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52)
EP.653 653화 – 회의, 탐색 (4) Fin
653화 – 회의, 탐색 (4) Fin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3, 객실 구역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안에서는 전체를 볼 수 없다. 밖에서는 안쪽을 손댈 수 없다. 답은 단 하나다.」
수수께끼 같은 문장을 한참 동안 바라본 후, 동료들에게 말했다.
“객실은 이 정도면 볼 건 다 본 것 같네요.”
할아버지가 끄덕이며 답했다.
“방 숫자는 총 여섯, 마지막 방은 정체불명이며, 저주의 방은 4~5개로 추정. 객실 숫자를 고려할 때 두 개 이상의 소원이 하나의 방에 엮여있다. 이 정도면 됐냐?”
“네. 더 구체적인 건 301호에 들어가 봐야 알 수 있겠죠.”
“그래. 다른 곳으로 가자.”
다시 로비 쪽 안내판 앞으로 돌아왔다.
⇦ 관측소
⇧ 객실
⇨ ??? – 공사 중입니다.
“물음표 구역은 아직 갈 수 없는 모양이니 관측소로 가야겠네요.”
화살표를 따라 왼쪽 길로 이동하던 중, 은솔 누나가 모두의 마음속 의문을 말했다.
“뭘 관측하기 위한 장소일까?”
나도 궁금하다.
*
「현재 위치 : 계층 3, 객실 구역 -> 계층 3, 관측소」
관측소 입구의 문을 열자 제법 신비로우면서도 미묘하게 어디선가 본 듯한 내부 모습이 나타났다.
공간 자체는 초대형 반구였고, 중앙에는 길쭉한 천체 망원경 비슷한 물건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천문대를 닮은 장소.
“저건 망원경인가? 엄청나게 큰 것 같은데?”
진철 형의 의문에 상현 형이 답했다.
“제법 크긴 한데, 지구에도 더 큰 망원경은 많지. 물론, 성능이야 장소가 호텔이니 이쪽이 아득히 초월적일 것 같긴 하지만…. 대물렌즈 부분이 천장 밖으로 나가 있는 게 신기한데?”
망원경 근처엔 고풍스러운 탁자와 의자가 있었는데, 필요하면 여기서 회의하라는 것 같았다.
“여기 문도 있어! 위에 침실이라고 적혀 있어.”
“미로, 함부로 건드리지 마.”
“마, 말만 한 거야.”
미로가 살짝 의기소침한 사이, 나는 침실이라고 적힌 문을 열어 내부를 살폈다.
이 과정에서 딱히 위기 알림이 작동하진 않았다.
내부엔 이름 그대로 여러 사람이 편안하게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말 그대로 침실입니다. 옆에 샤워실도 있네요. 언뜻 봐선 특별한 점은 없지만….”
동료들을 바라보자 과연, 아리가 즉각 답했다.
“침실이 있는 것 자체가 특별한데?”
“바로 그거야.”
호텔엔 휴식만을 위한 공간인 105호가 있으니, 다른 층에 침실이 있을 이유가 없다.
실제로 2층엔 침대나 욕실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지.
“침실, 욕실이 있는 걸 보니, 저 테이블에선 먹을 것도 나오겠군요.”
“다과 테이블하고 사용법이 비슷하겠지? 한번 해볼게.”
테이블로 다가간 은솔 누나는 탁자 아래에 손을 넣는가 싶더니, 곧 허공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뽑아내는 마술을 선보였다.
“역시나네.”
“먹고, 자고, 씻는 공간이 따로 있다라….”
언뜻 생각하면 친절한 배려 같지만, 전혀 아니다.
역시 누나 옆에서 아이스 티를 뽑아낸 엘레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관측소에 갇힐 일이 있나 봐요. 갇혀있는 동안엔 105호를 이용할 수 없는 거죠.”
또 다른 휴식 공간의 존재가 암시하는 사실.
3층을 진행하는 도중, 1층을 갈 수 없는 순간이 온다.
“슬슬 망원경을 한번 봅시다.”
자연스럽게 송이가 망원경으로 움직이려다가 아리의 제지로 멈췄다.
“참, 오빠부터지.”
은근히 조심성이 없는 몇몇 동료의 모습을 보니, 3층을 시작한 지 겨우 이틀 차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
그렇게 망원경 접안렌즈에 눈을 들이대려는 순간.
「조언 : 3 -> 2」
「관측 시도를 중단하세요.」
경고는 신속하고 간결했다.
