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35)
EP.636 636화 – 모두를 위한 길 (1)
636화 – 모두를 위한 길 (1)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34일 차
현재 위치 : 검색 중….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에밀리오 왕자와 알레프, 두 사람이 기나긴 잠에 빠졌다.
현실에서 벌어진 길었던 여정의 마침표가 다가온다는 의미다.
물론, 아직 남은 문제가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동료들의 상황부터 정리하면,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었다.
“아닌가?”
“형? 무슨 말이죠?”
“머릿속에서 상황 정리 중인데, 생각해 보니까 엘레나는 생물학적으로 죽은 것 같아서 -”
“으악! 제, 제가 말했잖아요! 누나 영혼이 함에 담겨있으니까 -”
“알았어, 알았어. 붕대나 잘 감고 있어.”
엘레나의 몸은 승엽이를 감싸다가 파괴당했다고 한다.
덕분에 승엽이는 엘레나에 대한 말에 민감히 반응했는데,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는 듯했다.
심대한 타격이지만, 복구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야.
이미 달 교회에서 여기저기 흩뿌려진 엘레나의 ‘신체 일부’를 수습했으니, 관리국 기술력을 동원하면 유전적으로 같은 몸을 다시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진철 형은 꿈의 효력이 사라지며 다시 ‘차진철’ 비슷하게 돌아왔다.
아무리 봐도 몸 상태는 기이했고, 정신 또한 혼란으로 가득해 보였지만….
회복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재생력과 안식의 피리를 동원하면, 언젠가는 다시 멀쩡해질 거야.
가장 걱정했던 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던 아리였다.
엘레나처럼 영혼의 함에 담길 수도 없으니, 이대로 죽으면 티켓 말고는 답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에이디아가 크리스털을 기묘하게 활용해 응급처치는 끝냈다.
“아리 양, 진짜 치료는 밖에서 다시 해야 해요.”
“고마워.”
“밖에 나가는 대로 크리스털도 제거하시고.”
“응.”
“제거할 때까지 잠들지 마세요. 온 정신 집중!”
“왜?”
“의식을 잃으면, 당신의 몸에서 미니 에이디아가 태어나서 -”
“으아악! 그딴 말도 안 되는 걸 함부로 이식하지 말라고!”
“걱정하지 마. 아리가 알아서 잘할 거야.”
“잘 안되면?!”
“미니 에이디아도 귀엽지 않을까?”
이외에도 지친 표정으로 손만 흔드는 은솔 누나, 아리 옆에 붙어서 울상짓고 있는 미로 등을 살피며 앞으로의 일을 정리했다.
*
저녁 무렵, 나를 비롯한 동료들과 선대 지혜, 그리고 성모가 한자리에 모였다.
처음으로 입을 연 사람은 선대였다.
“드디어…. 달과 관련한 문제가 끝나가는 느낌이네.”
“그렇습니다. 참, 성모.”
“네?”
“영겁의 꿈 같은 건 즉각 없앴습니다.”
이게 알레프와 합일하여 왕관을 얻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다.
왕자가 달에 갇힌 가련한 영혼들에 지옥 같은 고통을 가한 이유는 무엇인가?
영혼을 새하얗게 정화해 자신이 삼키기 위함이다.
반면, 나와 알레프는 마지막 순간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영혼 결집의 이치를 통해 신이 되는 것은 내 길이 아니다.’
그러므로 무의미한 고문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
“… 다행입니다. 정말로요.”
선대가 지그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왕자는 없네.”
“연구원도요.”
엄밀히 말해 둘 다 사라진 건 아니지만, 괜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싶지 않아 반박하진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해결한 셈이지.”
“선대, 축하 파티라도 할까요?”
“그런 건 나가서 하지. 내 기꺼이 참가하겠네. 아직은 남은 일이 있으니….”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 선대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제 말해주게. 자네의 진짜 계획 말일세.”
“…”
“곧 달 밖으로 나갈 테고, 나가는 즉시 연합은 내게 일이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겠지. 그 전에 나도 상황을 이해해야 하네.”
