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65)
EP.666 666화 – 첫 번째 탈출, 회의 그리고 재진입 (3)
666화 – 첫 번째 탈출, 회의 그리고 재진입 (3)
– 유송이
다시 만날 수 없을 줄 알았던 ‘진짜 부모님’과의 재회.
이에 대한 가인 오빠의 반응은 제법 예리했다.
“모두 다 진짜라는 게 무슨 의미지? 네가 기억하는 현실 속 그 부모님이 그대로 301호에 나타났다?”
“…”
“혹은, 301호라는 세상 전체가 송이 네가 살아온 그 세상이다?”
‘현실’이란 곧 무한히 반복되는 루프의 집합이다.
호텔 파티가 기억하는 현실의 모습이 달랐던 건, 모두가 다른 루프에서 왔기 때문이야.
내가 살아온 루프는 물론, 진짜 부모님 등은 이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나는 또 하나의 진실을 안다.
지금 내가 있는 장소 – 호텔 파이오니어는 우주에서 가장 신비로운 장소.
호텔에 불가능이란 없다.
나를 과거의 루프로 보내는 일?
호텔이라면 가능한 정도를 넘어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
그래서 나는 가인 오빠의 질문에 이렇게 답할 수 있었다.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호텔이니까.”
“확신은 어려운 모양이네.”
“그…. 전 오빠처럼 기억력이 되게 좋지 않거든요. 살면서 이런 소리를 할 줄은 몰랐지만, 호텔 덕에 수많은 세상을 경험했죠.”
“너무나 많은 경험 때문에 호텔에 오기 전 기억이 불명확하다?”
“네.”
가인 오빠는 바로 답하는 대신, 살짝 뜸 들이다가 말을 이어갔다.
“3층에 오기 전, 선대 지혜에게 3층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을 들었어.”
“3층에 대한 해석?”
“선대는 그 누구보다도 3층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한 사람이고 매우 지혜로운 존재야. 그의 말은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지.”
일리 있는 이야기네.
“영웅의 양성은 1, 2층에서 끝났다.”
“아?”
“2층을 돌파하고 탈출한 시점에서 우리는 모두 초인이며, 기세가 하늘을 덮는 개세의 영웅이다.”
“그러면 3층은요?”
“1, 2층에서 보검을 제련했으니, 제대로 한번 휘두르기 위한 장소.”
“신기한 이야기네요.”
“이런 맥락에서 보면, 1, 2층과 달리 3층에 가고 말고를 우리가 선택하는 이유는 명확해.”
“뭔데요?”
“남의 손에 떠밀려서 시련에 떨어지는 건 영웅이 아니니까. 본인의 의지로 환란의 소용돌이에 들어설 수 있어야 영웅이니까.”
“…”
솔직히 말하면, 이런 ‘영웅론’은 잘 와닿지 않았다.
나는 딱히 종말에 처한 인류를 구제하기 위해 3층에 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내게 남은 진실한 가족이자 동료들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을 뿐.
“그니까 오빠가 하려는 말은 이거죠? 1, 2층은 호텔이 만든 가짜 세상이고, 3층은 우리가 살아온 진짜 세상?”
가인 오빠가 고개를 저었다.
“송이야, 명심해. 호텔의 영역에서 진짜, 가짜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아. 부처가 보기엔 어차피 붓 한번 휘둘러서 고칠 수 있는 그림이야.”
“그러면 -”
“굳이 따지면, 원본과 복제 정도로 표현할 수는 있겠지.”
진짜와 가짜가 아닌 원본과 복제.
내가 듣기엔 그 말이 그 말 같았지만, 오빠는 분명히 다른 의미로 쓴 것 같다.
— 탁!
그때, 오빠가 가볍게 테이블을 두드렸다.
“3층의 본질에 대한 신비주의적 고찰은 이쯤 하자.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토론한다고 정확한 결론이 나오는 게 아니야.”
“그건 그렇죠.”
“지금 너와 내가 품은 의문, 3층을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풀리지 않을까?”
“…”
“시간이 늦었어. 이제 가서 자도록 해. 내일 보자.”
*
다음 날 아침, 입실 전에 멤버 배분을 위한 마지막 회의가 열렸다.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이 결정되었다.
***
해결 파티 – 입실 명부
1. 고정 멤버 : 유송이, 이은솔
2. 추가 멤버 : 김아리, 김묵성, 엘레나, 차진철
탈출 파티 – 종말 이후 세계
1. 미로, 박승엽
2. 김상현, 한가인
***
지난밤, 가인 오빠는 의사 선생님과 진철 오빠 그리고 본인을 어디에 넣을지 고민했었지?
결론은 진철 오빠만 해결 파티에 들어오고, 나머지 둘은 탈출 파티에 들어가는 것.
