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71)
EP.672 672화 –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16)
672화 –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16)
– 유송이
어이없게도 한정식집에서 찾아낸 301호의 요원, C와의 첫 만남 후 이틀이 흘렀다.
그 사이, C는 우리를 선각자 – 301호 관리국의 수뇌부 –와 만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모종의 이유로 관리국과 이스의 위대한 종족 간의 충돌이 벌어지는 만큼, 관리국 역시 손 하나하나가 귀했기 때문이다.
딱 하루 만에 선각자로부터 미팅 장소와 시간이 전해져왔다.
약속 날짜는 바로 오늘!
따라서 은솔 언니를 제외한 모든 멤버가 모여 승합차에 탄 채 이동 중이다.
운전 중이던 할아버지가 툴툴거리며 입을 열었다.
“진철아, 네비좀 잘 찍어봐라.”
“정확히 찍은 겁니다.”
“아니, 약속 장소가 무슨 강원도 산골짜기야? 이 시대 관리국은 단체로 귀농이라도 했냐?”
“하필이면 강원도인 이유는 딱 감이 오지 않습니까? 그 무슨, 이상한 유적이 강원도 지하에 있었다면서요.”
아리가 슬쩍 끼어들었다.
“은솔이가 회장에게 알아낸 기억도 강원도와 연관이 있어. 오래전의 회장이 이스의 왕을 만났던 장소가 강원도 연구소였지.”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뭔 일이 있긴 있었던 모양인데…. 그나저나, 프로젝트 종의 기원? 이름이 어째 방 제목과 똑같구나.”
“그러게.”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던 시점, 엘레나 언니가 은솔 언니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회장님이 뜬금없이 승계 작업을 시작했어요.”
“뭐?”
“은솔 언니 말에 따르면, 위대한 운명을 얻은 사람이 대양그룹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네요.”
“어이쿠야! 그래서 은솔이가 어제오늘 정신없이 바빴구나.”
“현실적으로 회장님과 떨어지기도 어려우니까요. 아시다시피, 회장님에겐 아직도 정체 모를 정보가 더 있어요.”
“으음….”
내 쪽은 비밀기지 -> C -> 선각자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쭉쭉 나아가는 중이라면, 은솔 언니는 회장님에서 멈춘 상태다.
회장님에게 숨겨진 정보가 더 있는데, 그 정보를 알아내면 위험하다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 멈춘 시점, 회장님은 뜬금없이 대양그룹 승계를 시작했다고 한다.
모두가 잠시 말문을 잃은 사이 아리가 피식 웃으며 한마디 했다.
“대양그룹 회장님이 301호의 장르를 헷갈리신 모양이네.”
“…”
“301호가 재벌가를 중심으로 한 현대물이었으면, 은솔이는 지금 인생 최종 목표를 이룬 셈이지.”
농담을 듣고 있으니 궁금해졌다.
301호를 넘어서 이 세상의 장르는 뭐라고 해야 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부처님의 세상 구원물?
어쨌든, 한 가지는 명확해.
재벌 승계 따위는 우리에게 아무 의미 없는 방해물에 불과하다.
그때, 엘레나가 내 쪽을 보며 말했다.
“언니가 궁금해하더라. 송이 네 부모님은 정말 평범한 분들 맞아?”
자연스럽게 요 2, 3일간 내 부모님을 괴롭힌 두 요원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내가 볼 땐 그래. 진짜 그냥 평범한 시민이요, 선량한 수의사 부부더라.”
아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진입 첫날 새벽에 이상한 안개가 집 내부에 들어오던데?”
“나도 그 이야기를 듣고 더 집중해서 봤는데, 전혀 모르겠다. 나랑 진철이가 눈에 불을 켜고 봤는데도 모르겠다고.”
“으음…. 그날 새벽의 일은 송이 부모님들이 일으킨 현상이 아닌 건가?”