선대는 이미 내가 과거 말했던 계획이 거짓말임을 알고 있어.
알고 있지만, 본인의 진실한 목적과 무관하다고 생각했기에 눈감은 것뿐이지.
선대 말대로 언제까지고 숨길 수는 없다.
“관리국과 약탈자, 달이 얽히며 벌어진 기나긴 싸움! 거칠게 요약하면 -”
“의자 뺏기 싸움이야.”
슬쩍 끼어든 아리의 말에 선대도 동의한다는 듯 끄덕였다.
“그래. 진행 중인 루프의 현실이라는 단 하나의 의자를 갈망하는 다채로운 세력. 이 문제를 어찌할 셈인가?”
달의 문제는 해결되었다.
이는, ‘의자를 부수려는 자’를 판에서 배제했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관리국과 약탈자, 약탈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의자 뺏기 싸움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다.
— 탁!
가볍게 탁자를 치며 시선을 모은 후,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문제를 둘로 나눕시다.”
“음?”
“첫째, 이제 더 이상의 방주는 없습니다.”
“…”
“그건….”
“전에 선대 당신이 내게 했던 이야기죠? 방주야말로 최초의 타락을 낳았다고.”
선대가 했던 이야기.
방주란 수많은 사람의 혼을 모아 유사 신격을 만들고, 이 상태로 루프를 견딘 후 거울로 유사 신격을 쪼개 사람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이때, ‘거울’은 처음 상태 그대로 돌리지 않음이 문제의 시작이다.
이 점은 207호에서 이미 알아낸 사실이기도 하다.
최초의 방주로부터 최초의 타락이 시작되었다.
단 한 번에 모든 상식이 무너지진 않았다.
갑자기 전 인류가 두족류로 변하거나, 손 대신 촉수가 돋아나진 않았다.
세상의 상식은 마치 태양을 마주한 얼음처럼 서서히 흘러내렸다.
누군가는 머나먼 세계의 목소리에 홀려 괴이한 괴물을 불러냈다.
누군가는 죽은 후 무덤에서 일어나 생전의 원한을 풀고자 했다.
누군가는 갑자기 바다에 뛰어들더니, 등 뒤에 지느러미가 돋아났다.
이런 일이 수백 년에 걸쳐 반복된 후에야 선각자들은 받아들였다.
인류가 원초의 순수함으로부터 ‘조금’ 벗어났고, 그로 인해 세상의 상식이 ‘조금’ 바뀌었음을.
처음에는 그리 큰 문제라 여기지 않았다.
소소한 괴물 따위는 어렵지 않게 처치할 수 있었으니까.
첫 ‘조금’은 심각한 위협이 아니었기에 방주를 다시 만들었다.
조금이 두 번이 되었고, 세 번이 되었다.
정신 차려보니 지금이다.
“방주가 태어나기 전의 세상은 어땠을까요?”
“나보단 자네가 잘 알 것 같군. 왕자의 기억이 있을 테니.”
“그때도 소위 신비학은 있었습니다. 당시엔 과학 일부였죠. 물리학, 화학처럼.”
“…”
“당시엔 훨씬 통제하기 쉬웠습니다. 훨씬 논리적이기도 했고.”
“…”
“타락이 번져나가며 과학이 오컬트로 변했다? 오래된 이야기는 이쯤 합시다. 어차피 태고의 일은 왕자에게도 너무나 오랜 기억이라 희미하니까.”
“그러지.”
“타락은 방주의 문제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의자 뺏기 싸움 그 자체죠. 이것 자체가 방주 때문에 생긴 거니까.”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심호흡하며 주변을 살폈다.
동료들은 물론이고, 선대나 성모 역시 반대하지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야.
애초에 선대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이유가 뭐겠어?
선대 또한 억겁의 세월을 거치며 방주 제작 자체가 문제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지.
나는 선대가 했던 간곡한 말을 기억한다.
또한, 이젠 그 말에 동의한다.
