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55)
EP.656 656화 –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3)
656화 –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3)
– 유송이
회색 고양이를 데리고 돌아왔을 때, 집에는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그레이 – 이게 이제부터 네 이름이야. 알아들을 수 있지? 잠깐 옆에서 쉬어.”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고양이에게 깔끔한 음식을 내어준 후, 은솔 언니의 답장을 확인했다.
“텔레오톡?”
일종의 보안 메신저를 통해 연락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정도로 충분할까? 싶었지만, 더 나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어플을 설치하자 곧 메시지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은솔 : 이제라도 연락해서 다행! 뭔가 알아낸 것 있어?
송이 : 말하는 고양이까진 찾아냈어요.
은솔 : 벌써? 수고했어! 뭔가 알아냈니?
송이 : 이제 막 돌아왔어요. 언니는요?
은솔 : 아버지와 관련한 의심스러운 정보를 모으고 있어.
송이 : 뭔가 찾았나요?
여기서 다음 답변까진 꽤 딜레이가 걸렸는데, 언니로서도 생각이 복잡한 것 같다.
은솔 : 예전엔 몰랐는데, 의심의 눈으로 보니까 보이더라. 알 수 없는 영역에 상당한 금액을 매년 쓰고 계셔.
송이 : 어느 정도요?
은솔 : 최소 연 20억. 클 때는 80억을 넘은 해도 있어.
1년에 최소 20억, 심하면 80억!
뭔가 비현실적인 금액이라 잘 와닿지 않았다.
은솔 : 회계 처리를 굉장히 복잡하게 해놔서 대부분은 모를 거야. 알아챈 사람도 평범한 비자금이라 생각했지.
송이 : 어디에 썼는지는 아직 몰라요?
은솔 : 몰라. 또, 아버지 일정에 이상하게 비어있는 부분이 매우 많아.
이후로도 은솔 언니는 본인이 느낀 대양그룹 회장의 이상한 점을 쭈욱 열거했다.
사용처를 알 수 없는 수십억의 돈이나 정체불명의 일정처럼 딱 들어도 이상한 부분도 있었고, 나처럼 기업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알아듣기 힘든 이야기도 있었다.
송이 : 뭔가 저랑 언니가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느낌이네요.
은솔 : 실제로 말하는 동물과 의심스러운 회장님, 양쪽 모두가 의심스러우니 별수 없지.
송이 : 한동안은 계속 지금처럼?
은솔 : 그래.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식으로.
가뜩이나 인원이 둘 뿐인데, 그 두 사람조차 쪼개진 느낌이야. 이게 최선의 진행이 맞을까?
참, 나 혼자 고민했던 부분이 있었지? 지금 말해야겠어.
301호에도 관리국이 존재한다.
그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보는 게 어떨까?
송이 : 관리국에 도움을 요청할까요? 말하는 동물 같은 건 관리국도 관심이 있을 텐데.
은솔 : 나도 그 생각은 했는데, 관리국이 우리에게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어.
관리국이 어떻게 반응할지의 문제.
새삼스럽지만, 나와 은솔 언니 둘만 있는 게 너무 아쉬웠다.
아리만 있었어도 관리국 관련 문제는 어떻게든 해주지 않았을까?
은솔 : 우리 상황이 현실에서와 달라.
현실에선 아리는 대놓고 관리국 수뇌부였고, 가인 오빠 등은 관리국도 조심할 수밖에 없는 절대강자였어.
이러니 관리국 상대로 꿇릴 게 없었지만….
지금은 우리에게 훨씬 불리해.
송이 : 하지만, 우리 둘이 301호를 해결한다는 게…. 아무리 봐도 이게 가능한가 싶어서요.
전력이 너무 부족하고, 무엇보다 물리적인 싸움에 능한 사람이 없다.
슬픈 이야기지만, 나와 은솔 언니를 합쳐도 전투력은 페로 미만일지도 몰라.
은솔 : 이렇게 하자. 넌 독자적으로 동물 관련 문제를 풀어봐. 내가 관리국에 접근해 볼게.
송이 : 언니가?
은솔 : 알다시피 난 ‘대양그룹’이라는 배경이 있어.
