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56)
EP.657 657화 –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4)
657화 –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4)
– 유송이
오전에 강릉 시내에 도착한 후, 한참 동안 시내를 돌아다녔다.
어깨에 앵무새를 올린 미소녀(틀림없어!)와 한 손으로 고양이 케이지를 든 중년 남성.
두 사람이 강릉 시내를 하염없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정말 해괴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김 실장은 은솔 언니 말대로 정말 입이 무거운 사람 같았다.
본인으로선 전혀 이해할 수 없을 시간 낭비를 2시간이나 하고서야 처음으로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송이 양, 무엇을 찾고 계신 겁니까?”
“고양이가 살던 집이요.”
“주소가 강릉, 경포동이라는 것 말고 다른 근거는 없으십니까? 아시다시피 근처에 아파트도 여럿입니다.”
“고양이가 알아볼지도 모른다?”
“…”
김 실장은 잠시 말문을 잃은 듯 침묵한 후, 조심스레 반문했다.
“설령 집 근처를 지나간다 한들, 고양이에게 집을 구별할 지능이 있겠습니까?”
이 고양이에겐 있다.
…
있는 것 맞지?
왜 아까부터 아무 반응이 없는 거야?
“으음…. 다른 근거라면, 고양이 주인 이름이 박….”
“박?”
“박진호, 박지호, 박지후 셋 중 하나일 것 같아요.”
“차라리 그 이름을 물어보고 다니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나도 이 정도 생각은 했어.
하지만, 대놓고 이름을 물어보고 다니는 행동은 뭔가….
위험할 것 같았다.
왜 위험해?
누군가 물어보면, 나도 딱 뭐라고 말할 수는 없어.
그냥 느낌? 예리한 촉?
잘 모르겠다.
이럴 때면 내 촉을 구체적인 논리로 바꿔줄 가인 오빠나 아리의 부재가 아쉬웠다.
굳이 말을 만들면, 우리가 누군가를 찾고 있음을 상대가 알게 된다?
“…”
애초에 왜 나와 은솔 언니 두 사람만 들어온 거냐고!
이게 진짜 천운의 선택이 맞을까?
그냥 승엽이가 뽑기 잘못한 거 아니야?
“후유…. 그렇게 하죠.”
탐색 전략을 바꾼 후, 상대의 정확한 이름과 주소를 얻기까진 채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박진호? 박지후? 그런 이름은 모르겠고, 박지호라면 저쪽 평화식당 뒤편 큰길가의 -”
“감사합니다.”
*
길가를 걷던 중, 본능적으로 멈춰 섰다.
“…!”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을 느끼며 주변을 살피자, 김 실장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왜 그러십니까?”
“… 방금, 이상한 시선 느끼지 못하셨나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착각인가?
몇 걸음 걷다가 또 멈췄다.
도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화감 혹은 섬찟함.
수십 개의 다리를 가진 지네가 피부를 타고 오르는 듯한 감각.
이런 게 가인 오빠가 가끔 말하는 초감각일까?
이번엔 김 실장이 먼저 반응했다.
“또 뭔가 느끼셨습니까?”
“…”
“송이 양, 저는 본래 대통령 경호팀 출신입니다. 직책도 제법 높았지요.”
재벌가 측근 정도면 대통령 경호팀 출신이어도 이상할 건 없지.
“무슨 말이죠?”
“대통령 경호까지 해본 제게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
“하지만, 당신은 요원님이시죠.”
내가 요원이라는 은솔 언니 거짓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네.
어라? 생각해 보니 완전 거짓말은 아닌데?
현실에서 달의 문제를 해결한 후, 관리국은 우리 모두에게 요원 신분을 부여했잖아!
나도 관리국 요원은 맞아. 301호의 요원이 아닐 뿐이지!
“그 말은?”
“저는 모르겠지만, 요원님이 뭔가 느끼셨다면 필시 무언가 있습니다. 초자연적인 감시일지도 모릅니다.”
“…”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위험하다고 여기시면, 이쯤에서 물러서고 본부의 지원을 받으시지요.”
이쯤에서 물러서서 관리국 본부의 지원을 받으라는 제안.
김 실장 생각에는 합리적인 판단이겠지만, 한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동료들은 전부 밖에 있고 관리국 본부의 지원 따위는 없어!
