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44)
EP.645 645화 – 최초의 소원 (1)
645화 – 최초의 소원 (1)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3, 로비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 도착했습니다.
경쾌한 안내음을 들으며 엘리베이터 앞에서 깨어났다.
처음으로 인지한 것은 상태창의 변화.
날짜는 1일 차로 초기화됐고, 현재 위치는 계층 3이라고 나온다.
계층 3이라니!
진짜 3층에 도착했잖아?
마침내 3층에 도착했다는 성취감과 현실로부터 멀어졌다는 아쉬움.
이제부터 새로운 시련의 시작이라는 위기감과 앞으로 벌어질 많은 일에 대한 기대감.
복합적인 감정이 파도처럼 몰아치며 잠시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
이럴 때가 아니야.
마지막에 올빼미가 깨어나는 대로 동료들을 도우라고 했잖아?
동료들은 어디 있지?
상태창의 동료 위치 정보부터 확인했다.
“다 3층에 있다고만 뜨네.”
3층의 정확히 어떤 장소에 있다는 정보까진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엘리베이터 안에 남아있는 게 아닐까?
— 띵!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엘리베이터 내부를 다시 확인했다.
“… 없네. 음?”
동료들은 없었지만, 엘리베이터 계기판이 변화했음을 발견했다.
〚지하〛, 〚1층〛, 〚2층〛
본래는 이렇게 3가지 버튼이 눈에 띄었고, 연결 통로 공사가 끝나며 〚3층 : 천상〛 버튼이 생겨났다.
지금 또 하나가 추가된 상태다.
〚연결 통로 : 하계〛
엘리베이터를 통해 현실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건가?
3층으로 떠난 승천자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라이언의 말이 떠올랐지만, 아직 쉽게 결론 내릴 일은 아니야.
무엇보다 〚연결 통로 : 하계〛 버튼은 불이 들어와 있지 않았다.
누르기 위해선 특정한 조건이 필요한 모양이다.
상황을 살피던 중, 옆에서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 푸드덕!
“너라도 옆에 있어서 다행이네.”
페로가 날갯짓하며 부리로 어딘가를 가리켰는데, 따라오라는 것 같다.
몇 걸음 걷다 보니 주변 풍경이 정말이지 지극히 화려함을 깨달았다.
황금으로 번쩍이는 각종 장식과 고풍스러운 대리석.
천장에는 아름답게 빛나는 샹들리에가 보였고, 신비로운 그림과 무늬가 가득했다.
벽에 붙어있는 안내판에는 3층이 총 세 구역으로 이루어졌음이 적혀 있었다.
⇦ 관측소
⇧ 객실
⇨ ??? – 공사 중입니다.
“관측소? 공사 중입니다?”
뭘 관측하기 위한 장소지?
공사 중입니다는 또 뭐야?
생각한다고 답이 나올 문제는 아니니 일단 넘어가자.
— 삑!
마침, 주변 풍경에 정신 팔리지 말라는 듯 페로가 소리쳤다.
곧, 사람이 내는 소리가 들렸다.
“끄으응….”
재빨리 달려가자 푹신한 소파에 누워있는 동료들이 보였다.
발견하자마자 바로 옆에 있는 송이와 아리부터 흔들었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왜 이러나 싶어 엘레나, 승엽이를 연이어 흔들었으나 똑같았다.
분명 심장도 뛰고 몸도 따뜻한데 왜 반응이 없지?
마도서를 써서 강제로 깨워볼까?
그때, 건너편 소파에서 아까 들은 신음 소리가 다시 들렸다.
“으윽…!”
“할아버지!”
어깨를 잡고 살짝 흔들자 곧 할아버지가 깨어났다.
“어엇! 가인이 너구나? 다른 녀석들은 – 아, 주변에 있네.”
“있긴 한데,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네요. ”
“…”
대답이 없어 할아버지 쪽을 살피니, 인상을 찌푸린 채 생각에 빠져 있었다.
“할아버지?”
“…”
“할아버지!”
“아, 미안하다. 조금 전까지 본 장면을 생각하다 보니….”
조금 전까지 본 장면?
“뭔가 보셨습니까?”
“… 꿈을 꾼 것 같구나.”
“꿈?”
“너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냐?”
“신비로운 장면이라면 봤습니다. 우주공간을 넘어서 -”
말하다가 깨달았다.
내가 본 ‘승천 과정’은 꿈이나 환영이 아니다.
올빼미의 조언이 들려왔고, 실제로 조언 횟수도 소모되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눈, 귀, 코 등에 미미하게 남아있는 통증 역시 그 증거다.
할아버지가 말하는 꿈은 다른 무언가다.
“- 이게 아닌 것 같네요. 꿈이라면 꾸지 않았습니다.”
