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5)
64화 – 101호, 저주의 방 – ‘기묘한 가족’ Re (2)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2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3]
“그러니까 무려 4명이나 탈출에 실패했다는 거네.”
“은솔 누나, 엘레나 양, 아리, 묵성 할아버지까지 전부 탈출에 실패하셨군요.”
“면목이 없네.”
“다들 죄송해요.”
“음. 일단 나도 미안. 사과는 서로 이쯤 하고, 작전을 빨리 다시 짜자.”
“꽤 심각한 상황일세. 우리가 최초에 세웠던 계획은 첫 시도로 각자의 탈출 난이도를 파악한 후, 다음부터는 탈출이 가장 쉬운 1명은 무조건 탈출만 하면서 팀의 안전을 확보하고, 나머지 7명이 진행해서 해결하는 것이었지.
그런데, 무려 4명이 진행에 실패한 상황. 이래서는 정상적인 해결이 불가능해.
다행인 점도 있네. 일단 나는 다음 시도때는 문제없으리라 장담하네. 똑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을걸세.”
“우선, 제가 실패한 사람들의 상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은솔 : 집이 너무 크고, 사람이 많아서 사람을 피해서 탈출하기 어려움.
2. 엘레나 : 집이 너무 작아서 시작과 동시에 가족과 같은 공간에서 시작.
3. 묵성 : 죽은 가족이 부활한 것을 보고 당황함.
4. 아리 : 시작 장소가 1회차 호텔이라 물리적 탈출 불가능.
이 정도 맞습니까?”
다들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정리하다가 느꼈지만 황당한 이유가 많다. 집이 너무 커서 탈출을 못 한다는 가능성은 상상도 못 했다. 시작점이 호텔이라는 것도 황당한 이야기고.
다른 사람의 사유는 이해했는데, 아리의 사유가 약간 의아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리는 전투력이 강하니까 가족을 그냥 제압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아리야?”
“응?”
“물리적으로 호텔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건 알겠는데, 네 말대로면 가족이 ‘어머님’ 한 분만 나타난 것 아니야?”
“맞아.”
“그러면 상황 자체는 진철 형하고 비슷한데. 그냥 다음 시도 때는 어머님을 ‘제압’하는 게 어때? 진철 형은 실제로 시작과 동시에 어머니를 주먹으로 패서 한방에 무력화해서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탈출했다는데.”
“가인아! 너 그 말이 좀 이상하다. 어머니를 주먹으로 팼다니. 마치 내가 천하의 개 쌍놈 같잖아. 어머니가 아니고, 어머니를 흉내내는 가짜를 팬 거지.”
“…”
“?”
“미안. 내 엄마는 좀 강해. 그냥 나는 진행 못할 것 같아. 무슨 수를 써도 엄마를 이길 방법도 없고, 엄마가 접근하는 걸 막을 방법도 없어.”
…
무슨 상황일까.
아리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이렇게 ‘절대 못 이긴다’라고 단언할 정도라면….
대체 그 엄마는 뭐 하는 사람인가. 사람이 맞긴 할까?
“자! 아리는 그렇다 치고, 나머지 사람 정리해보자. 우선 어르신? 어르신은 다음부터는 진행 가능하신 거죠?”
“똑같은 실수를 두 번 할 일은 절대 없다고 장담하네.”
“그러면, 어르신은 단순 실수였으니까, 다음 시도부터는 진행 가능한 거로 칩시다. 반대로 아리는 절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거지?”
“죄송해요. 절대로 불가능.”
“어쩔 수 없지. 그러면 나랑 엘레나 문제네.”
“허 참, 기이한 상황이군요. 누님은 집이 너무 커서 문제고, 엘레나 양은 집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문제고.”
은솔 누나와 엘레나가 모두 조용해졌다. 우리도 다 같이 말을 멈춘 채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3명이나 진행할 수 없는 상태로는 인원이 너무 빡빡한 상황. 1명은 무조건 탈출만 하기로 했는데 거기에 더해 3명이나 진행을 못 하면, 4명이 진행해야 한다.
5분 정도 지나고 은솔 누나가 입을 열었다.
“진짜 미안하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어. 나는 진철이처럼 가족들을 펀치 한 방으로 제압할 수도 없고, 피해서 나가기엔 사람도 많고 집도 커.”
“저는 은솔 언니보다는 해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니까, 딱 한 5초? 5초만 시간을 벌면 나갈 수 있어요. 집이 작아서.”
“시작하자마자 ‘기묘한 가족’이 붙어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5초를 버틸까의 문제네요.”
“아!”
“송이야?”
“엘레나 언니. 아예 시각, 청각 다 차단된 상태로도 집 밖으로 나갈 수 있어요?”
“집 구조 정도는 전부 외웠답니다. 집이 작아서.”
