이게 뭐야?”
송이는 대답 대신 내 머리를 후려쳤다!
“꺅!”
“진짜 넌 답이 없어. 하늘에서 떨어트렸어야 했는데!”
“구, 구름이 뭐냐니깐!”
대답은 엉뚱한 곳에서 들려왔다.
“내가 만들었어.”
이 목소리는 에이디아!
“너희가 하도 빠르게 비행 중이니, 멈춰야 했으니까.”
담담한 목소리와 함께 구름 위에서 에이디아가 내려왔다.
아무래도 가인이가 없어서인지 말투가 다소 날카로워.
성모에게 우리는 성자의 동료니까 해치지 않는 딱 그 정도 존재일 것 같다.
“안녕하세요!”
“…”
지금까지의 일.
출입문을 여니 지하철이 나왔고, 송이는 지하철 상단을 뚫고 엄청난 속도로 날았어.
이번엔 우릴 멈추기 위해 구름 위에서 에이디아가 내려온 거야?
무슨 초현실주의 영화 같아!
이제야 ‘여긴 일종의 꿈속 세계’라는 송이 말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에이디아는 살짝 짜증이 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 동료를 소환하는 능력이 있네?”
“… 응.”
“그래서 성자님이 널 데려온 건가? 그건 그렇다 치고, 날 어떻게 찾았어?”
“응?”
“어떻게 찾았냐니까.”
난 그냥 송이 손에 잡혀서 부우웅! 했을 뿐인걸?
다행히 송이가 대답했다.
“내겐 원하는 사람을 찾는 그 비슷한 힘이 있거든요.”
“아, 그쪽 아가씨 능력? 천리안 같은 게 있나 보네.”
거짓말!
송이 너 사람 찾는 그런 능력 없잖아!
진짜 성모를 어떻게 찾은 거야?
성모와 송이는 계속해서 말을 주고 받았다.
“유송이라고 해요. 가인 오빠, 즉, 성자님의 동료랍니다.”
“알아. 부활이라도 했나 보네.”
부활? 아하!
성모는 내가 어딘가에서 부활한 송이를 소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동료를 소환했냐?’는 질문은 그 의미였구나.
시간 대여기는 처음 보고 원리를 이해할 수 없으니 가능한 착각이다.
“질문을 드리러 왔어요.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 뭔데?”
“이곳은 뭔가요?”
다소 기이한 질문과 명확한 답.
“왕자님께서 창조하신 구원의 세계.”
“구원의 세계? 낙원이나 천국?”
“비슷해. 이 곳에선 모든 이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에이디아가 손에 허공을 뻗자 다시금 풍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솜사탕 같은 구름이 가득하고, 바닥은 포근한 흙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온 사방에 황금빛 보리밭이 나타났다.
정말 천국에서나 볼법한 아름다운 모습이라 나도 모르게 입을 헤 벌렸다.
“우와….”
그런 내 모습에 화가 풀렸는지, 성모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말투도 다시 부드러워졌다.
“어때? 아름답지?”
“으, 응!”
“이건 어때?”
성모가 다시 한번 손짓하니, 이번엔 새하얀 새들이 내려와 지저귀기 시작했다.
“진짜 천국 같아!”
그때, 송이가 다시 질문했다.
“모두가 영원히 이 장소에서 살아가는 건가요?”
“… 무슨 의미지?”
“결국 환상 같은 공간이잖아요? 진짜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언젠가 음, 왕자님이 승리하시면 모두가 이 환상 속에서 살아가냐 그런 질문이죠.”
성모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게 걱정이야? 모든 이가 왕자님의 품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아직 우리가 세상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그 말은?”
“왕자님께서 찬탈자를 몰아내면, 버림받은 사람들은 모두 새 삶을 얻을 거야.”
“…”
“새롭게 태어날 세상은 지금 이곳과 비슷해. 모두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낙원…. 왕자님께서 구원받은 이들에게 약속한 축복이지.”
달이 승리하면 내부의 꿈속 세계가 현실화한다.
이 과정에서 달이 삼킨 모든 영혼이 새 삶을 얻는다는 것.
이것이 바로 에이디아가 달을 섬기는 이유다.
송이의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성모 당신은 항상 선량한 분이시군요.”
“뭐?”
의아해하는 에이디아와 달리 난 송이 말을 이해했다.
성모는 207호에서 그랬듯이 현실에서도 정의로운 성품이구나.
“왕자님도 같은 생각일까요?”
에이디아의 표정이 슬쩍 굳었다.
“지금 그 말, 잘 몰라서 한 말인 셈 칠게. 한번은 용서하지만, 두 번은 없어.”
“불쾌했다면 죄송합니다.”
“낙원을 만드시겠다는 건 왕자님께서 모든 이에게 공언한 약속이야.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반석과 같지.”
숨이 턱 막혔다.
왜?
방주에서 예지의 도움으로 ‘달이 승리한 미래’를 보고 왔으니까!
묵시적인 기억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암흑 하늘을 밝히는 진홍색 달.
고통과 슬픔, 절망을 느낄 지성의 흔적조차 사라진 공허한 땅.
완전한 침묵의 세계에 ‘낙원’이라 불릴만한 무언가는 흔적조차 없었다.
한없이 신비했던 예지조차 그저 무릎 꿇고 기도하며 마지막 자비를 기대했을 뿐.
직후, 눈앞에 다양한 관점이 만들어 낸 환영이 나타났다.
「에이디아 얘, 뭔가 속고 있는 것 맞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달의 약속은 전부 거짓말이야.
성모도 이 사실을 알면 우리 쪽으로 넘어올지도!
「어떻게 설득해?」
“…”
그러게! 어떻게 설득해?
예지의 도움으로 미래를 보고 왔다고 하면 성모가 믿어줄까?
