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49)
EP.650 650화 – 회의, 탐색 (1)
650화 – 회의, 탐색 (1)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3, 로비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최초의 소원’과 관련한 모든 동료의 꿈이 끝났다.
3층 로비에 돌아오자 푹신한 소파 여기저기 앉아 있는 동료들이 보였다.
과자와 음료수가 널려있는 걸 보니, 먹을 것에 관대한 호텔 특유의 배려는 여전한 모양이다.
그새 은솔 누나가 HP 마켓에 주문했는지, 화이트보드와 사인펜 등도 보였다.
“오빠, 이제 다 끝났어요?”
“고생했어!”
몇몇 동료는 가볍게 손 정도는 흔들었지만, 꽤 여럿은 내가 돌아온 줄도 모르고 사색에 잠겨 있었다.
대화보다는 각자의 기억, 각자의 소원에 집중하느라 정신없는 모양새.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대리석 기둥에 살짝 기대려는 시점.
— 삐빅!
모두의 앞에 호텔 알림창이 나타났다.
첫 문장을 보니 환영인사였다.
“환영 인사가 왜 이리 늦어?”
“처음엔 저랑 할아버지 둘만 깨어있었죠.”
“아, 그래서 지금 뜨는구나? 다 깨어났으니.”
*
「참가자 한가인, 호텔 파이오니어로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릇, 호텔 파이오니어란 어떤 장소입니까?
고객 여러분에 대한 친절과 배려,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한 우주 최고의 호텔 아니겠습니까?
물론, 호텔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이라면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폭력적인 투숙객들의 거친 행동, 무료한 참가자들을 위한 이벤트의 위험성, 정체불명의 감시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떠돌지요.
전부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합니다.
호텔 내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파이오니어 역사상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종종 실력이 부족한 참가자들이 냉장고에 갇혔을 뿐이지요.
이런 헛소문들로 인해 꽤 많은 참가자는 일단 탈출하시면 돌아오시지 않습니다.
참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진실로 깨달았다면, 답은 호텔 밖이 아니라 안에 있음을 알아야 할 텐데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당신’은 훌륭합니다!
3층에서 당신은 새로운 도전과 신비로운 비밀, 더 없이 가치 있는 보상을 얻을 것입니다.
물론, 당신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다면 말이지요.
우리는 당신이 파이오니어에 처음 도착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그때의 당신은 지금의 당신과 다릅니다.
만일 당신이 호텔의 끝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 순간의 당신 역시 지금의 당신과 다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참가자 한가인, 호텔 파이오니어로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추신 : 내일부터 일정을 시작하겠습니다.」
*
알림창이 사라진 후, 동료들이 잠시 말문을 잃었다.
내 알림창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 것도 슬쩍 확인했는데, 이름만 다르고 내용은 똑같았다.
모두에게 황당한 소리로 가득한 알림창이 나왔다는 말이다.
참지 못하고 은솔 누나가 입을 열었다.
“우주 최고의 호텔 어쩌고는 그렇다 치고…. 악의적인 소문이라니? 전부 진짜잖아!”
미로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 자체 조사 결과 사망자가 없다는 게 무슨 말이야? 난 죽었다가 살아났는데?”
아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그래서 밑에 적었잖아. 호텔이 보기엔 미로 넌 죽은 게 아니라 실력이 부족해서 잠깐 ‘냉장고’에 갇혔을 뿐이야.”
“내, 냉장고라면 한빙지옥?”
“그렇지.”
“말도 안 돼! 애초에 날 깨우는 데 부활 티켓이 쓰였잖아!”
“뭐, 호텔 특유의 농담이겠지.”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꾹 참으며 입을 열었다.
“별 의미 없는 말 치우고 보면, 본문보다 추신이 핵심 같네요.”
송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부터 일정을 시작하겠다!’ 역시 이게 핵심이죠. 어떻게 들려요?”
할아버지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답했다.
“내일부터 저주의 방 들어가란 소리지. 오늘까지는 뭐, 봐줄 모양이고.”
호텔의 여러 규칙 중 가장 중요한 것.
참가자는 원칙적으로 매일 저주의 방, 미션의 방, 관문의 방 등에 들어가야 한다.
쉬어도 되는 날은 파티타임이나 종종 불규칙적으로 주어지는 휴식일 뿐이다.
“지금 몇 시지? 시간이 – 아, 벽에 시계 있네. 점심 근처구나?”
“내일이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있네요.”
“그러면 오늘 남은 시간은 어떻게 보낼까?”
할아버지의 말에 은솔 누나가 간단히 답했다.