… 왠지 엘레나는 아까부터 ‘집이 작아서’라고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예전에 진철 오빠에게 해줬던 것처럼, 제가 진입 직전에 언니 감각을 다 차단하면 어떨까요?
단순히 눈감고 귀 막는 것보다 효과가 훨씬 좋으니까 바로 ‘기묘한 가족’ 바로 옆에서도 정신을 보호할 수 있을 거예요. 10분 정도는 유지되니까 그 시간 내에 탈출하면 될 텐데.”
“제가 그런 식으로 나간다 치면, 송이가 위험한 것 아니에요? 팔찌는 한 번에 한 명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한 것 같은데. 저에게 팔찌를 써버리면, 정작 송이는 팔찌의 ‘쿨타임’이 돌아올 때까지 본인을 보호하지 못하잖아요?”
“전 언니랑 달리 그냥 제 방에서 시작해요. 그냥 한 30분이나 1시간 정도 혼자 문 잠그고 방에서 쉬다가 팔찌가 회복된 후에 나가면 될 거예요.”
“송이야. 그 방법을 혹시 은솔 누나에게도 써줄 수 있어?”
“팔찌는 한 번에 한 명에게만 사용할 수 있어요.”
“그러면 그냥 엘레나에게 쓰도록 해. 미안하지만, 난 시각 청각 차단한 상태로는 탈출을 못 해. 집이 너무 크거든.”
누나로부터 노트와 펜을 받아서 정리해봤다.
1. 탈출 팀 : 박승엽
2. 진행 팀 : 한가인, 유송이, 차진철, 김묵성, 엘레나
3. 포기 팀 : 이은솔, 김아리
이 정도인가?
진행이 도저히 불가능한 두 명, 탈출 전담 한 명 빼고 다섯 명이 진행하는 것. 다섯 명 정도면 그럭저럭 해볼 만한 것 같다. 어차피 더 늘릴 수도 없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다들 노트를 살펴보다가, 툴툴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포기 팀’이라니 너무하네. 이런 건 무슨 팀도 아니잖아. 차라리 누나 이름 빼줘.”
“가인이는 무슨 조별 과제 범인 목록 적는 것처럼 나랑 언니 이름 적었네.”
“… 그냥 혼자 보려고 정리한 겁니다.”
“흠, 그래도 잘 정리한 느낌이구먼. 혹시나 해서 묻겠는데, 승엽 군?”
“네!”
“확실히 탈출할 수 있는 건가? 자네는 시작하자마자 탈출해서 우리의 생존을 확보하는 역할이니, 가장 중요한 역할이네. 자네가 실패하면 우리가 다 죽을 수도 있거든.”
“진짜 100%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까도 10분 만에 나왔어요. 제 부모님은 평소에도 제 방에 자주 안 들어오세요. 그냥 바로 창문으로 뛰어서 차 위로 떨어진 다음에 달리면 끝나요.”
“믿음직하구먼. 든든하네. 자네만 믿겠네.”
이렇게 칭찬과 기대를 받은 적이 많지 않아서일까. 승엽이의 얼굴이 또 붉어졌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언뜻 보면 해결을 위해 진행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해 보이지만, 그 모든 시도는 ‘탈출’이라는 생존의 보장이 깔려있어서 가능한 것. 1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탈출 담당이 틀림없다.
“저기, 그런데 제가 좀 이상한 걸 봤어요.”
“뭔데? 승엽아. 말해봐.”
“…”
“말 할 것처럼 하더니 갑자기 왜 그래?”
“절대 오해하진 마시고요. 제가 절대 게임을 하려고 한 건 아니고 진짜 너무 오랜만에 인터넷을 접속했거든요.”
“그냥 시원시원하게 이야기해라. 나 롤 한판 했다. 꼽냐? 어차피 탈출 잘했으면 그만이니 뭐라 할 사람 없다.”
“아니 진철 형! 진짜 롤 하지 않았다니까요. 그냥 인터넷만 봤는데 모든 것이 너무 이상했어요.”
“인터넷이 이상하다?”
“먹방 프로에선 이상한 벌레를 먹고 있고, 야구 경기에선 배트로 사람을 맞추고 있고. 드라마에선 사람들이 갑자기 칼 들고 싸우고. 한 1분 정도 봤는데 더 보면 머리 이상해질 것 같아서 끄고 나왔어요.”
“그러면 저도 느낀 점 하나 말해볼까요?”
“송이도 뭘 느꼈어?”
“다들 아시다시피, 제 ‘친화’가 강화된 후로 좀 더 능동적으로 쓸 수 있게 됐거든요. 의사를 전달한다든가, 대상의 감정을 느낀다든가. 감정교류를 섬세하게 할 수 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집에서 가족이나 동물들을 상대로 친화를 시도해봤어요. 결론은 완전 실패. 능력이 전혀 안 먹히고, 아예 반응이 없어요. 이게 어떤 의미인 것 같으세요?”