물론, 진철 오빠가 경험했듯 관리국은 여차하면 재벌 일가도 대낮에 몰살할 수 있는 집단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보단 은솔 언니를 조심스레 대할 것 같았다.
송이 : 역할이 나뉘었네요.
은솔 : 넌 말하는 동물 담당, 난 관리국 접촉과 수상쩍은 회장님 담당.
이쯤에서 연락을 끊으려는 시점, 의외의 말이 나왔다.
은솔 : 예전부터 이런저런 궂은일을 처리해 주신 분이 몇 분 계시거든?
최소 몇십 년 이상 대양그룹 회장 일가의 대소사를 처리해 준 사람들.
송이 : 집사 같은 건가요?
은솔 : 비슷해. 한 사람 보내줄까?
예상치 못한 이야기라 당황했다.
은솔 : 입이 무거운 분이야. 네게 뭘 묻지도 않을 것이고, 함부로 어디 가서 떠들 사람도 아니야. 힘쓸 사람 한 명 정도는 필요해 보여서.
은솔 언니는 못 느끼는 것 같지만, 나로선 굉장히 신기했다!
재벌가의 온갖 ‘복잡하고 섬세한 일’을 말없이 처리하는 사람들이라니?
이런 것 자체가 뭔가 만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요소잖아?
송이 : 보내주세요!
은솔 : 네 부모님에겐 어떻게 말할 거야?
송이 : 그런 건 신경 쓰지 마세요.
이것으로 첫 번째 회의가 끝났다.
대략적인 가닥은 잡혔어.
난 지금처럼 사람의 혼이 동물의 몸에 갇히는 현상을 연구하면 된다.
마침, ‘그레이’라는 근거가 될 만한 개체도 빠르게 확보했지.
은솔 언니는 수상한 회장님을 탐색하고, 관리국과 접촉하면 된다.
“…”
관리국은 그렇다 치고, 나와 은솔 언니가 진행 중인 별개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말하는 동물과 수상한 재벌 회장님! 둘 사이에는 반드시 연결고리가 있다.
우선은 내 일에 집중하자.
“그레이, 이리 오렴. 한글은 읽을 수 있니?”
*
지성을 가진 고양이와 소통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첫째, 권능 – ‘이심전심’은 무슨 혼돈체에게 쓸 수 있는 텔레파시 능력이 아니다.
명확한 의사를 전달한다기보다는 심(心), 즉 마음을 전달하는 힘이지.
덕분에 그레이가 얼마나 큰 고통과 슬픔에 시달리고 있는지는 잘 느꼈지만, 구체적인 정보의 교환은 까다로웠다.
둘째, 그레이의 정신 상태가 멀쩡하지 않았다.
짐승의 몸에 갇혀있는 건 매 순간이 고문이나 다름없을 테니, 사실상 1년 넘게 고문당한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이야.
“천천히 떠올려 봐. 내가 쓴 글은 이해할 수 있니?”
또, 말은 대충 알아듣는데, 글을 쓰진 못했다.
키보드 앞에 앉혀도 무슨 버튼을 눌러야 할지 모르는 걸 보니, 문맹이나 다름없었다.
고양이의 두뇌가 사람의 지성을 감당하지 못해서 지능이 떨어진 게 아닐까?
이 부분은 잘 모르겠네.
“머리 아프면 음식부터 먹어.”
깔끔한 음식과 따뜻한 물로 목욕하는 등 상당한 보살핌이 있고 난 뒤에야 정보 비슷한 것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약 2년 전에 고양이의 몸에서 깨어났다는 말이지?”
– 미야옹!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혹독한 겨울을 두 번 지낸 기억은 남아있었다.
“그 전엔 사람이었어?”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격렬한 감정이 느껴졌다.
이심전심으로도 다 알아듣기는 어려웠는데, 듣다 보니 대략적인 신상은 알았다.
“이름은 어, 박진호? 박지호? 박지후? 헷갈려서 미안. 고양이가 되기 전에는…. 10대 후반? 20대인가? 애매하네.”
밤이 어두워질 무렵, 그레이가 기억하는 거의 모든 정보를 정리했다.
“고양이의 몸에서 깨어난 건 약 2년 전, 사람일 때는 18세에서 21세 사이의 남성, 이름은 박지후 맞지? 거주지는 강원도 강릉시 해안가 근처였고.”
