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66)
EP.667 667화 –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11)
667화 –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11)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5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3, 관측소 – 301호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 쿠궁!
해결 파티가 입실한 후, 곧 허공에 관측소로 향하는 문이 생겨났다.
이번에는 다들 익숙한 느낌으로 걸어갔다.
— 철컹!
당연하다는 듯 문이 잠겼다.
다음 과정은 뭐였더라?
아, 망원경이 초점을 맞추는 과정이었지.
— 위이잉…!
곧, 망원경의 소음이 멈췄다.
“바로 시작합시다.”
“이번에도 가인 군 먼저?”
“그렇게 하죠.”
상현 형이 고개를 끄덕이던 중, 살짝 불안한 표정으로 뒤편을 돌아보았다.
“왜 그랭?”
무슨 일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미로를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매번 느끼지만 정말 귀엽긴 하네.
뒤편에는 그새 탁자에 앉아 피자를 소환한 승엽이가 보였다.
상현 형은 잠시 말문을 잃은 듯 조용해지더니, 한숨 쉬듯 중얼거렸다.
“관측소에 사람이 네 명뿐이군요.”
이 말은 내 귀에 다음과 같이 들렸다.
‘관측소에 사람이 둘 뿐이군요.’
“대신 들어간 사람이 많잖아! 우리끼리 열심히 하면 돼!”
미로의 기세등등한 말을 듣고 있으니, 어쨌든 웃음은 나왔다.
“그래. 열심히 하자. 자, 이제 관측 시작합니다.”
*
접안렌즈에 눈을 가져다 대자마자 시작된 현상.
의식이 몸을 떠나 머나먼 세상으로 떠나가는 느낌.
처음 겪는 일이 아닌 만큼 놀라서 허둥거리진 않았지만, 여전히 신비로웠다.
곧, 순백으로 가득한 신비로운 공간에 도착했다.
하염없이 드높은 상계(上界).
물리적으로는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궁극의 이상향.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확신이 뇌리를 스친다.
관측소의 망원경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는 이 장소는 분명, 우주의 신과 같은 존재라 해도 쉬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
새하얗게 빛나는 공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 즉각 눈을 감았다.
승천 과정에서 이미 겪었잖아?
저 선을 관측하는 일은 지극히 위험하다.
다만, 선에 대해 올빼미가 들려준 답변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만큼 생생히 떠올랐다.
‘전부’라고 했었지?
“…”
곧, 정체 모를 인력이 나를 검고 탁한 선으로 끌어당겼고, 끝없이 추락하는 아찔한 시간이 지속되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두 사람의 시점을 선택할 수 있었다.
비유하자면 검은 암실에 두 대의 감시 카메라가 존재하며, 관찰자는 두 카메라 중 하나를 골라서 볼 수 있는 느낌.
“은솔 누나와 송이 시점만 고를 수 있네.”
첫 회차 때야 저 둘만 들어갔지만, 이번엔 아리, 할아버지, 진철 형, 엘레나까지 추가로 들어간 상황이다.
그런데도 선택할 수 있는 시점은 이은솔, 유송이 둘 뿐이었다.
마치, 301호의 ‘주연 배우’는 딱 저 두 명이라는 느낌.
송이부터 체크하자.
— 위이잉…!
시간은 새벽 4시 10분경.
침대에서 졸린 눈을 비비는 송이와 쿡쿡 찌르는 또 다른 소녀가 보였다.
아리는 이미 꿈의 왕국을 써서 송이에게 합류한 상황.
‘…’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실제로 301호가 시작한 시점은 언제일까?
송이 방 시계가 새벽 4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으니 이때 시작했다?
착각이다.
아리가 이미 송이에게 합류해 있음을 놓쳐선 안 된다.
꿈의 왕국은 사용자도 잠들어 있어야 쓸 수 있고, 아리는 나처럼 순식간에 잠들 수 없다.
준비 시간을 고려하면, 아리는 아마 3시 30분쯤 시작했을 거야.
그러면 301호는 새벽 3시 30분에 시작했다?
이것도 틀렸다.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야.
301호의 주연, 송이와 은솔 누나의 의식이 깨어나는 시점부터 관측이 시작되니 그 이전은 알 방법이 없다.