“…”
“오빠?”
“뭔가 떴나 본데? 뭐래?”
“관측 시도를 중단하랍니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동료들.
위기 알림은 내 생명이 위험한 순간에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방금 내가 관측을 강행했으면 죽거나 빈사 상태에 빠졌다.
“… 역시 호텔이네.”
오랜만에 등허리에 소름이 쫙 돋았다.
나 정도만 되어도 밖에선 위대한 호루스니 반신이니 초인이니 하며 추켜세우느라 난리다.
그런데, 호텔에 들어오니 망원경 한 번만 잘못 만져도 그 자리에서 죽을 수 있는 신세.
아찔하면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끼며 망원경에서 다시 한 걸음 물러섰다.
진철 형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물었다.
“망원경이 있는 걸 보면 결국 쓰라는 거잖아?”
“그렇죠.”
“접안렌즈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위험하면 어떻게 쓴다는 거지?”
“쓸 수 있는 조건이 있다?”
“그게 뭔데?”
순간 조언을 쓸지 말지 고민했지만, 별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아무리 봐도 우리끼리 고민해서 답 나올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언 : 2 -> 1」
‘망원경이 위험한 이유, 혹은 안전하게 쓰기 위한 조건은 무엇입니까?’
「아직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기에 위험하다.」
“아직 초점이 맞춰지지 않아서 위험하다네요. 어떤 의미로 들립니까?”
우리 중 그나마 이런 물건에 익숙할 것 같은 상현 형을 바라보았다.
형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나름의 의견을 냈다.
“망원경의 초점 조절이란 관측 대상을 정확히 관찰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는 말을 쉽게 표현하면, 관측 대상을 지나치게 가까이서 보거나, 멀리서 보는 상황이죠.”
이 말을 듣자 어렴풋이 느낌이 왔다.
“… 당연한 이야기지만, 관측 대상이 평범하지 않겠군요.”
“물론입니다.”
이쯤에서 아리 역시 어렴풋이 상황을 이해하고 입을 열었다.
“그니까 이런 상황 같아. 관측 대상이 우주 어딘가의 죄수라 칠게. 초점이 맞지 않은 상황에선, 죄수를 지나치게 가까이서 보거나 멀리서 보게 되는 거야. 가까이서 보면 당연히 위험하고, 멀리서 보는 것도 위험해.”
상현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 시점에서 보면, 죄수의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선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도 더 위험할 수 있죠.”
“안전한 관측 범위는 아주 좁을 거야. 그래서 초점을 맞추고 써야 한다는 거야.”
미로가 살짝 겁먹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 망원경을 보면 예전의 그, 고래 같은 존재가 바로 보이는 거야?”
“미로, 죄수는 예시야. 관측 대상이 보기만 해도 위험한 존재일 것 같아서 하는 말이지.”
“그럼, 죄수 말고 다른 걸 관측 중일 수도 있어?”
“나도 모르지.”
관측소의 관측 대상이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불현듯 강렬한 직감이 뇌리를 스쳤다.
“가인 군, 아까부터 곰곰이 생각 중인 것 같군요.”
“…”
“아직 대답하기 어렵습니까? 내가 방해했다면 -”
“관측 대상은 죄수가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 조금 더 생각해 보죠.”
관측 대상은 죄수가 아닐 것 같다.
왜냐하면, 호텔이 말했듯 지금의 나는 호텔에 처음 들어올 당시의 나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가 죄수를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 즉사할까?
솔직히 아닐 것 같다.
죄수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오만한 이야기가 아니야.
그냥, 보는 것만으로 생사의 위기를 겪을 단계는 지나쳤다는 의미지.
“…”
죄수조차 아득히 넘어서는 무언가.
참가자가 호텔에서 아무리 많은 유산을 얻고, 강력한 축복을 얻어도 감당할 수 없는 것.
관측소는 그런 존재를 관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자! 모두들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핍시다. 뭔가 아니다 싶으면 손대지 말고 절 부르세요. 아직 조언이 하나 남았으니까.”
*
2시간 가까이 소득 없는 시간이 흘렀다.
날이 밝는 대로 저주의 방에 들어가야 하니 슬슬 탐색을 끝낼까? 생각한 시점.
“어? 가인 형!”
의외로 – 축복을 고려하면 의외가 아닐지도 모른다 – 승엽이가 침실에서 흥분한 목소리를 냈다.
