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27)
EP.628 628화 – 가장 오래된 소원 (9)
628화 – 가장 오래된 소원 (9)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34일 차
현재 위치 : 검색 중….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 고오오오…!
대양을 뒤흔드는 포효를 들었다.
다음 순간, 성모가 다시금 입에서 광물을 토해내며 쓰러졌다.
“아악! 저, 저것의 꿈이 -”
달의 또 다른 인격이 이 공간을 재구성하고 있다.
은솔 누나가 있었다면 성모 옆에서 피리라도 썼을 텐데!
아니지, 쓴다 한들 의미 있을까?
상대가 위대한 자인 시점에서 성모 ‘따위’가 저항할 수 있을 리 없어.
‘맞아요. 내 능력으로 저런 괴물을 막을 수는 없어요.’
올빼미의 조언.
그토록 완벽한 패라면, 왜 달이 이 지경이 되기까지 쓰지 않았겠느냐?
달의 또 다른 인격은 왕자의 부하나 권속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선, 왕자가 극복하고자 하는 한계이자 숙적에 가깝다.
이런 맥락에서 조언을 해석해보자.
저것과 싸우기보다는 거래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터무니없는 소리! 거래는 서로가 주고받을 수 있어야 성립하는데, 우리가 저것에게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이냐!’
‘… 이게 무슨 현상이지?’
강렬한 이질감을 느끼며 뒤로 돌아섰다.
뒤늦게 무언가를 깨달은 성모와 선대 지혜, 진철 형 역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우리 설마 생각을 공유 중인 건가?
‘그런 것 같아요!’
‘위대한 자의 꿈이 만든 괴이한 현상이다.’
“저, 저기 봐! 뭐가 오고 있어!”
목소리가 들리자, 모두의 시선이 자동으로 미로에게 쏠렸다.
이 영역에서 유일하게 생각이 들리지 않는 소녀!
이것도 불변의 힘인가?
용암에서도 녹지 않는 얼음이라더니, 정말 대단한 축복이다.
‘다가온다! 악몽같이 거대한 존재다…!’
상상과 현실이 뒤섞인 달의 꿈.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와 타인의 상상조차 뒤섞어 버린 존재!
달의 또 다른 인격이 다가온다.
그는 마치 살아 숨쉬는 폭풍이요, 활화산과 같은 존재였다.
거품처럼 끓어오르는 정신.
헤아릴 수 없는 정신이 매 순간 삶과 죽음, 형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달의 적이다.」
「아니, 왕자의 적이다.」
「왕자의 스승이다.」
「모두의 해방자를 칭송하라.」
「타락한 성자를 불태워라.」
「연구원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자다.」
나는 한꺼번에 이 모든 목소리를 들었고, 동시에 그 어떤 소리도 느끼지 못했다.
100만의 정신은 나와 의견을 나누고자 했고, 또 다른 100만의 정신은 왕자의 명령에 따라 날 불태우고자 했다.
공존할 수 없는 충동.
동시에 이룰 수 없지만, 그 어떤 것도 거부할 수 없는 의지.
그야말로 모순으로 가득한 존재!
이 순간, 나는 왕자가 평소 이 존재를 무기처럼 쓰지 않은 이유를 이해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생사입멸(生死入滅)이야말로 저것의 본질이로다! 진실로 소우주와 같구나!’
소우주?
이건 선대의 생각이다.
일리 있지만, 다르게 볼 수도 있지.
누군가는 달을 정신병 걸린 신이라 보았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저것의 실체는 정신병 그 자체!
그가 모두에게 선언했다.
「나를 모순이라 부르라.」
다음 순간, 혼탁하게 요동치던 모순의 정신이 하나의 거대한 흐름 아래서 가라앉았다.
우리와 대화하기 위해 혼돈을 가라앉히는 것.
모순에게 있어서 이는 잠깐의 고요함일 뿐이다.
