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60)
EP.661 661화 –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8)
661화 –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8)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4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3,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첫 번째 전투가 끝난 후, 내 입에서 제일 먼저 나온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빨리 보호 구역을 떠나야 합니다.”
몇몇 동료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묵성 요원이나 상현 형처럼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첫째, 조만간 위대한 종족 쪽에서 토벌대를 보낼 겁니다. 조만간 또 싸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직전에 싸운 하급 개체의 도주를 허용한 게 크다.
내게 별다른 저항도 없이 밀려났으니, 조만간 도착할 위대한 종족의 토벌대는 더욱 강한 개체이리라.
“둘째, 여기서 싸우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불리합니다.”
추가 설명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이 말을 꺼내자마자 아리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신 설명했다.
“사방에 사람이 너무 많아. 하나하나가 위대한 종족이 이용할 수 있지. 그렇다고, 음, 주변을 청소하긴 어렵잖아.”
청소라….
“우리가 이곳을 뜨는 게 맞아. 바로 출발하자.”
여기까지 들은 진철 형과 상현 형이 유용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까 보호 구역을 돌아다니다가 들었는데, 그럭저럭 멀쩡한 상태의 트럭이 한 대 있다더라.”
“문명이 무너지고 30년이 흘렀는데 기름 상태가 멀쩡할 수 있나?”
“형님, 들어보니 위대한 종족에게 요청해서 받았다는 것 같더군요.”
“그건 또 신기한 이야기인데.”
상현 형이 어느 지점을 신기하게 여기는지 알 것 같았다.
이미 인류 문명이 붕괴한 상황.
이스의 위대한 종족이 인간을 죄다 학살하고 잡아먹어도 인류에게 반항할 능력이 없어.
그런데도 보호 구역을 굳이 만든 이유는 뭘까?
종말 전의 약속을 지키려고?
믿음이 없는 이 우주에서 그 약속을 지키는 것도 신기하다.
“…”
순간, 지금 깨달은 사실이 꽤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깝지만 더 고민할 틈이 없어.
“출발합시다.”
*
트럭에 도착하니 진철 형이 자연스레 운전석에 앉으려 했다.
“내가 운전할 테니, 나머지는 짐칸에 타서 -”
“형이 운전하면 안 됩니다.”
“어?”
“위대한 종족에게 저항하기 어렵잖아요?”
트럭을 몰던 진철 형이 갑자기 돌아서 벽에 받기라도 하면 어쩌겠는가!
차라리 사람은 내가 구할 수라도 있지, 트럭이 망가지면 그거야말로 골치다.
“그, 그렇네. 그러면 운전은…. 어, 묵성 요원님도 무리 아닌가?”
“아리, 트럭 운전할 수 있지?”
“… 트럭은 자신 없는데.”
아니, 요원 일만 몇십 몇백 년 한 거 아니야?
아직도 몰 줄 모르는 차가 있다니!
내 표정에서 황당함을 읽었는지, 이번엔 아리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인이 넌 아직도 운전 면허 없으면서 그 표정 대체 뭔데?”
“…”
날카로운 반격에 당황하려던 차, 엘레나가 말없이 운전석에 앉았다.
“다들 뒤에 타세요.”
“…”
“다들 잊으셨나요? 전 운전을 아버지께 배웠답니다. 또, 명경지수가 있으니 위대한 종족에게도 한번은 저항할 수 있죠.”
운전석의 엘레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은 미로 주변에 동그랗게 모였다.
정신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동료가 많은 이상, 미로 – 정확히는 미로가 소환할 수 있는 은솔 누나의 피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인 씨, 이제부터 어디로 가요?”
고민 없이 외쳤다.
“사람 없어 보이는 곳으로 아무렇게나.”
“예?”
“특정 목적지가 있는 게 아니라 보호 구역에서 떨어지는 게 목적입니다. 어차피, 조금만 있으면 위대한 종족 쪽에서 군대를 보내든지 할 겁니다.”
“그, 그러면요?”
“쓰러트리고, 한 놈 붙잡아서 심문이라도 해야겠습니다.”
