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40)
EP.641 641화 – 승천의 길 (3)
641화 – 승천의 길 (3)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358일 차
현재 위치 : 서울시 영등포구 딜라이트 호텔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 우르릉!
거대한 망치가 딜라이트를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터지는 순간, 실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졌다.
“앗! 주, 주변 색깔이 -”
붉은색, 푸른색, 초록색, 노란색 – 일대의 다채로운 색깔이 모두 사라졌고, 오직 검은색과 흰색의 명암만 남았다.
“… 세상 전체가 흑백 영화가 된 것 같네요.”
동시에 호텔에 가득하던 관리국 직원이 전부 돌처럼 굳었다.
마치, 너희들 ‘따위’는 지금부터의 대화를 들을 자격이 없다는 것처럼.
그리고 –
—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다가왔다.
“…”
눈앞에 있는데,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데, 덩치가 얼마나 큰지도 알 수 없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현실에 오류가 생긴 것 같았다.
“이게 무슨 -”
“누나, 진정하세요.”
달 내부에서 왕자가 비슷한 장난질을 했었지.
당시의 기억 자체는 시간을 돌리며 망각했지만, 상태창 기록을 통해 알아냈다.
“… 저 존재는 우리 눈앞에 있는 게 아닙니다.”
“뭐?”
왕자와 합일하며 저 장난질의 원리를 깨달았다.
두뇌를 컴퓨터에 비유하면, 일부러 불완전한 정보를 주입하는 것.
‘무언가가 여기 있다’는 정보는 얻었는데 ‘외견’, ‘크기’와 같은 정보가 공백인 상황.
다음 순간, 눈앞에 알림창이 깜빡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호텔 파이오니어의 3층 지배인입니다. 고객 여러분의 정보 제공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하강(下降)하였습니다.」
“말투는 친절 -”
“이것도 본인이 직접 하는 말이 아닙니다.”
침착하게 기다리며 심호흡하자 곧 딜라이트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동료들이 모여들었다.
모두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며 ‘3층 지배인’을 주시하자 곧 다음 알림창이 깜빡였다.
「호텔 내규상 3층 관련 정보는 본래 하계에 공개할 수 없습니다. 이는 ‘탐욕의 손’ 등 축복의 힘을 빌린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말은?”
「다만, 여러분은 오랜 세월 하계를 위협한 절망을 처단한 영웅 중의 영웅! 어찌 일반적인 원칙을 적용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단단한 규칙이라 해도 때로는 예외가 있는 법이지요.」
쉽게 말해 본래는 탐욕의 손이든 조언이든 3층 정보를 줄 수 없지만, 우리는 달과 방주의 문제를 해결했으니 그 공을 인정해 친절을 베풀겠다는 이야기다.
대충 상황을 이해한 동료들의 표정이 밝아지려는 시점.
갑자기 이상한 알림이 떴다.
「웃기지 않나요?」
“음?”
「애초에 재앙의 원인은 버러지 같은 지혜의 열등감 때문인데. 무간지옥에 떨어트려 억겁을 벌해도 모자랄 판에 보상이라니, 정말이지 웃기는 이야깁니다.」
“…”
이게 뭔가 싶어 슬쩍 주변을 살폈다.
다른 동료들은 긴장 가득한 분위기로 3층 지배인의 형상만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알림창은 내게만 뜬 모양인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순간, 갑자기 다른 알림이 떴다.
「해탈에 이르지 못한 중생은 본디 끊임없이 악업을 쌓는 법. 기나긴 윤회 속에서 티 없이 깨끗한 자 누가 있으랴!」
“…”
「영겁토록 끊어지지 않을 것 같던 비탄의 사슬을 끊어내었으니, 이는 실로 만생의 공덕이라. 이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금 전엔 버러지 같은 지혜의 열등감을 탓하고, 이번엔 만생의 공덕을 논한다.
손바닥 뒤집듯 태도가 달라지니 도무지 같은 존재 같지 않았다.
혹은, 진짜로 같은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따라서 딱 세 번의 질문을 허락하겠습니다.」
이번 알림은 모두에게 보였다.
그 순간, 상현 형이 떨림을 감추지 못하며 손을 들었다.
“첫 질문을 하겠습니다!”
승엽이나 미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리 등은 형이 성급하다고 생각했는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
거짓말처럼 형의 말이 멈췄다.
놀라서 깜빡이는 눈과 돌처럼 굳은 입을 보니 자의로 멈춘 게 아닌 것 같았다.
「딱 한 번, 내가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두 번은 없으니 명심하시길.」
“치, 친절?”
당황하는 할아버지의 목소리, 놀라서 입을 만지는 상현 형.
질문을 끊었으면서 친절이다?
즉각 상황을 이해하고 동료들에게 손짓했다.
“침착하세요. 그동안 후원자나 NPC에 정보를 얻은 일이 처음이 아니잖아요? 질문 횟수 제한도 있고, 말해줄 수 있는 정보량에도 제한이 있을 겁니다.”
따라서 ‘꼭 필요한 질문’을 해야 한다.
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상현이가 갑자기 입을 열어서 놀랐어.”
“형이 하려고 한 질문은….”
“저 녀석이 보기엔 쓸데없는 질문인 거야. 그래서 기회를 낭비하지 않도록 입을 꿰맨 거지.”
아리가 살짝 눈을 치켜뜨니, 뒤늦게 상황을 이해한 상현 형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가족과 관련한 문제라 침착함을 잃었겠지.
