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3)
62화 – 재도전 장소 결정. 다시 진입하다.
62화 – 재도전 장소 결정. 다시 진입하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0]
어디로 가야 하는가.
묵성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엔 어느 정도 답이 나온 문제 같다네. 그에 앞서서, 힌트에 대한 해석도 다시 한번 언급하고 싶군.”
“할아버님. 말씀하시죠.”
“자네들의 해석이 무조건 틀렸다는건 아닐세. 다만 호텔의 힌트는 ‘편견을 가지지 말라’는 말을 하는 듯한데, 자네들의 해석을 우리가 맹신하게 되면 그 자체가 ‘또 다른 편견’이 될 수 있지.”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기묘한 가족과 관련된 힌트를 [저주의 근원은 가족이 아니다]라고 해석한 점. 이 부분은 나도 다른 단어가 안 떠오르는군. 애초에 기묘한 가족은 나는 가보지도 못했으니 넘어가겠네.
공포의 저택과 관련된 힌트를 [저택쪽으로 가야한다는 편견을 버려라]라고 해석한 점. 이 부분은 좀 더 고민해보는게 어떠한가? 우리가 ‘저택’ 말고도 가야 한다고 생각 중인 ‘두 글자’의 장소가 꽤 여러개 더 있거든. ‘성당’, ‘서재’ 정도가 떠오르는군.”
“…”
아리가 말을 받았다.
“나도 더 떠올라. ‘지하’, ‘호수’.
종을 써야 하니까 성당을 가야 한다 생각했고, 정보를 얻어야 하니까 서재를 가야 한다 생각했지. 뭐가 있는지 봐야겠다고 지하도 가봤고, 탈출을 위해선 호수를 뚫어야 한다 생각해서 호수도 가봤고. 이름이 두 글자인 장소가 너무 많아서 ‘저택’이라고 단언할 수 없어.
오히려 두 사람이 ‘무대를 넓히자’라는 개념에 너무 사로잡혀서 ‘저택 자체를 벗어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 게 아닌가 싶어. 나는 저택 자체는 가야할 것 같아.”
관리국의 두 사람 모두 같은 방향의 의견을 제시했다.
공포의 저택의 힌트를 무조건 ‘저택에서 벗어나라’고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
일리가 있다.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음. 저택과 관련된 지적은 다 같이 더 고민해보자. 할아버님은 이미 어디로 가야할지 마음을 굳히신 듯 한데 말해주시겠어요?”
“무조건 기묘한 가족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네. 우리가 다시 시도할 방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인가?
바로 탈출의 난이도야.
재시도는 무조건 탈출을 확보하고 해야 하네. 탈출만 100% 확실하다? 그러면 깬거나 다름 없지. 반복해서 시도하다보면 결국 해결할테니까. 물론, 일종의 횟수 제한은 있다고 알고있네.”
횟수 제한. 할아버지는 그 말을 한 후에 아리쪽을 바라보았다.
“확실하지 않다는 점 알아두세요. 제가 알기로 4번까진 큰 문제가 없지만, 재시도 횟수가 5회가 넘어가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고 들었어요.”
…
잠시 다들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아리야. 그건 혹시?”
“언니. 1회차 때 들었던 이야기에요. 제가 직접 경험하진 못했어요. ‘이상해진다’는게 무슨 의미인지도 정확히 몰라요.”
아리는 호텔 2회차.
신뢰할만한 정보겠지. 재시도 횟수 4회까진 문제없다. 5회가 넘어가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기억해뒀다. 이미 1회는 쓴 상태. 추가로 2~3회 내로 해결할 각오 정도는 하자.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반드시 탈출은 확보를 해두고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는 게지.
탈출의 난이도라는 면에서 두 방을 다시 비교해보게. 공포의 저택은 사실 탈출이 대단히 어려울 수 있어. 저택의 탈출법은 제물 6인을 바치는 걸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우리가 8명이니, 시작하자마자 3명이 자살하면 탈출 확정이라 생각할 수 있지.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게. ‘나’와 ‘아리’가 이젠 파티에 들어온 상태야. 우릴 또 NPC로 만들까?”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아리가 대답했다.
“나도 그게 궁금해. 어쩌면 우리를 다시 NPC로 만들 수도 있고, 그냥 다른 사람으로 채워 넣을 수도 있지. 다른 사람으로 채워 넣는다면 그 시점에서 ‘어르신’이 바칠 수 있는 제물 후보는 총 10명이 되는 거야.”
이해했다.
