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30)
EP.631 631화 – 가장 오래된 소원 (12)
631화 – 가장 오래된 소원 (12)
– 미로
변화는 갑작스러웠다.
— 휙!
가인이의 뒤를 따라 성역의 쭉 뻗은 길을 걸어가던 차, 시야 한쪽이 어두워졌다.
뭔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보인 것은 새까만 문.
놀라서 ‘이게 뭐야?’라고 말하기도 전에 에이디아가 날 데리고 문으로 뛰어들었다!
“어?”
뒤늦게 소리 냈지만, 이미 성역이 아닌 전혀 다른 장소였다.
제일 먼저 한 행동은 회중시계를 움켜쥐는 것!
이상행동 중인 에이디아를 즉각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여기서 문제!
나 혼자 성역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어.
애초에 성역으로 향하는 승강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성모 한 명뿐인걸?
때문에 시간대여기를 든 채 ‘어, 어, 어…!’ 하던 시점, 에이디아가 내 손을 잡고 간곡한 눈으로 보았다.
“미로.”
“…”
“한 번만, 딱 한 번만 날 믿어줘.”
터무니없는 요청이었다.
내가 가인이었다면, 성모가 무슨 말을 하든 무시하고 즉각 돌려보냈을지도….
하지만, 207호에서의 기억이 발목을 잡았다.
고대 이집트 시절의 에이디아.
선량했고, 정의로우며, 이집트 백성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었던 소녀.
그 공주님과 눈앞의 성모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다른 사람이다.
어떤 의미에선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
가인이도 여러 번 이야기했잖아?
두 에이디아의 성격은 대단히 유사하다고!
“… 뭘 하려는 건데?”
에이디아는 빙그레 웃더니, 내게 손짓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설명도 없이 달리는 모습이 괘씸했지만,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3분 미만.
뭔가 할 생각이라면, 내게 설명해 줄 시간이 없을 거야.
더 따지는 대신 정신없이 에이디아의 뒤를 쫓아 달렸다.
— 다다닥!
체감상 1분 정도 달렸을까?
어느새 꽤 거대한 공간에 도착했음을 알았다.
제대로 된 조명이 없어서 주변 모습이 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여, 여긴 어디야?”
“…”
들려오지 않는 대답.
다만, 앞에서 계속 ‘끼리릭! 타닥!’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에이디아가 정체 모를 기계를 조작하는 것 같았다.
또, 무언가 단단한 것을 부수는 소리도 들려왔다.
“어머.”
“에이디아?”
“달 교회의 내가 진작 당했네요?”
“그, 그래?”
“그 남자애, 승엽이라고 했었나? 거기에 엘레나 양. 두 사람이 생각보다 강했나 봐요.”
엘레나는 본래도 무력이 강한 동료에 속하고, 승엽이는….
각성을 쓴 거 아닐까?
승엽이는 몰라도 포르투나라면 가능하지!
“그래도 내가 살아온 시간이 있는데, 고작 둘에게 당하다니…. 부끄러운 일이네요.”
“에이디아! 뭘 하려는지 몰라도, 네게 남은 시간은 진짜 얼마 없어!”
“얼마나 남았나요?”
“이제, 어, 1분 미만! 40초 -”
“충분하네요. 이제 끝났으니까.”
— 탁!
스위치가 올라가는 소리와 함께 주변이 밝아졌다.
“으앗!”
밝아지자마자 시야에 들어온 건 머리가 반쯤 쪼개진 에이디아!
— 우당탕!
너무 놀라서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 순간, 나는 에이디아의 머리가 쪼개진 것과 쪼개졌는데 피 한 방울 없이 보라색 돌조각만 나온 것 중 무엇이 더 끔찍한지 알 수 없었다.
“이, 이게 무슨 -”
성모는 머리가 쪼개진 채 별일 없다는 듯 담담히 답했다.
“고마워. 네가 날 믿어줘서 일이 잘 풀렸어.”
“에이디아!”
“미로…. 내 고마운 친구. 네게 나의 가장 큰 비밀을 알려줄게.”
“뭐?”
성모가 빙그레 웃으며 앞을 가리켰다.
내 시선 또한 멍하니 성모의 손을 따라 전방으로 움직였다.
“…”
성모의 가장 큰 비밀.