“으음….”
고민하는 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참가자 한가인, 참가자 김묵성. 3층에 도착하신 것을 축하합니다.」
“… 지배인.”
「본격적으로 시련을 시작하기 전에 동료분들을 깨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할아버지가 즉시 되물었다.
“왜 깨어나지 않지?”
「여러분을 위한 배려입니다.」
“우리를 위한 배려?”
「앞으로의 진행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지요.」
이번엔 내가 반문했다.
“동료들이 잠든 게 앞으로의 진행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그렇습니다.」
“그러면, 나는 왜 꿈을 꾸지 않았어? 내가 본 건 꿈하고 상관없는 것 같은데….”
다음 말은 예상 밖이었다.
「참가자 한가인, 당신은 이미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
직후, 깜빡! 하는 느낌과 함께 지배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할아버지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주변을 돌아보았는데, 지배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게 뭐냐?”
“… 방금의 대화가 마지막 배려였나 보네요.”
“방금 그 말?”
“동료들이 깊은 잠에 빠진 이유를 말해준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진행을 위해 잠들었다는 거죠.”
“…”
“그래서 말인데, 저랑 달리 뭔가 보고 깨어난 할아버지가 제가 알려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을 보셨나요?”
“…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다. 내 아들과 손자의 일이지.”
어렴풋이 들은 바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과거 아들과 손자를 모종의 일로 잃었다고 한다.
그 고통은 오랜 세월 묵성 요원의 내면을 역병처럼 갉아먹었겠지.
할아버지는 잠깐 사이에 식은땀까지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괜찮고말고! 이미…. 이미 지나간 일이다.”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꽤 끔찍한 기억을 떠올린 모양인데, 비명 지르며 죽어가는 아들과 손자의 환영이라도 본 걸까?
그나저나 할아버지가 가족의 죽음과 관련한 꿈을 꾼 것과 앞으로의 진행의 관련성이라….
곧, 할아버지와 내가 비슷한 시점에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가인아, 아무래도 내가 본 환영은…. 최초의 소원과 관련된 것 같구나.”
“같은 생각입니다.”
3층 지배인과 선대 지혜를 통해 알게 된 3층의 테마.
1. 최초의 소원을 되새겨라.
2. 종말 이후 세계.
“아무래도 다들 최초의 소원과 관련된 환영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넌 아무것도 보지 않았구나.”
“…”
“이미 최초의 소원을 이루었으니까.”
“이루었다기보다 내려놓은 쪽에 가깝지요.”
“그렇다면 극복했다고 하자. 지배인 놈도 그리 표현했으니.”
나는 최초의 소원을 극복했다.
다른 동료들은 아직 아니다.
“할아버지가 제일 먼저 깨어난 이유를 알겠군요.”
“널 제외하면 내가 그나마 낫기 때문이지. 소원이 무엇인지 알았고, 이루기도 했으니까.”
“할아버지에겐 정체불명의 알림창도 한 번 떴었죠.”
할아버지가 원 모어 찬스를 쓰자마자 떴던 알림.
「참가자 김묵성. 이것으로 네 모든 갈망이 이루어졌다. 허나, 승천까진 아직 한 걸음 남았구나.」
“‘최초의 소원’이라는 단어 말입니다.”
“그래.”
“우리가 처음 소원이라는 단어를 들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시나요?”
“3층 지배인이 -”
“그 전에 있었죠.”
“아, 선대 지혜 고놈이 말해줬었지?”
“그 전에 말입니다.”
“야 인마! 기억력 좋다고 자랑하냐?”
아차차!
나도 모르게 또 이런 화법을 쓰고 있네.
“으흠! 호텔에 오기 전에 우리가 빈 소원. 이 개념을 처음으로 들은 건 호텔 시네마였죠.”
“기억이 날듯 말듯 하구나.”
“제 말은, 이 개념이 호텔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겁니다. 어쩌면….”
“어쩌면?”
“참가자의 근본적인 본질과 관련된 개념일 수 있죠.”
“…”
“그래서 말인데, 할아버지.”
이쯤에서 할아버지는 내가 하려는 말을 알아챈 것 같았다.
“조금 전에 말하셨죠? 본인의 소원이 무엇인지 깨닫고, 이루기까지 했다고. 알려주실 수 있나요?”
“… 그래. 어려운 일도 아니지.”
“…”
“별것 아니다. 요원임을 숨기고 살아가다가 사랑스러운 여인을 만나 결혼했고, 자식을 낳았어.”
“배우자는 일반인이었습니까?”
“그래.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회귀자란 곧 영혼의 격이 높은 존재를 말하는데, 당연하지만 영혼의 특성은 부모와 자식 간에도 공유할 수 없으니 말이지.”
