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64)
EP.665 665화 – 첫 번째 탈출, 회의 (2)
665화 – 첫 번째 탈출, 회의 (2)
– 유송이
늦은 밤.
나는 105호의 개인실 침대에 누워 뒹굴고 있다.
혼자 게으름피우는 건 아니야.
다른 사람들도 각자 105호에서 쉬고 있다고?
어제 우리는 301호를 해결한 게 아니라 탈출했을 뿐이며, 내일 다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해.
“…”
대략적인 회의는 진작 끝났다.
301호에서 각자 얻은 정보를 공유했고, 다음 회차 진행에 관한 이야기도 최선을 다해 나누었으니까.
이 정도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봐.
“뭔가 답답해! 너도 그렇지?”
페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이자 건방진 앵무새가 주저 없이 내 손가락을 물었다.
“아얏!”
손을 떼니 천연덕스럽게 눈을 감고 자는 체하는 모습 봐!
졸리니까 방해하지 말라는 거야?
“301호에선 아무 도움도 못 줬으면서 잘난 체 – 물지 마!”
페로와 장난치다 보니, 가뜩이나 오지 않던 잠이 싹 달아났다.
좀 걷기라도 하면 나아지려나?
*
호텔 복도로 나와 몇 걸음 걷고 있으니, 따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과 테이블 쪽에서 누군가 화이트보드를 건드리고 있는 것 같았다.
곧,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가인 오빠?”
“시간도 늦었는데 쉬지 그래?”
“오빠도 깨어 있잖아요.”
“그렇네.”
시답잖은 말을 꺼내면서도 시선은 화이트보드를 떠나지 않는 모습을 봐.
정말 깊이 고민에 빠진 모양이네.
가까이 다가가니, 회의 시간 내내 모두를 피곤하게 한 문제의 리스트가 보였다.
***
멤버 배분
해결 파티 – 입실 명부
1. 고정 멤버 : 유송이, 이은솔
2. 추가 멤버 : 김아리, 김묵성, 엘레나
탈출 파티 – 종말 이후 세계
1. 미로, 승엽
***
총 일곱 명의 이름이 적혀있다.
여기까진 저녁 회의를 통해 결정이 끝났었지.
세 사람 – 김상현, 차진철, 한가인 –을 어디에 넣어야 하는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의견이 분분했다.
“어제 회의하면서 든 생각인데요.”
“…”
“3층 진행하는 내내 멤버 배분 문제로 고민 많이 할 것 같았어요.”
“그러게. 2층의 봉인에 이은 3층의 멤버 배분인가….”
“봉인이 어찌 보면 더 편했죠. 호텔이 알아서 결정했잖아요?”
누가 봉인 당하는지는 호텔이 결정했으니, 우리가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다.
“멤버 배분은 우리가 선택하니까 더 어려워요.”
해결하려면 해결 파티에 강력한 멤버를 다수 투입해야 한다.
문제는, 이랬다가 실패하면 그대로 파멸이라는 사실!
탈출 쪽에 전력이 부족하면 공작이 뜨자마자 몰살당할지도 몰라.
가인 오빠가 중얼거렸다.
“이번 시도에서 해결과 탈출 중 어디에 무게를 두냐의 문제지.”
“그렇죠.”
입실 명부의 ‘추가 멤버’ 항목에 적힌 김아리, 김묵성, 엘레나.
세 명의 도우미를 보자 저녁 회의 때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가인 오빠도 비슷했는지, 자연스럽게 설명을 시작했다.
“다음 시도는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세 가지가 중요해. 첫째, 더 은밀하게 진행해야 해.”
“관리국 말단은 타락했고, 대양그룹 내부에도 이스의 일족이 심은 끄나풀이 많으니까요.”
“그렇지. 첫 시도 때처럼 송이 네가 고양이 데리고 온 사방을 돌아다니면 곤란해.”
“와, 오빠 지금 내 탓 하는 거죠? 내가 멍청해서 첫 시도를 날려 먹었다!”
오빠가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농담이에요.”
“… 아리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가끔 당황스러운 소리를 막 하는 것 같아.”
그 말을 듣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왜 이러는지 아세요?”
“모르겠는데.”
“오빠가 예상할 수 없게 행동하고 싶어지거든요.”
“뭐?”
“통찰을 얻은 후, 오빠는 가끔 대우주를 꿰뚫어 보기라도 할 것처럼 지그시 우릴 바라보곤 하죠.”
“그건 -”
“필요해서 하는 것 알아요. 하지만, 이런 일을 겪다 보면 우리도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
“스트레스라기보단 약간의 자존심? 야! 한가인 네가 그렇게 대단해? 내가 뭘 할지 다 알겠어? 이건 어때? 이것도 읽었어? 요건 어때? 요것도 예측했어?”