어둠 속에서 나타난 거대한 형체!
그 압도적인 위용에 넋이 반쯤 나간 채 중얼거렸다.
“대, 대체 네 목적은 뭐야?”
성모는 입만 빙그레 웃은 채 답했다.
“마지막 순간에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결말을 얻는 것.”
이것이 그녀의 마지막이었다.
또한, 새로운 시작이기도 했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34일 차
현재 위치 : 검색 중….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아무도 없나? 나를, 이 지옥에서 풀어줄 사람이….”
선대는 머나먼 과거의 꿈에 사로잡힌 것 같다.
여유가 있다면 선대가 깨어나기까지 기다려 주고 싶었지만….
전방에 나타난 아득한 존재의 위협을 고려할 때, 그런 여유는 없다.
“…”
상대가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진 않아.
그저, 네가 오라는 듯 지켜보고 있을 뿐.
시간은 상대편이다.
따라서 별수 없이 심호흡하며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 순간!
— 찰랑!
고요한 호수에 조약돌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
직후, 알 수 없는 환영이 덮쳐왔다.
*
.
..
…
“□□□.”
“…”
“□□□! 선임 연구원, 내 말이 들리지 않나?”
“… 아.”
정체 모를 사무실 같은 장소에서 깨어났다.
난데없는 변화에 크게 당황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자연스럽게 대처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현기증이 느껴져서….”
“허어! 일도 좋지만, 쉬어가면서 해야지. 자네처럼 귀중한 인재일수록 말일세.”
“과찬입니다.”
“하하! 과찬은 무슨!”
이 상황,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내’가 주인공인 영화 말이다.
“길버트, 요전에 요청한 자료 말입니다.”
“으음…. 알고 있겠지만, 선임 연구원의 보안 등급은 베타(β) 급일세.”
“…”
“자네가 요청한 자료는 알파(α)급이고.”
“…”
“알아, 알지. 자네는 평범한 선임 연구원이 아니야. 윗선에서도 자네의 실적에 주목하고 있으니….”
“부탁드립니다.”
“…”
“…”
“□□□, 나는 곧 저녁 회의에 참석할 생각이네.”
“그 말씀은?”
“내가 자리를 비웠다고 서랍을 뒤지거나 하진 않으리라 믿네.”
“… 감사합니다.”
“무슨 말인가?”
곧, ‘나’와 대화하던 상급자가 자리를 비웠다.
나 – 아니, □□□는 비어있는 서랍을 뒤져 몇 개의 서류 봉투를 찾아냈다.
…
아주 오래된 기억.
이 시기의 내 직책은 선임 연구원이었다.
당시 ‘나’는 선임 연구원의 보안 등급으로는 열람할 수 없는 자료를 손에 넣으려 했다.
정황상, 오랜 노력 끝에 상급자 한 명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해 자료를 얻어낸 모양이다.
그런데, □□□는 대체 뭐지?
당시의 내 이름인 모양인데 정확히 들리지 않아.
*
반짝이는 은빛 조명 아래 각종 서류를 뒤적이며 깨어났다.
이곳은 격리구역 C-213 지하다.
— 펄럭!
「영혼 결집체에 관한 고찰」
“…”
「1. 기원
일찍이 T 데이먼드가 밝혔듯이, 소위 신이라 일컫는 존재의 본질은 단순하다.
천지 창조부터 존재했던 우주적 불균일성에 –
…
끝없이 많은 혼돈이 한 점에 모여 신이 태어났다.
이런 과정을 되짚으면, 우리의 손으로 위대한 자를 빚어낼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의 혼을 모아 신을 빚어내는 이치.
이는 곧, 최초의 문명이 얻어낸 신비의 정수다.
‘나’는 한참 동안 연구자료를 뒤적이던 중, 갑자기 펜을 쥐고 비어있는 종이에 끄적였다.
나는 벌레다.
인류는 벌레다.
한없이 미천하고 나약한 미물에 불과하다.
내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벌레로 시작한 삶, 벌레로 끝나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
격렬한 감정을 느낀다.
드높은 성천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위대한 자들에 대한 질투심.
사람으로 태어난 자신의 운명에 대한 한탄.
나약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상승의 갈망.
곧, 페이지가 넘어가며 핵심적인 내용이 나왔다.