“그렇겠죠.”
“… 그래서 많은 것을 숨겨야 했다.”
“예컨대, 할아버지가 요원이라는 사실?”
“그래. 관리국이 세운 기업의 직원인 양 행세했지. 직업도 숨기고, 회귀자라는 사실도 숨기고, 세상의 비밀도 숨기고….”
“…”
“정신 차려보니 나와 가족 사이에 거대한 벽이 하나 있더구나. 진실한 소통을 가로막는 벽 말이다.”
진실한 소통을 가로막는 벽.
“점점 멀어졌어. 어느 순간 반쯤 포기했지. 회귀자가 일반인과 혼인한 것부터가 실수였나보다. 그래서….”
“그래서?”
“… 손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몰랐다.”
“네?”
“등잔 밑이 어두웠어…. 떨어져 살며 연락도 끊기니, 손자에게 얼마나 기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상도 못 했단 말이다!”
갑자기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살짝 올라갔다.
고통스러운 과거를 되새기니 당시 겪었던 절망이 다시 덮쳐온 모양이다.
조심스레 할아버지 팔목을 잡으니, 곧 할아버지가 쓰게 웃었다.
“미안하다. 진즉 지나간 일인데도 이러는구나. 내 수행이 모자란 모양이다.”
“어떤 고통은 1,000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죠.”
“어쨌든, 이게 과거의 일이다.”
“…”
가장 중요한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
손자에게 벌어진 기괴한 일은 대체 뭘까?
“덕분에 간절한 소원이 생겼지.”
“최초의 소원 말입니까?”
“아마도. 호텔에 소원을 빌던 순간의 기억은 없긴 한데, 평소 품었던 소원을 빌지 않았겠냐?”
“일리 있군요. 어떤 소원을 비셨습니까?”
“… 가족이 되살아나길 바랐다.”
“…”
“기적이 일어나 다시 한번 가족을 만날 수 있다면, 그때는 나와 가족 사이의 벽을 허물고 싶었다. 그리고….”
“…”
“딱 한 번,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다.”
딱 한 번?
“더 이상의 삶은 됐다. 나는…. 언젠가부터 회귀를 벗어날 수 없는 감옥처럼 여겼으니까.”
“…”
“하하! 말이야 이리 멋들어지게 했다마는, 또 그리 단순하진 않더구나. 막상 회귀자의 운명을 잃는 순간은 어마어마하게 고통스러웠단 말이지.”
“회귀자의 운명을 벗고 싶었지만, 막상 벗는 순간은 두렵고 고통스러웠다는 말이군요.”
“그래. 돌아가고 싶기도 했고. 바보 같지?”
“그럴 리가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원래 다 그렇습니다.”
할아버지는 가족의 부활과 회귀의 끝을 갈망했다.
‘꿈’의 힘으로 현실에 가족을 되살렸고, 원 모어 찬스의 대가로 회귀의 힘을 잃었으니, 소원을 다 이룬 셈이다.
이러니까 「네 모든 갈망이 이루어졌다.」는 알림이 뜬 것.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정말 소원을 ‘전부’ 이룬 걸까?
그랬다면 나처럼 아예 꿈을 꾸지 않고 바로 깨어났을 것 같은데.
남아있는 게 있다.
명시적인 소원은 모두 이루었지만, 할아버지 본인도 미처 떠올리지 못한 미련이 남아있어.
그래서 다른 동료들보다는 먼저 깨어났지만, 나보다는 늦게 깨어난 거야.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래?”
“아무래도 3층 저주의 방은 각자의 소원과 연관이 있는 것 같네요.”
“…”
“그런데, 할아버지도 아시겠지만, 동료 중 상당수는 -”
“본인 소원이 무엇인지도 모르지. 최초의 소원이라는 개념 자체를 생소하게 여기고 있어.”
“- 그래서 지금 꿈을 꾸는 겁니다. 호텔은 이렇게 말하는 중인 거죠. 소원을 이루는 건 둘째 치고, 무엇을 빌었는지라도 깨달아라.”
“그래야 3층을 진행할 수 있다?”
“아마도.”
“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해야 깨어나지? 그냥 기다리면 되나?”
“아닐 겁니다. 올빼미가 깨어나는 대로 동료들을 도우라고 했거든요.”
“뭘 어떻게 하란 게야? 네가 마도서라도 써야 하나?”
“아닙니다.”
마도서는 무슨 정신 회복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또, 특정 개인의 유산이 있어야만 가능한 절차가 있다는 것 자체도 이상하고.
특정한 유산이 아니라 특정한 도구다.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쓸 수 있는 물건이다.
— 펄럭!
“꿈의 왕국!”
“한번 꿈 상태를 봅시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