내 부모님은 아무런 의혹이 없는 보통 사람이라는 이야기.
이를 처음 들었을 때, 내 마음은 실로 복잡했다.
무슨 인류의 배신자 같은 게 아니라는 안도감.
301호 밖에서부터 시작된 의심이 쉽게 풀렸다는 허무감.
마지막으로, 내게도 특별하고 신비로운 배경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깨진 실망감!
“…”
솔직히 실망감도 꽤 커.
남에게 말하긴 그렇지만, 내심 기대했단 말이야.
나도 아리, 미로, 가인 오빠나 요즘의 은솔 언니처럼 ‘태생부터 신비로운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는데, 그 모든 게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이런 살짝 부끄러운 생각에 빠진 시점, 진철 오빠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 송이야.”
“네?”
“네 아버님을 설득해 볼 수 없겠냐?”
“…”
“… 그, 아무래도 네 아버님이 날 -”
“아빠가 오빠 고소한 것 말하시는 거죠?”
“…”
아빠가 진철 오빠에게 폭행, 협박, 재물 손괴,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등 각종 사유로 경찰 신고 및 민사소송을 시작했다는 사실!
우리끼리는 다 아는 이야기지만, 오늘 합류한 엘레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갑자기 무슨 말인가요? 고소?”
진철 오빠가 크게 한숨 쉬며 설명했다.
“… 송이 아버님이 정말 평범한 인간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소란이 -”
“아빠 말로는 말도 안 되는 덩치의 거한이 술에 취한 채 병원에 들어와 행패를 부렸다네요.”
“…”
“갑자기 병원을 부수더니, 아빠 멱살 잡고 흔들기까지 했다고 들었어요.”
옆에서 듣던 아리가 픽 웃었다.
“경찰 신고하는 게 당연하네. 민사소송도 당연히 걸어야지.”
할아버지가 한숨 쉬며 말했다.
“야, 어쩔 수 없었어. 하도 뭐가 안 나와서 우리도 마음이 급해졌다니까? 그러다가 진철이가 아이디어를 냈지.”
“한번 생명의 위협을 가해보자?”
“수의사 양반에게 숨겨둔 사악한 힘이 있다면, 목숨이 위험한 순간엔 뭔가 쓸 거 아니냐? 그래서 확인해 본 거야.”
“결과는요?”
“말했잖냐? 진철이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목 졸려 죽는 상황에서도 겁에 질려 비명만 지르더라.”
들으면 들을수록 어이가 없어서 진철 오빠를 노려보았다.
“오빠가 낸 아이디어였어요?”
“… 미안하다.”
진철 오빠는 어색하게 웃으며 사과하더니, 갑자기 책임을 떠넘겼다.
“나는 그냥 지나가듯 한 말이었어. 근데, 묵성 요원님이 좋은 생각이라고 난리였다니까?”
“하?”
“야! 멧돼지 인마, 갑자기 무슨 소리야?”
“제가 틀린 말 했습니까? 옆에 엘레나 있으니 솔직히 말하시길!”
운전대에 앉아있던 할아버지는 화들짝 놀라며 역시나 다른 사람 이름을 꺼냈다.
“야, 야, 따지고 보면 나도 피해자야. 애초에 송이 네 부모님을 염탐하는 계획을 밖에서 누가 짰는지 아냐? 아리야.”
“으엣? 갑자기 뭐야?”
“아리야, 내 말 틀렸냐? 여차하면 힘을 써서라도 정보를 캐라면서! 옆에 엘레나 있다?”
이쯤에서 엘레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런 이상한 일에 거짓말 탐지 쓸 생각 없어요.”
그 시각, 자신에게 공이 넘어올 줄도 모르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아리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아리 역시 신속하게 화살을 돌렸다.
“… 따지고 보면 근본 책임이 있는 사람은 따로 있지.”
슬슬 웃음이 나와서 물었다.
“누구 말하는 거야?”