*
보호 구역 밖으로 나오자마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허름할지언정 사람 사는 도시 느낌이 나던 보호 구역과 달리, 바깥은 완전히 외계 행성처럼 변했기 때문이다.
— 휘이잉!
주변은 끝없이 몰아치는 모래바람으로 가득했는데, 시야가 잠깐씩 트일 때마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 나타났다.
“저게 대체 뭐지?”
건물이 물방울에 갇혀서 허공을 둥둥 떠다닌다는 게 상상이 가는가?
무지개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는 모습은?
트럭은 이 뒤틀린 세계를 관통하는 유일한 현실처럼 느껴졌다.
운전석에 앉은 엘레나는 언젠가부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엘레나.”
“네, 네! 기다렸어요. 어디로 갈까요?”
“그냥 직진.”
“예?”
“어차피 저쪽에서 오고 있네요.”
흐릿한 시야 너머로 어른거리는 거뭇한 형체.
곧, 동료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서쪽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미로,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은솔 누나를 소환해.”
“응!”
“정말 위험한 상황 아니면 함부로 소환하지 말고.”
“응?”
“은솔 누나가 제때 나오지 않으면 순식간에 위기에 빠질 테니, 늦으면 안 돼.”
“으, 응!”
“은솔 누나를 너무 이르게 소환하면, 시간 낭비가 심하니까 빨라도 안돼. 1시간뿐이니까.”
“…”
듣고 있던 아리가 한숨 쉬었다.
“미로, 가인이 말 무시하고 내가 말할 때 소환해.”
“응!”
— 스아아아…!
검푸른 물안개가 번져오는 듯한 불길한 분위기.
삽시간에 거뭇한 형체가 반경 30M 일대로 접근하는 순간, 바로 마도서를 소환했다.
태어나지 못한 자의 마력이 일대를 점거하니, 평소엔 볼 수 없던 신비로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안개 너머로 대여섯 가닥의 회백색 촉수가 뻗어오는 장면!
동료들의 눈에는 촉수 자체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단안거조의 눈이 있는 은솔 누나였다면 뭔가 보였을까?
촉수가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역시나 운전석의 엘레나였다.
— 탓!
즉각 엘레나 쪽으로 이동해 서의 마력을 빌렸다.
“아앗!”
“가만히 있으세요.”
나를 기점으로 뻗은 검푸른 마력이 위대한 종족의 힘과 충돌하는 상황.
그때, 안개 너머의 불가해한 존재의 의사를 느꼈다.
‘그대의 정체가 궁금하구나….’
말해줄 생각도 여유도 없었다.
엘레나를 향하던 공격을 막아내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또 다른 회백색 촉수가 열 가닥 이상 날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하나가 아니었어? 미로!”
“미로, 소환해!”
결국 은솔 누나가 나타나 피리를 사용해야 했다.
아리가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때? 지금 뭔가 싸우는 것 같은데!”
“촉수들이 죄다 끊겼어.”
“한번 잘 막은 거야?”
“… 미로, 당장 은솔 누나 돌려보내.”
한 번의 공방으로 느낀 사실.
내가 마도서의 힘으로 동료들을 지키는 게 불가능하진 않지만, 쉽지도 않다.
유산의 성능이나 숙련도에는 문제가 없으나 근본적인 도구의 차이 때문이다.
마도서는 칼이요, 안식의 피리는 방패다.
칼과 방패 중 무엇으로 화살을 막는 게 더 쉽겠는가?
신들린 검의 고수보다 오늘 처음 방패를 잡아본 사람이 활은 더 쉽게 막는다.
즉, 동료의 보호를 위해선 시간대여기로 은솔 누나를 반복적으로 불러내야 한다.
“… 소환.”
“소환!”
다시 은솔 누나가 튀어나왔다.
헌데, 이번에는 정신 강탈 시도가 끝이 아니었다.
「조언 : 3 -> 2」
「전방에 포탄!」
“막아!”
즉각 아리에게 소리치며 전방에 신성한 태양의 힘을 뿜어냈다.