이런 고민에 빠진 사이, 송이와 아리의 대화가 들려왔다.
‘내 부모님을 감시하려고?’
‘… 이 집도 포함해서. 네 생각보다 특별한 사람들, 특별한 집일 수 있어.’
‘그래, 그렇게 하자.’
순순히 받아들이는 송이의 태도를 역시 당연하게 넘기는 아리.
사실, 당연하지 않아.
송이는 301호의 부모님을 ‘진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통찰로 본 가능성 중에는 아리의 다소 거친 말에 상당한 불쾌함을 드러내는 송이의 모습도 있었다.
그래서 어젯밤에 송이에게 미리 알려줬다.
본인 부모님이 감시 대상이라는 사실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았다.
‘시작하자.’
새벽 4시 25분, 아리와 송이가 집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나 역시 두 사람과 함께 아파트 내부를 확인했다.
불현듯, 객실 구역 천장에 있던 문장 앞부분이 떠올랐다.
‘안에서는 전체를 볼 수 없다’였지?
이 말을 뒤집으면, ‘외부에선 전체를 볼 수 있다’로 해석할 여지도 있어.
물론 논리적으로 전자와 후자가 동치는 아니지만 말이지.
확실히 관측이라는 면에선 진행 중인 사람들보다 망원경으로 보는 우리가 더 유리하다.
시점 자체가 삼인칭 관찰자기 때문이다.
중심축은 송이지만, 360도 회전하며 주변을 볼 수 있었다.
당사자는 사람인 이상 전방만 볼 수 있으니, 옆이나 뒤는 우리만 볼 수 있는 셈이다.
또, 당사자는 상황을 직접 겪고 있으니 다양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송이를 예로 들면, ‘부모님은 언제 깨어날까? 날이 밝으면 무슨 일을 하지? 주말이 끝나면 학교에 가야 하나?’ 등 온갖 잡생각을 하고 있겠지.
우리처럼 온전히 관측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요약하면, 경기중인 선수에겐 보이지 않는 수가 훈수하는 사람에겐 뻔히 보이는 것과 같다.
바로 지금처럼!
송이 아리 둘 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베란다와 연결된 외벽이 불길하게 일렁거리잖아!
왜 의미 없이 TV 뒷면만 보는 거냐고!
곧바로 온 정신을 집중했다.
“…!”
지금 내가 느끼는 감각을 송이와 은솔 누나는 이해할 수 있을까?
굳이 말로 표현하면, 거대한 거인이 새끼손가락으로 인형의 집을 흔드는 느낌.
무슨 섬세한 조작이나 구체적인 메시지 전달 따위는 불가능하다.
회의 때 은솔 누나는 이 느낌을 이해하지 못한 탓에 ‘진동 횟수로 알려줄 수는 없어? 한번 흔들리면 멈춰라, 두 번 흔들리면 더 하라는 식으로’ 같은 말을 했었지?
실제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내부에선 한 번의 진동으로 느끼는 현상이 실제로는 한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폴터가이스트를 일으키는 나로선 한 10번 넘게 인형의 집을 마구 흔들고, 그제야 내부에선 어? 책이 떨어졌네? 하는 상황.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시키기 어려웠다.
어쨌든, 책 몇 권이 연거푸 떨어지니 내부 사람들이 뒤늦게 반응을 보였다.
아리는 즉시 존재감 없는 소녀를 발동해 인지 영역 바깥으로 사라졌고, 송이는 페로를 새장에서 꺼낸 채 벽에 바짝 붙었다.
‘이, 이런 문이 있었다니!’
당황하는 송이의 목소리.
문? 그렇게 보일 수는 있겠지만, 처음 발견한 내가 느끼기에 무슨 문은 아니다.
그보다는 멀쩡한 벽에 지옥과 연결된 통로가 생겨난 느낌에 가깝지.
곧, 일렁거리는 외벽 너머에서 희끄무레한 안개가 들어왔다.
어지간한 공포영화를 능가하는 소름 돋는 광경이었는데, 보통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비명 지르며 주저앉았을 것 같다.
다행히 내 동료들이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송이는 침착히 뒤로 물러서며 부엌 쪽으로 이동했고, 아리는 송이와 안개 사이에 선 채 여차하면 전투태세를 갖췄다.