「사특한 마귀 주제에 눈치가 전혀 없진 않구나.」
이번에도 내 눈에만 보이는 알림인데,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리가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첫 질문은 내가 할게. 인원 관련 이상한 점을 묻고 싶은데 어때? 서로 몇 번 한 이야기지?”
모두가 동의하자 아리가 손을 들었다.
“첫 번째 질문! 3층 특성상 전원이 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겠죠? 이래서야 정상적인 진행이 가능할까요?”
— 지이잉…!
마치 대답을 고르는 듯한 기묘한 소리.
곧, 단출한 답이 돌아왔다.
「인원이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이점이 있습니다. 적정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잠깐의 침묵.
아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동료들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 같아? 무슨 밸런스 조절 같은 이야기인가?”
진철 형이 조심스레 중얼거렸다.
“밸런스 조절이라면…. 들어가는 사람 수가 적으면 방이 쉽고, 많으면 방이 어렵다는 건가?”
“그건 이상하지 않아? 방 내용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잖아.”
“음….”
알듯 모를듯하다.
그보다 다음 문장이 더 신경 쓰였다.
“선택의 문제다.”
“가인아?”
“적정 인원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은솔 누나가 눈을 크게 떴다.
“어? 그렇네? 예전처럼 무조건 전원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
“그러면 나머진 뭐해? 밖에서 놀아?”
그럴 리는 없다.
필시 들어가지 않는 사람에게도 역할이 있겠지.
“자세한 내용은 천천히 이야기해 보고, 일단은 다음 질문을 준비합시다.”
“그, 그래!”
담담한 눈으로 상현 형과 승엽이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을 보는 내 태도에서 뭔가 느꼈는지, 은솔 누나가 살짝 끼어들었다.
“음, 상현 씨가 아까 가족에 관해 물어보려고 한 것 아니야?”
“그렇죠.”
입이 묶인 상현 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 저 녀석이 그 질문을 막았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아리가 쓰게 웃었다.
“뭐, 저 녀석은 호텔 직원이잖아. 인간 가족 따위야 아무 의미 없이 느껴지겠 -”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아리가 무슨 말이냐는 듯 나를 보았다.
“저 녀석이 보기에 상현 형의 고민이 의미 없는 건 사실이야. 그런데, 그 이유가 ‘인간 가족 따위는 하찮다.’ 그런 건 아닐 거야.”
배우자와 자녀.
아득한 호텔 직원들이 보기엔 하찮을지 몰라도 우리에겐 아니다.
호텔 역시 이 정도는 알아.
그러니까 ‘꿈’이라는 현실 조작의 힘을 내려 가족 등을 되살릴 수 있게 해준 거야.
“그러면?”
“진짜로 의미 없는 질문이라서야. 상현 형이, 승엽이가 3층에 대해 몰라서 무의미한 걱정을 한다고 보는 거지.”
“…”
상현 형과 승엽이가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본인들이 3층으로 떠나면 현실에 남게 될 가족을 걱정하는 두 동료.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예전에 라이언 레이놀드의 하수인에게 들었잖아?
한번 3층으로 떠난 자들은 현실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돌아올 수 없는 것인지, 돌아올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승천은 어쩌면 지상과의 영원한 이별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두 사람을 3층으로 데려가고 싶으면 그들의 고민을 풀어줘야 한다.
질문을 바꾸자.
두 사람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으면서도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형태!
오래간만에 조언을 쓸 타이밍이다.
「조언 : 3 -> 0」
‘어떤 질문이 적절할 것 같습니까?’
「타이밍을 맞춰서 질문할 것.」
“… 타이밍?”
어떻게 질문해야 하냐고 물었는데, 타이밍을 맞추라는 답이 돌아왔다.
올빼미가 보기에 중요한 건 질문 내용 따위가 아니라 질문 타이밍인 것.
“뭐야? 방금 조언 썼지? 시선이 허공에 멈춰 있 -”
“기다려 봐.”
가볍게 손짓하며 동료들을 진정시킨 채 대기했다.
‘타이밍’이라는 말을 듣자 떠오르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번 썩은 사과는 그 부분을 도려내도 또 썩기 마련. 어린 지혜는 지금이라도 초열지옥에 떨어트려야 한다!」
나를 ‘썩은 사과’라 평하며 지옥에 떨어트리라는 알림창.
이번에도 내게만 보인다.
「영겁 윤회를 거치며 타락한 인격을 씻어냈고, 만생의 공덕을 쌓았으니, 법도에 오를 자격이 있노라….」
「씻어냈다고? 정말? 신성한 태양의 사악을 알면서도 쓰는 마귀라고!」
나를 지탄하는 목소리.
나를 옹호하는 목소리.
나를 지옥에 떨어트리라는 목소리.
나를 극찬하는 목소리.
어렴풋이 느껴진다.
눈앞의 존재는 ‘단말’이며, 건너편에 있는 정체 모를 존재는 하나가 아니다!
그렇다면, 올빼미의 조언은 실로 간단하다.
내게 긍정적인 존재가 ‘마이크’를 잡았을 때 질문할 것!
「찰나의 소악에 불과하니라. 결국은 궁극에 도달할 그릇이라.」
즉각 손을 들었다.
“두 번째 질문입니다! 3층과 현실의 관계를 알고 싶습니다.”
— 지이잉…!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좋은 질문입니다. 상계(上界)와 하계(下界)의 관계란 어떠한가?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아래에서 위로 흐르지 않습니다. 위와 아래의 관계가 이와 같으니, 여러분의 걱정은 실로 무용한 것입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