여기까지 알아내자 떠오른 다음 생각.
“네 집에 가볼까? 가본 적 있어?”
– 야옹!
가고 싶었지만, 가본 적 없다고 한다.
고양이 몸으로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도 없고, 서울에서 고양이 발로 걸어서 강릉까지 갈 수도 없었기 때문이리라.
자연스러운 의문점.
2년 전, 박지후라는 청년의 정신이 고양이의 몸에 갇혔다.
그렇다면 박지후의 원래 몸은 어떻게 된 걸까?
식물인간?
이미 죽었다?
혹은….
“한번 직접 봐야겠는데.”
오늘은 무리니까 내일 가야겠다.
설마 하룻밤 사이에 세상이 망하진 않겠지?
늦은 시각, 엄마·아빠가 귀가했다.
두 분 다 내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자겠다고 하니 방해하시진 않았다.
*
다음 날 아침 6시 30분, 날이 밝기가 무섭게 외출 준비를 했다.
아침 일찍부터 씻고 옷을 입는 내 모습에 부모님이 당황하셨지만, 굳이 자세히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날 잠시 멈춰 세웠다.
— 철컥!
갑자기 문이 열리지 않은 것이다.
“뭐야?”
도어락이 작동한 것도 아닌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어서 문고리만 잡고 있으니, 그걸 본 아빠까지 다가왔다.
“이게 왜 이러지? 송이야, 잠깐만 뒤에 있어라.”
“…”
— 덜컥!
“왜 이래? 도어락이 고장 났나?”
세 사람이 10분 넘게 힘 씨름한 후에야 문이 열렸다.
“어후! 됐다, 됐어.”
“… 다녀올게요.”
“송이야, 음, 오늘도 친구 만나니? 페로 데리고?”
“네.”
“이렇게 일찍 나가? 언제 돌아 – 송이야!”
“안녕히 계세요.”
아파트에서 10분 이상 걸어간 후, 아침에 은솔 언니에게 전달한 약속 장소에서 대기했다.
곧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다가왔다.
— 위이잉!
창문이 내려가며 나타난 사람은 5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단단한 체격의 중년 남성이었다.
딱 봐도 무슨 경호 팀장처럼 생겼네.
“송이 양 맞으십니까?”
“네.”
“아가씨께 들었습니다. 김 실장입니다. 들어오시지요.”
“네. 앞으로 실장님이라고 부를 – 어라?”
— 철컥!
이상하게도 차 문이 열리지 않았다.
한 번 더, 두 번 더 당겨도 꿈쩍도 하지 않는 문.
김 실장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침만 해도 멀쩡했는데, 갑자기 왜 이러지? 죄송합니다.”
“…”
이쯤 되니 나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전조 없이 갑자기 오작동한 도어락.
이유 없이 열리지 않는 차 문.
우연일까?
떼어놓고 보면 살면서 종종 겪는 흔한 일이지만, 연속으로 벌어지니 느낌이 이상했다.
어쨌든, 이번에도 문은 결국 열렸다.
— 털컥!
“어이쿠! 열렸습니다. 차 상태를 미리 확인하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죄송 -”
“괜찮아요.”
죄송하다는 말을 끝으로 김 실장이란 사람은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은솔 언니의 말마따나 입이 무거운 모양이다.
간밤에 연락하며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지.
은솔 언니의 말에 따르면, 김 실장은 날 관리국 요원 비슷한 무언가로 알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말해야 내가 편할 것 같다나?
관리국으로선 황당하겠지만, 어차피 이 아저씨가 관리국에 연락해서 내 신분을 확인할 리 없으니까 상관없을 거야.
“여기, 이 주소로 가주세요.”
“강릉 경포동입니까? 더 자세한 주소는요?”
“가서 찾아봐야 해요.”
“알겠습니다.”
*
이런…! 송이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어요!
문을 잠그는 정도로는 경고를 알아듣지 못하는 겁니다!
더 적극적인 개입은 불가능해?
도어락 잠그는 것도 힘들었어! 그냥 딱 유령 수준의 개입이라고!
허! 안에서는 전체를 볼 수 없다, 밖에서는 안쪽을 손댈 수 없다는 게 이런 소리일 줄이야!
뭔가 방법이 있을겁니다. 분명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