가인 오빠가 입을 반쯤 벌린 채 붕어처럼 뻐끔거리다가 한마디 했다.
“목적이 그거라면, 성공했다고 말해줄게. 송이 네가 이겼어.”
“풋! 농담은 이쯤 하고, 다시 중요한 이야기 하죠.”
“그래. 둘째, 꽤 많은 정보는 대양그룹 회장이 알고 있을 거야.”
“틀림없죠.”
“은솔 누나와 도우미가 함께 대양그룹 회장으로부터 정보를 알아내야 하지.”
알아내야 할 정보들이 바로 떠올랐다.
“정말 회귀자세요? 관리국과 연관 있으시죠? 이스의 일족과 언제 손잡으셨나요? 인류의 뒤통수를 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 마지막 문장은 돌려서 표현하는 게 좋겠다.”
“그냥 해본 소리죠. 어차피 회장을 추궁하는 일은 은솔 언니가 할 일이니까.”
“셋째, 관리국과도 접촉해야 해. 다만, 말단은 타락했을 가능성이 크니 멀쩡한 사람들을 찾아내야겠지.”
“그걸 제가 해야 한다는 말이죠?”
“그래. 은솔 누나는 대양그룹 회장의 딸이고, 주변에 관리국 혹은 이스의 일족 끄나풀이 이미 많아.”
이 부분이 우리가 첫 시도 때 빠진 함정이었어.
은솔 언니가 관리국에 접촉해선 안 된다.
주변에 끄나풀이 이미 너무 많기 때문이지.
내가 해야 한다.
301호 내에서 난 그냥 일반인이니, 행동이 훨씬 자유롭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요약하면, 두 번째 시도의 큰 틀이 나온다.
은솔 언니와 그쪽 도우미들은 대양그룹 회장을 추궁하고, 나와 내 쪽 도우미들은 관리국의 멀쩡한 세력과 접촉하는 것.
멤버 배분 역시 여기에 맞게 이루어졌다.
“아리와 묵성 요원, 두 사람이 널 도울 거야. 단순히 관리국에 신고하는 게 아니라 관리국의 어느 부분이 타락했고, 어느 부분이 멀쩡한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하니까.”
“아무래도 제가 하긴 어렵죠.”
“맞아. 아리와 할아버지가 해야 해. 그리고….”
“그리고?”
“… 할아버지가 개인 대화창으로 한 말인데.”
“그러면 오빠만 들으라고 한 말 아니에요?”
“내 생각엔 너도 들어야 할 것 같아서. 할아버지가 네 부모님을 주의 깊게 살필 거야.”
“…”
은솔 언니의 아버지 – 대양그룹 회장은 수상쩍은 점이 엄청나게 많다.
그렇다면, 시나리오상 은솔 언니와 대등한 위치에 있는 나의 부모님은 어떨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일까?
정말 이혼 준비 중인 수의사 부부인 것 외에는 아무런 비밀이 없을까?
“할아버지가 네 부모님을 감시하는 것 같아도 놀라지 마.”
“알았어요.”
“엘레나는 은솔 누나를 도울 거야. 본인의 무력은 물론, ‘거짓말 탐지’ 능력이 있으니까. 대양그룹 회장을 추궁할 때 큰 도움이 되겠지. 또, 외모도 고려했어.”
“외모 말이죠….”
무슨 말이 나올지 알고 있는 만큼, 일부러 살짝 의미심장한 말투를 썼다.
“엘레나의 외모는 너무 화려해. 비밀스럽게 움직이긴 어렵지. 은솔 누나 옆이라면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을 거야.”
가만히 있어도 시선을 끄는 엘레나 언니 특성상, 비밀스러운 움직임은 무리야.
그래서 은솔 언니 측 도우미로 배치했다.
재벌 집 막내딸이라면, 연예인 혹은 연예인 지망생 한둘과 친분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흠…. 오빠! 지금, 이 이야기 말이죠.”
“왜 그래?”
“엘레나가 내 옆에 있으면 곤란하다? ‘송이와 달리’ 너무 눈에 띄니까?”
그제야 내 의도를 알아챈 가인 오빠가 움찔했다.
“아니 -”
“화려한 엘레나는 비밀스러운 움직임에 적합하지 않지만, 송이는 적합하다? ‘엘레나와 달리’ 눈에 띄지 않으니까?”
“야, 야!”
“하…. 이건 진짜 너무하다. 내일 모두의 앞에서 말해야겠어요.”