「4. 제어 및 관리
T 앨버트의 AS 4731년 연구에 따르면, ‘왕관’을 통해 2단계 방주 또한 통제할 수 있다.」
— 펄럭!
연구자료의 페이지를 연거푸 넘겼을 때, 다음과 같은 문장을 발견했다.
「왕관이 완성되었다. 아아…! 찬양받으소서. 칭송받아 마땅한 고귀한 자만이 왕관을 다룰 수 있으리라.」
칭송받아 마땅한 고귀한 자란 곧 태고 문명의 왕족을 말한다.
“…”
태고 문명이 알아낸 지고한 신비.
사람의 혼을 모아 신을 빚어내는 이치.
그렇게 만든 신을 통제하고, 끝내 넘어설 수 있게 하는 왕관의 이치.
합치면, 왕관을 얻은 왕족은 위대한 자로 재탄생할 수 있다.
지극히 위대한 기술.
허나, 여기에는 딱 하나의 공백이 있다.
그 공백은 내가 채워야 한다.
— 탁!
자료를 덮기 직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 뭐지?”
인류가 쌓아 올린 모든 영광을 무가치하게 만드는 아득함!
이는 곧, 항거할 수 없는 절망이라.
과거의 나는 무언가를 지극히 두려워했고, 이 두려움이야말로 모든 일의 시작이다.
그런데….
모르겠다.
내가 – 아니 □□□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내 이름처럼, 두려움과 관련한 부분의 기억만 떠오르지 않았다.
*
— 삐익! 삐익!
온 사방에서 경고음이 들려왔고, 벽면의 경고등이란 경고등은 죄다 깜빡이느라 정신없었다.
‘XK급 종말 사태’라는 단어가 디스플레이에 나타나 있었는데,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주변 일대가 난리가 난 것 정도는 느껴졌다.
총격전이라도 있었는지 피와 내장으로 범벅이 된 벽면,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과 헐떡이며 시체가 되어가는 사람들.
그 사이를 태연히 걸어가는 나.
“□□□ 소장! 이, 이게…. 대체 무슨 짓, 쿨럭!”
원독에 찬 목소리를 듣고야 깨달았다.
이 난리를 일으킨 사람은 아무래도 과거의 ‘나’인 것 같은데?
“…”
– 끼아아악! 그르르륵!
– 사, 살려줘!
사방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괴물의 울부짖음과 고통 섞인 비명을 내지르는 사람들.
– 탕! 타당!
– 진압 3팀, 13구역으로 이동!
– 8구역에서 ‘요정 서커스’가 풀려났습 – 끄아악!
사방에서 들려오는 총소리.
어떻게든 상황을 안정시키려는 사람들과 그 사이에서 들려오는 참혹한 비명.
듣고 있으니 점점 마음이 복잡해졌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내 몸은 알아서 움직였다.
어렴풋한 직감.
연구원, 직원, 진압팀 기타 수많은 사람이 과거의 날 막으려 하고 있구나.
무의미한 저항이다.
이 시점의 나는 인류 보호국 신비학 연구의 총책임자, 연구 소장이기 때문이다.
시설의 모든 비밀스러운 통로와 무기를 알고 있는 단 한 사람.
각종 절차의 최종 권한을 쥔 단 한 사람.
내가 배신한 시점에서 상대에게 가망은 없다.
…
이 모든 일이 정말 과거에 벌어진 일이라면….
관리국이 날 연거푸 죽인 것에 대한 원한은 잊도록 하자.
솔직히 과거의 내가 죽일 놈은 맞았던 것 같다.
*
쉴 새 없이 요동치는 기묘한 빛으로 가득한 공간.
중앙에는 검은 사슬을 찬 금발의 제법 잘생긴 남자아이가 있었다.
다가가니, 소년이 겁먹은 눈동자를 깜빡이며 물었다.
“누, 누구냐! 내 몸에 손대면 죽, 죽을 줄 알아!”
그 순간, 나는 ‘치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도무지 떠올릴 수 없을 것 같던 어떤 이름을 떠올렸다.
“나는 알레프(ℵ). 네게 자유를 줄 사람이다.”
“내, 내게 자유를 줘? 왜지?”
다음 말은 더 없이 진심이었다.
그랬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
“지옥에서 나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 찰랑!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