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47)
EP.648 648화 – 최초의 소원 (4)
648화 – 최초의 소원 (4)
– 김아리
이후의 일은 차마 두 눈 뜨고 보기 힘들었다는 정도로 정리하자.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하면, 딱히 특별한 일도 아니야.
혈기 왕성한 중학생이 또래의 여자아이에게 순수한 마음을 고백했다가 차였다고?
그 정도는 살면서 다들 한 번쯤 겪는 일 아닐까?
“…”
승엽이가 온몸을 덜덜 떨면서 다가가는 모습.
자기가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말까지 더듬는 모습.
마침내 속마음을 털어놓은 후 판사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처럼 바닥만 보던 모습.
이 모든 장면이 모두의 눈앞을 스쳐 갔다.
곧, 판사의 냉엄한 선고가 떨어졌다.
“미안. 나 남자친구 있어.”
안타깝게도 사형선고였다.
“마, 마, 만약에 헤어지면, 다음에는 -”
아 진짜! 승엽아!
뭐라는 거야?
설마 남자친구랑 헤어진 후에 자기랑 사귀어달라고?
머리를 싸매는 순간, 옆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진짜 쫌! 거절하면 포기를 하라고!”
“미로, 너무 크게 소리치지 마.”
아찔한 기분을 느끼며 주변을 돌아보니, 침착한 표정으로 주변을 관찰 중인 가인이 보였다.
“… 참 대단도 하지.”
환영 속에 숨겨진 정보가 있을 수 있으니 합리적인 태도긴 하다.
이 와중에 저러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약간의 시간이 더 흐른 후, 환영 전체가 서서히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호텔이 허락한 부분 같네.
미로가 황당해하며 내게 물었다.
“아리야. 그래서 이 황당한 기억에 뭐가 있던 거야?”
“… 승엽이의 우울한 하루?”
“그, 그게 다야? 진짜 하루 내내 이런 일 겪은 다음에 하늘에 대고 소원이라도 빌었어?”
— 찰랑!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환영이 끝났다.
*
승엽이가 정신을 차리는 순간, 제일 먼저 벌어진 일은 미로의 돌격이었다.
“멍청이! 진짜 개 멍청이!”
“어? 어? 갑자기 왜 -”
“닥쳐!”
미로는 여태 참기 힘들었다는 듯 승엽이의 뒤통수를 연신 때렸다.
승엽이는 크게 당황했지만, 딱히 피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지, 지금 무슨 상황이에요?”
조금 전까지의 일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분위기네.
차라리 이게 다행이긴 해.
“… 승엽아.”
“누나, 지금 대체 -”
“넌 일단 밖으로 나가는 게 좋겠어. 저쪽으로 뛰어들어.”
“예?”
“나가!”
“맞아!”
“미로 너도 좀 나가.”
“어?”
“그냥 좀 나가.”
두 어린애를 내보낸 후, 급격한 피로감을 느끼며 가인에게 다가갔다.
“다음 사람에게 가자. 이제 은솔이, 송이, 엘레나가 남았지?”
“…”
“승엽이도 참…. 설마설마했는데, 정말 이 정도로 황당한 -”
“이상한 점 느끼지 못했어?”
“설마 뭔가 느낀 거야?”
나도 모르게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조금 전까지 본 낯부끄러운 소년의 기억 어딘가에 심상치 않은 비밀이 숨겨져 있던 걸까?
“뭔가 주변 상황이….”
“주변 상황이?”
“굉장히 편의적으로 흘러간다고 느꼈는데.”
“뭐?”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어. 자세한 이야기는 밖에서 하고, 지금은 일단 다음 사람의 꿈부터 보자.”
“그래. 다음은…. 은솔이 꿈이 바로 옆이네.”
*
은솔의 꿈은 사무실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번쩍거리는 대리석 바닥과 고풍스러운 마호가니 탁자.
여기에 가격대가 제법 있어 보이는 그림과 조각이 합쳐지니 그럴듯한 분위기가 나왔다.
과연, 재벌 집 딸의 집무실답네.
은솔이는 정장을 입은 채 집무실 의자에 앉아 창가를 보고 있었는데, 곧 목소리가 들려왔다.
“둘이 같이 들어왔구나?”
다른 사람에게 말했을까 싶어 주변을 살폈지만, 나와 가인이 뿐이다.
은솔이는 이전의 몇몇 동료들처럼 이미 의식을 찾은 상태였던 것.