하지만, 이런 준비는 큰 의미가 없었다.
희끄무레한 안개는 송이를 노리긴커녕, 근처에도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사람을 노리고 들어온 게 아니다.
목표는 송이 집 베란다와 거실 여기저기 흩어진 동물들!
안개는 베란다와 거실을 돌아다니며 곳곳의 동물들을 한 번씩 스친 후, 다시 벽 너머로 사라졌다.
‘… 뭐야?’
‘우릴 노린 게 아닌 것 같네.’
의아해하는 송이와 안개가 사라지니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나타난 아리.
‘이스의 종족이 사용한 주술 같은 거야?’
‘…’
‘사람의 영혼을 가져와서 동물에 넣는다거나?’
‘모르겠네. 애초에 이 현상을 이스의 종족이 일으킨 건 맞나?’
속삭이듯 오가는 두 사람의 대화.
나 역시도 안개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동시에 떠오르는 또 다른 생각이 있었다.
1회차 때 페로가 보인 공격적인 반응의 원인이 저 안개였구나!
당시, 송이는 페로의 공격적인 반응을 발견하고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어리석은 짐승들과 함께 새장에 갇혀서 느끼는 답답함의 표현 정도로 여겼었지.
송이에겐 이심전심이 있으니, 페로에게 달라붙어서 대화를 시도했으면 뭔가 알아내지 않았을까?
하긴, 송이 보고 둔하다고 탓할 문제는 아니다.
관측하던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으니까.
이럴 때면 페로가 말 못하는 앵무새라는 게 참 답답하다.
…
날이 밝자 아리는 꿈의 왕국을 써서 사라졌는데, 아마 묵성 할아버지 쪽으로 재합류한 것 같다.
이쯤에서 송이 쪽 상황이 일단락되었다.
현재 시각은 새벽 5시 30분.
1시간 ~ 1시간 30분 후에 은솔 누나가 깰 테니, 그사이 교대해야겠다.
*
“후으으…!”
망원경에서 시선을 떼자마자 아찔한 피로감을 느꼈다.
시간으로 따지면 고작해야 1시간 좀 넘는 정도인데, 벌써 머리가 쪼개질 듯 아팠다.
경험상, 관측만 하는 정도로는 이렇게 빨리 지치지 않는다.
지금의 고통은 폴터가이스트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은 내가 -”
“잠깐, 잠깐만요.”
관측하며 알아낸 사실을 거칠게 요약해서 전달했다.
주의 깊게 내 말을 듣던 중, 상현 형이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주 느끼긴 합니다만, 가인 군은 신기할 정도로 예리하시군요.”
“네?”
“301호의 시작 시점에 대한 고민 말입니다. 관측 시작하자마자 아리 양이 이미 송이 양에게 붙어있는 장면을 보고 바로 떠올리시다니….”
“…”
“들으니까 나도 이런 생각은 듭니다. 관측 시작 시점은 은솔 양, 송이 양이 의식을 찾은 후입니다. 하지만, 그전에도 301호는 진행 중이지요.”
“송이가 자고 있던 시간에 안개가 페로를 덮쳤던 것처럼요.”
“앞으로도 이 문제가 자주 있을 것 같습니다. 해결 파티가 의식을 찾기 전에 일어난 일들 말이죠.”
의미심장한 시선이 스친 후, 상현 형이 한 마디 덧붙였다.
“203호에서 겪었던 일과 유사하군요. 시작 이전의 비밀이라. 그리고….”
“그리고?”
“마지막에 페로에 대해 하신 말 말이죠. 이상한 안개를 보았으면서도 송이 양에게 적극 전달하지 않은 부분 말입니다.”
“네.”
“처음 들을 때는 이러니까 결국 동물이다 싶어서 답답했습니다만….”
“그랬죠.”
“더 생각하니 이런 생각도 드는군요. 페로는 호텔에서 태어나지 않았습니까?”
“…”
“이상과 정상의 기준이 우리와 다릅니다. 우리가 보기엔 ‘왜 특이한 요소를 발견했으면서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나?’겠지만, 페로는 벽을 뚫고 나타난 안개 따위가 왜 특이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일리 있는 분석이다.
“이제 제가 관측하겠습니다. 은솔 양을 확인하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