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32)
EP.633 633화 – 가장 오래된 소원 (14)
633화 – 가장 오래된 소원 (14)
– 에이디아
지금 내 행동에는 세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영겁의 꿈’을 접하며 왕자님에 대한 충성심이 깨졌다.
그래서 다른 편으로 갈아탔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야.
전보다 상황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지.
충성심, 사랑, 분노, 증오 – 이런 감정들은 이성을 흐리게 하기 마련이니까.
둘째, 성자가 시간을 돌리기 전, 이미 파이오니어 3층 형성이 시작했다는 사실.
이게 무슨 의미지?
성자를 비롯한 파이오니어 파티가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겨우 성과를 좀 낸 정도로 3층이 나타나진 않아.
그랬으면 가련한 선대 지혜는 진즉 3층을 세 번은 올랐지.
호텔이 보기엔, 이미 승기가 파이오니어 파티에 기울었다는 의미다.
어째서일까?
파이오니어 파티 본인들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성자도 정확히 모르는 변수가 있다.
그 변수까지 계산할 수 있는 호텔이 보기엔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
셋째, 이 시점 가장 승리에 가까운 자.
가련한 선대 지혜는 본인이 억겁의 세월을 노력했음에도 부족하다며 한탄하곤 했지.
그러나, 한 발 떨어져서 보면 ‘더 오랫동안’ 설계한 자가 있다.
나는 그자의 승리를 막고자 한다.
모두를 위해서.
인류를 위해서.
이것이 나와 왕자가 세상에 지은 대죄를 속죄하는 유일한 길이라 믿는다.
*
「사용자 : — (지혜)
날짜 : 234일 차
현재 위치 : 검색 중….
현자의 조언 : 0」
“하늘 아래 너뿐임을 알라.”
화신의 서에 양각된 세 번째 문장이 빛을 발하는 순간, 성역 일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도서 혹은 나, 구분할 수 없는 하나의 형상으로부터 검푸른 물결이 사방으로 뻗어간다.
마치, 꿈이라는 도화지에 그려진 왕자의 작품에 누군가 검은 물감을 부어버리는 것과 같았다.
화신의 서에 힘입은 내가 왕자로부터 성역의 주도권 일부를 빼앗는 순간이다!
— 사아아!
이전까지의 일이 내가 왕자로부터 농락당하며 도주하는 과정이었다면, 처음으로 ‘충돌’이라고 할만한 현상.
처음으로 왕자가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과연, 마지막 수가 있었구나. 호텔에서 얻었나?」
필멸자의 삶을 수천 배 늘려도 모자란 영겁의 시간 동안 달에 쌓인 힘과 혼 – 왕자의 운명 그 자체!
고귀한 운명을 강탈하고자 하는 악독한 힘이 나를 중심으로 사방을 뒤덮었다.
“…”
맺고, 끊어지고, 닿고, 떨어지고, 섞이고, 나뉜다.
나는 수도 없이 왕자의 꿈을 지우고, 내 영역을 만들고자 했다.
왕자는 붕괴하는 꿈을 다시 복원하며 날 지우고자 했다.
끊이지 않는 충돌 속에서 전황의 유불리에 대해 고민했다.
더 격이 높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꼭 더 강할까?
마도서의 기원이 된 태어나지 못한 자는 명백히 왕자보다 높은 경지에 달한 존재였다.
말 한마디로 왕자를 가르쳤다거나, 왕자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조롱했던 일이 그 증거다.
그렇다면, 태어나지 못한 자는 눈앞의 왕자보다 강할까?
둘 모두와 겨루었기에 명확히 답할 수 있다.
왕자가 훨씬 더 강하다.
절대 고수도 사지가 절단되고 불치병에 걸리면 허무하게 당할 수 있음이 세상의 이치다.
하물며 이름 그대로 ‘태어나지도 못한 존재’가 짊어진 손해는 얼마나 크겠는가?
위와 같은 이치는 나와 왕자에게도 적용된다.
때로는 양이 질을 압도한다.
전쟁에서 교전비가 1:10으로 앞서더라도, 상대측 병력이 1,000배 많으면 패전할 수 있다.
왕자가 억겁 속에서 모아온 혼의 양은 많아도 너무 많다.
세 번째 문장이 내포한 위대함이 아무리 대단해도 좁히기 힘든 격차.
그러니까, 나는 절대 왕자를 이길 수 없어.
서로가 정상이었다면 말이지!
「… 제법 준비를 많이 했구나.」
왕자는 정상이 아니다.
관리국과 약탈자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외부에서 가하는 압력.
지금보다 훨씬 위대했던 태고의 관리국 혹은 유사 조직이 만들어 낸 봉인.