“누나, 이미 깨어있었네요.”
“뭐…. 그렇지.”
곧, 가인이는 은솔이에게 현 상황을 간략히 설명했다.
“최초의 소원이라.”
“느껴지는 것 있으세요?”
“가끔 징글징글한 가족에게 벗어나고 싶긴 했지. 배부른 소리로 들리겠지만, 가족관계가 그리 순탄치는 않았거든.”
가족에게 벗어나고 싶다 정도로는 ‘축복 – 부귀’와의 연결고리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가인이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재차 질문했다.
“그것뿐인가요?”
“글쎄, 나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 정도 생각은 있었어.”
“으음….”
이번엔 내가 질문했다.
“지금, 이 기억은 어떤 기억이야?”
은솔이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확실히 평범한 하루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 아버님에게.”
“아버님?”
“크게 혼난 날.”
이 말은 좀 의외였다.
그동안 경험한 바에 따르면 은솔이는 제법 유능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은솔이가 누군가를 실망하게 해서 혼난다는 상황 자체가 잘 와닿지 않아.
“그런 기억이면 확실히 특이하긴 하네.”
“누나, 혼난 이유를 기억하시나요?”
은솔은 잠시 침묵한 후, 기묘한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엔 알았어. 아니, 안다고 생각했지.”
가인이가 즉시 반문했다.
“무슨 말입니까?”
“… 어릴 때는, 아버님이 우리에게 많은 걸 기대하신다고 생각했어.”
재벌 회장이라면 자녀들에게 많은 걸 기대해도 그럴 법하다.
훌륭한 유전자를 물려주었고, 풍족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을 테니까.
세계 유수의 명문대 합격, 탁월한 업무능력, 근면 성실한 태도와 원만한 대인관계 등을 모두 요구했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은솔이의 뉘앙스는 조금 달랐다.
“아버님은 항상 우리에게 실망하셨어. 티 내지 않으시려고 했지만, 오래 지켜보니 티가 났지. 우리는 아버지의 눈에 들려고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
“경쟁도 심해졌겠네.”
“그래.”
“지금 생각은 다른 모양이지?”
“…”
잠시 침묵하던 은솔이 침중한 태도로 답했다.
“이거 어차피 환영이라고 했지?”
“맞아.”
“한번 아버님 – 아니, 아버님의 환영을 뵈어야겠어. 너희도 같이 와. 가능하면 두 사람 다 아버님을 유심히 관찰해 줘.”
*
집무실 밖으로 나가니 사방에 대양그룹 임직원들이 가득했다.
모두가 바삐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은솔을 볼 때마다 살짝 고개를 숙이곤 했다.
“상무님,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
“상무님, 요전에 상하이 프로젝트 말입니다 -”
“다음에, 다음에.”
나와 가인이를 인지하는 사람은 은솔이뿐이라 거동에 불편함은 없었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회사 같네.”
“내가 봐도 그래.”
은솔이는 회사 내 엘리베이터 앞에 멈추더니, 대기하던 직원들에게 손짓했다.
“다들 미안한데, 다음 엘리베이터 탔으면 좋겠어.”
“아, 알겠습니다.”
“항상 수고 많으십니다.”
“고마워.”
그때, 가인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보였어?”
“은솔 누나가 갑질 중이다?”
“겨우 이 정도가 무슨 갑질.”
“그런가? 회사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네게도 알레프 시절은 있잖아.”
“생각해 보니 그 시기의 나도 사람을 턱으로 부리긴 했네.”
— 띵!
곧, 은솔이는 혼자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보기엔 혼자라는 의미다.
실제로는 나와 가인이도 같이 탔으니까.
보는 눈이 없어지자 은솔이가 다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16층이 회장 집무실이야. 둘 다 아버님을 주의 깊게 봐줘.”
본인 아버지를 유심히 관찰해달라는 부탁이라….
무슨 의미일까?
— 띵!
“상무님, 오랜만입니다.”
“박 비서, 아버님의 연락을 받고 왔어요. 안에 계시죠?”
“잠깐만 기다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바로 그 순간!
— 찰랑!
이제는 익숙한 소리와 함께 은솔의 환영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벌써?”
“여기서 끝이야?”
“뭔가 더 보여줄 줄 알았는 -”
나와 가인이가 눈살을 찌푸리는 순간 – 은솔이 벼락같이 움직였다.
“급한 용무!”
“어, 어 -”
박 비서라는 노인은 당황하면서도 회장실로 달려드는 은솔을 막진 않았다.
