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63)
EP.664 664화 – 첫 번째 탈출, 회의 (1)
664화 – 첫 번째 탈출, 회의 (1)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4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 – ‘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 치이익!
화끈한 열기를 뿜어내는 돌솥과 바닥에서 누룽지가 구워지는 지글거리는 소리!
여기에 후각을 자극하는 참기름의 고소한 풍미까지 더하니 견디기가 힘들다.
주저 없이 돌솥비빔밥을 크게 한술 떴다.
맛은 두말할 것 없이 기가 막혔다.
각양각색의 채소와 소고기 볶음고추장, 여기에 황금빛 자태를 자랑하는 계란후라이까지!
심지어 아래가 살짝 구워진 바삭한 밥 한술까지 합쳐졌으니, 맛이 없으면 이상하다.
주변을 살피니 다들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육즙이 터지는 햄버거를 먹고 있는 승엽이도 있고, 스테이크를 써는 할아버지도 보였다.
엘레나는 치즈퐁듀 비슷한 것을 먹고 있었는데, 맛있어 보였는지 미로가 계속 한 입만~! 한 입만~! 하는 게 보였다.
“미로, 이러지 말고 너도 달라고 해. 호텔인데 음식 추가 주문을 받지 않을 리가 -”
“안돼.”
“뭐가 안된다는 거야?”
“엘레나는 몰라? 이런 음식은 원래 다른 사람이 먹는 걸 한입씩 뺏어 먹어야 맛있는 거야!”
“…”
솔직히 저 말 자체는 이해가 가.
그, 한 입만 특화 음식들 좀 있잖아?
다른 사람이 먹을 때 한입 슬쩍 먹으면 진짜 맛있는데, 내 앞에 제대로 시켜서 먹으면 그냥저냥 아쉬운 음식들이 있다.
미로의 마음은 이해했지만, 저 얌체 같은 마음을 대놓고 표현하는 마인드에 감탄이 나왔다.
“이게 바로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는 미국식 마인드인가?”
안심 스테이크를 썰던 상현 형이 어이없다는 듯 반박했다.
“미국식 마인드가 아니라 그냥 민폐입니다. 미로는 가정 교육을 못 받았으니 별수 없지요.”
“또 나한테만 그래! 안심 스테이크 한입!”
미로가 쏜살같이 움직여 상현 형의 그릇을 노리는 순간!
— 팅!
상현 형의 나이프가 절도있게 움직이며 미로의 포크를 쳐냈다.
“어, 어?”
미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재차 ‘한 입만’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손목째 잡혔다.
결국, 이 광경을 보던 아리가 크게 한숨 쉬며 미로를 데려가야 했다.
“제발 그만해…. 네가 이럴수록 괴담 미로의 회복 속도가 느려진다고.”
“이거랑 그게 무슨 상관이야?”
“왜 상관이 없어? 이 모든 순간이 괴담 미로의 정신에 타격을 주고 있잖아!”
이렇듯, 모두가 즐거운 식사 시간이 지나갔다.
*
첫 번째 주제는 외부에서 주는 신호에 관한 이야기.
이에 대해 제일 먼저 불평을 토해낸 건 송이였다.
“와~! 진짜 말도 안 돼! 그니까, 집 문이 잠기거나 차 문이 고장 났던 게 전부 여러분의 개입이었다고요?”
“그렇다니까? 가인이 녀석이 온 정신 집중해서 한 거야.”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당연히 어, 사고거나 불길한 징조 정도로만 느끼지.”
솔직히 이건 송이 말이 맞다.
관측소에서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일으킬 당시, 알아듣지 못하는 송이와 은솔 누나에게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한편 이해했던 게 이런 부분이다.
밖에서 보는 우리나 알지, 내부 진행하는 사람이 어떻게 알아듣는단 말인가!
아리가 탁자를 툭 치며 답했다.