「너는 나를 정신병이라 여기는구나. 하지만, 변덕스럽기는 왕자 또한 마찬가지.」
왕자의 변덕?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널 성자라 부르며 둘도 없는 심복처럼 여기더니, 이젠 천하의 악적으로 여기는구나.」
얼마 전만 해도 날 성자라 부르며 심복으로 여겼다?
이건 원 모어 찬스를 쓰기 전의 일인데!
「변덕스럽기가 실로 소년과 같다.」
달의 지배자, 왕자를 철없는 존재처럼 평하는 태도.
올빼미의 조언에 대한 내 해석은 정확했다.
모순의 이해관계는 왕자와 달라!
「그렇다. 나는 왕자가 아니다.」
들끓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하나의 명료한 의사를 떠올렸다.
그렇다면, 모순 당신은 무엇을 바라십니까?
「나는 네게서 지혜를 얻고자 하니라. 과거의 왕자가 그러했듯이!」
과거의 왕자가 그러했듯이?
이 시점에서 확실해졌다.
모순은 원 모어 찬스를 쓰기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
완벽히 기억하나?
그건 아닐 것 같다.
흐릿한 꿈처럼 대략적인 일만 어렴풋이 기억하는 정도.
터무니없는 일은 아니야.
호텔에서 무수히 겪었듯, 죄수쯤 되면 호텔의 초기화조차 무시하고 자아를 유지할 수 있다.
또, 206호의 마왕 역시 원 모어 찬스의 원본인 시간의 지배자에 저항했잖아?
죄수의 영역에 근접한 달에게도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
「너는 참으로 생각이 많구나.」
죄송합니다.
제가 당신에게 무엇을 알려드릴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해야 내가 왕자에게 갈 수 있도록 허락하시겠습니까?
「보아라.」
곧, 새하얗게 빛나는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거대한 사슬?’
‘모순이여! 이 사슬이 당신을 결박하고 있소.’
선대의 말대로 쇠사슬을 닮은 무언가가 모순을 옥죄고 있었다.
「이것이 무엇이냐?」
모순이란 곧, 2단계 영혼 결집체의 분열된 정신.
그 분열된 정신을 옥죄고 통제하는 힘.
왕관!
「과연, 즉시 알아보는구나.」
왕관이 모순에게 가하는 압박이 느껴진다.
정확히는, 모순이 우리가 왕관의 존재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매 순간, 매분, 매초 –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왕관의 통제.
모순이 느끼는 왕관에 대한 불쾌함 또한 느꼈다.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
생각건대, 왕자는 첫 번째 문명 태생의 왕족입니다.
실로 대단한 출신이긴 하나, 결국 필멸자로 태어난 비천한 존재입니다.
「허어?」
반면 당신은 어떻습니까?
무궁한 영혼이 모인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각성한 존재!
날 때부터 위대한 자였으니, 비천하게 태어난 왕자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진실로 고귀한 운명입니다.
「하하! 지금 이건 나와 왕자를 싸움 붙이려는 술수냐?」
티 났습니까?
「아주!」
듣기는 좋으셨습니까?
「하하! 나쁘지 않구나.」
— 우르릉!
천둥소리를 들었다.
모순이 뿜어내는 폭풍처럼 격렬한 의지를 느꼈다!
왕자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충심.
타락한 성자를 죽여야 한다는 판단.
필멸자 태생 따위가 왕관으로 자신을 억누르려 한다는 거부감.
왕자는 자신의 기원이요, 결국은 하나가 될 존재라는 믿음.
왕자에 대한 적대감.
왕자에 대한 사랑.
공존할 수 없는 충동.
그야말로 모순으로 가득한 정신!
아찔함을 느끼며 휘청이는 시점, 모순이 다시 폭풍을 가라앉히며 의지를 전했다.
「왕관의 이치를 알겠느냐?」
왕관의 이치는 무엇인가?
상대는 왕관에 대해 몰라서 내게 묻는 게 아니다.
일종의 시험이다.
네가 정말 지혜롭다면, 이 정도는 한번 딱 보고 알아내라.
적막 속에서 모든 이의 시선이 사슬을 향했다.