가인 오빠는 크게 한숨 쉬더니, 내 말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해결 파티야. 아리와 묵성 요원이 널 돕고, 엘레나는 은솔 누나를 돕는 게 확정이지.”
다음은 탈출 파티다.
“미로와 승엽이 둘은 탈출에 넣기로 했죠?”
두 사람이 탈출 파티에 있어야 하는 이유.
“미로는 이번에는 탈출 파티에 들어갈 거야.”
“은솔 언니를 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그렇 – 아니, 복제라는 표현은 좀 희한하네.”
이스의 일족은 고위 개체는 물론, 하급 개체까지 빙의 능력이 있다.
사실상 하나하나가 전부 호텔 참가자급이란 의미다.
이러니까 ‘위대한 종족’이라고 불리는 것 아닐까?
탈출 파티가 요란한 싸움을 경험한 덕에 결론이 나왔다.
적의 빙의 능력에 대한 가장 완벽한 대응은 ‘안식의 피리’, 단 하나.
나머지 대응책 – 화신의 서, 오래된 피의 암시, 태초의 인간, 명경지수 등은 모두 안식의 피리만 못하다.
자기 자신만 구할 수 있거나, 방어력 자체가 떨어지거나, 이성을 반쯤 잃거나, 딱 한 번만 정신을 차릴 수 있거나 기타 등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안식의 피리 다음가는 해법은 바로 그 안식의 피리를 1시간 소환할 수 있는 시간 대여기다.
진짜 은솔 언니가 해결 파티 고정인 이상, 언니를 소환할 수 있는 미로는 탈출 파티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
그때, 가인 오빠가 의미심장한 분위기로 말했다.
“사실, 전혀 다른 리스트도 고민해봤어.”
전혀 다른 리스트?
“이번에는 아니야. 또 실패하면, 그때 이야기할게. 괜히 다른 사람들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싶지 않아.”
이런 말을 들으니 괜히 더 궁금해졌다.
“미로는 그렇다 치고, 승엽이도 탈출 파티에 들어갈 줄은 몰랐네요.”
승엽이를 탈출 파티에 넣자는 말은 가인 오빠가 꺼냈는데, 다음 일은 살짝 기묘했다.
당연히 승엽이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는데, 가인 오빠가 슬쩍 대답을 피했기 때문이다.
더 신기한 건, 아리와 은솔 언니 등이 적극 동의하며 바로 이름을 적은 부분이지.
“이유가 뭐였어요? 뭔가 묻지 말라는 분위기라 그냥 넘어갔는데. 행운은 해결 파티에서 되게 유용할 것 같았는데요.”
“어차피 천운은 쓸 수 없어.”
첫 시도 시작할 때 멤버를 정하기 위해 천운을 썼어.
천운은 호텔 파티의 각종 능력 중에서도 탐욕의 손과 함께 재사용 대기시간이 가장 긴 편인데, 그래서 아직도 쓸 수 없다.
“그렇지만, 천운이 아니어도 승엽이는 운이 좋은 편 -”
“운이 좋은 건 해결 파티에서든, 탈출 파티에서든 항상 유용하지. 하지만….”
“하지만?”
계속해서 대답을 살짝 피하는 오빠의 태도가 날 더욱 궁금하게 했다.
“그냥 말해봐요. 어차피 승엽이 옆에 없잖아요.”
“… 송이야. 오빠가 그동안 몇 번의 경험 덕에 깨달은 사실이니까 오해하지 말고 들어.”
대체 뭔 이야기 하려고 이러는데!
“승엽이는 남에게 조종당할 때만 몇 배로 강해지는 느낌이 있더라고.”
“…”
“뭔가 남에게 조종당할 때만 똑똑하고, 소름 돋게 강해.”
“…”
“해결 파티에 승엽이가 들어가면, 왠지 모르게 공작에게 조종당할 것 같아.”
“공작에게 조종당해서 저랑 은솔 언니 목을 날린다? 하필 조종당할 때만 천하제일 고수가 되어서?”
“…”
“혹시 통찰로 봤어요? 승엽이가 저랑 언니 목을 베는 장면?”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느낌이 그래. 아리도 은근히 동의하더라.”
지금 나눈 이야기를 승엽이가 들으면 진짜 서운해할 것 같았다.
문제는, 나도 이유를 들으니 납득했다는 사실이야.
어떡해?
다들 포르투나를 겪었단 말이야!
가인 오빠가 쓰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단순 감이 아니야. 승엽이 능력의 특성 때문이지.”
“…”
“아크샤의 혼을 극성까지 익힌 덕에 무력이 상당하고, 여기에 행운이 더해지니 고점 자체가 굉장히 높아.”
