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4)
63화 – 101호, 저주의 방 – ‘기묘한 가족’ Re (1)
63화 – 101호, 저주의 방 – ‘기묘한 가족’ Re (1)
(62화에서 ‘첫 번째 시도’라고 적은 것은 실수입니다. 101호의 첫 번째 시도는 6화였죠. 두 번째 시도로 수정합니다. 괄호의 내용은 내일 삭제하겠습니다.)
*
두 번째 시도
*
– 김아리
일단 뭐라고 말은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올 사람이니까.
문 쪽으로 다가가서 엄마에게 다가가자 정신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피가 느릿하게 소모되는 게 느껴진다.
과연, 101호의 저주는 ‘가족’에게 접근하면서 목소리만 들어도 영향을 받는구나.
새삼 가인이처럼 정신보호 필터가 없어서 아쉽다.
“엄마! 저, 곧 나가요. 먼저 드세요.”
—쿵! 쿵!
“나 배고파! 혼자 먹기 싫어!”
뭐라고 해야 문에서 떨어질까? 원래 어떤 성격이었지?
기억났다. 좀 더 ‘어린아이를 대하듯이’ 말해야 한다.
“내가 엄마 선물 준비했어. 조금만 멀리 가 있지 않을래?”
“선물? 선물! 그래! 나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을게~”
다다다 하고 뛰는 소리와 함께 엄마가 다시 멀어졌다. 이런 유치한 거짓말이 아직 통하는구나.
엄마는 유아적인 사람. 인내심이 길지 않으니 곧 돌아온다. 생각해보자. 대체 어떻게 탈출할까?
다른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가서 탈출하기로 했지만, 내 집은 호텔로 설정되어있다.
나갈 방법이 없다.
차라리 2회차 현재 참여 중인 호텔이라면 눈 딱 감고 정문에서 뛰어내리면서 낙하 속도를 늦추면 탈출 가능성이 있다. 땅에 도착하기 전에 과다출혈로 죽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1회차 호텔에서 정문 밖은 심해였다. 나가면 수압에 눌려 죽고, 탈출 도구도 윙 부츠가 아니고 ‘공기 방울’이었지.
정문으로는 못 나간다. 그때 썼던 탈출 방법은 지금은 재현할 방법도 없다.
나갈 수가 없다면….
저 엄마를 흉내 내는 존재가 내게 다가올 수 없도록 무력화라도 시켜야 한다.
한 가지 큰 걱정.
호텔은 내 엄마를 어느 정도까지 ‘구현’했을 것인가.
엄마가 가진 축복만 아니라면, 지금의 나는 충분히 저 가짜 엄마를 이길 자신이 있다.
축복까지 구현된 상태라면…. 일단 붙어보자.
—덜컹
문을 열자, 익숙한 식당이 나타났다. 멀찍이서 엄마가 손으로 눈을 가린 채로 앉아있다.
나 자신에게 금칠하는 느낌이긴 한데, 진짜 귀엽구나.
정신만 멀쩡했으면 더욱 좋은 엄마였을 텐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싸움 과정에서 소모할 피, 정신 오염에 저항하기 위해 소모할 피.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싸울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눈을 감고 나 자신을 관조한다.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혈관을 따라 맥동하는 움직임을 느꼈다. 피에 방울방울 맺힌 오래된 힘 또는 저주.
오래된 피를 발현했다.
즉시 손끝에서 냉기의 기세가 번갯불처럼 일어나며 허공을 갈랐다.
일격. 기습이었기에 ‘미로’는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아악! 아리야? 대체 왜-”
미안.
아니, 사실 안 미안해. 너 어차피 내 진짜 엄마도 아니잖니. 이젠 그냥 이름 부를게.
다시금 냉기의 바람을 내뻗어 미로의 몸을 두 차례 강타했다. 비명을 지르며 미로가 나뒹굴었다. 미로의 몸을 그은 두 줄의 붉은 선. 피가 뿜어져 나오는가 싶더니 얼어붙었다.
그러나 역시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신 오염 때문에라도 어떻게든 멀리서 끝을 보고 싶었는데, 손맛이 약하다.
일반인을 상대로라면 모를까 같은 피의 마녀를 상대로는 원거리에서 끝을 보기는 어렵다.
손끝에 힘을 불어넣으며 뛰어오르는 순간 –
테이블 건너편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푸욱!