평범한 상무가 아니라 회장의 딸이니 당연한 일!
— 벌컥!
회장실의 문이 활짝 열렸다.
내부에는 진중한 인상의 장년인이 있었는데, 외부의 소란이 불쾌하다는 듯 눈썹을 살짝 일그러트렸다.
“이 무슨 철없는 행동이야? 이 상무, 이곳은 집이 아니라 회사 -”
“봐! 보라고!”
부친의 환영 따위는 무시한 채 돌아선 은솔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내 아버지가 사람으로 보여? 아니면 -”
— 찰랑!
직후, 누군가 스위치를 내린 것처럼 사방이 어두워졌다.
은솔의 꿈이 ‘강제 종료’ 당한 것이다.
*
“…”
“…”
회색빛 안개로 가득한 꿈의 왕국 내부.
은솔은 자신의 꿈 밖으로 나오자마자 우리에게 다시 물었다.
“둘이 보기엔 어땠어? 아버님이 사람으로 보여? 아니면 호, 혹시 회귀자라거나!”
회귀자?
“잠깐, 잠깐, 누나. 아직 잘 모르시는 것 같네요.”
“뭐?”
“환영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은 누나뿐입니다. 저건 누나의 꿈이니까.”
“… 그 말은?”
다음 말은 내가 받았다.
“환영 속 사람들이 우리를 인지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도 환영 속 사람들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해.”
“…”
“굳이 비유하자면 실감 나는 영화 정도?”
“그러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어?”
“응. 그냥 위엄있는 분위기의 60대 동양인 남성이라고만 느꼈어. 네가 말하는 신비로운 무언가는 환영만 보아서는 알 수 없어.”
“가인이도?”
“네.”
은솔이는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설명을 시작하려고 했다.
“내가 왜 아버님을 관찰하라고 했냐면 -”
“그 이야기는 나가서 하죠.”
“어?”
“아직 남은 사람들이 있거든요. 어차피 밖에서 한번 긴 대화를 할 것 같네요.”
“은솔이 넌 나가서 기억을 차근차근 정리해 봐. 그래야 대화하기 쉬울 테니까.”
남은 사람은 단 두 명, 송이와 엘레나다.
“송이부터 들어가자. 더 가깝네.”
*
송이의 꿈은 평범한 가정집에서 진행 중이었다.
“언뜻 봐선 특별한 무언가가 없네.”
“상황만 보면 제일 평범한 꿈 같아. 공간적 배경은 일반 가정집, 시간적 배경은 밤인가?”
“배경이 가정집인 건 승엽이도 마찬가지였어.”
“시작하자마자 게임 소리 들린 거 까먹었어? 거기야말로 제일 미친 꿈이었다고!”
가인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주변을 살폈고, 곧 송이를 발견했다.
“이야…! 어린 시절의 꿈인가 본데?”
“그러게. 8살도 안 되어 보이네.”
내 눈에는 7살 정도로 보였다.
그때, 어린 송이가 우리 쪽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어? 어? 어….”
“깨어나려나 보네.”
“그러게.”
“앗! 앗!”
동료 중 몇 명은 깨어나지 못하고, 몇 명은 마치 자각몽이라도 되는 것처럼 깨어난다.
여기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어쨌든, 송이는 곧 정신을 차렸다.
“뭐야…? 이거 대체 무슨 상황이에요?”
“설명해 줄게.”
곧, 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초의 소원? 신기한 이야기네요.”
“떠오르는 것 있어? 오늘이 특별한 날이었다거나?”
“어…. 모르겠어요.”
“모르겠다고?”
“오빠, 절 보세요. 기껏해야 여섯 살 혹은 일곱 살 아니에요?”
“그렇네. 그래서 엄청 귀여워.”
그 말에 송이는 재밌다는 듯 으쓱했다.
“고등학생 송이는 귀엽지 않고 어린 모습만 귀엽다?”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농담이에요. 어쨌든, 너무 어릴 때 일이잖아요. 기억날 리가 없죠.”
“그렇네.”
하기야 평범한 사람이 7살 때 일을 생생히 기억하긴 어렵다.
그렇다 해도 뭔가 알아내긴 해야겠다 싶어 질문했다.
“지금 네 부모님은 어디 있어?”
“아빠는 꽤 큰 병원의 수의사셨어. 늦은 시간까지 바쁘셨지.”
“엄마는?”
