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6)
65화 – 101호, 저주의 방 – ‘기묘한 가족’ R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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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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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2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1호(저주의 방 – 기묘한 가족)
현자의 조언 : 3]
알아낸 사실과 추측을 합쳐보자.
인터넷을 살펴본 결과 각종 미디어 콘텐츠의 상태가 명백히 정상이 아니다.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장소는 어디인가?
기본적으로 방송국이다.
물론, 요즈음에는 많은 콘텐츠를 개인 방송 및 기타 여러 매체에서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런 것까지 고려하면 한도 끝도 없다. 일단은 방송국을 예상 후보로 두자. 아니라면 다른 후보를 찾으면 된다.
방송국을 가봐야 할까?
몇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1. 방송국이 하나가 아닌데 어딜 가야 할까?
지상파만 따져도 한두 개가 아니다. 종합 편성 채널이나 보도 전문 채널, 케이블 방송사까지 따지면 수십 개는 될 것 같다.
2. 대체 어떻게 갈까?
집을 나가서 기묘한 가족과 거리를 벌린 채로 10분 정도 뛰다 보면 탈출 판정이 뜬다. 본래 이 탈출이 우리의 생명줄이지만, 지금처럼 해결을 위해 장소를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면 탈출 판정이 방해된다. 방송국으로 가기도 전에 탈출이 뜨며 종료될 것이다.
3. 시작 지점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지?
각자의 시작 지점에서 벗어나서 방송국 등 특정 장소로 이동해야만 진행 가능하다면, 애초에 벗어나질 못하는 아리는 어떻게 하는가. 호텔이 시작 지점인 이상 진행이 불가능한 걸까?
아닐 것 같다. 호텔은 불합리하고, 잔혹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장소이지만 시작하자마자 터무니없는 괴물을 내보내서 우릴 3초 만에 몰살시키는 식으로 ‘불가능한 시련’에 우릴 노출하지는 않았다.
…
판단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만 하고 있어서는 답이 없다. 모든 의문을 해결할 때까지 가만 서서 고민만 하기보다는 일단 행동하면서 판단하기로 했다.
순서대로 답을 찾자. 우선, 대체 어떤 방송국에 가야 할 지부터 정하기로 했다.
잠시 고민한 후,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오래된 기사들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가인아! 대충 끝났니? 끝났으면 나와서 빨래 걷는 것 좀 도와라!”
슬슬 기묘한 가족의 ‘방해’가 시작됐구나. 최대한 시간을 끄는 수밖에 없다.
“학교에 뭐 알아봐야 하는 게 있어요! 곧 나가요!”
영상과 달리 문자만 나열된 기사들을 뒤적거리는 건 다행히 별다른 압박이 없었다. 기사의 내용들도 가만 보면 말도 안 되는 내용투성이지만 실체가 있는 사람이나, 훨씬 생생한 영상에 비하면 ‘저주에 감염시키는 정도’가 훨씬 약한 느낌이다.
계속해서 날짜를 바꿔가며 이 무대에서 ‘최초로 이상이 발생한 장소’가 어디인지 찾기 시작했다.
8개월 정도 날짜를 돌린 후에야 예상되는 후보를 발견했다.
ABS.
아마 비교적 최근에 설립된 공영 방송사였지? 대략 30개 정도의 기사들이 ABS의 극단적으로 자극적인 방송들에 대한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었다. 겨우 1~2일 사이에 수십 개의 비판적인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 1~2일 만에 저주가 세계, 혹은 대한민국 전체로 뻗어나가기라도 했는지 그 후로는 더 이상 비판적인 기사가 없었다. 방송국들도 그 후로 다 미쳐버린것 같다.
우선은 ABS를 가기로 했다.
다음 의문점.
대체 어떻게 갈까.
…
아주 단순한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애초에 탈출 판정이 뜨는 이유가 무엇인가? ‘기묘한 가족’의 이변을 인지한 채로 물리적인 거리를 벌려서가 아닌가.
거리를 벌리지 않으면 된다. 방송국까지 가족과 같이 가면 되겠구나.
…
생각이 막혔다.
가족들 주변을 빠르게 스쳐 가거나, 잠깐씩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저주의 영향이 미치며 강렬한 두통이 엄습했다. 이것조차 필터의 도움을 받아서 가능한 것이다. 필터 없이는 눈을 감고 귀를 막는 정도 아니고선 아예 버틸 방법이 없다.