“그래서 승엽이가 천운으로 너랑 은솔이만 들어가라고 한 거야. 어차피 첫 시도는 실패니까 둘만 넣은 거지.”
“와~! 그게 더 기분 나쁜 것 알아? 대놓고 버리는 패 취급이라니!”
“첫 시도라 뭘 모르니까 버리는 패가 된 거야. 공작이 마지막에 말했어. 다음번엔 종말 이후까지 오지 말고 해결해라.”
“으음….”
아리 말대로다.
송이와 은솔 누나가 버리는 패 취급받은 건, 첫 시도의 특성일 뿐이야.
실제로는 두 사람이 포함된 ‘해결 조’만 301호를 진실로 끝낼 수 있다.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는 비슷한 일 없도록 신호를 정합시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일으킨 경험자로서 보충 설명을 추가했다.
“아주 단순하게 정해야 합니다. 복잡한 메시지를 전하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송이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섬세한 조작은 불가능해요?”
“맞아. 굳이 표현하면, 양손으로 방을 붙잡고 위아래로 흔드는 느낌?”
“… 그게 뭔 느낌인지 모르겠어요.”
해보지 않은 사람을 이해시키기란 쉽지 않았지만, 이 정도 이야기는 할 수 있었다.
“타이밍을 조절하기도 힘들고, 내가 원하는 현상을 일으키기도 어려워. 외부에서 아무리 메시지를 전하려 해도 내부에선 알아듣기 어려울 거야.”
송이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러면요?”
“처음 말했듯이 단순하게, 딱 하나의 의미만 담자. ‘위험하다!’ 싶으면 일으키는 쪽으로.”
이제부터 폴터가이스트 현상의 의미는 딱 하나, ‘위험해!’로 통일한다.
두 번째 주제는 동물의 몸에 갇힌 사람에 관한 이야기.
“그니까, 제가 봤던 말하는 동물들은 전부 사람인 거죠? 사람인데, 본인 몸은 이스의 종족에게 빼앗기고 영혼이 동물에 갇혔다?”
“아마도.”
“외계인에게 몸이 빼앗긴 것까진 알겠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송이가 의문을 표했다.
“왜 남은 영혼이 동물에게 들어가요?”
할아버지가 간단히 답했다.
“이스 놈들이 집어넣은 것 아니냐?”
“왜요?”
“어?”
“생각해 봐요. 가인 오빠가 누군가의 몸을 빼앗을 때, 그 몸에 남아있던 정신이 딱히 어디로 가는 건 아니죠?”
“그야….”
“이스의 귀족이 의사 선생님이나 승엽이의 몸을 빼앗았을 때, 두 사람의 영혼이 어디로 가지 않았잖아요.”
“듣고 보니 그렇네.”
육체 강탈과 쫓겨난 영혼이 동물의 몸에 갇히는 건 사이에는 필연적인 인과관계가 없다.
내가 누군가에게 빙의한다고 그 사람의 혼이 동물에게 갇히지 않으며, 싸워본 바에 따르면 이스의 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할아버지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복수의 의미인가? 인간의 손에 왕이 죽었으니, 원망이 상당할 것 아니냐. 피해자를 동물의 몸에 가둬서 굴욕을 주는 거지.”
“그런가?”
동물에게 갇히는 굴욕을 줘서 복수한다?
이스의 종족은 인간을 증오하는 것 같았으니, 말이 안 되는 소리는 아니지만….
뭔가 애매하다.
조금 더 생각해 보자.
세 번째 주제는 ‘대양그룹 회장’에 관한 이야기.
자연스레 동료들의 시선이 식사 시간 내내 아무 말 없이 샌드위치만 먹던 은솔 누나에게 향했다.
평소의 눈치는 어디 갔는지, 누나는 우리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침묵 중이다.
“…”
사실, 301호에서 막 나와 복도를 걸을 때만 해도 누나의 태도는 지금과 달랐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기운차게 회의를 이끌려고 했었지.