아리와 묵성 할아버지가 우리 쪽으로 합류한 상황에서 집사와 메이드가 새로 충원된다면, 제물 후보는 10명.
이 상황에서 100% 탈출을 확보하려면, 3명의 자살로는 부족하다.
3명이 자살해도 여전히 7명이 남고 어르신은 7명중 6명을 바치면 여전히 승리할 수 있게 된다.
“세명이 아니라 다섯 명이 자살해야 할 수도 있겠구나.”
“그러면 겨우 3명이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인데, 너무 인원제한이 빡빡하네요.”
“아까 했던 이야기를 이어가지. 이제 다들 이해했겠지만, 공포의 저택은 생각보다 탈출이 어려운 구조네.
반면에 기묘한 가족을 보게. 가족과 접촉을 막고 물리적으로 거리만 벌리면 되는 게 아닌가?
첫 시도때야 뭘 모르니까 당한거지,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면 사실 대단한 정신 방어 수단도 필요없어. 그냥 시작하자마자 눈 감고 귀 막고 달리기만 해도 되는 것 아닌가?”
“할아버지 말 대충은 알겠는데 난 아까부터 한가지가 궁금해.”
항상 느끼지만 아리는 누굴 상대로든 존댓말과 반말을 마구 섞어서 한다. 새삼 이런 기괴한 장소에서 말투 같은 걸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나랑 할아버지는 가족이 없어.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
아리야 그럴 것 같았지만 할아버지도 가족이 없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진짜 어떻게 되는 걸까?
“없는 가족을 만들어 주지 않을까요?”
“음. 모르겠네.”
“일단 기묘한 가족 쪽으로 재도전하는 것으로 정합시다. 다른 생각 있는 분?”
아무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묵성 할아버지의 의견에 설득된 것.
무엇보다도 공포의 저택의 탈출이란 무엇인가?
숫자야 어떻게 되든 핵심은 시작하자마자 ‘여러명’이 자살해야 한다. 이것 자체가 다들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너무나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 중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사람이 자살해야 하는게 아닐까? ‘누가’ 죽어야 하는가. 생각만으로 고통스러운 결정이다.
기묘한 가족에 재도전하기로 결정됐다.
회의를 끝내고, 이후로는 약간의 잡담도 하다가 다들 일찌감치 자러 갔다.
침대에 들며 생각했다.
내일, 일단 진입하자마자 상태창 필터로 시야를 가리고 무조건 집 밖으로 뛰쳐나가자.
*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장비를 배분했다. 장비라 해봐야 아직은 총과 빨간 약이 전부지만. 총은 묵성 할아버지, 빨간 약은 진철 형이 챙겼다.
101호에 진입하기 직전. 마지막 회의를 간략하게 가졌다.
“다들 이해했지? 처음엔 일단 닥치고 전원 탈출부터 시도한다. 탈출이 제일 쉬운 사람 몇명은 이후로도 계속 탈출만 하고, 나머지가 진행하는 거야.”
“네!”
*
두 번째 시도
*
– 한가인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2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1호(저주의 방 – 기묘한 가족)
현자의 조언 : 3]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정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필터를 내 주변에 덮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흐릿해진 시야.
과연, 필터를 바로 쓰자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했다. 무언가 귓가로 잡음만 웅웅거리는 느낌. 무시한 채로 방 밖으로 나왔다.
일부러 눈까지 흐릿하게 뜨자 숫제 ‘가족’들의 형상만 보였다. 뭐라고 말하는 분위기. 무시하고 바로 외쳤다.
“저 잠깐 편의점 가서 마실 것 좀 사올께요!”
나가는 핑계는 만들어 둬야 붙잡지 않겠지.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갔고 –
나가자마자 존나 뛰었다!
한 10분 정도 뛰었을 때.
알림이 떴다.
/당신은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개 쉬운데?
이건 못하는 사람이 없겠는데? 달리기만 해도 탈출이야?
맨 처음 들어갔을 때는 그냥 몰라서 당한 게 아닌가.
세상 편안한 기분 속에서 모두를 다시 만나길 기다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모두가 이렇게 쉽진 않았다.
*
– 박승엽 : 탈출 성공
– 차진철 : 탈출 성공
– 유송이 : 탈출 성공
*
– 엘레나 이바노프
너무해.
엘레나가 생각하기에 이 방은 너무 불공평하다.
시작과 동시에 도망가기.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언니랑 같은 방에서 시작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뭘 하기도 전에 이미 정신이 흐릿해지는데?
최소한 분리라도 해 놓고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야?
