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16)
EP.616 616화 – 도둑맞은 세계 (31)
616화 – 도둑맞은 세계 (31)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42일 차
현재 위치 : 검색 중….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하늘 아래 너뿐임을 알라.’
지금 이 말을 한 건 마도서에 남아있던 태어나지 못한 자의 그림자인가?
이 부분은 확신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 말이 나온 직후 주변이 고요해졌다는 점.
달은 아무 말 없이 침묵한 채 온 정신을 집중했다.
이 순간을 단 1초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열 글자 문장 따위야 영원히 잊지 않겠지만, 문장이 내포한 드높은 이치는 마치 아지랑이처럼 흐릿한 것.
지금 순간을 흘려보내면 영원히 놓칠지도 모른다.
꿈의 왕국을 펼치고, 신성한 태양으로 내 의식을 강제로 잠재우기까지 약 3초.
왕자가 날 해치려고 했다면 얼마든지 죽였을 시간이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네 주인의 탈출을 막지 않으리라.’라는 약속도 있고, 달 역시 깨달음의 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겠지!
석판에 의해 파괴당할 뻔한 후, 꿈의 왕국은 서서히 회복 중이다.
회복 속도를 보아하니 조만간 정상적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아직은 아니야.
동료 합류 용도로는 쓸 수 없고 회의장 용도만 가능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나와 미로의 탈출 수단은 원 모어 찬스니까.
*
회색빛 안개로 가득한 공간에서 묵성 요원을 만났다.
“가인아! 은솔이랑 아리가 갑자기 죽어서 모두가 놀랐다!”
“집중!”
달과 영혼 결집체에 관한 이야기, 달 내부의 기괴한 현상에 관한 이야기, 무엇보다 중요한 왕관의 존재와 성모의 확보에 관한 이야기까지!
중요한 이야기를 황급히 전달했다.
생각나는 대로 쏟아내다 보니 두서없고 혼란스러웠지만, 할아버지는 요원답게 금방 이해한 것 같았다.
“이제 다 된 거냐? 시간을 돌리고, 성모의 도움을 받아서 ‘왕관’이라는걸 차지하면 되나?”
“아마도 그럴 겁니다.”
“약탈자는?”
“그쪽도 대책이 있습니다.”
“그러면 시간 돌릴까? 아직 시간 여유는 있다만.”
마지막 고민.
원 모어 찬스의 시간적 한계는 30일이고 회귀 시점은 226일이다.
따라서 255일이 회귀할 수 있는 한계점이며, 현재 시점은 242일이다.
아직 여유 시간이 좀 있다는 의미.
“… 지금 미로가 달 내부에 있습니다.”
“그렇지.”
“본래는 죽인다고 영혼을 흡수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여러 차례 나온 이야기다.
달이나 나는 물론이고 ‘주’조차도 교단을 세우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
“네가 한 이야기지. 사람으로 치면 먹기 위해 요리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그 비유에 빗대 말하면, 지금 미로는 사람 배 속에 있죠.”
“달 내부에서 죽으면 숭배하지 않아도 영혼이 먹힌다?”
“…”
모르겠다.
올빼미조차 이 부분은 확신하지 못했다.
드높은 존재라 해서 모든 문제의 답을 항상 가지고 있진 않으니까.
어쩌면 영혼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수도 있다.
이 경우, 달 본인도 미로의 혼을 삼킬 수 있을지 아닐지는 확신하지 못하겠지.
결정을 내렸다.
“돌립시다. 어차피 알아낼 건 다 알아냈으니까.”
마지막으로 떠올린 생각.
호텔에서 경고했던 원 모어 찬스의 비용, ‘역천의 대가’.
나도, 아리도, 할아버지 본인도 역천의 대가에 대해선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할아버지를 향해 말없이 고개 숙이는 것뿐.
할아버지는 가벼운 웃음으로 답했다.
“수고했다. 미로에게도 알리거라.”
“네.”
시간이 돌아간다.
달이 깨어나기 이전, 226일 차를 향해서!
*
– 미로
“네가 깨어난 지 얼마나 됐지?”
“5분 정도 아닐까아? 정확히는 모르겠어.”