한순간에 내 어깨쯤에 구멍이 뚫렸다.
바로 옆으로 구르며 나선으로 냉기를 내뿜는 동시에 미로의 위치를 살폈다.
상황은 나쁘지 않다.
미로의 상처 회복이 더디다. 처음부터 냉기의 바람만 날려댄 효과가 있었다. 지속해서 신체 내부로 파고드는 냉기가 피의 움직임을 늦추며 미로의 힘의 운용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다시 접근해서 손끝에 힘을 불어넣어 미로에게 내질렀다.
—탕!
날카로운 금속음.
서로가 오래된 피를 발현해서 금속처럼 단단해진 손으로 부딪쳤다.
“아리 너!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엄마가 혼내줄 거야!”
“미안. 근데 이제 내가 더 강할걸? 미로 네가 죽고 네 나이보다도 많은 시간 동안 힘을 쌓았거든.”
“엄마가 죽었다니 대체 무슨 말이야? 아리 이상한 꿈 꾼거 아니야?”
10초 정도? 잠깐의 시간 동안 30번이 넘게 금속의 손이 부딪쳤고, 서로의 피의 힘을 잇고, 끊으며 치열하게 공방이 이어졌다. 내가 미로의 몸에 다섯 번 정도 냉기의 숨결을 밀어 넣었을 때쯤.
둘이 같이 깨달았다. 내가 압도적으로 강하다.
오래된 피의 숙련도, 격투술 모두가 차원이 다르다. 실시간으로 미로가 내뿜는 정신 오염에 대항하느라 피의 반 이상을 소모하면서도 가볍게 이길 수 있을 만큼.
“뭐야? 이상해! 아리 너 왜 갑자기 이렇게 강해진 거야?”
“내가 말했잖아? 네 나이보다도 많은 시간 동안 힘을 쌓았다고. 미안하지만, 미로야. 잠깐만 자고 있어.”
진짜 엄마는 아니지만,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고 있으니 심장이 저릿하게 아파졌다. 이제 거의 끝나간다.
마지막으로 ‘암시’만 걸면 꿈조차 없는 깊은 잠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시선이 마주쳤다. 내 힘이 미로의 마음에 파고들던 그 순간.
‘저울’이 나타났다.
아아. 망했구나. 이 병신같은 호텔이 미로의 ‘축복’까지 구현해줬구나.
보는 즉시 바로 뒤로 물러섰다. 절대 이길 수 없으니까.
—쾅! 퍼어엉!
무언가 – 터지고 폭발하는 소리. 순식간에 식당의 기물이 박살 나며, 인간 따위는 한순간에 으스러트릴 거력이 나를 덮친다. 간신히 주변 기물 사이로 몸을 숨기며 103호를 벗어났다.
언제였더라?
축복의 성소에서 우리가 엘레나의 축복 ‘정의’에 대한 설명을 접했을 때, 승엽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엘레나의 축복에 그토록 많은 제약이 있는 이유. 아마도 ‘밸런스’ 때문일 것으로 추측했지.
승엽아. 미안한데 전혀 아니야.
이 답 없는 호텔은 밸런스 따위 전혀 신경 안 쓰거든.
호텔이 내리는 축복에 제약 따위는 없으며 무한한 가능성만이 존재한다.
제약은 오직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낼 뿐.
엘레나의 축복의 세 가지 제약.
1. 대상은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어야 한다.
2. 엘레나가 악행을 인지해야 한다.
3. 집행이 시작되면 중지할 수 없다.
이것 말고도 ‘정당방위’ 같은 개념이 있을 정도로 ‘법’과 비슷한 논리들.
이상적인 형법은 악행을 저지른 사람에게 적용되며, 처벌에는 증거가 필요하고, 집행자의 제멋대로 처벌 여부가 결정되어선 안 된다.
호텔이 설마하니 인간 세상의 법을 고려해서 축복의 제약을 정했을까? 이런 건 ‘엘레나의 정의관’이 만든 제약일 뿐이다.
다만, 다른 사람이 정의의 축복을 얻었다고 해도 크게 다르진 않았겠지. 어지간한 사람들의 정의관이라는 건 큰 틀에서 공통점이 있기 마련이니까.
정의의 축복에 현실의 법의 특징이 반영된 제약이 생긴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 애초에 법이라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이 공유하는 정의관 때문에 형성된 것이 아니던가.
