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36)
EP.637 637화 – 모두를 위한 길 (2)
637화 – 모두를 위한 길 (2)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41일 차
현재 위치 : 검색 중….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에밀리오 왕자와 알레프가 쓰러진 후 일주일이 흘렀다.
동료들과 선대 지혜는 진즉 달 바깥으로 나갔고, 결말을 위한 마지막 준비를 진행 중이다.
특히 선대의 역할이 중요한데, 약탈자 때문이다.
만약 나와 호텔 동료들이 약탈자를 속여야 했다면?
모든 일이 훨씬 어려웠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다.
약탈자, 혹은 연합이 우리를 믿을 리 없기 때문이다.
선대니까 가능한 일이다.
그는 혼돈의 바다를 헤매던 약탈자 방주를 한데 모아 연합을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연합으로서도 억겁의 시간을 함께하며 연합을 이끈 선대가 배신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하리라.
아리는 관리국 쪽에서 선대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성자님.”
“이제 성자 아니지 않아? 내가 왕자를 삼켰는데.”
사실 배신도 아니다.
계획이 잘 진행된다면, 약탈자 방주에 속한 사람들도 새 삶을 얻을 수 있으니까.
선대 또한 이 부분을 신경썼는데, 생각해보면 그 역시 긴 세월 함께한 연합에 모종의 의리는 있는지도 모른다.
혹은, 거기까지 해야 본인에게 3층 도전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러면 왕자님?”
“그냥 이름 불러.”
“천지신명과 함께하는 위대한 천상의 신이자 영겁의 지배자 -”
“장난치는 것 보니 바깥에서 준비가 끝났나 보네.”
에이디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상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관리국 및 약탈자 연합의 설득에 성공했다고 하네요.”
“…”
“그들은 왕자가 죽고 왕관이 무력해지며 달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속였네?”
관리국과 약탈자를 속인다는 것.
어려운 일 같지만,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어차피 두 세력 다 ‘달’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선대 지혜의 정치 실력도 큰 이유였으리라.
“선대가 재밌는 장난을 쳤다는군요.”
“재밌는 수?”
“달은 주인 잃은 무기와 같으며, 먼저 움직이는 자가 달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한 말을 슬쩍 던졌다네요.”
또, 공공의 적이었던 달이 해결된 이상 관리국과 연합, 연합내부의 내전을 각자 준비할 수밖에 없다.
“달의 위협이 사라졌으니, 이제 자신들끼리 승부를 겨루기 위해 전력을 모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
“곧 달에 가해지는 압박이 사라지겠네.”
40분 후, 성모의 전언대로 약탈자 연합과 관리국이 가했던 압력이 사라졌다.
다시 1시간 30분가량 흐른 시점.
“연락에 따르면 3분 내로 -”
— 쿵!
“- 지금이었네요.”
달 전체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이게 무슨 진동이냐고?
‘최후의 섬광’이 호주 지하에 있던 달 봉인을 파괴하는 소리지!
오랜 시간 달을 지구 속에 가두었던 호주 지하의 봉인 시설.
달 공략과 함께 시작한 관리국 및 약탈자의 압력.
둘 다 사라졌다.
이제 달을 억누를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 사아아…!
온유하게 빛나는 왕관이 상서로운 존재감을 드러냈다.
알레프는 왕자의 운명을 강탈했고, 나는 바로 그 알레프와 합일한 존재!
왕관은 더 이상 나를 거부하지 않았다.
“시작할게. 옆에서 잘 봐둬.”
“그럼요.”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디뎠다.
*
처음으로 자각한 것은 의식의 광활한 확장.
티 없이 맑은 물에 검은 물감을 떨어트리는 광경을 상상하라.
‘한가인’이라는 사람의 정신이 달이라는 거대한 영혼 결집체 전반에 퍼져나갔다.
마이클, 소피, 카를로스, 유진, 마리아, 루카스, 제니퍼, 타히르, 엘리자베스, 민수, 다니엘, 아야, 존, 수지, 마틴, 나오미, 토마스 – 이 외에도 엄청나게 많다!
셀 수 없이 많은 정신이 내 일부처럼 느껴졌지만, 동시에 명백히 구분되는 무언가였다.