“가인이.”
“아?”
“애초에 네 부모님이 의심스럽다는 말을 누가 제일 먼저 꺼냈는지 알아? 가인이야.”
“진짜야?”
“하! 엘레나, 내 말이 진실이라고 해줘!”
“… 이런 일로 거짓말 탐지 쓰지 않는다니까.”
“진짜 가인 오빠가 제일 먼저 시작했어?”
“그렇다니까? 가인이가 불화의 씨앗을 심었어.”
이 순간만큼은 입이 딱 벌어졌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전까진 장난이었어.
진철 오빠가 아빠 멱살 잡고 위협한 일?
아리와 할아버지가 이 일의 작전을 세운 일?
가인 오빠도 내 부모님을 의심했다는 말?
다 이해해.
301호의 해결이라는 모두의 목숨이 걸린 목적이 있기 때문이잖아? 그럴 수 있지.
내가 가장 황당한 건 그다음 부분이야.
“… 여러분. 어처구니가 없어서 하는 말인데요.”
“뭔데?”
“두 번째 시도 전날 밤에 가인 오빠랑 1대 1로 꽤 오래 이야기했거든요?”
이 대목에서 무언가 의미심장함을 느꼈는지, 모두의 이목이 내게 쏠렸다.
“그때 오빠가 말했어요. 부모님을 감시하잔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개인 대화창으로 꺼냈다고.”
“뭐, 뭣? 그게 무슨 소리냐?”
“… 그래서 당연히 할아버지랑 아리가 이 이야기 제일 먼저 시작한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조용해진 승합차 내부.
할아버지와 아리는 물론, 진철 오빠와 엘레나까지 잠시 말문을 잃었다.
곧, 아리가 어떤 의미에선 감탄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가인이야.”
“…”
“단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지. 이 정도면 알레프가 살아 돌아와도 가인이에게 뒤통수 맞을 거야.”
이후, 강원도 연구소에 도착할 때까지 차 내에선 가인 오빠에 대한 성토의 시간이 이어졌다.
*
‘…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계획대로네요.’
‘…’
‘보세요. 사랑하는 가족의 멱살을 잡고 위협했으니, 이성적으로는 이해해도 감정적으로 앙금이 남을 수 있잖아요?’
‘…’
‘하지만, 이렇게 풀리면 모두가 밖에 있는 절 욕하니까 내부에선 그 어떤 앙금도 없죠.’
‘진짜 계획 맞습니까?’
‘하하! 상현 형, 절 믿으셔야 합니다.’
‘역시 가인이는 똑똑해!’
‘미로 양, 아무리 봐도 이건 거짓말입니다.’
‘으흠! 어쨌든, 이런 생각이 드네요. 호텔에 오기 전의 송이에게도 분명 특별한 일이 있었다.’
‘그 말은 동의합니다. 애초에 최초의 소원이 신비한 운명을 암시하고 있지요. 단지, 그 원인이 부모가 아니었을 뿐입니다.’
‘은솔 누나의 운명이 정체 모를 누군가의 설계였다면….’
‘송이 양은?’
‘말 그대로 우연, 운명적인 일이 아니었을까요?’
‘느낌입니까? 아니면 통찰입니까.’
‘내게 느낌과 통찰의 경계는 흐릿합니다. 어쨌든, 이 정도는 확신해요. 301호가 끝나기 전, 우리는 두 사람의 소원에 대해서 알게 될 겁니다.’
*
사전에 약속한 장소에 도착한 후, 나와 아리만 내렸다.
다른 동료들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는데, 딱 할아버지의 대화창이 끊기지 않는 선이었다.
따라서 나와 아리가 설령 위기에 처하더라도 대화창으로 위기를 알릴 수 있다.
저녁 무렵, 마침내 ‘선각자’의 일원이라는 C의 상급자를 만났다.