“으음. 한가지 가설이 떠오르긴 했네.”
“할아버지 생각은 어떠세요?”
“송이 양의 능력은 ‘혼돈체’에게 통하는 능력이 아닌가. ‘기묘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적어도 무대 내의 기준으로는 ‘혼돈체’가 아닌 단순한 인간이고 동물이라면 능력이 통하지 않음이 당연하지.”
“기묘한 가족의 구성원들도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저주에 당했을 뿐이다?”
“우리가 받은 힌트도 그걸 암시하지 않나. 저주의 근원은 가족이 아니라는 거지.”
대화를 듣다가 약간 부끄러워졌다.
무작정 탈출만 하느라 어떤 근거도 얻어내지 못한 나와 달리, 승엽이와 송이는 탈출하면서도 뭔가 하나씩 알아냈다. 나도 뭔가 좀 하는 게 좋았을까?
다음 시도 때는 적극적으로 기여해야지.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다시 정리해보자.
승엽이와 송이가 얻어낸 두 가지 근거.
1. 인터넷이 이상하다.
2. 가족은 평범한 인간인 것 같다.
이걸 합치자 모두의 머릿속에 한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설마 저주의 근원은 ‘인터넷’인 겁니까?”
“가족들은 단순히 인터넷을 써서 저주에 당한 건가? 동물들은 그 가족에 의해 전염되고?”
“확실한 것은 없지. 다만, 이제부터 진행팀은 인터넷과 관련된 문제를 살펴보는 게 좋을 듯하군.”
30분 정도의 회의 끝에 대략적인 상황정리와 목표 설정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정리한 내용을 모두가 볼 수 있게 테이블에 붙인 채로 회의를 끝냈다.
1. 탈출 팀 : 박승엽
2. 진행 팀 : 한가인, 엘레나, 김묵성, 차진철, 유송이
3. 휴식 팀 : 이은솔, 김아리
진행 팀 목표 : 저주의 근원 탐색. 인터넷의 이상성 중심으로 살필 것.
이제 다시 들어가면 될 것 같다.
“… 가인아. 그냥 누나 이름 지우라니까.”
“꼭 조별 과제 참여 안 하는 사람을 교수님께 일러야 하는 스타일이네~”
*
세 번째 시도
*
– 한가인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2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1호(저주의 방 – 기묘한 가족)
현자의 조언 : 3]
익숙한 감각으로 시작과 동시에 필터를 둘러썼다. 직후에 내 방에 있는 컴퓨터를 켰다.
참, 가족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끔 조치는 취해야겠지.
“엄마!”
“가인아?”
목소리를 듣자마자 상태창을 덮었는데도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하다.
“저 수강 신청 해야 하니까 방해하지 마세요!”
대충 날짜는 2월 언저리 같으니까, 신학기 수강 신청 중이라고 우기면 되겠지.
말이 통했는지 발소리가 방에서 멀어졌다.
컴퓨터를 켜고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한 지 1분.
승엽이가 한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정말이지 인터넷 세상 전체가 하나같이 미쳐있다. 승엽이가 말한 내용은 상당히 ‘순화해서’ 말했다는 걸 알았다. 아예 사람을 잡아먹는 수준의 먹방 프로가 넘쳐났고, 뉴스나 드라마는 참혹 그 자체.
사이코패스들도 이런 영상들을 보면 소름이 돋으리라.
보기 시작한 지 1분도 안 돼서 머리가 급격하게 아프고,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어딘가 – 비틀어진 상식이 머리에 들어온다. 사람이 사람을 먹는 게 뭐가 문제일까?
…
바로 모니터를 끄고 물러섰다.
5분 정도 쉬자 그제야 생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
승엽이는 ‘인터넷’이 이상하다고 했는데, 직접 확인한 결과 더 구체적인 단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미디어’가 이상하다. 단순히 네이버나 구글 등 플랫폼만 눌렀을 때는 이상성을 느낄 수 없다. 주로 TV 프로그램들. 먹방, 스포츠, 뉴스, 드라마 등의 항목으로 가면 하나같이 미쳐있다.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미디어’가 원인이다? 저주의 근원이 ‘미디어’?
그러면 대체 뭘 어떻게 해결하라는 말인가.
이런 식이 아닌 것 같다. 송이가 해결했던 103호를 생각해보자. 저주의 근원은 아타나시아들 그 자체. 아타나시아를 싹 쓸어버리면서 해결됐다.
저주의 근원은 분명히 물리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무언가일 것 같다. 그 무언가가 미디어를 오염시켰고, 사람을 오염시켰고, 세상을 오염시킨 것.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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