아. 생각해보니 우리 가족은 긴 세월 망명 다니느라 가난해져서 집이 작다. 나와 언니는 아직도 같은 방을 쓰지. 그러니까 이렇게 된 거구나.
가난한 사람 차별이라니. 너무하다.
이 방을 설계한 사람은 죽창으로 찔러야 할 자본주의의 돼지가 틀림없어.
의식이 흐려짐을 느꼈다.
/당신은 실패했습니다!/
*
– 이은솔
—쿵쿵쿵!
“아가씨!”
아, 이거 개 같다. 회의 속에서 모두가 떠올렸던 101호의 완벽 탈출법.
‘시작하자마자 눈감고 귀 막고 집 밖으로 도망가기’
그 단순한 탈출법이 나한테는 이렇게 어려운 방법이었구나. 문제는 단순하다.
내가 너무 부자야.
다른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가는 걸 무슨 자기 방에서 나와서 3초 만에 가능한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침실에서 나오면 ‘내 거실’이 있고, ‘내 거실’에서 나오면 ‘내 옷방’이 있고, ‘내 옷방’에서 나오면 비로소 ‘진짜 거실’이 있고, ‘진짜 거실’에서 정문으로 가려면 ‘식당’과 ‘정원’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해?
이렇게 긴 공간을 나가면서 다른 사람을 피할 수가 있나?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마치 집 밖으로 나갈 때까지 부모님과 형제자매, 즉 2, 3명만 피하면 되는 투로 말했다.
그런데
집에 사용인과 경호원이 5명 정도 상시 돌아다니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해?
그래서 나는 시작부터 막혔다. 옷으로 눈과 귀를 막고 뛰어가기?
—쿵쿵쿵!
“아가씨! 안에 계십니까?”
미안한데 그 결과가 저거야.
집안의 ‘아가씨’가 정신이 나간 것처럼 뭘 둘러쓰고 갑자기 도망가니까 다들 놀라서 내게 몰려들어서 제대로 달리지도 못하고 다시 침실에 박혔다. 승엽이처럼 창문으로 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내 집은 방범 시스템이 철저하거든. 타죽고 싶진 않아.
다들 미안.
나는 아무리 봐도 이 방에선 진행이 불가능한 것 같아.
원인은 내가 너무 부자야. 부자 차별이라니. 너무하잖아.
이 방을 설계한 사람은 공산주의자가 틀림없다.
다들 나 대신 열심히 해줘!
/당신은 실패했습니다!/
*
– 김묵성
방에 들어오기 전부터 심히 궁금했던 부분이 있다.
대체 가족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 문제의 답을 보고 김묵성은 말문을 잃었다.
“아버지? 어디 아프십니까?”
“할아버지? 가만히 서서 뭐하세요?”
정답은 ‘죽은 가족을 흉내 낸다.’
아아.
알고 있다. ‘저것들’은 진짜가 아니다. 내 아들은, 내 손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로다. 당장 거리를 벌려야 한다. 여차하면 총으로 쏘기라도 해야 한다.
…
바깥의 ‘진짜 동료’들에겐 너무나 미안하다.
그러나… 묵성은 20년 만에 눈앞에 나타난 아들과 손자의 모습 앞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의식이 흐려짐을 느낀다. 이런 실수는 이번 한 번으로 족하리라.
…
아리가 크게 고생하겠구나.
/당신은 실패했습니다!/
*
– 김아리
깨어났다.
주변을 살펴보는 순간, 넋이 나갔다. 진입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궁금했다.
대체 호텔은 내 가족, 내 집을 어떻게 구현할까?
엄마는 죽었고, 집이야 그냥 관리국에서 주는 대로 떠돌아다닐 뿐인데.
나는 호텔에서 태어난 존재.
호텔이 생각하는 내 집은 ‘과거의 호텔’이었다.
그 결과 나는 101호에 진입해서 103호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경험을 했다.
설마 103호인게 이상하다 생각하는 사람 없지?
내 기준으로 1회차 때의 휴식의 방은 103호였다.
그나저나, 이렇게 ‘과거의 호텔’에서 날 깨워준 걸 보면 느낌이 온다.
불길한 느낌이.
—쾅쾅쾅!
“아리야! 왜 안나와? 나 배고파!”
나와 너무나 똑같으면서도 유아적인 티를 감출 수 없는 목소리.
나보다 먼저 나서 나를 빚었지만, 나보다 어린 사람.
내 엄마는.
호텔이 손댈 필요도 없이 원래 미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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