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59)
EP.660 660화 –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7)
660화 –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7)
– 김아리
Great race of Yith – 이스의 위대한 종족.
단어를 듣는 순간, 아주 중요한 키워드를 얻어냈다는 강렬한 직감을 느꼈다.
문제는 이 자리의 누구도 단어의 뜻을 모른다는 것.
“아는 분 없습니까? 아리는?”
“처음 들어.”
“마찬가지다.”
“저도요.”
동료들이 연이어 모르겠다고 하자 가인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 관련 정보가 어딘가 있을 겁니다. 이스의 위대한 종족이 어떤 집단인지, 그들의 목적은 무엇이고 왜 인간의 몸을 빼앗는지 등이 301호의 핵심이겠죠.”
“그럴 것 같긴 해. 어쩌면, 대양그룹 회장이 알았을지도?”
“일리 있어. 다만, 아리 네 생각대로면 이스의 위대한 종족에 대한 정보는 해결 조가 알아내야 한다는 말이네.”
“그렇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탈출할 수 있지? 시나리오 이해가 말하는 희망의 불씨란 뭘까?”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진철이가 중얼거렸다.
“위대한 종족 수뇌부를 쓰러트리는 것 아니겠냐?”
“…”
“불가능한가? 하긴, 상대는 지구를 순식간에 집어삼킨 외계 종족이긴 하지.”
“가능 불가능을 떠나서 그런 접근이 아닐 것 같네요.”
진철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자, 옆에 있던 묵성이 보충 설명했다.
“1, 2층의 일을 생각해 봐라. 탈출의 핵심은 싸움보다는 생존, 회피야. 이미 일은 망했지만, 목숨이라도 어떻게 건지는 게 핵심이라고.”
“으음….”
“애초에 탈출이라는 단어 자체가 회피에 방점이 찍혀있지 않냐?”
의외로 상현은 진철이 편을 들었다.
“하지만 요원님, 세상이 이미 멸망했는데 어디로 어떻게 회피한다는 겁니까?”
“회피까진 몰라도 생존이라면….”
“생존이 목적이라면, 가만히 있어도 탈출이란 말입니까?”
“그, 그건 아닐 것 같은데.”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진철 군 의견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인류 문명이 붕괴한 것과 별개로 극소수 ‘인간 동물원 거주자’들은 수십 년째 살아있지.
즉, 생존이 탈출의 핵심이라면 그냥 숨죽이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탈출이 떠야 해.
이럴 리가 없다는 게 상현이의 생각이야.
결국 묵성이 손을 내저으며 한숨 쉬었다.
“아, 이거 어렵네. 다들 뭐 알겠냐?”
모두가 머리를 싸매며 침묵하는 시점.
“어?”
차진철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았다.
“뭐지?”
이때쯤 내게도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우우웅!
무슨 모터 소리 같은데?
이, 이거 설마!
그때, 대화창이 작동했다.
한가인 :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대화 유지. 미로는 은솔 소환.
지시대로 엘레나가 큰 목소리를 내었다.
“위대한 일족의 폭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죠?”
다음 말은 묵성이 자연스럽게 이었다.
“정말 큰 근심이다. 보호 구역의 식량도 날로 줄어들고 있단 말이다!”
아무 의미 없는 목소리가 오가는 시점, 미로 옆에 은솔이의 소환체가 나타났다.
은솔이 소환체가 시간대여기에 담긴 시점은 301호에 들어가기 전이다.
따라서 그녀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본능적으로 안식의 피리부터 소환했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피리부터 쓰려는 모양새.
그때, 대화창이 다시 깜빡였다.
한가인 : 신호 전에 피리 쓰지 말 것. 은솔은 내 뒤로.
김묵성 : 뭔 소리냐?
엘레나 : 예?
이은솔 : OK
은솔이를 불렀으면서 피리를 바로 쓰진 말라는 지시.
당황하는 몇몇 동료와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가인의 말에 따르는 은솔이의 태도.
곧, 대화창이 다시 작동했다.
한가인 : 다 같이 1
김묵성 : 1
한가인 : 1
김상현 : 1
…
전원이 1을 입력했다.
“대책이 필요합니다. 여차하면, 위대한 분들께 항의해서라도!”
“항의는 무슨 항의! 그런 게 통하겠냐? 빌어먹을 유령들이 우리 말을 듣기나 하겠냐?”