*
‘우리는 역천의 대가를 치르고 있어….’
‘종말이 두려워서, 문명이라는 모래성이 붕괴하는 것이 두려워서 방주를 만들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라. 여름이 오면 얼음이 녹는 것이 순리다. 파도가 몰아치면 모래성이 무너짐이 순리다.’
‘종말이 오면, 모래성이 무너지는 것 역시 순리였다. 무너지게 내버려 두었어야 했는데…. 모래성을 억지로 유지하려다가 사달이 나고 말았다.’
*
“애초에 내가 한 말 아닌가? 말이야 맞는 말인데…. ‘어떻게’가 문제겠지.”
성모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세상을 위협하는 존재는 참 많답니다. 달이 가장 큰 위협이었지만, 달 말고도 많아요.”
알레프가 죽기 직전 내게 전한 ‘노트’가 생각났다.
인류를 두렵게 하는 존재는 달이 전부가 아니다.
… 어쩌면 시작일지도 모르지.
“이젠 다들 아시겠지만, 전 여러분이 말하는 소위 첫 번째 문명 출신이고 -”
“최초로 거울을 발견한 사람이지. 가인이를 능가하는 만악의 근원이랄까?”
아리의 냉소적인 말에 성모가 어색하게 웃었다.
“으흠, 저도 훗날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답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특정 시점에 학교 – 여러분은 호텔이라 부르는 곳에 잡혀갔거든요.”
잡혀갔다 돌아오니 종말과 재시작이 여러 번 반복된 이후였다고 한다.
이후, 성모가 에밀리오 왕자와 만나기까지도 사연이 많았겠지.
“돌아오니 제일 황당했던 것. 이전 루프에서 덮쳐온 방주에 의해 세상을 빼앗길뻔했던 사람들이….”
“…”
“세상이 망하겠다 싶으니, 본인들도 방주를 만들어 다음 세상을 빼앗으러 떠나더군요.”
네가 하면 침략이고 내가 하면 인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런 일이 인류사에서 수없이 반복되었다.
“방주를 만드는 건 위기에 처한 인류의 생존 본능이나 다름없어요. 이걸 어떻게 막죠?”
“방주의 구성 원리는 영혼 결집 회로와 거울입니다.”
“그렇죠.”
“이중, 영혼 결집 회로는 기술입니다. 우주 자체의 섭리 중 하나고, 때가 되면 인류가 자연히 발견하죠.”
“맞네.”
“이건 통제할 수 없습니다.”
영혼 결집 회로는 통제할 수 없다.
근간은 우주의 섭리이며, 문명이 때가 되면 결국 알아내는 일종의 과학 기술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거울은 아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의 신 – 수행자가 내린 위대한 보물이며, 최초의 문명조차 원리를 모르고 썼던 무언가다.
“그러므로 거울의 통제가 핵심입니다.”
“…”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거울, 전부 달에 모읍시다.”
선대가 중얼거렸다.
“달과 약탈자를 합친다는 게 그런 의미였나?”
“지상의 사람들은 영원히 거울을 손댈 일 없을 겁니다. 거울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살아갈 겁니다.”
“이번 루프는 그렇다 치지. 자네는 달을 얻었고, 내 협력을 얻어 약탈자를 다 흡수하면 세상의 모든 거울을 얻을 테니까.”
“그렇죠.”
“다음 루프는 어쩔 셈인가? 혹시나 해서 말인데, ‘본인이 종말을 막을 테니 더 이상의 루프는 없다.’ 같은 말은 하지 말게.”
“하하! 제가 바보입니까?”
내가 모든 종말의 위기를 막을 테니 다음 루프 따위는 없다?
이런 건 제일 무의미한 말이다.
누군 망하고 싶어서 망했겠는가?
지구 하늘에 나타난 약탈자, 가련한 피난민들을 생각하라.
그들 또한 한때는 세상의 주인이었고, 종말 따윈 생각한 적도 없었겠지.
갑자기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더니 외계 신이 깨어날 수도 있는 세상이다.