“비슷해. 그래서 어린 시절의 난 지금처럼 집에 외롭게 남아있곤 했지….”
“…”
“생각해 보니 부모님도 참 너무하셨네. 미국이었으면 이런 거 아동 학대 아니야?”
툴툴거리는 송이를 보고 있으니 되게 어색했다.
몸은 어려졌는데, 태도와 언동만 성인으로 변한 상태라 거기서 오는 위화감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주변을 살피던 가인이가 말했다.
“집에 동물이 많네? 새장?”
“아빠가 동물을 좋아하셨거든요. 나도 그렇고!”
“하긴, 수의사니까.”
“엄마도 좋아하셨어요. 맨날 싸우시는 부모님의 몇 안 되는 공통 관심사였죠.”
자연스레 튀어나오는 부모님 불화에 관한 이야기.
107호를 진행할 당시의 송이는 이 기억을 꽤 고통스럽게 말하곤 했지.
지금은?
적어도 겉으론 태연해 보인다.
이럴 때는 쓸데없이 위로하기보단 못 들은 체하는 게 나아.
“해피! 해피! 이리 와! 와아! 오랜만이야.”
곧, 인형처럼 작고 하얀 말티즈 한 마리가 어린 송이 옆에 붙어 재롱떨기 시작했다.
인형 같은 강아지가 어린 송이와 노는 모습은 꽤 귀여웠는데, 순간 카메라가 없어서 아쉬울 정도였다.
그야말로 그림같이 귀여운 모습.
그래서 이상했다.
정말 아무 일 없는 일곱 살 송이의 평범한 하루라면, 호텔이 보여줄 이유가 없으니까.
“송이야, 정말 뭔가 더 없어?”
“진짜 모르겠는데….”
“오늘에 대한 기억이 없다면, 이 시기의 전반적인 기억이라도 좋아.”
“전반적인 기억?”
말티즈를 껴안고 있던 소녀는 그제야 무언가 깨달은 듯,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음…. 이건 쪼금 부끄러운 이야기인데요.”
“장담하는데 네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별것 아닐 거야.”
“예?”
“이미 온갖 걸 다 봤어. 그니까 신경 쓰지 말고 이야기해.”
“… 오빠, 비밀 친구라는 단어 들어보셨어요?”
“마니또?”
“학교에서 하는 웃기는 이벤트 말고요. 그, 어린애들은 가끔 존재하지 않는 친구를 있다고 하잖아요.”
어린아이들이 애착 인형이나 장난감을 친구처럼 대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이에 대한 다양한 아동심리학 및 교육학적 분석이 있겠지만, 보통은 외로운 아이들에게 자주 생기는 증상이라고 들었다.
“너도 그랬어?”
“에헷! 어렸으니까요. 반려동물을 친구라고 말하고 다녔죠.”
“인형도 아니고 개나 고양이면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아?”
“어, 음….”
“말해봐.”
“그냥 친구라고 말한 정도가 아니라, 개나 고양이가 사람 말을 할 줄 안다고 말하고 다녔어요.”
“아?”
“나랑 둘이 있을 땐 사람 말을 한다고 우기곤 했죠. 아빠나 어른들은 그냥 웃어넘겼지만, 학교에선 다른 애들이 놀리기도 하고…. 환청이었겠지만요.”
어린 시절의 송이는 동물을 진짜 사람처럼 여긴 모양이다.
가인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진짜 뭐 더 없을까?”
“글쎄….”
동물들이 내는 소음밖에 들리지 않는 가정집.
별다른 소득 없이 시간은 바람처럼 흘렀다.
가인이와 나는 다소 초조했지만, 송이는 별생각 없는 표정으로 말티즈 한 마리를 껴안고 놀고 있었다.
—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모든 사람이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개?”
“어머! 솜이! 오래전이라 솜이가 있는 걸 잊었네!”
“솜이?”
“골든 리트리버. 어릴 때 길렀는데, 내가 초등학생일 때 죽었어.”
거동이 불편한 늙은 개 한 마리가 휘적거리며 어린 송이에게 다가온다.
오래전에 이별한 개를 보니 반가움과 슬픔을 느꼈는지, 송이의 눈에는 살짝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
“솜이야! 오랜만이야. 환영이긴 해도 정말 반갑 -”
바로 그 순간.
– 송이야
“어?”
– 송이야
“…”
개의 입에서 사람 말이 튀어나왔다.
– 무서워
– 아파
– 괴로워
“…”
– 날
– 이곳에서
– 꺼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