하물며 가족과 함께 장시간 이동하면서 버틸 수 있을까?
한숨을 쉬면서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발견했다.
코로나 치료 어쩌고 하는 기사들.
아. 이 ‘무대’에서도 코로나는 심각한 문제구나. 애초에 현실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무대니까 당연하겠지.
보는 순간 해결책이 떠올랐다.
*
“아! 진짜 오빠 개 바보 아님? 무슨 코로나 치료제 예약을 이렇게 먼 병원에다가 해!”
“뭐라고?”
“아! 병신아 귀마개 같은 거 좀 치우라고. 눈은 아까부터 왜 실 눈뜨고 있음?”
“어어! 너! 가까이 오면 안 된다. 오빠가 아까부터 몸 상태 이상하다 했지?”
—휘이이익! 퍽!
동생이 ‘손도끼’를 내 머리 근처로 날렸다.
…
나중에 현실의 여동생을 다시 만나게 되면 좀 더 잘해줘야지. 짜증 났다고 대체 어디서 구했는지 알 수 없는 손도끼를 던지는 여동생을 보고 있으니 진짜 여동생이 그리워졌다.
코로나가 세계에 퍼지고 대충 반년 정도 흘렀을까?
관리국에서 개발했다는 3형 치료제는 획기적인 성능으로 세계의 혼란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전 지구에서 치료제를 요구하는 상황에선, 관리국이라 해도 충분히 보급하는 건 지극히 어려운 일.
덕분에 치료제 예약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나는 오늘 아침부터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며, 방송국 근처의 병원에 치료제를 예약했다고 우기면서 동생과 함께 출발했다.
동생은 짜증을 내면서도 ‘아픈 오빠’와 함께 병원에 가주기로 했다. 여기까진 정말 고마운 동생 같다. 주기적으로 자꾸 날붙이를 던지는 것만 빼면 말이지.
10M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출발했다.
너까지 코로나에 걸릴까 걱정스러우니 가까이 붙진 말아라. 근데 병원까진 같이 가 달라.
내가 봐도 모순적인 황당한 말이다. 정신이 이상해진 동생조차 황당해했지만, 용돈을 10만 원이나 주기로 약속하자 따라오기 시작했다.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가짜 세계의 돈인데. 100만 원도 줄 수 있지.
집 밖으로 나와서 바로 택시를 잡았다.
최대한 저주에 감염된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방송국 근처까지 가려면 택시가 맞겠지.
그런데, 이 기묘한 세계에서 택시가 정상적으로 가긴 하는 걸까?
택시에 탑승했다.
*
“그러니까 요즘 xx당 놈들이 문제라는 겁니다.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대체 여의도 놈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요즘 사람들이 ‘자유롭게’ 행동하면서 사상자가 많이 나오는 거야 나도 아는데, 그렇다고 배틀 로얄을 금지하겠다니요? 배틀 로얄이 요즘 학생들의 정신력을 기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됩니까?”
대체 왜 택시기사들은 미친 세상에서조차 이렇게 말이 많을까.
“말 하다 보니 또 제가 대학 다닐 때가 생각납니다. 제가 사실 하! 참 이런 말 하는 거 안 좋아하는데, Y대 출신입니다! Y대는 신입생들 입학하면, 일단 딱 러시안룰렛으로 한 바퀴 쭉 돌리거든요? 근성이 부족한 친구들을 거르는 거죠. 그러다가 올해는 130명 정도 죽었다고는 하지마는, 그게 뭐 어떻습니까. 나라에 인구는 많아요.”
심지어 미친 소리만 하고 있으니 뇌가 녹을 것 같다. 귀를 막았는데도 계속 소리가 스며들어온다.
택시의 가장 큰 문제. 거리를 벌릴 수가 없다.
아무리 벽에 붙어도 옆에는 동생, 앞에는 기사가 있으니 계속해서 ‘저주’가 나를 침범하는 게 느껴졌다. 상태창 필터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나도 미쳤겠구나.
필터가 있는데도 기절할 것 같다.
“나는 xx당 놈들이 진짜 이해가 안 가요. 지구 인구가 70억이랍니다. 이 손바닥만 한 나라엔 5,000만 명이나 살아요. 너무 많지 않습니까? 솎아내야지요. 30억, 2,000만.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너부터 자살해라 제발. 물론 내가 택시에서 내린 후에.