그런 보편적인 정의관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
예컨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정의’의 축복을 얻는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이나 괴물 심지어 사물도 내가 원하면 벌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내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면 전부 악행이라고 믿는 사람.
처벌하고 말고는 전부 본인 마음대로라고 믿는 사람.
오래전, ‘미로’는 나를 빚어냈고 그 대가로 지성을 잃었다.
그리고 지성을 잃으며 형성된 어린아이 같은 자아가 ‘정의’의 모든 제약을 소멸시켜서 압도적으로 강해졌다!
그 답이 없는 결과물이 지금 손짓 한 번에 모든 것을 부수며 나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삐이익
고장이 난 라디오에서 나는 듯한 소음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너무나 큰 소리 때문에 청력이 맛이 갔구나.
—쾅!
천장에서 폭탄이라도 터진 듯한 충격음이 터져 나왔다.
—끼이이이이이익!
날카로운 기세가 대리석 바닥을 종이처럼 찢어버리며 호텔 복도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사방이 금가기 시작했다.
투웅!
벽이 뜯어지면서 쏟아진 돌이 방금 내 등을 후려쳤다. 오늘은 진짜 고생 많이 하네.
이런 혼란의 와중에도 내가 도망칠 수 있는 이유.
아까 어설프게 걸린 암시의 영향으로 미로는 지금 ‘나’를 찾지 못한다.
그래서 더 황당하다. ‘나’를 인지하지도 못하면서 주변을 전부 파괴하고 있다는 것의 의미.
정의의 힘을 내가 아니라 주변을 대상으로 쓰고 있다는 뜻.
대체 미로의 ‘정의’의 기준은 뭐길래 저런 식의 활용이 가능할까?
내가 짜증이 났는데 감히 내 옆에 복도와 문이 있으니 사악한 복도고, 사악한 문인 건가?
그만 생각하자.
…
10분 정도의 추격전.
이제는 나도 알았다. 진짜로 이제 도망갈 곳이 없다.
날아보기도 하고 뛰어보기도 하고 정신없이 튀었는데, 그 와중에 미로가 정말 호텔을 무너트릴 기세다. 가인이가 예전에 강림을 얻을 때 호텔을 부순 것과 비견될만한 대 파괴.
마음을 비웠다.
정문 옆에 가만히 서서 문 바깥을 내다봤다. 여기저기 보이는 기괴한 형상의 물고기들. 1회차의 호텔은 심해에 있었지.
—따각. 따각.
물고기를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며 암시가 풀린 미로가 나타났다.
“왔네?”
“…”
“아, 나 이제 머리 슬슬 띵하다. 이제 견디기 힘든가 봐.”
“오늘 아리 정말 이상해. 엄마한테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그러게.”
“엄마한테 화났어?”
“글쎄.”
“화났으면 엄마가 미안해. 아깐 엄마도 너무 화나서 막 다 부쉈는데…. 아리가 날 싫어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무서워. 응?”
…
아아. 이 가짜 엄마조차도 날 사랑하는구나. 내가 엄마를 사랑하듯이.
그렇지만, 가짜 엄마.
지금 당신이 날 사랑하는 것 자체가 날 ‘오염’시키기 직전이랍니다.
“하지만 아리도 엄마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지? 앞으로 일주일 동안 아리 머리만 잘라서 들고 다닐 테니까! 아리도 반성해야 해?”
마지막 말은 그냥 듣지 않는 게 나았을 텐데.
가장 슬픈 사실.
내 엄마는 101호의 저주가 오염시켜서 이렇게 된 게 아니라 내가 태어난 후로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
의식이 흐려짐을 느낀다.
/당신은 실패했습니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2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3]
와!
101호에서 탈출하자마자 생각했다.
진짜 너무 쉽잖아? 이걸 몰라서 우리가 예전에 그렇게 고생했구나.
이건 너무 쉬워서 탈출을 못 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눈감고 귀 막고 달리기만 해도 탈출인데 그걸 못한다고?
다들 기쁜 표정으로 나왔겠구나 싶어서 고개를 돌렸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62화에서 ‘첫 번째 시도’라고 적은 것은 실수입니다. 101호의 첫 번째 시도는 6화였죠. 두 번째 시도로 수정합니다.
오늘은 저녁에도 올라갑니다. 독자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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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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