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22)
EP.622 622화 – 가장 오래된 소원 (3)
622화 – 가장 오래된 소원 (3)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33일 차
현재 위치 : 검색 중….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찰칵!’ 소리에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깨었다.
주변은 마치 정지화면처럼 만물이 멈춰있는 답답한 공간.
아마도 살아있는 카메라가 만들어 낸 봉인 구역, 사진 속 세상인 것 같다.
— 찌이익!
다시 의식이 끊겼다가 돌아왔을 때, 미로의 얼굴이 보였다.
*
“카메라가 망가졌다고?”
“그렇다니깐! 이 사진기, 짜증 나게 한 번에 한 명씩만 옮길 수 있었거든?”
“이해했어.”
“그래서 한 명씩 찍어서 옮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카메라가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어!”
화려한 저택 같은 장소.
흥분한 미로 목소리를 들으며 아리를 바라보니, 그녀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너무 많이 써서 잠시 힘을 잃었어. 다시 쓸 수 있기까지 몇 달은 필요하지 않을까?”
“겨우 일곱 번 찍었는데!”
“미로, 이건 평범한 사진기가 아니라 봉인 도구야. 우리가 일종의 이동 장치처럼 썼을 뿐이지. 일곱 번이면 엄청 많이 쓴 거야.”
들어보니 사진기를 지금처럼 이동 도구로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엔 지금처럼 연속으로 세 번 이상 찍은 적도 없다고 한다.
“그, 그러면 바깥사람들은 어떻게 해?”
“뭘 어떻게 해. 들어온 사람들끼리 잘 해봐야지.”
“히익!”
“뭐, ‘우리’는 다 모였네.”
달 표면은 극한의 전투력 없이는 한순간도 버티기 힘든 장소.
따라서 호텔 파티도 전원이 다 오진 않았다.
능력 특성상 과격한 전투를 견디기 어려운 송이와 할아버지는 빠졌고, 상현 형은 섬세한 아틀라스 시스템 때문에 달에 오지 못했다.
은솔 누나를 데려와야 하는가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있었지.
‘안식의 피리’가 달 내에서 지극히 유용하리라는 의견이 많았고, 현실에 온 후 유용함을 여러 차례 입증한 탐욕의 손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그래서 은솔 누나는 방호복을 입은 채 달에 왔다.
처음부터 달에 있던 미로를 제외하면, 사진기를 통해 달에 도착한 호텔 파티는 나, 김아리, 박승엽, 엘레나, 이은솔, 차진철까지 여섯 명이다.
살아있는 사진기는 총 일곱 장의 사진을 찍었으니, 호텔 파티가 아닌 사람은 딱 한 사람 들어왔다는 이야기다.
“처음엔 횟수 제한이 있는 줄 몰라서 아는 사람부터 찍었어.”
“그래서 우리부터 찍었구나.”
“찍다 보니까 ‘카메라가 곧 망가지겠구나!’ 했지. 그래서 마지막으로 누굴 찍을까 고민했는데….”
“고민했는데?”
“… 저 노인이 나타나자마자 다른 사람이 다 한 발자국 물러서더라고.”
미로가 들여보낸 달 공략 마지막 멤버.
호텔 파티는 아니지만, 등장과 동시에 일대의 모든 이를 물러서게 만들어 본인 자리를 만든 사람.
노인, 선대 지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자네들’ 말고는 나 하나만 들어왔다는 말이로고. 이해했네.”
날 제외한 동료들은 선대 지혜의 인간 모습을 오늘 처음 본다.
“위세가 대단하십니다.”
“나 말인가?”
“당신이 나타나자마자 다들 물러섰다던데.”
“나이와 연륜의 힘이지. 연합 쪽 사람들은 서로 알고 있기도 하고.”
“아까 어마어마한 위력의 공격을 날리시길래 그걸로 이탈한 줄 알았습니다만.”
“큰 희생이었지. 이제 내게는 더 이상 방주가 없네.”
“그런데 이런 위험한 장소에 오셔도 됩니까?”
“방주는 없지만, 내겐 아직 2개의 유산과 2개의 도구가 남아있네.”
잠시 모두가 말문을 잃었다.
10조를 잃은 부자를 위로했더니, 남은 재산이 3조 2천억이라고 말하는 그런 느낌.