미로가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피곤하다고 몰래 자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웃으면서 나오던 승엽이가 순간 어이없다는 듯 미로를 쳐다봤다.
“야! 너 진짜 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미로가 승엽이에게 혓바닥을 메롱 하고 내밀었는데, 놀리려는 것 같았지만 워낙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형, 침실에서 이상한 종이를 찾았어요.”
“잘했어! 다들 이쪽으로 오시죠.”
작은 글씨가 빼곡히 적혀 있다.
“미싱링크에 대한 고찰이라….”
***
미싱링크에 대한 고찰
한 명의 탐험가로서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운이 좋다면, 상류에서부터 떠밀려 온 화석들을 발견할 수 있겠지.
그 화석으로부터 이미 지나쳐 버린 과거의 흔적을 알아낼 수 있다.
안타깝게도 화석 사이에는 긴 공백이 있을 때가 많고, 누군가는 이 공백을 미싱링크라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나는가?
화석이 생길 확률은 당신이 바다에 흘려보낸 유리병 속 편지를 우연히 바다 건너 첫사랑이 찾아낼 확률만큼이나 낮기 때문이다.
한 시대의 생물종은 5,000만이 넘어가지만, 파악할 수 있는 생물종은 200만 미만이다.
그 200만 생물종 중 10,000년 후 미래까지 화석을 남길 수 있는 종은 몇이나 될까?
그러므로 화석 사이에 미싱링크가 생김은 필연적인 현상이다.
화석을 남기지 못한 종은 미래에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흔적 없는 모래가 되어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한들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그들은 분명 존재했고, 시작과 끝, 번영과 침체, 영광과 파멸의 순간을 겪었으리라.
이 모든 것이 사라짐은 지극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맹세했다.
이 공허한 세상 어딘가에 불변의 기록을 남기리라.
***
주변이 조용해졌다.
다들 생각에 잠겼거나, 혹은 생각에 잠긴 동료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모양새.
“…”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스치던 중, 한가지는 어렴풋이 느껴졌다.
미싱링크라는 단어는 비유다.
생물학, 진화론에서 말하는 그 미싱링크를 말하는 게 아니며, 개념만 따와서 전혀 다른 무언가를 설명한 글이다.
상현 형이 조심스레 중얼거렸다.
“미싱링크, 화석, 흔적 없는 모래, 불변의 기록…. 이런 것이 키워드 같군요.”
“…”
“한 가지가 궁금합니다. 이 글을 누가 쓴 것 같습니까?”
미로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조언 써서 물어보면 안 돼?”
“이미 둘을 써서 하나 남은 상태야.”
몇 시간 내로 저주의 방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하나 정도는 아껴두고 싶었다.
미로도 곧 내 의도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구나아….”
“나중에 여유가 생길 때 한번 물어볼게.”
이후, 날이 밝을 때까지 특별한 무언가는 발견하지 못했다.
“첫 번째 탐색은 이쯤 합시다. 몇 시간 내로 저주의 방에 들어가야 하니, 그때까지 모두 머리를 식혀야 할 것 같습니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3, 객실 구역
현자의 조언 : 1」
오전 11시경.
마침내 〖301호〗라는 명패가 적힌 문 앞에 섰다.
할 수 있는 한 만반의 준비를 끝내긴 했지만….
아무리 준비해도 막상 들어가면 허무하게 죽어 나가는 곳이 저주의 방이지.
덕분에 모두가 긴장 가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도 손잡이를 잡으려 하지 않았기에 내가 나섰다.
“문을 열 때가 되니 궁금하군요. 지배인에게 들은 이야기 기억하시죠?”
— 꿀꺽!
대답 대신 들려오는 침 삼키는 소리.
다들 정말 긴장한 모양이다.
은솔 누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인원이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이점이 있다. 적정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3층부터는 입실 인원을 선택할 수 있다네요. 어떤 식일까요?”
“손잡이를 잡는 사람만 들어간다?”
“손잡이 크기를 보세요. 두 사람이 동시에 잡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미, 미안. 너무 긴장해서 이상한 소리가 나왔네.”
“아닙니다. 제 생각엔….”
모두의 긴장을 낮출 겸, 최대한 여유롭게 보이려 애쓰며 말했다.
“문을 연 후에 진행 인원을 결정할 것 같네요. 그러면 열겠습니다.”
— 덜컥!
시작이다.
「현재 위치 : 계층 3, 객실 구역 ->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