문제의 가설, 대양그룹 회장 인류 배신자 설이 나오고부터 조용해졌다.
결국, 송이가 툭 툭 쳤다.
“저기…. 언니?”
“아, 아. 지금 내가 말할 차례야?”
“네.”
“미안, 다들 미안. 혼자 너무 깊이 생각하고 있었네.”
“아니에요.”
요전의 꿈과 301호 내에서 보인 태도를 미뤄볼 때, 누나가 대양그룹 회장에게 품은 마음은 실로 복잡하다.
대재벌을 일으킨 업적에 대한 존경.
언제나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압박감에 의한 두려움.
자신에게 많은 은혜를 베푼 혈족에 대한 사랑.
형제간의 갈등을 조장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지성과 업무능력에 대한 찬탄.
모든 업적이 회귀자라서 가능한 게 아니었나 하는 의심.
여기까진 장성한 자식이 억압적인 부모에게 느낄법한 애증이겠지만, 다음 문장의 무게는 전혀 다르다.
인류를 외계인에게 팔아넘긴 배신자.
누나가 지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버지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송이가 당했어. 이러다간 나도 당하겠다 싶어서 관리국에 신고했지. 그랬더니 이스의 귀족이 와서 다 죽이더라.”
여기까진 다 함께 본 내용이다.
“아버지가 이스의 귀족과 안면이 있는 것 같았어. 당시엔 신기했지만, 지금은…. 뭐, 인류를 팔아넘기셨다면 당연할지도.”
이때, 내가 최근 떠올린 의문을 말했다.
“누나, 처음 누나의 소원과 관련한 꿈을 봤을 땐 애매했는데, 회장님이 초자연적 존재와의 교류가 있음이 확실해졌으니 드는 생각입니다.”
“뭔데?”
“대양그룹의 존재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요?”
“…”
담담히 손을 들어 나 자신을 가리켰다.
“전 호텔에 오기 전부터 대양그룹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한가인의 과거 기억’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모호하긴 합니다만.”
이 시점에서 은솔 누나가 모두에게 질문했다.
“호텔에 오기 전에 대양그룹에 대해 알던 사람?”
곧, 절반 이상의 동료가 연이어 손을 들었다.
“… 가인이 네가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어. 모두가 서로 다른 루프에서 왔는데, 다들 대양그룹을 아는 것 자체가 이상하단 말이지?”
“그렇죠.”
누나는 크게 한숨 쉬며 중얼거렸다.
“아버님이 회귀자라면 이 부분도 쉽게 설명할 수 있네. 회귀자니까 매번 성공을 거두셨고, 이름도 똑같이 붙인 거야.”
회장이 회귀자임이 반쯤 확정되는 시점, 나는 내가 정말 하고 싶던 말을 덧붙였다.
“누나의 아버님에 대해 관리국이 몰랐을까요?”
“아?”
“매번 똑같은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창업하고, 선택의 순간마다 정답을 찍으며 창업 성공. 그렇게 일으킨 대재벌 이름은 매번 대양그룹. 관리국이 몰랐겠습니까?”
이 정도면 내가 회귀자임을 알아달라고 광고하는 수준이다.
“그렇네.”
“회장은 관리국 요원 혹은 고위 직원이었을 확률이 상당합니다. 대양그룹은, 관리국이 관리하는 재벌 중 하나였던 거죠. 아리 생각은 어때?”
아리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오래전의 루프라 관리국 관리 여부까진 정확히 모르는 이야기긴 하지만, 가능성은 있겠네.”
자연스럽게 네 번째 주제, 관리국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엔 누나가 아리 쪽을 보며 질문했다.
“밖에서 봤겠지만, 관리국에 신고했더니 악마 같은 존재가 왔어. 그래서 당시의 난 관리국이 모든 음모의 원흉인 줄 알았거든?”
당시의 은솔 누나는 ‘이스의 위대한 종족’이라는 개념을 아예 몰랐으니 가능한 착각이다.