“… 그런데, 평소엔 본인의 유아적인 정신상태가 고점을 방해하고 있죠.”
“적이 조종하면 바로 그 정신적인 문제가 사라져. 고점만 남지. 대응이라 할만한 건 태초의 인간뿐인데, 이걸 첫 번째 시도 때 한참 썼어.”
“와…. 이게 대체 뭐람!”
어이없음을 느끼다가 순간 고개를 갸우뚱했다.
“근데, 그 문제가 탈출 파티에 들어가면 해결되나요?”
“…”
“종말 이후 세계에도 공작이 있는 건 똑같잖아요. 승엽이가 갑자기 미로를 죽이기라도 하면 난리가 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닌가?”
“종말 이후 세계는 특성상 모두가 한 장소에서 시작해. 단독행동을 할 일이 없어.”
“아, 승엽이가 혼자 돌아다니다가 조종당할 일이 없다?”
“그렇지. 같이 있을 때는, 언제든 안식의 피리를 소환할 수 있으니 조종당할 확률도 내려가고.”
이쯤에서 살짝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억하시겠지만, 전 오빠도 해결 파티에 오길 바랐거든요.”
“내가 어디 갈지는 아직 고민 중이야.”
“그래서 제 의견을 말하는 중이죠. 밖에서 봤잖아요? 오빠가 없으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 보이더라.”
지혜, 조언, 시나리오 이해의 부재가 이토록 크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느꼈다.
“결국 해결 파티가 더 중요해요. 그렇죠?”
“그렇지. 해결 파티만 301호를 끝낼 수 있으니까.”
“중요한 곳에 큰 전력이 들어가야죠.”
“…”
말은 이렇게 했지만, 가인 오빠의 고민 역시 이해한다.
탈출 파티에 가인 오빠가 없다?
공작이 등장하는 즉시 멸망이다.
전원이 숨 한번 못 쉬고 학살당할 가능성 100%야.
다 함께 과거의 미로, 의사 선생님처럼 한빙지옥에 갇히게 되겠지.
“어렵네요.”
“그러게.”
새삼 드는 생각.
호텔은 참 모순적인 장소다.
어떤 때는 참가자들끼리 견제하고 싸우게 유도하면서, 막상 한 명이 과성장하면 저주의 방 진행이 어렵다.
2층은 봉인, 3층은 진행의 이원화.
결국, 우리 파티도 성장의 불균형이 문제 되는 것.
가인 오빠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한가인’을 1에 넣으면 2가 비고, 2에 넣으면 1이 빈다.
답이 없는 문제인 만큼,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었다.
“아~! 이건 결국 아리가 문제네요.”
“뭐?”
“유산 두 개 얻은 사람이 오빠랑 아리뿐이잖아요? 근데 왜 이렇게 약해!”
“…”
“생각해 봐요. 아리는 유산도 두 개! 나이는 제일 많고, 요원 경력도 기네요. 그런데 유산 값, 나잇값, 경력 값 셋 다 못함!”
어색하게 웃던 가인 오빠가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날 유심히 보았다.
“지금 나눈 이야기, 대부분 회의 때 했던 이야기네.”
“…”
“내 생각에, 송이 네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항상 느끼는 점.
가인 오빠의 눈치는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로 비상하다.
원래도 이런 면이 있었지만, 통찰을 얻은 후엔 상시 독심술을 쓰는 것 같았다.
통찰을 쓰는 방식 자체도 바뀐 것 같아.
처음엔 출력을 통제하지 못해서 과도할 정도로 꿰뚫어 봤고, 견디지 못해서 안대를 쓰곤 했지.
또, 본인이 본 장면에 본인이 휘둘리는 느낌이 강했다.
“말해봐. 다른 사람에겐 하기 힘든 말인 모양인데.”
여기까지도 맞췄어.
역시, 내가 오빠를 이기기는 무리일까?
“오빠. 처음 301호에 들어가자마자 느꼈던 점인데요.”
“응.”
“부모님, 모두 다 ‘진짜’였어요.”
“음?”
“진짜였어요. 꿈으로 만든 가짜가 아니고 -”
말하다가 움찔했다.
‘꿈으로 만든 가짜’라는 표현은 동료 중 다수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테니까.
이래서 다른 사람 앞에선 말할 수 없었지.
반면, 가인 오빠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모두 다 진짜라는 게 무슨 의미지? 네가 기억하는 현실 속 그 부모님이 그대로 301호에 나타났다?”
“…”
“혹은, 301호라는 세상 전체가 송이 네가 살아온 그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