“회의부터 해야죠. 각자 최초의 소원과 관련한 꿈을 꿨죠? 그 내용이 필시 저주의 방과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것도 맞는데, 탐색도 좀 해야 하지 않겠냐? 이상한 장소가 여럿 있던데.”
“할아버님, 오랜만에 호텔에 돌아와서 잊으신 것 같은데, 탐색은 본래 가인이 조언 없을 땐 하지 않았잖아요?”
“으음…. 그 말도 맞구나.”
호텔 탐색은 상상 이상으로 위험한 일이며, 급작스럽게 노출되면 숨 한번 쉬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과거의 예시를 들면, 괴물 원숭이가 나오는 이벤트가 끝나지 않았는데 지하에 가려다가 경고가 뜬 적이 있지.
또, 2층에 도착하며 개방된 ‘거울의 방’ 역시 위험으로 가득한 장소다.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아리야, 축복은 써봤어?”
아리의 축복, 비밀은 호텔의 신비한 장소를 찾는 데 유용하다.
아리는 말 없이 로비에 놓인 화이트보드에 끄적였다.
1. 3층의 숨겨진 NPC : ???, ???
2. 3층의 숨겨진 방 : ???, ???
“아래층과 똑같아. 숨겨진 방 두 개, 숨겨진 NPC 두 명.”
“찾아야 할 게 꽤 있긴 하네. 아시다시피 조언 횟수는 매일 자정에 회복됩니다. 자정에 한번 간단한 구조만 알아봅시다.”
숨겨진 NPC나 방은 차근차근 찾는다 쳐도, 3층의 기본 구조 정도는 빨리 알아내야 할 것 같았다.
“자정에? 하긴, 그게 낫겠구나.”
최소한의 탐색을 내일 오전까지 미루는 건 좋지 않아.
호텔 특성상, 저주의 방에 들어가야 하는 날에 탐색이나 하고 있으면 이상한 이벤트를 열곤 하기 때문이다.
3층 기본 구조 관련 내용을 화이트보드에 적었다.
“로비에서 막 깨어난 분들은 보지 못했을 텐데, 이런 안내판이 있습니다.”
⇦ 관측소
⇧ 객실
⇨ ??? – 공사 중입니다.
상현 형이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관측소? 뭘 관측하기 위한 장소인지 궁금하군요. 물음표는 아직 접근할 수 없는 구역일 것 같고.”
“차근차근 알아봐야겠죠.”
탐색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후, 자연스레 소원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오늘 저녁까진 각자의 소원에 관해 이야기해 봅시다. 정황상 최초의 소원이 3층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는 모양이니까.”
은솔 누나가 거들었다.
“그래, 소원 이야기부터 하자. 기억이 생생할 때 하는 게 좋아.”
동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아리에게 향했다.
“나부터?”
“소원을 확인한 순서대로 말하는 게 좋지 않겠어?”
“맞는 말이긴 한데…. 할 말이 별로 없네.”
아리는 기억나는 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소원부터 이야기할게. 나는 요원 일을 하면서 신비롭고 아득한 정보를 수없이 접했어.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각했지. 만상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다. 혹은, 세상의 모든 비밀을 알고 싶다.
아리의 최초의 소원 : 세상의 모든 비밀을 알고 싶다.
“관련 기억의 배경은 ‘은하수를 가로지르며 끝없이 달리는 성간열차’야. 관리국에선 줄여서 ‘은하수 열차’라고들 불렀지.”
은솔 누나가 화이트보드에 ‘아리 : 은하수 열차’라고 적었다.
“열차는 주기적으로 지구 여기저기 출몰하고, 실존하는 열차나 지하철을 대체하는 식으로 나타나. 평범한 열차인 줄 알고 탑승한 사람들을 납치해서 홀연히 사라지지.”
여기서 누나가 질문했다.
“홀연히 사라지는 데 은하수를 달린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추적 장치?”
“비슷해. 관련 사건이 반복되자 열차가 나타날 만한 장소를 추린 후, 요원 여럿을 투입했거든. 그중 하나가 나였어.”
“그리고?”
“이후, 특수한 수단 – 됐다, 너희도 아는 사람이니 그냥 말할게. 천리안의 도움을 받아 알아냈어.”
“아, 천리안으로 요원을 추적해서 열차가 우주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구나?”
“그래.”
라이언의 동료 중 천리안의 주인, ‘진여화’라는 참가자가 있었지.
도움을 받을 당시엔 관리국도 진여화와 연락할 수 있던 모양이네.
하긴, 진여화는 한때 침묵하는 자와 결혼했으니 그 시기엔 사실상 관리국 소속이었겠지.
“다른 정보는? 열차에 직접 탔다며.”
“이게 다야. 현실에 돌아왔을 때는 열차 내의 기억을 전부 잃었거든.”