찰나의 순간, 나는 3,000억 영혼의 중심에 선 단 하나의 별이자 모두의 갈망을 실현하기 위해 태어난 위대한 자였다.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폭풍처럼 들끓는 정신과 영혼의 와류 속에서 만들어진 흐름에 불과했고, 가장 미약한 정신보다도 무가치한 무언가였다.
가장 위대한 존재.
가장 하찮은 존재.
혹은, 이런 구분에서 벗어난 존재였다.
“…!”
진실로 천상의 별이 된 것만 같은 초월적인 고양감!
왕자의 기억 또한 나에게 있기에 확신한다.
지금이 바로 ‘달’이 태어난 이래 가장 강한 순간!
에밀리오 왕자?
그에게는 나와 같은 깨달음이 없었기에 달 전체의 힘을 쓸 수 없었고, 모순을 통제하는 데 많은 힘을 낭비해야 했다.
굳이 따지면, 시간을 돌리기 직전 미로 앞에 나타났던 왕자가 지금의 나와 비슷할까?
“하, 하! 하하하!”
아찔한 전능감 속에서 크게 웃었다.
이 순간, 나는 운명을 바꾸기 위해 억겁의 시간을 인내한 알레프를 이해했다!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은 일단 지구 밖으로 나가는 것.
이는 봉인이 사라진 지금도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야, 지구 속에서 달이 무작정 튀어 나가면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터무니없는 규모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며 세상이 그대로 망한다.
— 드드드드…!
껍질이 깨지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진다.
그렇게 현실로의 도약을 준비하던 시점!
“아…!”
고양감이 삽시간에 감탄으로 바뀌었다.
지금껏 달을 지구 속에 가두었던 봉인의 실체를 어렴풋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기이하게도 지구 내에 내핵, 외핵, 맨틀 따위는 다 별도로 있었다.
그러면 달은 무슨 이계에 갇혀 있었냐고?
아니야!
달은 물리적으로 명백히 지구 속에 있었다.
지구 내에 달이 들어갈 만한 공간 따위는 없는데, 물리적으로 같은 영역에 달만 ‘중첩’되어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나도 모르지!
왕자도 몰랐고, 모순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직전까지만 해도 신이라도 된 줄 알았는데, 뭐든지 알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하늘 높이 치솟던 고양감이 단박에 겸손함의 영역으로 돌아온다.
덕분에 달을 지구 내에 가둔 힘의 출처를 100% 확신할 수 있었다.
무슨 태고 문명의 위대함이 어쩌고저쩌고 – 절대 아니야.
무조건 호텔 혹은 학교!
명칭이야 어찌 됐든 바로 그 장소다.
나와 동료들이 모래시계와 원 모어 찬스를 써서 왕자를 쓰러트렸듯이, 태고의 누군가가 정체 모를 무언가를 얻어 달을 지구 속에 가둔 것.
이 위업을 이룬 자들은 진즉 승천했으리라.
…
공허하기 그지없는 창백한 우주.
나는 살아있는 별이 된 채 푸른 별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 지상은 공포와 경외심을 느끼며 비명 지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늘에는 각양각색의 약탈자로 가득했는데, 모두가 화들짝 놀라서 어디론가 달아나려 하고 있었다.
무의미한 발악이다.
— 고오오…!
*
「날짜 : 241일 차 -> 243일 차」
이틀 동안 다섯 약탈자를 흡수했다.
첫날, 처음으로 흡수한 방주에서 제법 신비로운 분위기의 여성이 환영 상태로 내 앞에 나타났다.
관리국으로 치면 ‘침묵하는 자’와 비슷한 위치인 것 같았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왜 그러냐 물으니 분노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모두를 위한 선택?”
“부, 분명 맹약의 서로 상호 협상을 맺었을 텐데!”
“맹약의 서가 지금 나를 강제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어떻게 그런 신의 없는 말을!”
“아니, 방금은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은 건데.”
상대를 농락하려는 게 아니라 진짜 순수하게 궁금했다.
패트릭의 유산, 맹약의 서의 강제력이 왕관과 합일한 내게도 통할까?
유산의 힘으로 죄수에 준하는 존재를 강제할 수 있나?