“진짜 적이 이스의 종족이라면, 관리국은 뭐야? 왜 관리국에 신고했더니 외계인이 와?”
아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확인해 봐야겠지만, 말단 직원들 다수가 타락했을지도 모르지.”
“관리국 하부층이 이스의 종족에게 잠식당했다?”
“그랬으면 네가 겪은 일도 충분히 가능하니까.”
곧, 아리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입을 열었다.
“말하다 보니 떠오른 생각인데, 이스의 종족은 정말이지 강력한 종족이야. 그렇지?”
이스의 위대한 종족이 보인 저력은 어떠한가?
개체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참가자를 능가할 정도로 강하다.
순식간에 지구 전체를 정복하고, 생존자를 인간 동물원에 밀어 넣었으니 종족 단위로도 막강하다.
초자연적인 힘이든, 과학 기술력이든 인간이 감당할 수 없으니 ‘위대한 종족’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이 정도면 관리국이 반항 한번 못하고 몰살당해도 그러려니 했을 것 같은데….”
아리의 다음 의문은 꽤 합당했다.
“그런데, 이스의 귀족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지. 수 없이 기회를 주었다, 여러 번 협상을 시도했다.”
세상 그 어떤 인간도 닭이나 돼지와 협상하지 않는다.
상대 역시 테이블에 앉을 자격이 있어야 협상이 성립한다.
“심지어 가인이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마지막 말은 내가 받았다.
“이스의 종족은 죽은 왕의 부활을 꾀하고 있어. 그리고 그들의 왕을 죽인 종족은 관리국이지.”
아리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아니, 음, 절대 불가능하다고 할 건 아니겠지만.”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
해당 정보를 공작으로부터 얻어낸 건 나였기 때문이다.
— 탁!
“처음부터 말해야겠군요. 첫 시작은 적의 기습이었습니다. 아리는 기억하겠지만, 당시 전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죠.”
“기억나. 상대가 우리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아갔다. 당장이라도 수백 발의 미사일이 날아올 만한 상황 아니냐, 뭐 이런 말을 했었지.”
“위기가 닥칠 줄은 알았어. 그게 딱 그 타이밍인 줄 몰랐을 뿐이지.”
“그래서?”
“번쩍! 하는 느낌과 함께 어마어마한 속도로 공격이 날아왔지. 그 힘이 내 머리를 살짝 훑었는데 -”
‘살짝’이라는 표현에 동의하기 어려웠는지, 아리와 상현 형이 즉시 반박했다.
“살짝 증발시켰지.”
“그게 살짝이면, 세상에 부상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 어쨌든, 평소라면 나도 즉사했을 거야.”
“평소라면?”
당시의 기억이 뇌리를 스친다.
신성한 태양의 힘으로 적의 공세를 찰나지간 막아냈던 기억.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방어막이 뚫리던 기억.
다가오는 죽음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떠올린 위대한 지혜.
하늘 아래 너뿐임을 알라
시간으로 치면, 채 10초도 되지 않았을 것 같다.
물 한 모금 마시기에도 부족한 잠깐의 시간동안 모든 경계가 무너짐을 느꼈다.
그 순간, 나는 공작이요, 공작은 나였다.
둘이자 하나요, 모든 정보를 모아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을 찾는 단 하나의 지성이었다.
“공작도 의구심에 가득 차 있었죠.”
“…”
“왕이 어떻게 필멸의 인간에게 당했는가? 저 하늘의 위대한 별이 어떻게 미물에게 당했단 말인가?”
“…”
“지상의 인간을 철저하게 짓밟았다. 그러나….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왕을 위협할 만한 힘을 발견하지 못했다.”
혼란에 빠진 동료들을 보며 말했다.
“아마, 이게 301호의 가장 큰 비밀 중 하나일 겁니다. 관리국은 무슨 수로 공작이 신처럼 섬기는 이스의 왕을 해쳤는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