“그 말은, 어딘가의 내가 달 상대로 무려 5분씩이나 끌고 있다는 소리네.”
“어?”
이 시간대의 가인이 달 상대로 굉장히 긴 시간을 끌었음을 깨달은 것도 잠시, 옆에서 소환체 가인이 중얼거렸다.
“지금이구나.”
“응?”
“곧 시간이 돌아갈 거야.”
마침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안도였다.
가인이와 함께 달 내부에 도착한 이후, 내게는 매 순간이 두려움이었으니까.
달에게 먹히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지 깨달은 후, 공포는 더 커져서 내 영혼을 잠식할 것만 같았다.
이젠 괜찮아!
달이 각성하기 전 시점으로 돌아가니까, 훌륭한 답을 알아낸 가인이가 알아서 잘할 거야!
기쁜 마음으로 웃으려는 순간, 가인이의 표정을 보았다.
고민에 빠진 표정.
어딘가 답답한 표정.
뭔가 남아있는데, 남아있다는 사실은 확실한데 정확히 뭐가 남았는지 모르겠다는 느낌!
“가인아?”
“…”
그의 눈길이 내 손에 들린 ‘모래시계’와 ‘사진기’를 스쳤다.
조금 전에 가인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대로 끝낼 거면 모래시계나 사진기는 왜 챙겨왔지?’
나도 궁금해!
이대로 시간 돌리는 거면 달에 모래시계와 사진기를 왜 가져온 거야?
— 쿵!
기다렸다는 듯, 세상 전체에 울려 퍼지는 거대한 신호음!
가인이가 말한 ‘곧’이란 정말로 즉시였다.
땅이, 하늘이 – 달 내부의 세상 전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 우르릉!
“꺄악!”
“내 손 꽉 잡아!”
거대한 소용돌이.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분명 존재함이 느껴지는 힘의 흐름!
시간의 권능이 단박에 주변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 순간.
— 고오오오…!
달 내부의 꿈 속 세상 전체를 뒤흔드는 압도적인 존재감.
감히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두려운 거대한 눈동자!
마주치는 순간, 상대로부터 감당할 수 없는 악의와 분노가 터져 나왔다.
「■◯★▷◖!」
머리가 터질 것 같다.
한 번에 셀 수없이 많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또한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복수의 정신이 동시에 내 마음에 접촉하려 했는데, 마치 꿈틀거리는 백만 개의 촉수가 날 찢어발기려는 것 같았다.
셀 수 없이 많은 파편화한 정신.
그 속에서 깨어나려 하는 단 하나의 빛.
이제야 싹을 틔우기 시작한 형체!
모든 혼란과 고통을 극복한 무한한 가능성의 집합!
공포 속에서 숨이 멎으려는 때, 누군가 내 눈을 가렸다.
“쳐다보지 마. 곧 사라질 존재니까.”
“가, 가인아!”
“이해할 필요 없어. 마지막 단말마일 뿐이야.”
곧 사라진다고?
내 눈에는 원 모어 찬스의 힘에 저항하는 것 같은데!
206호의 마왕도 시간의 지배자에 나름대로 저항했잖아?
불굴의 이성과 시간의 지배자가 힘을 모았는데도 마왕은 결국 때가 되면 깨어났어.
시간의 지배자 단독으로는 마왕을 어찌할 수 없었다는 의미!
원 모어 찬스가 달의 시간조차 뒤로 돌릴 수 있을까?
내 불안함을 가라앉히는 듯한 담담한 목소리.
“괜찮아. 무너지고 있어. 완성 후라면 몰라도 씨앗 단계에선 무리지.”
“저, 저게 뭔데!”
“궁극의 자아. 신의 정신.”
“뭐?”
“이 시간대의 내가 엄청나게 위험한 도박을 했구나. 오랜 세월 벽 앞에 멈춰있던 존재를 진짜 벽 너머로 보낼 뻔했어.”
다음 순간, 온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의지를 느꼈다.
「나◯게 ■금만 시★이 있다▷!」
이번에는 ‘저것’이 하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괴물에게 조금만 시간이 있었다면, 궁극의 자아를 완성했다면!
그때는 정말 돌이킬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 우르릉!