“많기도 하시군요.”
“부잣집은 망해도 3년은 가는 법이거든.”
“…”
“라이언이 오지 못한 게 아쉽군. 하긴, 고귀한 수호자 3기가 전부 터졌으니 와봐야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으려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미로에게 손짓했다.
곧, 미로가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회중시계를 만지작거렸다.
— 철컹!
즉시 눈앞에 나타난 익숙한 얼굴, 에이디아.
“으읏…!”
나타나자마자 승엽이 등이 긴장한 소리를 내었다.
과거의 내가 남긴 기록을 통해 달의 성모는 곧 에이디아임을 알았다.
또한, 이 에이디아는 207호의 그녀와 사실상 다른 사람이라는 점 또한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보는 게 이렇게 다르다.
혼탁하게 뒤틀린 에이디아의 표정을 보니 확실히 정상 상태는 아니었다.
은솔 누나는 조심스레 ‘안식의 피리’로 성모를 회복시키려 했지만….
“피리 쓰지 마세요.”
“왜?”
“회복 과정에서 기억을 잃을 테니까.”
“… 이해했어.”
성모가 완전히 회복하면, 더 이상 우리 말을 듣지 않을 확률이 높아.
딱 지금 상태가 좋다.
말은 어떻게 통하지만, 정신이 반쯤 무너져서 우리 말을 저항 없이 따르는 상태.
“성모, 날 알아보겠습니까?”
“… 성자.”
“알고 있지요? 달이 존재하는 한, 당신은 결국 영원의 지옥에 떨어질 겁니다.”
공포에 질린 성모의 눈동자를 보라.
상태창에 적힌 내용 그대로다!
“나는 달을 무너트리고 모두를 구하고자 합니다. 그걸 위해선 왕관이 필요하지요. 왕관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십시오.”
“… 왕관?”
성모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가를 숨기려는 건 아니고, 단순히 왕관이라는 단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느낌.
“이름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왕자가 달을 통제하는 도구를 찾고 있습니다.”
“…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요.”
조금 전보다 또렷해진 눈.
여전히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관찰하던 선대 지혜가 슬쩍 끼어들었다.
“아무래도 자네가 말하는 ‘왕관’이라는 걸 성모는 전혀 다른 무언가로 아는 모양인데?”
“…”
“왕관이 무엇인지 자네도 잘 모르는 모양이지? 성모도 잘 모르는 것 같고.”
과거의 내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왕관은 2단계 영혼 결집체를 제어하기 위한 안배다.
문제는 왕관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
도구인지, 능력인지, 형체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른다.
“조언 써봤나?”
“이미 여러 번. 대답이 없더군요.”
“지혜는 무에서 유를 만들지 못해. 이미 있는 자그마한 근거에서 큰 추론을 끌어내는 힘.”
“…”
“자네가 알아낸 정보 중 왕관의 정체를 유추할 만한 정보가 아예 없는 거야. 그러니까 조언으로도 물을 수 없지.”
듣고 있던 은솔 누나가 슬쩍 끼었다.
“성모님.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신비한 장소가 어디죠? 당신도 잘 모르는 그런 장소!”
“… 내가 생각하는 가장 신비한 장소?”
“네.”
“왕자님이 머무르는 성역.”
왕자가 머무르는 성역!
듣자마자 여기다 싶은 느낌이 왔다.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를 돌아보는 시점, 미로가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달이 이상할 정도로 잠잠해. 가인이는 잊었겠지만, 시간 돌리기 직전엔 완전 악마처럼 날뛰었어!”
현재 달이 잠잠한 이유.
“그때와 달리 지금은 달이 여전히 봉인 당한 상태야. 또, 관리국과 약탈자들이 억누르고 있고.”
“그렇다 해도 너무 잠잠한 것 아니야?”
미로의 말이 일리 있다는 듯, 선대 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달은 설령 사지가 묶인 상태라 해도 여전히 수가 남아있을 터. 바로 출발하지. 다들 알고 있겠지만, 시간은 달의 편이네.”
성모가 간신히 몸을 추스르며 일어서 걸어가더니, 저택 출입문 앞에서 멈추었다.
그녀는 한참 동안 뭔가를 떠올리더니 문을 열었다.
— 끼익!
*
— 덜컹! 덜컹!