“할배, 말조심하쇼! 위대한 분들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진작 굶어 죽었을 텐데!”
또다시 의미 없는 이야기가 오가고, 대화창이 깜빡였다.
김묵성 : 2
박승엽 : 2
이은솔 : 2
엘레나 : 2
연이어 2가 나오던 중, 딱 한 사람의 2가 나오지 않았다.
“다들 이런 생각도 해봅시다. 어쩌면 백작님은 충분한 식량을 보냈는데, 분배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 -”
자연스레 대화를 받던 상현이 갑자기 딱 멈췄다.
마치, 분위기가 달라진 우리의 시선을 느낀 것처럼!
“ – 이건 예상 밖이로군.”
재밌다는 듯 웃으며 모두를 돌아보는 김상현의 기이한 태도.
눈빛부터 달라진 김상현에게 제일 먼저 반응한 사람은 옆에 있던 진철이였다.
“이얍!”
차진철이 맹수처럼 달려들어 김상현을 제압하려는 순간, 이번엔 ‘흐앗!’ 소리와 함께 승엽이가 벼락같이 차진철의 뒤에서 급습했다.
그야말로 숨 한번 쉬기도 전에 승엽이까지 조종당하는 상황!
묵성이가 승엽이를 제지하려 했지만, 승엽은 몸을 둥글게 말며 피했다.
곧이어 벼락같이 뻗은 수도가 묵성을 물러서게 만들었다.
“으읏! 움직임이 무슨 -”
순간,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승엽이 얘는 왜 누군가에게 이용당할 때만 저렇게 잽싸고 강하냐고!
몇 초 사이에 시작된 승엽과 진철의 대치.
순식간에 오가는 두 사람의 시선과 진중한 표정으로 자세를 잡는 진철.
유치한 생각이긴 하지만, 파티 내 무투파를 상징하는 진철이와 자칭 무림 고수 승엽이가 한 판 하면 누가 이길지 궁금했다.
신체 능력은 차진철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지만, 기술은 승엽이가 – 아닌가?
포르투나가 아니라 승엽이라면 기술 쪽도 진철이가 나을지도?
생각이 여기까지 닿았을 때, 차진철의 눈빛 또한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지!
이 상황은 차진철, 박승엽 둘 중 누가 강한가와 아무 상관 없어.
아까부터 김상현의 몸을 점거한 ‘위대한 종족’ 앞에선 차진철이든 박승엽이든 전혀 저항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
처음은 김상현, 다음은 박승엽, 지금은 차진철.
물 한 모금 마실 시간에 세 사람이 위대한 종족에게 신체 통제권을 빼앗겼다.
다행이라고 말하긴 뭣하지만, 여기서 더 늘어나진 않았다.
한 번에 조종할 수 있는 사람 수는 세 명이 끝인가?
곧, 김상현의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상황이구나. 너희는 대체 뭐지? 설마 인간의 조악한 혼돈 관리 조직이 -”
바로 그 순간.
한가인 : 피리!
단호한 지시와 함께 뒤로 물러서 있던 은솔이가 잽싸게 피리를 붙잡았다.
— 로오오…!
신비로운 선율이 울려 퍼졌고, 박승엽과 차진철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가 싶더니 눈빛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런 신물을 어디서 -”
그 말을 끝으로 김상현 역시 전신을 떨기 시작했고, 곧 모든 동료가 정신을 되찾았다.
“허어억! 어, 어떻게 된 겁니까? 이 상황은 -”
상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인이 고함치며 벼락같이 움직였다.
“피리 유지!”
순간이동 문신의 사용과 신성한 태양의 사용, 무엇이 더 빨랐는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
덕분에 가인은 눈 한번 깜짝할 시간에 거대한 회의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이동했고, ‘쿵!’ 소리와 함께 문짝을 부수고 밖으로 달려갔다.
“엇! 어엇? 이게 무슨 -”
“따라가자! 은솔이는 계속 피리 부르고!”
황급히 밖으로 나갔을 때, 가인이는 허름한 옷을 입은 남자 한 명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이쯤 되자 모두가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다.
분명 저 허름한 옷을 입은 남자가 위대한 종족이 조종한 첫 번째 숙주다!
저 몸을 조종해 회의실에 접근한 후, 상대적으로 근처에 있던 상현의 몸을 빼앗았던 것.
새하얗게 타오르는 신성한 태양을 후광처럼 두른 가인의 위세.