은솔 언니와 가인 오빠가 간략히 설명했는데, 대충 들어보니 이유는 간단했다.
아직은 정보가 부족하다.
해결 확률이 낮으니 탈출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가인 오빠가 없으면 공작에게 비벼볼 여지가 아예 없다.
의사 선생님의 최후의 섬광은 공작에게도 유효타가 들어가더라.
기타 등등.
듣다 보니 순간 웃음이 나왔다.
사실, 숫자로 따지면 해결 파티에 여섯이 들어가고, 탈출 파티에 넷이 들어간 상황이잖아?
그런데도 모두가 이 멤버 배분은 해결보다 탈출에 무게를 둔 배분이라고 생각 중이야.
왜? 가인 오빠가 탈출 파티에 참여 중이니까!
물론, 좋은 소식은 아니다.
그만큼 파티의 균형이 무너져 있다는 이야기니까.
나도 모르게 왼쪽의 아리를 툭 찔렀다.
“뭐야?”
“너 때문이야.”
“뭐?”
“네가 지금보다 강했어야지!”
아리는 갑자기 무슨 말이냐는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간단한 답변으로 날 침묵시켰다.
“뭐라는 거야? 페로보다 약한 애가.”
“… 페로. 빨리 아리 머리 물어뜯어.”
가인 오빠랑 밸런스를 맞추려면 해결 파티에 몇 명이 들어가야 할까?
오빠 본인을 제외한 9명 전원?
에이, 이건 좀 오바야!
애초에 미로까지 해결 파티에 넣으면, 미로가 가인 오빠를 소환할 수도 있으니까 –
“아!”
밤에 가인 오빠가 말했던 전혀 다른 인원 배분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
나도 모르게 살짝 입꼬리가 올라갔어.
뭔가, 아무도 모르는 가인 오빠의 심중을 예측한 느낌?
유치하다면 유치한 생각이지만!
“왜 그래?”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으니, 아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야.”
“회의에 집중해. 그리고 이 멍청한 앵무새 좀 치워.”
“너보다 똑똑해.”
“너보다 강하기도 하지.”
“페로는 하늘도 날 수 있어.”
“나도 날 수 있어.”
“넌 신발 신어야 날 수 있잖아.”
“사람은 도구를 쓰는 생물 – 야, 조용히 좀 해. 너 때문에 나까지 유치해지잖아. 미로도 아니고 왜 이래?”
“…”
다시 만날 리 없다고 생각했던 ‘진짜 부모님’을 만났기 때문일까?
아리 말대로 나도 모르게 어린애처럼, 혹은 호텔에 오기 전의 나처럼 말하곤 한다.
— 탁!
그쯤에서 회의가 끝났다.
“이제 들어갑시다.”
*
화려한 방에서 깨어났다.
예전에는 이 시점에서 이미 〖301호〗가 시작한 줄 착각했었지?
이젠 아니다.
한번 경험한 만큼, 동료들이 익숙한 느낌으로 중앙 탁자를 향해 걸어갔다.
탁자 위에 놓인 입실 명부.
곧, 밖에서 정한 대로 몇몇 동료들이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⓵ 유송이
⓶ 이은솔
⓷ 김아리
⓸ 김묵성
⓹ 엘레나
⓺ 차진철
마지막으로 이름을 쓴 진철 오빠가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들어간다고 선언하면 되나?”
그때, 가인 오빠가 손짓했다.
“잠깐만요.”
다가오는 오빠 표정은 살짝 급했는데, 뭔가를 다급하게 떠올린 것 같았다.
어쩌면 통찰로 봤을 수도 있겠지.
“아리야, 꿈의 왕국 꺼내봐.”
“어?”
아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품속의 그림을 꺼냈다.
“내가 쓰기로 한 것 아니었어?”
“…”
“상식적으로 당연히 해결 파티로 갈 물건 같은데….”
꿈의 왕국은 동료 간 합류를 위한 도구이고, 탈출 파티는 모두가 같은 지역에서 시작한다.
떨어질 일이 없으니 꿈의 왕국으로 합류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 저 그림은 해결 파티로 가야 한다는 게 어제 회의의 결론.
“왜 그래?”
“… 두 가능성을 모두 봤어. 내가 써도 유용하고, 네가 써도 유용해.”
이건 또 뭔 소리래?
아리 역시 나랑 똑같이 느꼈는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누가 가져가야 한다는 거야?”
“이번엔 네가 가져가. 자, 이제 시작하세요.”
시작하기 직전, 한 가지 의문이 뇌리를 스쳤다.
꿈의 왕국이 해결 파티에게 유용한 이유는 당연해.
아리가 저 그림을 써서 여기저기 흩어진 동료들에게 합류할 수 있을 테니까.