본래라면 왕관에 굴복해 왕자를 도왔어야 할 모순의 신비로운 변화.
이외에도 내가 아는, 혹은 모르는 다채로운 안배까지!
영겁에 걸쳐 만들어진 모두의 노력이 곧 족쇄가 되어 왕자를 옭아매었다.
— 우르릉!
존재하지 않는 하늘에서 들려오는 천둥과 같은 소리.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아느냐?」
다음 순간, 흔들리던 왕자의 기세가 다시금 터무니없이 끓어올랐다!
「모순의 힘이 다시 내게 향하는구나!」
불가해한 소용돌이처럼 변했던 모순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고, 왕관에 의해 왕자에게 힘을 보내준다는 것?
차진철의 ‘꿈’이 끝났다는 의미다.
삽시간에 왕자의 권세가 불꽃처럼 끓어오르며 내 영역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아…!”
과거 여러 번 했던 이야기.
시간은 왕자의 편이다.
지금처럼 수많은 족쇄 중 딱 하나만 풀려도 왕자는 이토록 막강하다.
시간을 끌면 안 되는데, 속전속결로 끝내야 하는 싸움인데!
지금도 나보다 강한 존재를 어떻게 속전속결로 이긴단 말인가?
아찔함을 느끼며 휘청이는 순간, 왕자의 비웃음이 비수처럼 꽂혔다.
「두려워 말라. 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며, 영겁토록 내게 봉사하게 하리라!」
삽시간에 몸과 마음이 으스러질 듯한 압력을 느낀 시점.
— 휘오오오…!
희끄무레한 빛이 살아있는 태양과도 같은 왕자의 형상에 집중되었다.
모든 초자연성을 억제하는 합리의 빛.
선대에게 남은 마지막 힘, 이성의 휘광이다!
“…!”
선대는 무슨 말을 할 여유조차 없는지, 그저 간절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가 만들어 낸 시간은 정말이지 몇 초에 불과한 것.
허나, 그 몇초의 여유 속에서 누군가가 속삭였다.
‘이렇게 싸우는 게 아니야.’
“…”
석기시대 원시인이 수류탄을 얻는다 한들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주먹 도끼인 줄 알고 휘두르다가 자폭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작금의 내가 세 번째 문장을 쓰는 방식이 이와 같다.
힘을 얻고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207호에서 또 다른 나와 했던 줄다리기 싸움을 조금 더 강하게 하는 상황.
이게 아니야!
다른 힘에는 다른 사용법이 있다.
하지만, 그 길을 지금 당장 어떻게 알아낸다는 말이지?
처음으로 사용하는 세 번째 문장이요, 처음으로 경험 중인 불가해한 싸움의 형태인데!
언제나 내 옆을 지키며 상서롭게 빛나는 신성한 태양이 속삭였다.
‘처음이 아니야.’
처음이 아니다.
나는 이미 이런 종류의 싸움을 해본 적 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수백 년에 걸쳐서!
과거, 누군가가 내게 알려주었지.
그는 하늘 아래 둘도 없는 마귀요, 악의 권화였다.
다른 한편, 그는 진실로 자비로운 아비와 같은 자였다.
*
북극성조차 으스러트릴 망치가 세 번 휘둘러지니, 나는 곧 사람이 아닌 점으로 변했다.
*
분명 세 번째 문장은 마도서의 이치일진대, 그 활용의 극의는 신성한 태양이 속삭인다.
이것이 대체 무슨 조화인가?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앗!”
가볍게 호통치며 손을 들어 올리니 삽시간에 장막이 걷어진다.
선대 지혜가 틀어막은 ‘몇 초’의 시간 덕에 왕자는 날 막지 못했다.
장막이 사라지자 드러난 달 내부의 지옥 같은 풍경을 보라!
헤아릴 수 없는 영혼이 왕자의 주변을 맴돌며 영원히 끊이지 않을 찬송가를 부른다.
자신들을 영겁의 지옥에 빠트린 마귀를 신이라 부르며 섬기니, 실로 가련한 어린양이다.
*
첫 100년은 그저 고통 속에서 울부짖었다.
이는 어미를 볼 때마다 입 벌린 채 우는 아기새와 같았다.
「거듭나라! 거듭나라! 사유는 곧 환상에 불과하니라. 고통이 감미로움이 될 수 있음을 알아라.」
*
신성한 태양의 상서로운 빛이 일대를 비추었다.
헤아릴 수 없는 수의 어린 양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나를 보았다.
왕자가 건재한 이상, 이는 찰나의 혼란에 불과하리라.