달의 의지가 사그라든다.
원 모어 찬스가 불러낸 시간의 와류가 달조차도 집어삼켰다!
이제야 됐다는 생각에 마음이 탁 놓였다.
그렇게, 눈물까지 흘리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을 때.
“하! 하하! 이거였어?”
어이없다는 듯 웃는 가인이를 보았다.
“무슨 -”
가인의 손이 모래시계를 가리켰다.
“돌려! 당장!”
“사, 사진기는 -”
“지금 쓰는 게 아니야. ‘여기서’ 쓰는 거지! 모래시계 돌려!”
정신없이 모래시계를 돌리며 생각했다.
가인이는 사진기와 모래시계를 달에서 써야 한다는 사실을 통찰로 알아내고 두 도구를 챙겼어.
모래시계를 쓰는 타이밍은 지금이고, 사진기는 지금이 아니고 ‘여기서’ 쓰는 거라고?
머리가 아파!
원 모어 찬스가 시간을 돌리는 순간 모래시계를 쓴다고?
그러면 대체 무슨 일이 생기는 거야?
황금빛 서광.
이것이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
– 김묵성
— 팅!
동전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온 세상이 멈췄다.
이는 곧, 태풍 속의 고요와 같으니….
조만간 시간의 힘이 만물을 집어삼키겠지.
직전에 꿈의 왕국에서 가인이 녀석이 공손히 허리를 숙였던 장면이 생각난다.
평소 자신만만하던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태도였지.
이유야 빤하다.
모두가 언급을 피해 왔던 ‘역천의 대가’ 때문이리라.
몇몇 동료는 이 때문에 원 모어 찬스의 사용을 피하고 싶어 하는 듯했지만….
바보 같은 생각!
대가가 두려워서 유산을 쓸 수 없다면, 애초에 유산을 왜 얻겠는가?
쓰겠다고 마음먹은 시점에서 대가는 받아들여야지.
그랬기에 동전을 튕기는 내 손에는 일말의 주저함이 없었다.
— 쿠궁!
다만, 딱 한 가지는 궁금했다.
역천의 대가는 무엇일까?
207호에서 썼을 때는 약 30년의 노화였지. 이번에도 똑같나?
…
처음 썼을 때 아리와 이미 했던 이야기.
역천의 대가가 30년 노화라고?
아리처럼 생물학적인 수명 한계가 없는 사람은 끝도 없이 쓸 수 있다는 소리다.
그럴 리 없지.
이랬으면 대가도 그냥 ‘30년 노화’라고 했지, 역천의 대가라고 거창히 표현할 이유가 없다.
30년 노화는 저주의 방 내에서는 몰라도 현실에선 별것 아니다.
관리국의 도움을 받으면 두뇌를 다른 몸에 옮길 수 있을지도 모르는 판인데!
대가의 핵심은 횟수 제한이라고 본다.
쓰고 싶다고 내 마음대로 여러 번 쓸 수 없게 하는 게 핵심이겠지.
무거운 대가를 치르리라.
어쩌면, 원 모어 찬스의 사용은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시선을 낮추니 덜덜 떨리는 손이 보였다.
하하, 이것 봐라?
묵성이 이놈아, 이런 중요한 순간에 이리 멋 없이 굴 생각이냐?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를 끝냈다며?
그랬으면 대가가 설령 즉사(卽死)여도 웃으면서 받아들여야지!
직후, 우주적인 권세가 머나먼 영역으로부터 뻗어와 내 혼을 붙들었다.
“아아…!”
역천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았다.
— 콰지직!
나는, 영혼이 산채로 토막 나는 영적 고통을 느꼈다.
나는, 견고했던 내 영혼의 그릇이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필멸의 운명이 내게 돌아왔음을 알았다.
나는 회귀자다.
아니다.
회귀자‘였던’ 사람이다.
더 이상 회귀자가 아니다.
나는 필멸자다.
— 쿠궁!
영생을 상실한 고통을 느끼며 지그시 눈을 감았을 때 – 시간의 소용돌이조차 뚫고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참가자 김묵성. 이것으로 네 모든 갈망이 이루어졌다. 허나, 승천까진 아직 한 걸음 남았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