‘왕관이란 태초의 문명이 만든 지고한 보물이요! 어떻게 이런 위대한 물건의 이치를 즉각 알아내란 말입니까?’
선대 지혜의 말은 지극히 논리적이다.
아무리 지혜로운 자라 해도 왕관처럼 지고한 물건의 이치를 보자마자 알아낼 수 있을 리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알 것 같았다.
내 정신이 평소보다도 더욱 드높은 영역에 도달한 걸까?
어쩌면, 달이라는 장소에서 지속해서 자극받으며 태고의 기억이 떠오르는 중일지도 모른다.
「말하라.」
생각건대, 왕관의 이치는 왕이 쓰는 관이라는 의미 자체에 담겨있습니다.
왕이란 범속한 이보다 높은 자리, 곧 옥좌에 앉은 사람입니다.
목소리라 해서 다 같은 목소리가 아닙니다.
연단에 선 선동가는 고작해야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광장 전체에 뻗어나가 많게는 천만 인간의 마음을 휘두르곤 합니다.
하물며 옥좌에 앉은 이의 목소리는 얼마나 파급력이 크겠습니까?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가?
누군가는 진화론적으로 분석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인간에겐 자신보다 높은 이의 목소리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려는 본능이 있다.
어린 시절, 높은 곳에서 들려오는 부모의 말을 의심 없이 따르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이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람에게 이와 같은 본성이 있음은 사실입니다.
「나는 사람이 아니다.」
당신은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을 구성하는 혼은 결국 사람의 그것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높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 숙여온 영혼의 집합이 곧 당신입니다.
왕관은 이와 같은 이치로 당신을 구속합니다.
천억 영혼의 집합체인 당신 전체를 힘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옥좌에서 들려오는 드높은 목소리에 하나하나의 미약한 혼이 스스로 고개를 조아립니다.
이런 일이 끝없이 반복되었을 따름입니다.
「…」
설명이 끝났을 때, 모순은 살아있는 소용돌이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한 설명, 모순 역시 진즉 다 알고 있다.
몰라서 물어본 게 아니라 이 정도는 쉽게 알아내야 모순의 진짜 의문에 답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따라서 모순이 던지는 다음 질문이 진짜다.
「그대에게 답을 구하고자 한다….」
말씀하십시오.
「나는 무엇을 바라는가?」
뭔 소리야?
‘질문이 질문 같지 않은데, 무슨 답을 하라는 -’
다시, 폭풍처럼 들끓는 모순의 의지가 온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분열된 정신.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작은 정신들.
모든 방향으로 발산하는 충동.
상반된 목표.
쪼개진 욕구.
물을 마시면서 뱉고자 한다.
앞으로 걷는 동시에 뒤로 걷고 싶다.
잠을 자면서 깨어있고 싶고, 삶과 죽음을 함께 얻길 바란다.
이게 대체 무슨 –
「나는 무엇을 바라는가?」
‘신이고 지랄이고 이런 미친놈 같으니!’
선대!
생각만 해도 다 들으니까 함부로 욕하지 말라고!
‘생각이 그냥 생기는데 어쩌란 말이냐?’
선대의 마음은 솔직히 이해한다.
진짜 아무리 근본 없는 세상이라지만, 무슨 이런 미친놈도 신이라는 거야?
아찔하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데!
빨리 이 정신 나간 신을 피해서 성역으로 가야 하는데!
「납득할 수 있는 답을 준다면, 기꺼이 보내주마.」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시점.
‘그 답을 꼭 가인이가 – 연구원이 줘야 합니까?’
진철 형의 목소리 – 아니, 의지가 들려왔다.
「누구든 상관없다. 그래서 너희 모두를 이 자리에 초대했노라.」
‘내가 아주 쉬운 답을 드리리다. 아니, 직접 보십시오!’
담담히 말하는 형의 손 위에서 안개처럼 꿈틀거리는 부정형의 유체를 보았다.
마지막, 열 번째 꿈이 빛난다.
삼천세계를 위해 눈물 흘리는 자의 붓이 ‘차진철’을 덧칠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