그러나, 내가 어린 양에게 손을 뻗기까진 충분한 시간이었다.
*
다음 100년은 어찌 인간에게 이럴 수 있느냐고 그에게 따졌다.
이는 지진이 나면 별을 원망하는 것과 같았다.
「거듭나라! 거듭나라! 과정을 보지 말고 목적을 보라. 진화의 섭리를 받아들이라.」
*
화신의 서에서부터 뻗어나간 손길이 어린 양을 움켜쥐니, 이는 누군가에겐 더없는 고통이다.
나약한 영혼들이 삽시간에 표정을 일그러트린 채 비명 지르기 시작했다.
고통이란 또한 감미로움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리라.
*
마침내 마침내 세 번째 하늘이 밝자 내 안에 마귀가 있음을 알았다.
마귀가 점을 찢고 나와 사방에 타르처럼 검은 액체를 뿌리자, 그가 이 유치한 술수는 무엇이냐 물었다.
나는 서는 그저 확장을 위한 도구라 답했다.
그러자 진실로 자비로운 아비와 같은 자가 웃으며 말했다.
「마침내 네가 깨치기 시작했으니 내 한이 없다.」
*
하늘 아래 너뿐임을 알라.
이는 곧, 내가 만물의 혼을 삼킬 수 있게 하는 이치!
우주에서 가장 악독한 마(魔)의 권세가 길 잃은 어린 양 사이로 들불처럼 번져나간다.
곧, 미약한 촛불과도 같은 혼이 삽시간에 타르처럼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삼키고, 삼키고, 또 삼켰다.
대군(大軍)을 지배하는 군주 – 왕자가 홀로 남아 창백하게 질리는 순간까지!
「대체 무슨 힘이지? 어떻게 이런 황당한 힘이!」
선대가 이성의 휘광으로 만들어 낸 몇 초는 이미 끝났다.
그러나 그사이에 역전된 흐름은 다시 바꿀 수 없다!
“이제 끝을 내자꾸나.”
절망과 분노로 가득한 왕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시간은 여전히 내 편이다! 내게, 내게 약간의 시간만 더 있다면 -」
“아직도 모르겠어? 네게 다음은 없단다.”
창백하기 그지없는 달의 영역.
대부분의 힘은 외력에 의해 봉인 당했고, 남아있던 힘조차 내게 해체당한 외로운 왕자.
나는 물리적으로 – 혹은, 마법적으로 왕자의 멱살을 움켜쥔다.
“어, 어떻게?”
이 순간, 왕자가 품은 모든 의문이 이 ‘어떻게’에 담겨있다.
어떻게 관리국과 약탈자를 모두 끌어들였는지.
어떻게 자신의 비밀을 알아내고 시간을 돌렸는지.
어떻게 성모조차 왕자 자신을 배신하게 했는지.
무엇보다도, 어떻게 왕자를 이루는 이치를 완벽하게 카운터치는 ‘딱 적절한 힘’을 호텔에서 얻었는지!
“선생님…!”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내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목소리.
덕분에 긴 세월 망각했던 그의 이름을 떠올렸다.
“에밀리오. 나는 정말이지 오랜 시간 기다렸단다.”
“무, 무슨 말을 -”
“이 순간을 말이다. 나는 이 한 번의 기회를 위해 1,000번의 인생을 바쳤다.”
그 순간, 뒤늦은 깨달음을 얻은 왕자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과거의 기억을 잃어서 날 배신한 게 아니었어! 처음부터, 처음부터 날 잡아먹으려고 -”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이제 알았구나?”
첫 번째 문장으로서 나는 만인의 육체를 강탈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 문장으로서 나는 정신의 유일성조차 극복했다.
그렇다면 세 번째 문장은?
육체와 정신의 한계를 넘었으니, 마지막은 영혼의 포식이다!
화려한 금발 청년의 눈 속에 새겨지는 형언할 수 없는 절망을 느끼며 속삭였다.
꼭 한번 돌려주고 싶던 그 말!
“두려워 말라.”
“아, 아, 아…!”
“이제 곧,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되리라.”
영겁 속에서 이루어진 모든 안배가 모여든 영광의 순간.
이해할 수 없는 불안감이 뇌리를 스쳤다.
뭔가 실수한 것 같다.
사소하면서도 돌이킬 수 없는 실수.
완벽했던 계획에 지금 막 생겨난 미세한 균열.
어딘가에서 존재할 리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을 가리키니, 손가락만 보는구나.’
“…”
소용 없어.
진즉 대세가 기울어졌으니, 이젠 그 누구도 날 막을 수 없다.
“아…. 으아악!”
— 아작!
이것이 왕자의 마지막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