— 쿠궁! 우르릉!
첫 포탄은 내가 막았으나 지표가 뒤흔들릴 정도의 충격파와 함께 트럭이 위아래로 요동쳤다.
“아아앗!”
미로의 비명도 잠시, 진철 형이 미로를 붙잡고 균형을 잡았다.
두 번째 포탄을 막아낸 것은 아리였다.
공간 자체를 분리하는 부등변다면체답게 내가 막았을 때보다 훨씬 깔끔한 방어!
그렇다 한들 모두의 표정이 창백해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 육체 강탈만 쓰는 게 아니구나!”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력한 무기를 가져올 거야. 지금은 저 녀석들도 급한 대로 대충 근처에 있는 무기만 챙겨온 수준이겠지.”
두 번째 공방이 이어진 후에야 묵성 요원이 당황한 듯 외쳤다.
“어떻게 된 거냐? 상대가 보이질 않는데?”
“상대가 접근을 피하고 있습니다.”
“뭐?”
최대한 침착하게 전황을 동료들에게 전했다.
“적은 셋. 하나하나가 아까의 그놈보다 강합니다. 셋 다 접근하지 않고 원거리 공격만 – 이런!”
— 우르릉!
김묵성 : 뭐?
한가인 : 접근하면 본인들도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것! 소환!
연거푸 터지는 소리 덕에 서로의 말이 들리지 않았고, 별수 없이 대화창이 요란해지기 시작했다.
한가인 : 돌려보내!
김아리 : 쟤네 시간 끄는 것 맞지? 은솔이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있어!
김묵성 : 어떻게 그런 판단이 가능하지? 시간대여기에 대해 모를 텐데?
한가인 : 소환!
이 부분은 짐작이 갔다.
우리가 가진 유산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성능은 모르겠지만, 적들도 감은 있을 것 아닌가!
한가인 : 돌려보내!
“으, 은솔이도 힘들겠다!”
김아리 : 미로, 말하지 말고 대화창!
한가인 : 시간대여기라는 개별 유산에 대해 아는 게 아님. 우리가 쓰는 방어 수단이 종합적으로 소진되길 기다리는 것.
김상현 : 합리적임. 이미 세상을 정복했고, 보급은 넘쳐날테니 시간은 적의 편.
그 잠깐 사이, 은솔 누나는 여러 차례 들락날락했다.
어느새 겁에 질린 미로의 전언.
미로 : 은솔이 시간 30분도 안 남았어!
김상현 : 버텨서는 답이 없음. 비행 + 자체 정신 방어할 수 있는 가인, 아리가 추격해서 처단해야 함.
나도 느끼고 있다!
버텨서는 답이 없고, 나랑 아리가 가서 놈들을 죽여야 한다고!
하지만, 적은 셋이고 전술적인 움직임에 능했다.
게다가 나와 아리는 트럭의 방어까지 담당 중인 상황.
나와 아리가 한 놈씩 추격하면 세 개체의 적 중 남은 하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내가 놈이라면 트럭을 공격한다.
방어를 담당하는 두 사람이 다 빠지면 트럭의 동료들은?
김상현 : 모두를 지키려고 하면 모두가 죽음.
“…”
「조언 : 2 -> 1」
‘공격 판단이 맞을까?’
「동료라고 부르면서 왜 네가 전부 다 하려 하는가?」
예전이었다면 오히려 고민없이 동료를 믿고 떠났을텐데, 어느새 나부터가 동료를 믿지 못했구나!
순식간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과 함께 트럭을 박찼다.
아리는 이미 전방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래, 동료들도 호텔의 지옥을 이겨낸 역전의 용사들이지.
다시 믿고 떠날 순간이다!
*
모래 먼지 너머로 드러난 흐릿한 형체.
적은 흡사 부유하는 거대 해파리를 닮아 있었다.
물론, 위대한 종족의 본질은 육신에 구애받지 않는 정신체다.
저 해파리 같은 몸은 일종의 강력한 무기라고 봐야겠지.