탈출 파티에게 유용한 이유는 대체 뭘까?
“호텔, 이제 들어갑니다!”
*
.
..
…
푹신한 침대.
뭔가 쿡 찌르는 느낌과 함께 깨어났다.
“해피이…. 언니 졸리니까 -”
“해피 아니야. 일어나.”
“아.”
창밖은 아직 어두웠는데, 첫 시도 때보다 더 이른 시간에 깬 것 같아.
고개를 돌리니 서늘한 표정의 섬뜩할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 보였다.
이럴 때 보면 아리도 참 대단해.
매일매일 보는 얼굴이 계속 예뻐 보이기도 쉽지 않을 텐데.
“이제 깼어?”
“… 좀 전에 시작한 거지?”
“맞아.”
〖301호〗 시작 시점, 나는 침대에서 자고 있다.
관측소에서 이 상황을 본 동료들이 떠올린 아이디어가 이거야.
꿈의 왕국을 가진 아리가 시작하자마자 내게 합류하는 것.
— 낑!
옆에서 작은 신음과 들렸는데, 겁먹은 해피가 구석에서 낑낑거리고 있었다.
아리가 그새 무슨 수를 썼나? 짖지도 못하고 있네.
“개는 괜찮아. 잠깐 마비시켰을 뿐.”
“…”
“한번 말할 테니까 잘 들어. 해결 파티로 오니까 내게도 일종의 배경 설정이 생겼어.”
“…”
“난 너랑 같은 학교 친구고, 부모님은 해외에 있어. 할아버지랑 같이 산다는 설정이지. 할아버지는 당연히 묵성이야.”
“… 뭔가 참 편리한 설정이네.”
“호텔이 항상 그렇지.”
잠깐의 침묵이 지나간 후, 아리가 빠르게 말했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 나와 묵성이는 항상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 너의 -”
아리 답지 않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니, 무슨 말 하려는지 짐작이 갔다.
간밤에 가인 오빠가 알려준 이야기겠지.
“내 부모님을 감시하려고?”
“… 이 집도 포함해서. 네 생각보다 특별한 사람들, 특별한 집일 수 있어.”
“그래, 그렇게 하자.”
일리 있는 이야기인 만큼, 화가 나거나 하진 않았다.
다른 동료들을 보라.
가인 오빠는 세상 둘도 없이 특별한 존재였고, 은솔 언니는 회귀자 혹은 관리국 요원의 딸이다.
내게도 나 자신도 몰랐던 특별한 배경이 있을 수 있지.
“그래, 시작해.”
말은 이렇게 했지만, 부모님이 인류의 배신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얼어붙는 느낌이야.
— 끼이익!
아리와 함께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시간은 새벽 4시 25분, 부모님은 주무실 시간.
아리가 새장 쪽을 툭 쳤고, 이미 새장에 갇혀있는 페로가 반응을 보였다.
— 삑! 삑!
소리는 작지만, 살짝 짜증이 난 모양이다.
“…”
곧, 아리는 내가 보는 앞에서 집 전체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TV 뒤편을 살피기도 하고, 와이파이 공유기를 뒤집거나 용도를 모르는 의료 기기 아래편을 확인하기도 했다.
보고 있으니 진짜 영화에서나 보던 첩보 요원 같네.
실제로는 그 이상이지만.
순간 이러다가 부모님이 깨면 어떡하지? 싶었지만, 생각해 보니 별일 아니었다.
아리야 존재감 없는 소녀를 쓰면 그만이고, 난 잠에서 깼다고 하면 될 테니까.
“…”
딱히 뭐가 나오지는 않는 모습.
그때, 아리가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밖에서 네 행동을 보며 든 생각이야.”
“…”
“부모님에게 불만이 있는 모양인데.”
“… 약간은.”
“조심해. 이곳은 저주의 방이야.”
저주의 방에서 시나리오와 무관한 갈등에 휘말릴 필요는 없겠지.
내가 부모님에게 투덜거리는 건 괜히 방해야.
이제부터는 자제 –
바로 그 순간!
— 탁!
책장의 책 한 권이 떨어졌다.
“…”
“…”
침묵 속에서 교차하는 시선.
‘우연이야?’
곧, 행여나 우리가 착각할까봐 걱정했다는 듯 요란한 일이 벌어졌다.
— 탁! 타다닥!
연이어 떨어지는 서너 권의 책.
명백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요, 바깥 동료들의 경고다!
다시 시선이 교차했고, 아리는 순식간에 인지 영역 바깥으로 멀어졌다.
“으….”
재빨리 새장으로 가서 페로를 풀어줬다.
— 끼익!
뭐, 뭐야?
우리 집에 저런 문이 있었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