“…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 생각이라면, 갑시다.”
*
오래된 단독주택에 도착했을 때, 처음으로 그레이가 반응을 보였다.
— 미야옹! 야옹!
김 실장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정문으로 다가가 벨을 눌렀다.
— 딩동!
“계십니까?”
곧, 5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다소 신경질적인 인상의 여성이 나왔다.
“누구시죠?”
“여기가 박지호 군 댁 맞습니까?”
“누구신데 지호를 찾으시죠?”
아까 인근 주민 반응을 들었을 때 직감했지만, 지금 이 여성의 반응 때문에 확실해졌다.
박지호는 여전히 생존 중이며, 심지어 사회활동까지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레이의 몸에 갇힌 박지호의 정신은 대체 뭘까?
김 실장에게 손짓하며 내가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음, 지호 대학 동기인 송이라고 합니다.”
나이대를 고려하면 대학교 1~2학년일 것 같은데, 맞겠지?
어쨌든, 김 실장 앞에선 크게 긴장한 기색이었던 여성이 10대 소녀인 내겐 꽤 너그러워졌다.
“어머! 어머! 대학 동기?”
“네. 오늘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요, 지호가 전화도 안 받아서요. 아, 이분은 -”
“아이고! 아이고~! 미안해요! 이렇게 귀여운 학생을 기다리게 하다니!”
김 실장의 신분을 대충 둘러대려 했는데, 그러기도 전에 여성이 호들갑을 떨며 달려갔다.
“야! 박지호! 당장 안 나오고 뭐 하니!”
김 실장이 재밌다는 듯 말했다.
“아무래도 저 여인은 송이 양을 박지호 군의 여자친구인 줄 생각한 것 같습니다.”
“…”
“물론, 그렇게 착각하길 바라신 것 같긴 합니다만.”
“…”
“박지호 군이 나오면 어떻게 하실 셈입니까? 제게도 언질은 주셔야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저도 잘 모르겠어요.”
“네?”
새삼 느낀 건데, 뭘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상태로 온 것 같아.
계획을 세우고 온 게 아니라, ‘계획을 세우기 위해’ 온 느낌.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할 수가 없어.
지금 상황을 가인 오빠가 보고 있다면, 꽤 답답해할지도….
그때, 김 실장이 담담하게 말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시군요.”
다음 말은 다소 충동적이었다.
“보통 계획은 제가 안 세우거든요. 다른 사람이 세울 때가 많았지.”
“안 하던 역할을 하시려니 힘드십니까?”
“… 네.”
“잘하는 일에 집중하시지요.”
“네?”
“정신 집중하고 임기응변에 매진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 끼익!
그때, 멀리서 제법 멀끔한 인상의 청년이 다가왔다.
훤칠한 키와 그럭저럭 괜찮은 얼굴.
이 정도면 살면서 여자친구 사귀는 일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 같네.
그래도 가인 오빠 정도는 아닌 – 아, 그쪽은 여자친구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었었지?
입을 열려는 순간, 상대가 먼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송이구나! 안녕?”
이 시점에서 나는 물론 김 실장까지 표정을 굳혔다.
“… 내 이름을 알고 있네.”
“무슨 말이야? 우리 오늘 만나기로 한 거 아니었어?”
“…”
“하하! 미안, 미안! 내가 늦잠을 너무 잤다. 사과하는 의미로 오늘은 내가 전부 쏠게. 엄마가 엉덩이 치면서 야단이었다니까? 저렇게 예쁜 여자친구를 기다리게 하는 게 말이 되냐던데?”
— 삑…!
페로가 경계심 가득한 소리를 내는 시점.
“허!”
김 실장이 침음성을 터트리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
그제야 도로에서 느꼈던 위화감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하늘의 까마귀, 골목의 고양이, 길가의 개 – 최소 수십 마리의 동물이 사방에서 섬뜩한 시선을 보내온다.
이러니까 대통령 경호까지 해본 사람도 ‘전혀 모르겠다’라고 했구나!
살면서 동물의 시선을 신경 쓴 적은 없었을 테니까!
최대한 여유롭게 보이려 애쓰며 말했다.
“동물의 왕이라도 되나 봐?”
이 시점에서 상대의 태도가 변화했다.
여유로운 눈동자와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씻은 듯 사라지고, 도무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무기질의 시선이 나를 주시한다.