벼락같이 접근하자 두 개체가 동시에 날 공략하려 들었다.
그 순간, 내 정신이 한 점으로 수축하며 지극히 견고한 절대 자아가 형성되었다.
“… 세레나, 너는 비록 죽었지만,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있단다.”
세레나도 분명 그렇게 생각할 거야.
죽은 사람의 깨달음을 유용하게 쓰는 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아닐까?
힘의 특성상 내 자아만 지킬 수 있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 파지직!
여러 가닥의 촉수가 단박에 끊어졌고, 위대한 종족이 움찔거림이 느껴졌다.
‘이래서 공작과 같다고 하였는가!’
‘하지만 공작은 아니야. 공작 같다고 한 것은 ◨◭▶▩의 착각이다.’
정신파 속에서 이름에 해당하는 부분만 완전히 외계어처럼 느꼈다.
마치, 사람의 언어로는 저들의 이름을 표현할 수 없는 것처럼.
곧, 한 개체가 옆으로 빠지며 트럭을 향해 움직였고, 다른 한 개체는 되려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예상대로 하나는 날 막고, 다른 하나는 트럭의 동료들을 공격하려는 모양새!
이를 꽉 깨물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두어 번의 힘 싸움을 통해 깨달은 사실.
이번에 나타난 세 개체는 처음 보호 구역에서 충돌한 개체보다는 확연히 강하지만, 그렇다고 내 상대는 아니다!
나선을 그리며 다가오는 회백색 촉수, 동시에 바닥에서 터지는 폭발.
마법적인 공격과 화기를 동시에 다루는 기묘한 솜씨다.
1층 시절이었다면, 둘 중 어느 하나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허무하게 당하지 않았을까?
절대자아의 힘으로 마법적인 공세를 받아낸 후, 바닥의 폭발은 비행 궤도를 틀어 피해냈다.
이 순간, 부유하는 위대한 종족은 이목구비가 없음에도 온몸을 떨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핫!”
시퍼렇게 뻗은 열선이 연이어 중첩되며 엄청난 화력을 발휘했다.
단박에 10톤 선박도 녹여버릴 듯한 위력이 검푸른 해파리를 강타했고, 적은 단박에 보랏빛 핏물로 변하고 말았다.
물론, 상대의 본질은 꿈틀거리는 해파리 따위가 아니다!
— 쉬이익!
소리, 혹은 저릿한 파동과 함께 위대한 종족이 육신을 벗어나 탈출하려는 상황.
아까는 나도 처음 겪는 기이한 싸움이라 탈출을 허용했었지.
현실적으로 주변에 위대한 종족이 갈아탈 만한 몸 – 보호 구역 생존자들 – 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아니다!
“이얍!”
삽시간에 마도서에서 뻗은 검푸른 마력이 일대를 색출했고, 위대한 종족이 탈출에 써먹을 만한 고등 생물을 찾아냈다.
후보는 고작해야 둘.
— 콰직!
하늘을 나는 새 두 마리를 열선이 꿰뚫어 고깃덩이로 만들고 나니, 갈길 잃은 위대한 종족이 다시금 눈앞의 죽어가는 해파리로 돌아왔다.
“이제 어쩔 셈이지?”
패배가 확정된 순간, 위대한 종족이 내뱉은 말은 정말이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였다.
— 지지직!
‘… 작금의 일은 모두 너희가 뿌린 씨앗이거늘.’
“뭐?”
‘우리는 너희에게 수없이 기회를 주었느니라. 모든 협상을 걷어차고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시작한 것은 너희의 선택이니라.’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
‘나 하나를 죽인다 한들 무엇이 바뀌겠는가? 무의미한 발악 끝에 비참함이 기다릴 뿐이니….’
“…”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 이해할 수 없다.
다행히 이런 순간을 위한 능력이 있었다.
「조언 : 1 -> 0」
‘이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방의 제목은 이유 없이 지어지지 않는다. 아주 유명한 책의 이름이 아닌가?」
종의 기원.
“…”
우선, 동료들에게 돌아가자.
그쪽에서도 분명 성과가 있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