— 탁!
가볍게 손으로 바닥을 쳤다.
“세상에 남은 마지막 방주 – 달이 관리자 역할을 하는 겁니다.”
“… 그 말은?”
“갑자기 하늘에서 외계 신이 내려왔다 칩시다. 막아보려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세상이 망한다 치죠.”
“…”
“다음 루프로 넘어갑니다. 이베리아반도 지하에 또 – 아, 이거 헷갈리네. 매 루프 스페인 지하에 거울이 생깁니까?”
“매번은 아니었지. 생길 때도 있네. 혹은, 매번 생기는데 몇 번은 지진 따위에 파괴당했을지도 모르지.”
“생겼다 칩시다. 그 거울을 달이 파괴하든, 도로 챙기든 하면 됩니다.”
“…”
“달은 더 이상 지상의 혼을 삼키지 않습니다. 그냥, 밤하늘을 빛내며 지상을 관리하죠.”
듣고 있던 아리가 확인차 물었다.
“관리국 위의 관리국 같은 포지션인가? 거울 같은 파멸의 원인을 제거하고, 인류가 감당하기 힘들어 보이는 악마는 적절히 처치하고?”
“비슷해.”
“뭐랄까, 굉장히 신 같아. 자연스럽게 달 교회가 지상에 또 생길 것 같은데.”
“그것까진 어쩔 수 없지.”
그때, 성모가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쉽게 말해 달이 약탈자를 모두 집어삼킨 후, 세상을 관리하며 더 이상 방주가 태어날 수 없게 한다는 말인데….”
“비슷하군요.”
“그게 해피엔딩이 맞을까요? 제 말은, 그러면 달과 약탈자는 어떻게 되는 거죠? 이들 역시 자신만의 세상을 간절히 바랐던 집단인데….”
성모의 말은 간단하다.
달과 약탈자 역시 세상에 안착하고자 했던 영혼의 집합인데, 이들은 어떻게 되냐는 것.
영원히 밤하늘을 빛내며 지상의 인류를 위해 봉사한다?
달과 약탈자에 담긴 무수한 영혼들에겐 해피엔딩이 아니다.
“이제 두 번째 이야기가 나올 시점이군요.”
“두 번째?”
“첫 번째 이야기가 ‘앞으로의 방주는 없다.’ 였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이미 태어난 방주는 어떻게 하냐?’의 문제.”
“…”
“증발합니다.”
“네?”
“달과 약탈자는 서서히 증발할 겁니다. 더 이상 영혼을 삼키지 않고, 이미 삼킨 영혼은 천천히 세상에 정착할 테니까.”
“…”
“달에 잠든 영혼만 세도 최소 수천억. 약탈자에 담긴 영혼 역시 다 합치면 어마어마하죠. 이 많은 영혼이 한꺼번에 지구에 안착할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듣고 있던 선대가 재밌다는 듯 답했다.
“한꺼번에 안착할 필요도 없지.”
“그렇죠. 천천히, 느리게 안착하면 됩니다. 1년에 한 3천만 명 정도를 지구 전체에 흩뿌리는 건 어떨까요? 너무 많은가? 구체적인 숫자야 차차 생각하고….”
“신분은요? 정체 모를 고아?”
“그런 건 관리국에 맡기죠. 마침 옆에 침묵하는 자도 있으니.”
아리는 대답 대신 쓴웃음을 지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절한 숫자라면 불가능하진 않다는 느낌.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아요?”
“무슨 상관입니까. 달이 루프를 견딜 수 있는 시점에서 썩어 넘치는 게 시간인데.”
여태 멍하니 듣고 있던 은솔 누나가 중얼거렸다.
“혹시 모르지. 긴 시간 버티다 보면 언젠가 우주 개척 시대가 열릴지도.”
“우주 개척 시대?”
“또 다른 성계를 개척할 때쯤 되면 그 별에 한 번에 10억 명 정도 뿌리자. 그렇게 하다 보면 금방 끝나겠네.”