그녀는 반쯤 세어버린 회백발의 장년 여성이었고, 외견만 보아선 전혀 특별함이 없었다.
생김새만 봐도 이게 사람인지 악령인지 헷갈릴 만큼 신비한 C는 일개 요원인데, 그 C의 상급자이자 훨씬 큰 비밀을 품은 선각자는 길에서 만나면 일반인과 구분할 수 없는 외견이라….
미묘한 아이러니함을 느끼는 사이, 아리와 선각자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C에게 들었어요. A, 최근 다섯 루프 이상 이탈한 요원이라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평소라면 정식 신고도 없는 이탈 행위에 가벼운 징계 정도는 내렸겠지만….”
“죄송해요.”
“시기가 시기이니 별수 없지요. 마침, 손이 귀한 시기입니다. C에게 들었지요?”
“네. 육체 강탈 이능력을 가진 외계 종족과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C가 당신에게 일정 수준의 정신 방어 능력이 있다고 하더군요.”
“제게도 있지만, 뒤쪽의 수행원에게도 있습니다. 들으셨겠지만 -”
자연스레 선각자가 내 쪽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신입 요원 후보시라고?”
“네, 네.”
“환영해요. 앞으로 인류를 위해 헌신할 마음의 준비는 되었지요?”
“무, 물론이죠.”
“귀엽고 예쁜 아가씨네. 마음에 들어요.”
이쯤에서 살짝 당황했다.
선각자가 너무나 일반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심, 눈만 마주쳐도 압도당할 만큼 드높은 카리스마의 소유자를 상상했는데….
실제 만나보니,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나 곱게 늙은 귀부인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뭐랄까? 너무 일반인 같으니 되려 강렬한 위화감이 느껴져.
뻔히 사람과 괴물의 경계에 있는 존재인 줄 아는데, 그런 존재가 사람 거죽을 뒤집어쓴 느낌.
어색하게 웃는 사이, 아리가 중요한 이야기를 꺼냈다.
“C에게 종의 기원 프로젝트에 대해 들었습니다.”
“그래요?”
“오면서 생각건대, 아무리 생각해도 그 프로젝트가 원흉인 것 같더군요.”
“…”
“인간과 이스의 종족이 만나게 된 시발점 아닐까요? 즉, 모든 일의 시작인 거죠.”
“그리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순간 스쳐 가는 ‘종말 이후 세계’에서 얻어낸 정보들.
모종의 이유로 이스의 종족과 인간의 충돌이 시작되었다.
이스의 왕은 죽었으며, 이스의 종족은 왕을 부활시키고자 한다.
“프로젝트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솔직히, 아리의 질문을 들으면서도 바로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다.
애초에 선각자가 보기에 우리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존재가 아닐까?
말마따나 손이 워낙 귀하고, 아리가 요원인 건 맞아 보이니까 아군처럼 대할 뿐이지.
바로 기밀 사항을 말해줄 정도의 관계는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군요. 맞는 말입니다.”
“그렇 – 네?”
“여러분은 앞으로 이스의 침략을 막아내는데 중핵을 담당할 사람들. 알 정보는 알아야겠죠. 유적으로 갑시다. 가면서 말하지요.”
이쯤에서 아리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대화는 없었지만, 아리가 무슨 생각인지 내게도 보였다.
일이 ‘지나치게’ 잘 풀리고 있어!
미묘한 당혹감이 엄습하는 시점, 선각자가 정말이지 기이한 말을 꺼냈다.
“참, 종의 기원 프로젝트의 목적에 대해선 들었나요?”
“… C는 본인도 모른다고 말했 -”
“상승.”
“네?”
“우리는, 인류의 운명을 드높은 영역으로 상승시키고자 했답니다.”
*
‘… 너무 이상한데.’
‘왜 그러십니까?’
‘오랜 시간 충성을 바친 C에게도 말하지 않은 기밀을 오늘 처음 만난 아리에게 바로 알려준다고?’
오