언뜻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것 같지만, 안식의 피리나 원 모어 찬스처럼 죄수조차 속절없이 휘둘리는 사례가 있으니 모를 일이다.
유산의 한계는 호텔이 정한다.
호텔에서 ‘통한다’라고 정했으면 통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상관없는 이야기다.
“잊지 마시길. 애초에 우리 사이의 협상은 불가침 조약이 아니니까.”
“무슨 -”
“첫째, 달 공략이 끝날 때까지 약탈자 세력은 우리에게 적극 협조한다. 둘째, 이후, 관리국과 약탈자 혹은 약탈자 사이의 충돌에 호텔 파티는 개입하지 않는다. 셋째, 이상의 내용을 맹약의 서에 적시한다. 어길 경우 대가는 죽음으로 치른다.”
이 중 핵심은 둘째다.
‘관리국과 약탈자 혹은 약탈자 사이의 충돌에 개입하지 않는다.’
“지금 관리국과 약탈자가 한 판 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당신들끼리 벌써 시작했나? 아닐 텐데.”
눈을 크게 뜬 상대에게 선언했다.
“달과 합일한 내가 여러분 모두를 집어삼키는 과정일 뿐이지. 혹은 -”
“혹은?”
“내가 곧 왕자다. 그러므로, 달 공략은 끝나지 않았으며 영원히 끝나지 않으리라.”
어느 쪽 논리가 적용 중일까?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맹약의 서가 내게 그 어떤 압력도 가하지 않음은 분명하다.
“이, 이런 신의 없는 마귀 같으니…!”
“신의? 신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애초부터 빈틈이 너무 많은 협상 내용 아닌가?”
“뭐?”
“예컨대, 달 공략이 끝난 후 연합이 우릴 치면 안 된다는 내용은 없잖아?”
순간, 상대의 말문이 막혔다.
“필시 이게 너희들 생각이었겠지. 빈틈 많은 협상 내용이 왜 생기겠어? 서로 빈틈을 노리고 싶으니 생기지.”
협상에 참여한 모두가 서로를 속이고자 했다.
단지, 내가 이겼을 뿐.
— 우르릉!
“아아….”
절망하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두려워 말라.”
“…”
“고통은 길지 않으리니, 그 끝에서 너희 또한 새 삶과 낙원을 얻으리라.”
이후, 거창한 ‘싸움’이라 할만한 일은 많지 않았다.
달 공략 기간 내내 약탈자 및 관리국은 달을 억누르는 데 온 힘을 쏟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자원을 소모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전의를 상실한 채 도주하는 방주들을 추격하는 지리한 과정이었을 뿐이다.
*
「날짜 : 243일 차 -> 254일 차」
마침내 모든 약탈자를 달 내부에 가두는 데 성공했다.
공허한 우주공간에서 지구를 지켜보며 말없이 정지했다.
이제 내게 남은 단 하나의 일은 왕관을 내려놓는 것.
“…”
내려놓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정말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할 일이 뭔가 더 있지 않을까?
위대한 힘을 얻은 김에 세상에 유익한 일을 더 하는 게 어떨까?
이건 절대 사사로운 욕심이 아니야.
전 인류를 위한 내 헌신이자 –
「조언 : 3 -> 0」
「내려놓을 생각이라면, 지금이다.」
“…”
왕관을 벗었다.
다시금, 천상에서 지상으로 굴러떨어졌다.
어쩌면 더 고통스러운 일인지도 모르지.
정신은 위대한 영역에 어설피 닿았는데 힘만 잃은 꼴이니까.
하지만….
이는 세상에 얽매이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다.
그렇게 믿으며 추락의 고통을 견뎠다.
*
「254일 차 -> 255일 차」
이른 아침, 성모가 나타났다.
“오늘 지구로 돌아가신다고 하셨죠?”
“맞아.”
찰나의 침묵.
곧, 그녀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
“‘마지막으로’라는 말만 벌써 다섯 번 정도 들었어.”
“… 진짜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정말 제게 왕관을, 달을 맡길 셈인가요?”
“이유는 충분히 설명했잖아?”
“다시 한번 말해주세요. 내가 날 믿기 위해서라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