“그런데 xx당 놈들은 그게 문제랍시고 뭘 규제를 한다는 둥, 일반인 보호를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둥. 기가 막힙니다. 기가 막혀요. 적자생존의 원칙도 못 들어본 놈들이지. 자본주의 세계에선 원래 적자만 살아남는 거 아닙니까? 그놈들은 순 빨갱이들입니다.”
이렇게 30분을 버티면서 갔다.
나중에는 도저히 견디기가 힘들어서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손가락으로 헤집어서 귀를 먹먹하게 만들고 말았다.
—끼이익. 탁.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약간 거리를 벌리자 그제야 조금 살만해졌다. 숨을 몰아쉬던 중. 무언가 푹 찌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여학생이 아주 용감하시구만?”
멍하니 뒤를 돌아보니 동생이 손도끼로 택시기사의 배를 찍었고, 택시기사는 감사하다고 인사 중인 게 보였다.
…
그냥 가자. 이제 새삼 놀랄 기운도 없다. 나한테 저걸 던지지나 않았으면 좋겠는데.
터벅터벅 걷고 있자 동생이 따라왔다.
“오빠? 여기는 병원 가는 길 아니지 않아?”
“병원 가기 전에 잠깐 ABS나 구경 좀 해보려고.”
“거길 왜 갑자기 가?”
“…”
“오빠?”
핑계 떠올렸다.
“아까 핸드폰으로 봤는데 ABS에서 지금 ‘블랙홀 공주’ 찍는 중이래. 너 그거 좋아하지 않냐?”
“엣! 진짜? 왜 난 못 봤지?”
구라니까 못 봤지.
더 기다리면 진짜 핸드폰을 켜서 확인하려 들 것 같아서 무조건 방송국 쪽으로 뛰었다.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면 거의 다 왔다.
대충 동생 데리고 5분 정도 더 달린 후에야 방송국에 도착했다.
험난했던 과정을 생각하니, 그야말로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어진다.
이 지옥에서 가족을 ‘데리고’ 방송국까지 올 생각을 했다니!
한숨을 쉬며 방송국 근처로 다가갔을 때 –
누군가 어깨를 툭 쳤다.
소름이 돋았다.
101호에 진입한 후로 내게 생긴 일종의 능력. 저주에 감염된 사람이 나에게 접근할 때마다 필터로 인해 약화한 저주가 두통과 이명을 유발한다. 덕분에, 나는 눈을 감은 상태로도 누군가가 나에게 접근하는 걸 알 수 있게 되었다.
방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극도의 긴장 속에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탕!
동생의 머리가 터졌다.
*
“그러니까, 자네는 무려 ‘가족을 데리고’ 여기까지 왔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진짜 대단한데? 나도 그 생각을 흠칫 떠올렸네만, 설마하니 그 무식한 방법을 진짜 실행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
“좀 이상하지 않았나? 그 방법은 필터가 있는 자네와 팔찌가 있는 송이 양 정도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방법이네.
우리 중 그 누구도 그렇게 장시간 가족 근처에 있으면서 이성을 유지할 수가 없어. 아리도 그렇게 하다간 피가 말라서 죽을걸세.
호텔이 설마하니 모두를 분리해서 ‘개인플레이’를 시키면서, 특정 한두 명만 가능한 방법을 ‘공략법’으로 설정하진 않았을 것 아닌가.”
“저도 뭔가 이상하다 생각은 했습니다.”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일단 ‘자네한테는’ 가능한 방법이니 시도한 모양이군. 행동력이 좋은 건 칭찬하고 싶네. 방법이야 어찌 됐든 방송국에 도착도 했고. 나로서도 다행이군. 솔직히 나 말고 아무도 방송국에 오지 못할 것 같아서 나 혼자 해야 하나 생각 중이었거든. 한 명이라도 온 게 어디인가.”
“그런데…. 대체 묵성 어르신은 무슨 수로 방송국까지 오신 겁니까? 어르신은 저처럼 필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송이처럼 팔찌가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가족을 데리고 오신 거죠?”
“난 자네보단 쉬운 방법을 썼지. 모두가 배우기만 하면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이라네.”
“그게 대체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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