친하지도 않은 우리 말을 믿고 엄청나게 오래 함께한 달을 배신할 리가 없잖아.
이 정도 판단은 나도 가능해.
페로보다 멍청한 승엽이도 이 정도 생각은 해.
나와 송이가 침묵하니 성모가 가볍게 웃었다.
“할 말은 이게 끝이야?”
“…”
“왕자님이 승리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왔구나? 뭐, 궁금할 수 있지.”
생각해 보면, 성모를 설득한다는 생각은 가인이도 한 번쯤 했을 거야.
적의 심복을 배신하게 만드는 건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전략이잖아.
가인이가 이런 시도를 하지 않은 이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겠지.
괜한 말을 해서 에이디아가 우릴 적대하면 그게 더 피곤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
그때, 송이가 에이디아에게 공손히 고개 숙였다.
“성모님의 귀한 시간을 낭비해서 죄송합니다.”
으앗!
이렇게 쉽게 포기야?
“… 괜찮아.”
“사과의 의미로 좋은 음악을 들려드릴게요.”
음악?
“음악?”
“큰 전쟁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어요.”
“맞아.”
“동료 중 한 명이 얻은 유산인데, 동료 강화 능력이 있거든요.”
음악에 이어서 동료 강화?
나 점점 모가 몬지 모르겠어!
그냥 쉽게 말해주면 안 돼?
달이 엿들을까 봐 이러나?
송이가 내 쪽을 보며 말했다.
“미로. 나 돌려보내고 은솔 언니 소환해서 피리 부르게 해.”
순간, 송이가 처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본인은 팔찌의 힘으로 꿈이나 환각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말.
이곳은 거대한 인간 목장이라는 말.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저택, 지하철, 하늘, 구름 등은 전부 달이 만들어 낸 환상이지 진실한 모습이 아니야.
송이는 환상을 무시하고 두려운 진실을 꿰뚫어 보고 있다.
처음에 성모를 쉽게 찾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내 유산, 다양한 관점으로는 성모를 설득할 수 없어. 내가 인지하는 ‘진짜 모습’을 성모의 뇌에 박아줄까도 고민했지만, 그래봐야 내가 속인다고 생각하겠지.」
“…”
은솔이의 피리로 달이 만들어 낸 환상을 걷어낼 생각이구나.
피리조차 속임수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성모니까 그 정도는 구분할 수 있을지도!
— 철컥!
송이가 사라졌다.
성모가 신기하다는 듯 내 쪽을 보았다.
— 철컥!
다음으로 나타난 건 은솔이.
은솔이는 시간 대여기로 나오는 일이 드물어서 그런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피리, 피리!”
“음, 뭔지 몰라도 이해했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피리.
에이디아는 슬슬 상황이 웃겼는지 미소까지 지었다.
“진짜 신기한 유산을 가지고 있네? 그래, 얼마나 대단한 강화인지 한번 받아 볼게.”
귓가를 간지럽히는 피리 소리.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
“…”
침묵하는 나와 성모.
여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피리에 바람을 넣는 은솔이.
성모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무슨 강화? 전혀 모르겠는데. 연주 실력도 별로고.”
으앗! 피리로도 안 돼?
안식의 피리는 죄수의 정신에조차 영향을 끼치는 엄청난 물건이잖아!
어째서 –
찰나, 의식 저편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리 소리가 닿지 않고 있어.’
“…”
‘우리가 그림 위에 있다면, 피리는 지우개야. 지금은 액자 유리가 그림을 덮고 있지. 그래서 지우개가 그림에 닿지 않는 거야.’
이해하기 쉬운 비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리를…. 깨야겠네.”
“뭐?”
성모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 몸에서 검푸른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성모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피리를 부르던 은솔이도 화들짝 놀란다.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내 손에 ‘필멸의 창’이 들리는 광경을 보았다.
성모가 표정을 굳히며 전투태세를 갖췄지만, 애초에 ‘나’는 성모와 싸울 생각이 없으니 무의미한 행동이야.
— 콰직!
창이 허공을 찔렀다.
단단한 액자 유리에 바늘만 한 크기의 구멍이 뚫렸다.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닌 소소한 구멍.
가만두면 달이 순식간에 복구할 수 있는 사소한 틈에 불과한 것.
그 틈에 피리의 힘이 스며든다.
찰나, 거짓된 낙원이 사라지며 나타난 불가해(不可解).
영원의 옥.
*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42일 차
현재 위치 : 검색 중….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아~ 진짜 어렵네. 아이고!”
왕자에게 변명이라도 하자.
“왕자님, 아시다시피 연구라는 게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게 아닙니다. 약간의 시간만 더 주시면, 무언가 – 어?”
— 치직!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 깜빡!
세상 전체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
이상하다.
분명, 잠시 정전이라도 된 것처럼 깜빡! 했을 뿐인데.
시간으로 치면 1초를 수 없이 쪼갠 듯한 찰나였을 뿐인데.
짧은 시간이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긴 시간 같기도 했다.
“…”
불현듯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빛으로 가득한 세상, 살아서는 도착할 수 없는 땅!
우주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공간!
내가 알아낸 사실을 모든 사람이 알 필요는 없다.
진실로 끔찍한 지혜는 알 사람만 아는 것으로 충분하리라.
그 알 사람에 ‘한가인’이 들어갈 필요는 없겠지.
나는 나에게 무지의 낙원을 선사하리라.」
내 목소리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나?
“…”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상태창을 건드렸다.
무엇을 근거로 이런 행동을 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단지, 충격적인 내용이 눈앞에 나타났을 뿐.
「* 동료 위치 정보
이은솔 : —
김아리 : —」
달에 오지도 않은 두 사람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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