“…”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누군가와 싸운 것 같았어.”
여기서 대화가 막혔다.
아리가 더 이상의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 사람으로 넘어갑시다. 진철 형?”
“어, 음…. 미안하다. 나는 아리보다도 아는 게 없어.”
말마따나 진철 형은 정말 아는 게 없었다.
몇 번의 패배가 쌓인 후, 체육관 근처에서 우울한 기분으로 서성거리다 소주 한잔했다는 게 전부였다.
“뭔가 초자연적인 요소가 있지 않았을까요?”
“그러게.”
“…”
“미안하다.”
“아니죠. 오히려 저랑 아리 실수 같기도 하네요.”
아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진철이 꿈이 나 바로 다음 꿈이라 나랑 가인이에게 요령이 부족했어.”
마지막 꿈이었던 엘레나 때와 비교해 보면, 그때는 둘 다 열심히 주변을 관찰하다가 엘레나를 방에 집어넣고 TV의 이상성을 찾아냈지.
진철 형 순서 때는 아직 요령이 부족해서 그런 적극적인 탐색을 하지 못했다.
차진철 : 체육관. 추가 정보 없음.
“별수 없네. 다음 차례로 가자.”
상현 형 순서가 되자마자 아리가 눈을 빛냈다.
“파이오니어에서 빈 소원은 다 아는 이야기니까 넘기자.”
“그럽시다. 나도 소파에 앉아서 외계 행성 관련 기억만 열심히 뒤졌으니….”
“상현이 최초의 소원 배경 말이야, 절대 지구가 아니었어.”
“내가 봐도 그렇습니다.”
“달도 아니고, 화성도 아니야.”
“그렇죠. 정체불명의 외행성입니다. 태양계도 아닐 겁니다.”
“그게 말이 돼? 내 말은, 인류의 우주 개척 기술 수준으로는 절대 태양계 밖으로 못 나가.”
“… 그렇지요.”
상현 형과 아리가 잠시 침묵하는 사이 생각했다.
사실, 저주의 방에서 알아낸 바에 따르면 조금 다르다.
태양계 밖으로 나가는 정도는 기본이고 머나먼 외행성을 개척한 인류 문명도 있었기 때문이다.
203호의 인류를 말한다.
그 루프가 대체 언제였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
영혼 결집의 비밀을 알아냈던 태고 문명?
혹은 그 이전에 존재했던 루프?
태고 문명과 현재 루프 사이에 존재했던 수많은 루프 중 잊힌 시점인가?
생각하다 보니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시공간을 초월한 호텔 특성상 미래의 루프일 가능성도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쯤 되자 더 생각하는 게 의미가 없어서 그만두었다.
“아리 양, 이번엔 내가 묻겠습니다. 혹시 관리국이라면 외행성 개척이 가능합니까?”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해.”
“그 말은, 과학기술 말고 다른 수단을 쓰면 가능하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멀리 갈 것 없이 내 소원에 나왔던 ‘은하수 열차’를 생각해 봐. 이상 현상 중에선 지구 밖, 우주를 떠도는 것들도 꽤 있어.”
“허….”
“그런 현상을 이용하면, 외행성에 사람을 보내는 것도 아주 불가능하진 않지.”
“이해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야. 내가 아는 한, 인류의 과학기술로는 널 외행성에 보낼 수가 없어.”
“내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물론, 상현이 네가 온 루프가 상상을 초월하는 우주 문명일 수도 -”
예컨대 203호처럼.
“아닙니다. 여러분이 아는 21세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야.”
“…”
“널 외행성에 보낸 집단은 관리국 혹은 유사 조직이야.”
“내가 정체불명의 혼돈 재해에 휩쓸렸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기억 속의 넌 우주복을 입고 있었잖아?”
“…”
“길 가다가 우연히 혼돈 재해에 휩쓸렸는데, ‘마침’ 우주복을 입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는 이야기일까.”
“맞는 말이군요.”
이 시점에서 모두가 아리의 말을 이해했다.
김상현을 우주복 입혀서 외행성에 보낼 수 있는 조직은 관리국 혹은 유사 조직뿐이라는 것.
누나가 조심스레 중얼거렸다.
“아리 넌 전혀 몰라? 침묵하는 자였으니까….”
“전혀 모르겠어. 그래서 희한해. 뭐, 관리국 특성상 과거 루프의 정보는 불확실하긴 하지.”
세 가지 의문.
1. 과거의 김상현이 있던 외행성은 어디인가?
2. 그곳에서 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그토록 절망에 빠졌는가?
3. 어떤 조직 혹은 집단이 상현 형을 외행성에 보냈는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