출입문 너머엔 쉴 새 없이 덜컹거리는 소리로 가득한 기묘한 방이 있었는데, 벽면을 보니 투명한 계기판이 보였다.
“여기는?”
“… 내가 원하는 장소로 가고 싶을 때 만드는 것.”
성모가 가고 싶은 장소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방!
단순명쾌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대단한 개념임을 직감했다.
상태창 기록에 따르면, 달 내부는 꿈과 현실이 뒤섞인 정체불명의 장소다.
나에겐 고작해야 연구소로 출근하는 일조차 제법 까다로웠다고 한다.
달의 영역에서 아주 오랜 시간 살아온 성모이기에 이런 만능의 키 같은 장소를 만들 수 있겠지.
느릿하게 계기판으로 움직이던 성모가 갑자기 멈추었다.
“왜 그래?”
아리의 질문과 이에 대한 성모의 답.
“… 이상한 글자.”
다가가니, 계기판에 적힌 글자가 보였다.
1. 달 교회
2. 죄인의 평야
3. 가장 깊은 바다
4. 성역
아리가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이게 뭐야?”
“나도 몰라.”
“네가 만든 장소잖아.”
“나는 성역에 가려고 했어.”
“성역 위에 뭔가가 3개나 더 있는데?”
“원래는 이런 것 없어.”
“그럼, 이 엘리베이터를 다시 만들 수 없어? 바로 성역으로 갈 수 있도록.”
“한번 다시 만들어 볼게.”
원래 없었다면, 지금 생겼다는 의미다.
성모라는 최고의 안내인이 준비한 길 중간에 갑자기 생겨난 세 개의 장애물.
누가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당연히 달이다.
“그만.”
“시간 낭비하지 말게.”
아리를 제지했다.
비슷한 타이밍에 선대 지혜 또한 성모를 멈추었다.
슬쩍 선대 지혜 쪽을 보니, 노인이 으쓱하며 대신 설명했다.
“엘리베이터를 새로 만들어도 소용없네. 달이 또 장애물을 배치하겠지.”
“그러면?”
“출발하게. 달 교회부터인가?”
말없이 출발 버튼을 누르는 성모.
곧, ‘끼익! 덜컹!’ 소리와 함께 승강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막연한 생각.
이 시점에 달이 상상도 못한 무언가를 갑자기 만들어 내진 않을 것 같다.
달에게 그 정도 힘이 있었으면 진작 썼겠지.
남아있는 세 장애물,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다.
과거엔 달의 정식 초대를 받았기에 딱히 위험 요소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불법 침입자니까 목숨 걸고 싸워서 뚫어야 하는 적들.
아리가 음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장애물 중 하나는 ‘누구’인지 알겠어.”
그 말과 함께 아리가 손을 들어 성모를 가리켰다.
에이디아는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다른 동료들은 아리 말을 듣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
시간 대여기로 불러낸 소환체 성모와 별개로 ‘이 시간대’의 성모가 따로 있다!
“… 그냥 얘를 죽이는 건 어때?”
소환체 성모를 죽이면, 이 시간대의 성모도 죽겠지.
“그랬다가 이 엘리베이터가 사라지면? 우리끼리 성역에 갈 방법 없을 것 같은데.”
“아이고….”
선대 지혜가 슬쩍 눈치를 보며 말했다.
“성모와 한판 해야 하는 모양이지? 눈앞의 성모 말고, 다른 성모? 중간 목적지 이름이 마침 ‘달 교회’로군.”
시간 대여기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치고는 실로 비상한 눈치.
“다른 둘은? 짐작 가는 것 없나?”
이번엔 내가 답했다.
“… 상태창에 내가 적어놨어.”
“뭐라고 적었나?”
“무한한 고통 속에서 악령으로 변한 무수한 영혼이 있다. 함부로 개방된 영역으로 가지 말라는데….”
“마침, 중간 기착지에 ‘평원’이 하나 있군.”
성모가 대기하는 달 교회.
무수한 악령이 기다리는 죄인의 평원.
“그러면, 가장 깊은 바다는 뭐지?”
“…”
모르겠다.
다만, 가장 깊은 바다에 대기하는 존재 역시 우리가 아는 무언가라는 확신이 들었다.
— 덜컹!
“도착했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