솔직히 여기까진 좀 뜬구름 잡는 느낌이다.
하지만 뭐, 수천 년에 걸쳐 일을 진행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가능성 아닐까?
잠시의 고요함.
곧, 선대가 지금까지의 대화를 요약했다.
“요컨대, 자네 계획은 이거야.”
“말하시죠.”
“달과 약탈자, 그리고 세상의 모든 거울을 모은다. 이후, 지상을 관리하며 더 이상 방주가 태어날 수 없게 한다.”
“맞습니다.”
“하나가 된 달과 약탈자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증발한다. 더 이상 영혼을 삼키지 않고, 이미 삼킨 영혼은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세상에 뿌려 새 삶을 얻게 한다.”
“정확합니다. 어떻습니까?”
고민하던 선대가 답했다.
“큰 틀에선 괜찮아 보이는군. 자네 말마따나 해피엔딩 느낌도 있어. 지상의 인류는 더 이상 이전 루프의 침략자를 두려워할 필요 없고, 이미 태어난 방주의 구성원들은 언젠가 새 삶을 얻겠지.”
“…”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흠이지만, 이것까진 어쩔 수 없고.”
“아까 말했듯, 영원의 옥 따위는 진즉 멈췄습니다. 달에서 환생을 기다리는 영혼에게 더 이상의 고통은 없을 겁니다. 그냥, 한순간의 꿈처럼 느낄 겁니다.”
의자 뺏기 싸움의 끝이요, 휴전이다.
더 이상의 방주는 없으며 이미 태어난 방주의 구성원들은 장기간에 걸쳐 새 삶을 얻는다.
“그런데, 딱 두 가지 문제점이 보이는군.”
“말씀하시죠.”
“첫째, 달과 약탈자가 증발한 후엔 어쩔 셈이지? 관리자가 사라지면,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다시 반복 -”
“큭!”
순간 웃음이 나와서 참지 못했다.
“선대, 계획이 차질 없이 이루어져도 달과 약탈자가 증발하기까진 그야말로 억겁의 시간이 걸립니다.”
“…”
“어쩌면 여러 번의 루프가 지나간 후일지도 모르죠. 그때의 일은 -”
“그 시대의 사람에게 맡긴다?”
“그거죠. 설마하니 혼자서 우주의 모든 악을 처단할 생각이었습니까? 그런 건!”
담담하게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삼천세계를 위해 눈물 흘린다는 대단한 분께 맡겨둡시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끝내면 됩니다.”
“거기까지도 이해했네. 그러면 두 번째. 사실, 이게 핵심이지.”
“말하시죠.”
“자네 말마따나 ‘억겁의 시간’ 동안 달과 약탈자를 관리할 사람은 대체 누구지?”
“…”
“하기야, 누구냐고 물을 것도 없지. 달을 지배하려면 왕관이 필요한데, 왕관은 자네 손에 있지 않나!”
“…”
“자네가 그 어마어마한 시간 동안 달과 함께 세상을 지켜볼 셈인가?”
“…”
“나는….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네. 자네가 할 수 있을지, 설령 할 수 있다 해도 -”
“타락할까봐?”
“…”
“알레프가 그러했듯, 이해할 수 없는 광기에 휩싸여 세상을 지옥으로 몰아갈까봐?”
“… 그렇게 되면,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야.”
나를 염려하는 한편, 의심하는 선대의 뜻을 이해한다.
애초에 모든 문제를 만들어 낸 알레프는 또 하나의 나이기 때문이다.
시간이란 무섭다.
천년, 만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변해 다시 세상 전체를 삼키려 할지도 모르지.
“감시자들은 누가 감시하는가?”
“고대 로마의 격언이군.”
“당신의 걱정이 이 문장에 담겨있군요.”
“…”
“내가 세상을 관리하면, 그런 나는 또 누가 감시하는가.”
“…”
다행히 마지막 의문에 대한 답도 준비되어 있었다.
“당신의 걱정은 전제부터 틀렸습니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