단언컨대 평범한 인간은 감히 눈을 마주 보지도 못하고, 몇 초만 지나면 시키지 않아도 무릎 꿇은 채 기도하기 일쑤다.
상대는 아니었다.
육신은 미천한 인간일지언정, 영혼과 정신은 ‘위대한 종족’이었으니까!
허름한 옷의 남자가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린다.
“오늘처럼 신기한 날은 오랜만이구나. 세 번째 물으마. 너희는 대체 뭐지?”
쭉 뻗은 손가락이 처음 가리킨 것은 은솔의 피리.
“저건 필시 위대한 자의 신물이다.”
다음으로 가리킨 것은 ‘나’.
“너는 인간의 조악한 혼돈 관리 기관 소속인 것 같구나.”
내가 요원인 걸 어떻게 알았지?
애초에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형식적으로는 요원일 텐데!
마지막으로 눈을 마주친 대상은 가인.
“너는…. 모르겠다. 혹시나 해서 묻습니다. 신분을 감춘 공작님이십니까?”
“…”
“물론, 이런 곳에 공작님이 있을 리 없음은 압니다만….”
가인이는 대답 대신 마도서 소환으로 응수했다.
— 파지직!
마른하늘에 번개가 내리치는 듯한 기이한 소음.
우리 중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혼돈의 대결이 잠시 이어졌다.
“으으윽…!”
악몽 같은 마귀들의 힘이 평범한 인간의 몸을 전장 삼아 충돌하니, 어떻게 버틸 수 있겠는가!
곧, 허름한 옷의 남자가 부글거리는 침을 토하며 눈, 코, 입을 가리지 않고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 이런.”
가인이가 눈살을 찌푸리며 시체를 바닥에 떨어트린 후, 갑자기 전방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마치,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처럼.
그 상태로 약 10초가 흘렀다.
동료들은 가인이가 왜 저러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고, 엘레나가 입을 열었다.
“가인 씨! 끝난 건가요?”
“… 끝났습니다.”
곧, 가인은 무언가를 포기한 듯 고개를 저으며 돌아섰다.
“어떻게 됐어요? 죽은 걸 보니 가인 씨가 이긴 것 같은데?”
“이기긴 했는데, 큰 의미 없습니다. 이 몸은 어차피 인형이니까요.”
“본체는 -”
“본체, 본체라…. 더 봐야겠지만, 상대는 육체라는 개념 자체를 초월한 것 같습니다.”
“그, 그 말은?”
“부유하는 망령, 현실을 초월한 정신체. 이런 것이 본질입니다. 이미 도망쳤습니다.”
차진철이 걱정스럽다는 듯 외쳤다.
“종족 전체가 유령이라고? 그런 놈들을 어떻게 죽이지?”
“방법이 없진 않죠.”
승엽이가 반색하며 물었다.
“역시 가인 형! 어떻게 -”
“근처에 빙의할 수 있는 몸이 아예 없으면 돼.”
“예? 어, 다 같이 피리 범위에 있으면 -”
“피리 범위에 한계가 있으니 그 정도로는 부족하지. 빙의할 만한 몸을 치워야 해.”
“몸을 치운다?”
“곤충이나 식물까지 파괴할 필요는 없어. 그런 것에는 빙의할 수 없으니까. 사람 혹은 생각 비슷한 걸 할 수 있는 고등 생물. 이런 것을 전부 죽이면 돼.”
“그, 그게 가능하겠어요?”
“… 다 같이 생각해 봅시다.”
말없이 회의장으로 돌아오는 가인을 보며 깨달았다.
조금 전, 전방을 지그시 바라보던 가인이는….
인류 보호 구역 생존자 전체를 몰살할지 말지 고민했던 것이다!
포기한 이유는 뭘까?
과도한 학살에 대한 양심의 가책?
혹은, 상대가 도망치기 전에 다 죽일 수 없을 것 같아서?
어느 쪽이든, 다른 동료들에게 가인이가 하려던 행동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다만 나 역시 생각했다.
“…”
지금 우리와 충돌한 개체가 공작‘님’이라 했던 걸 생각하자.
자기 종족 내에선 딱히 고위층도 아니란 이야기다.
다시 말해, 이스의 위대한 종족은 사람으로 치면 일개 평민 혹은 하급 귀족에 해당하는 존재조차 이 지경으로 강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