진짜 박지호의 영혼은 고양이에 가둔 후, 비어있는 몸을 차지한 정체불명의 존재.
“동물은 아니지. 그대도 알고 있겠지만.”
문득, 아직 점심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주변이 꽤 어두움을 느꼈다.
하늘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먹구름 비슷한 것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라. 넌 뭐지? 요원이라고?”
“…”
“거짓말인 것 안다. 넌 요원이 아니다. 그쪽에서 지금 개입할 리 없으니….”
요원이 아니라는 말에 옆에 있던 김 실장이 움찔했다.
그나저나 관리국이 개입할 리 없다는 확신의 정체는 뭘까?
“너 진짜 뭐야? 뭔데 이렇게 대책 없이 내 앞에 왔어? 하하! 내가 누구인 줄 알고 -”
잠깐 사이에 또 말투가 장난기 가득한 청년처럼 바뀌었다.
이런 모습에서 섬뜩한 위화감을 느꼈는지, 김 실장이 몸을 떨었다.
그래서였을까?
조금 전에 들은 조언이 생각났다.
‘그러면, 잘하는 일에 집중하시지요.’
‘정신 집중하고 임기응변에 매진하시라는 말입니다.’
“지금까지는 너에 대해 몰랐지만, 이제는 알아.”
“… 무슨 의미지?”
다음 말은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어쩌면, 위기감 속에서 발현한 본능적인 임기응변일지도!
그러길 빌었다.
한 발짝 훅 다가가며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어떻게 보여?”
너는 이제부터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
「‘사랑받는 자’가 발동합니다.」
*
상황이 대단히 혼란스럽군요. 가인 군, 뭔가 보이십니까?
너무 즉흥적인 행동이라 의도는 물론, 결과를 예측하기도 어렵네요.
이게 대체 무슨 전개야? 송이야! 지금 뭔 생각이냐고!
하하! 아리야, 아직도 모르겠냐? 쟤가 생각이 있다는 게 내 착각이야. 그냥 되는대로 하는 거라고!
뭐?
대충 정보가 나왔다 싶으니 위험하든 말든 일단 간 거야.
다음은?
상대를 보니까 혼돈체인 동시에 인간 남성의 몸을 취했으니 일단 능력 쓴 거고!
후! 머리가 없으니, 진행이 개판이군요.
글쎄, 관점을 바꿔보면 근본이 없는 진행이니 소득이 있을지도 모르죠. 무근본의 근본?
뭔 소리야?
나도 몰라 – 헛!
뭐야?
은솔 누나 쪽도 문제네.
*
– 이은솔
점심 무렵, 일이 어떻게 진행 중인지 궁금해서 송이와 김 실장에게 전화했다.
“… 왜 둘 다 전화를 안 받아?”
둘 다 연락이 끊겼다.
설마 그사이 두 사람 다 당한 걸까?
“…”
순식간에 파멸로 치닫는 느낌이 들어 숨이 턱턱 막히잖아!
이쯤 되자 관리국을 경계하는 마음보다 관리국의 도움이라도 받아야겠다는 심리가 더 커졌다.
어쨌든, 관리국이라면 최소한 혼돈 재해를 막으려고 하지 않겠어?
갑자기 대양그룹 회장 막내딸을 죽이진 않겠지!
결국, 핸드폰을 꺼내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는 관리국 직통 번호를 입력했다.
“…”
여기서 통화 버튼만 누르면 즉각 내부 직원과 연결된다.
마지막 3초 정도 고민하는 그 시점.
— 덜컹!
갑자기 사무실 내 책 한 권이 바닥에 떨어졌다.
“무슨 -”
— 덜컹! 덜컹!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이번엔 언제 받았는지도 모를 ‘젊은 경영인 상’ 트로피와 이름 모를 협회에서 온 상패가 연이어 떨어졌다.
“…”
뭐야?
뭐야 뭐야?
왜 관리국에 신고하려고 하니까 이런 폴터가이스트 같은 현상이 생기지?
“후….”
하! 느낌 딱 왔어.
뭔지 몰라도 내가 겁먹고 관리국에 신고하지 못하게 위협하는 것 맞지?
이딴 수작에 당할까보냐!
— 삑!
즉각 통화 버튼을 눌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